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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침공
009
"이러다가 고도(古都)가 적들의 수중에 떨어질 판이로구나!"
벨리사리우스는 집정관 게르마누스가 5만 대군을 이끌고서 분전하였으나 트레비아에서 브리튼애 패주. 그 소식을 급하게 전해들은 벨리사리우스는 솔직히 믿기 힘들다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황제의 동생인 집정관은 벨리사리우스가 알기로는 굉장히 뛰어나고 용맹한 자였다. 그런 집정관이 이렇게도 쉽게 무너지리라고는 그도 예측하지 못했고, 벨리사리우스는 페르시아 전선에서 말머리를 꺾었다.
가장 먼저 트라키아와 일리리아에서 신병 4천 여명을 모집하고서 급히 2백여 척의 함대를 이끌고 이탈리아로 향하였다. 하지만 그가 라벤나에 상륙하여 이탈리아를 보았을 때는, 이미 브리튼과 동고트가 이탈리아 영토를 양분하여 적진이 되어 있었다. 로마 최고의 명장이라 칭송을 받는 벨리사리우스는 이 빌어먹을 야만족들이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들이라는 것을 깨딸아야 했다.
고작 몇 달만에 이탈리아 전역이 야만족들의 손에 넘어가버렸고, 심지어 집정관은 패주의 후유증으로 병까지 앓고 있었다. 수도 로마를 지키고는 있었으나 병이 들어버린 집정관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우리들이라도 고국을 되찾아야 한다! 천 년의 영화를 품은 이탈리아를 결코 더러운 야만인들에게 넘길 수 없다!"
기존의 소규모 병력과 급조한 신병으로 구성된 오합지졸 군대를 이끌고 있는 벨리사리우스는 도망치기보다는 오히려 공격을 선택해버렸다.
가장 먼저 동고트 왕국이 지배하고 있던 칼라브리아 일대를 탈환하고 북진하여 중부의 아욱시뭄을 회복하였으며, 나아가 동고트 왕국에서 싸움을 내걸어서 패사로까지 점령해버렸다. 이탈리아 남부에 속한 항구도시를 탈환함으로서 언젠가 페르시아 전선에서 복귀할 로마 대군의 상륙을 돕겠다는 생각이다.
그의 생각은 매우 적절했고, 이탈리아 전역이 적군에게 넘어간 터라 의기소침해진 로마군에게는 희망과도 같았다. 고작해야 신병으로 구성된 군단을 이끌면서 용맹스러운 동고트 왕국의 병력을 상대로 연전연승. 그 본진은 수도 로마를 포위하고 있다고는 하나, 벨리사리우스의 군략은 이탈리아 남부를 휩쓸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도 로마를 포위하고 있던 브리튼군 중에서 가웨인과 가레스가 브리튼 기병대를 이끌고서 출격. 벨리사리우스를 막기 위해서 출격을 개시해버리자, 정예기병들에게 전멸 당할 것이라 우려한 벨리사리우스는 결국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잘 훈련된 브리튼 기병대에 비하면 그의 군대는 고작해야 훈련을 몇 주도 받지 않은 신병에 가까웠다. 그런 젖먹이들을 지금까지 다독이면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벨리사리우스가 최고의 지략을 가진 로마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해야 5천도 되지 않은 병력으로는 적의 주공과 싸울 수는 없었다. 자신의 수중에 있는 이 젖먹이들이야말로 로마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야만족들에게 저항하고 있는 소수의 로마 군단병들은 오로지 벨리사리우스가 수도 로마를 탈환하기를 기원하였고, 그들이 희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벨리사리우스는 결코 패배해서는 안 된다.
"어째서 로마를 공격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부장 이사키오스가 물었다.
그에 대해서는 벨리사리우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군의 전력으로는 결코 수도 로마를 포위하고 있는 수십만의 병력을 이길 수가 없네."
"하지만 이건 황제 폐하의 명령입니다. 수도를 탈환해야 합니다."
"우리 병력으로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아군의 전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부장을 무시하고서 벨리사리우스는 장수들 중에서 그나마 필요 없는 인물을 불렀다. 어차피 콘스탄티노플에 있을 황제에게 서한을 보내려고 했기 때문에 똘똘하고 능력 좋은 장수는 필요 없었다. 그저 튼튼한 두 다리와 일반인에 준하는 두뇌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장수 요한네스를 불렀다.
"폐하에게 보낼 서한이네. 시급한 사안이니 무조건 빨라야 하네. 시일이 급하니 서두르게."
"알겠습니다."
급조된 신병 집단을 이끌고 벨리사리우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고, 현재의 상태로는 로마를 구원하기에 역부족이라 판단한 그는 황제 유스티니아에게 지원을 호소하는 표문을 올렸다.
