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33화 (13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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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침공

011

로마의 명장 벨리사리우스는 한 달 뒤, 드디어 콘스탄티노플에서 지원군을 제공받아 병력을 증강한 다음에 주둔하고 있던 항구도시 디라키움에서 출항하여 테베라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테베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수도 로마를 구원하겠다는 작전이었다.

또한 동고트인들에게 속은 것을 알아차린 명장 나르세스가 로마로 귀환하고 있었고, 수도 로마에서도 아직 3천의 수비대가 남아있었다. 현재 수도를 포위하고 있는 브리튼, 동고트 연합군은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서 선두에만 치중을 두었을 뿐, 후방은 허술하였으므로 총 세 방면으로 공격을 시도하여 연합군을 쳐부수겠다고 단언했다.

"로마를 구해야 한다!"

"우리의 손에 로마의 운명이 걸린 것을 잊지 마라."

"돌격!"

테베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벨리사리우스의 본진과는 별개로 육지를 통해서 로마로 향하고 있던 로마 기병대들이 양익을 펼치면서 동고트 군세를 공격했다.

이미 토틸라는 벨리사리우스가 테베라 강을 이용해서 수도로 올 것을 예상하고는 강의 하류에  요새를 건설하고, 군함을 공격할 수 있도록 투석기와 정예병들을 배치시켜 두었다. 투석기들은 모두 바윗돌을 던지면서 로마 군함에 큰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하였지만,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서 달려드는 로마 기병대를 막아서진 못했다.

나라를 구해야한다는 열망을 가슴에 품은 로마 기병대들은 결사의 각오로 달려들면서 동고트의 요새와 투석기들을 모조리 격파해버렸고, 육군의 도움을 받은 로마 해군은 계속해서 로마를 향해 접근할 수 있었다.

"이미 베사스와 연락을 취해두었다."

"하지만 적들이 그 소식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다면...."

"그럴 일은 없다."

벨리사리우스가 단언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자신과 수도 로마를 경비하고 있는 사령관 베사스 밖에 모른다. 주술사를 동원해서 만든 연락망 덕분에 비교적 안전하게 명령을 전파할 수 있었고, 베사스는 이미 3천의 수비대를 집결시켰으리라.

비록 수도 병력을 이끄는 인물이 집정관 게르마누스가 아니라 그 부하 장수에 불과한 베스사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조국을 구하고자 귀환하고 있는 명장 나르세스를 믿어야 한다. 그 또한 대단한 명장이므로 분명 이번 작전에 적극적으로 임해주리라.

설령 로마 군부 내에서 전공을 다투고 있는 라이벌 관계라지만 이번 작전에 대해서는 조국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전공 다툼을 잠시 잊고서 참전해줄 것이라 굳건히 믿고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희망을 가져야 한다. 10만 여명이 넘는 인구가 상주하고 있는 수도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벨리사리우스는 로마를 공격하기 전에 보급기지를 설치하고 부장 이사키오스에게 맡겼다. 그리고 성급한 성격을 가진 부장이 날뛰지 못하도록 자신의 아내인 안토니나에게 감시를 부탁했다. 벨리사리우스의 아내는 고령으로 접어든 여성이었음에도 여장부라 불릴 정도로 대담함과 용맹을 가지고 있었다. 반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며 종군하였으니 훌륭하게 맡은 임무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뒤를 잘 부탁하겠소. 안토니나."

"걱정 마세요. 저 무례한 야만족들을 무찌르는 것만을 생각하세요."

벨리사리우스는 아내와 부장에게 후방의 보급기지를 맡기고는 자신이 직접 선두에 서서 군함 2백 여척을 지휘하였다. 군함에는 공성 병기와 유황, 역청 등을 싣고 있었는데, 동고트는 해상력을 가진 국가였기에 적 함선과 조우하면 곧바로 '그리스의 불'로 태워버리기 위함이었다.

만약 적 군함이 없다면 테베라 강을 타고 이어지는 적의 진영을 모조리 불태워버리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다. 식수를 제공받거나 수륙 양면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강 주변에 진영을 꾸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해안 지역에 나라를 접하고 있는 동고트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모두 배에서 내려라!"

"우리들은 결코 수도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

"로마를 위해서! 로마인을 위해서!"

적의 경계선을 부수고서 적 진영으로 난입.

군함에서 하선하여 2만 명의 병력으로 불어난 병력을 벨리사리우스가 이끌면서 분전을 이끌어냈다. 적은 예상대로 수도를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포위망의 후방 지역이 약했고, 로마군은 위용 넘치는 모습으로 동고트 병력을 상대했다.

화살이 빗발치면서 새카만 하늘로 물들인 야심한 시각에 전투가 벌어졌다. 테베라 강에 만전의 준비를 해두었던 동고트 군사들은 로마군을 꽤나 얕잡아 보았는지 반격을 하지 못했고, 공세를 이끌던 벨리사리우스는 이번 기회에 동고트 병력을 전멸시키겠다는 생각을 품으면서 그리스의 불로 적 진영에 불을 놓아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저 건너편에서 주둔하고 있던 브리튼 병력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리스의 불이 동고트 진영을 불태우면서 마치 대낮처럼 밝아졌다. 수천에 달하는 브리튼 기병대들이 역광에 비춰지면서 매서운 위용으로 로마군을 공격. 동고트 병력을 죽자고 상대하고 있던 벨리사리우스는 브리튼의 참전에 겁을 집어먹은 아군에게 외쳤다.

"걱정하지 마라! 곧 베사스 장군과 나르세스 장군이 지원군을 이끌고 올 것이다!"

2만 대 14만.

비록 로마 측에서 기습을 감행하였다고는 하나,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느 싸움이었다. 개인적인 용맹으로도 결코 덮을 수 없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병력의 현저한 격차였다. 적어도 7배 차이가 나는 병력을 평야전으로 싸운다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벨리사리우스는 곧 지원군이 당도하여 적의 후방을 공격해줄 것이라 믿었다. 전우를 향한 믿음과 신뢰를 통해서 작전을 기획하였고, 그 작전을 짜낸 사령관에게 곧이어 두 가지의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졌다.

전령이 외쳤다.

"보고 드립니다! 아국의 수도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원군은커녕 성문은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로마를 경비하고 있던 사령관 베사스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3천의 수비대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갑자기 작전의 중지를 요청했다.

차라리 중지를 할 것이라면 미리 알려줬다면 좋으련만, 동고트 진영이 불타면서 막상 전투가 벌어지자 겁을 집어먹고서 성에 쳐박혀버린 것이다. 심지어 베사스는 벨리사리우스가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일부러 동고트에게 넘겨주었다. 자신의 안전을 요구 조건으로 2만에 달하는 벨리사리우스의 병력을 모조리 팔아넘기는 선택을 해버렸고, 동고트 병력은 일부러 당해주는 척을 하면서 뒤로 이동하였다가 로마 병력이 전진하기 시작하자 포위를 형성하면서 그들이 결코 도망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퇴각! 퇴각해야 한다!"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내면서도 적군을 용감하게 베어넘긴 벨리사리우스가 외쳤다.

이 꼴을 보아하니 나르세스에게 부탁한 지원군도 도착하기는 글렀다. 로마 탈환작전에 성공할 경우 자신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벨리사리우스에게 모든 전공이 향해질 것이라 생각한 나르세스는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다. 환관 출신인 나르세스는 태생적으로 무관인 벨리사리우스는 시기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동고트와 브리튼에게 죽어버리도록 유도했다.

베사스와 나르세스.

적장도 아니고 전우들에게 배신당한 벨리사리우스는 아군 병력들이 모조리 죽어나가자 퇴각을 명령했다.

이대로는 싸울 수 없다. 지원군은 그 어느 방향에서도 오지 않았고, 브리튼과 동고트의 연합군에게 둘러싸여서 총체적인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에 주둔하고 있던 모든 병력을 끌고 왔다. 그런데 그 병력들이 모두 전멸하고 있었고, 테베르 강에 정박해두었던 로마 군함들까지도 강의 상류에서 내려오고 있던 동고트 전함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뱃머리에 날카롭고 뾰족한 뿔을 달아놓은 소규모의 동고트 전함들이 로마 군함에 충돌하면서 연이어 커다란 군함들이 강바닥으로 쳐박히기 시작했다. 로마가 소유하고 있던 전함들이 잇달아서 괴멸. 또한 육지에서 싸우고 있던 로마 병력들까지도 전멸을 면하기 어려웠다.

"후방은 어찌 되었느냐?!"

"부장 이사키오스가 동고트 병력과 교전하다가 붙잡혔다는 보고입니다."

"무슨....! 보급기지에는 그 어떤 적 병력도 없었거늘!"

벨리사리우스가 소리쳤다.

하지만 총사령관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자신의 부장은 무능했다.

부장 이사키오스는 안토니나의 명령을 거부하고서는 소규모로 정예병을 구성하여 동고트 진영을 공격하였다가 반격을 받아서는 전멸하고 그 자신은 치욕스럽게 붙잡혔다. 후방기지까지 당할 위험에 처해버리자 벨리사리우스는 퇴각을 결행해야 했다. 적어도 온전하게 탈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선조 로물루스에게 기도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을 할 방법이 없었다.

보급기지를 지키고 있던 부장 이사키오스는 단독행동을 하다가 붙잡혔고, 사랑스런 아내는 홀로 후방을 책임지고 있었다. 못 미더운 마음이 강했지만 적어도 로마의 전우라 믿었던 나르세스와 베사스에게는 배신까지 당했다.

모든 것이 멸망했다.

벨리사리우스의 애국심도, 그리고 수도 로마를 탈환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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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비우스 벨리사리우스Flavius Belisarius

서로마 제국의 영토를 수복한 비잔티움 최고의 명장.

일개 사병에서부터 시작해서 총사령관에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 1만 5천으로 반달족 10만 명을 이기지 않나, 동고트에서는 7천으로 15만 명을 쳐부쉈다. 로마 최고의 사기캐릭터.

장점: 잘 싸운다.

단점: 너무 잘 싸운다.

로마의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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