요한네스는 그 표문을 들고서 후닥닥 콘스탄티노플로 달려갔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그가 서둘러서 콘스탄티노플로 간 까닭은 사령관이 서두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이 젊은 장수는 기이하게도 국가의 전쟁 사업보다도 개인적인 일이 먼저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 개인적인 일이란 바로 자신의 결혼을 뜻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쟁에 터지는 바람에 약혼녀와의 결혼이 멀어졌는데, 가족과 약혼녀가 있는 콘스탄티노플로 가라고 하니 신바람이 나서는 결혼식부터 해버린 것이다. 사령관은 시급하게 표문을 전달하라고 하였지만, 우습게도 이 젊은 장수는 그것을 까맣게 망각하고는 예쁜 약혼녀와 결혼하여 뜨거운 밤을 즐기기에 바빴다.
사실 요한네스는 1주일 정도만 약혼녀와 즐기기로 했는데, 그 시일이 점점 길어지면서 한두 달이 넘어가버리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사령관 벨리사리우스가 급하게 보낸 표문이 황제에게 전달된 것은 자그마치 두 달이 지나고서였다.
벨리사리우스는 고작 표문을 전달하는 역할은 어리석은 장수라고 해도 가능할 것이라 여겼지만, 오히려 그것이 실수로 작용했다. 요한네스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조차도 해내지 못하는 얼간이였기 때문이다. 그의 우둔함은 사령관조차 이겨버렸다.
010
사령관 벨리사리우스가 항구도시 디라키움에서 죽치고 있는 동안에 하염없이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브리튼과 동고트는 그 본거지를 티볼리에 두고서 수도 로마를 향한 공방전을 시작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토틸라가 선두에 서서 수도의 성벽을 두들겼다. 여러 번이나 항복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었지만 묵살당했고, 심지어 동고트가 보낸 항복사자가 살해당하자 이에 분노한 토틸라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공방전을 이어나갔다.
동고트군의 사기는 굉장히 높다.
적어도 브리튼군보다도 높았다. 그들은 로마에 의해 왕국이 멸망당하는 수치를 겪었고, 멸망당한 왕국을 재건하고서도 로마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로마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도저히 같이 살아갈 수 없는 국가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그들의 수도를 짓밟아버림으로서 그에 대한 응분을 풀고자 했다.
"공격하라! 공격하라!"
"수도 로마를 불태우자!"
"여자는 모두 죽이고, 남자는 겁탈하라!"
맹렬하게 몰아치는 공격대에 비하면 수도 로마의 성벽을 지키고 있는 병력은 고작해야 3천에 달하는 수비대 밖에 없었다.
집정관 게르마누스는 트레비아에서 패전한 후유증으로 병석에 누워버렸고, 그나마 믿었던 집정관마저 시름시름 앓는 처지에 놓이자 로마 군단병들은 겁에 질려서는 도망쳐버린 것이다. 벨리사리우스가 급하게 이탈리아로 귀환하였다는 소식을 미리 접하였다면 도망치지 않았겠지만 이미 늦었다.
수도 로마를 총괄하는 로마측 인물은 베사스라고 하는 장수였는데, 동고트 출신이었지만 로마로 배반하여 출세한 자였다. 동고트 병력들은 수도 로마를 다스리는 자가 배신자 베사스라는 것을 알고는 더욱 분전하여 그 배신자의 생살을 씹어먹을 각오로 싸웠다.
천 년의 세월을 품은 수도의 성벽이 무너지고 그 안에 있는 수비대가 학살당한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길게 이어지진 못했고, 다수의 병력이 손실된 토틸라는 병력을 철수시켰다. 나약해빠진 수비대는 어떻더라도 수도의 성벽은 너무 두텁고 그 구조가 난해하여 돌파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 다음에 이어진 것은 고착화였다.
영원의 도시에 손실된 병력 이상의 피해 없이 입성하고 싶었던 토틸라는 로마의 식량 공급을 끊은 채로 3천의 수비대와 시민들의 항전 의지를 말그대로 말려 죽일 의도였다. 입성하고 싶었던 토틸라는 로마의 식량 공급을 끊은 채로 3천의 수비대와 시민들의 항전 의지를 말그대로 말려 죽일 의도를 품었다.
"이제 드디어 로마가 우리 손으로 들어오는군요!"
"그렇지."
이미 폐허와 비슷한 상황이 되어버린 로마의 성벽을 바라보며 아서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 이제 곧 최강국이라 스스로를 칭하였던 오만한 로마의 수도가 함락된다. 그 감격스러운 순간을 만끽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브리튼에게 있어 로마는 절대적인 강국이었는데, 이리도 쉽게 수도가 함락되는 것이다.
수도를 관할하고 있는 장수 베사스는 병을 얻은 집정관을 대신하여 전권을 위임받은 사령관이었음에도 가지고 있던 군량을 로마 시민들에게 터무니없는 고가로 팔아넘기면서 이익을 챙기기에 바빴는데, 자신으로서는 벨리사리우스가 수도로 와서 구원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리사리우스는 오지 않았다.
어느 어리석은 부장 때문에 디라키움에서 발이 묶인 상태였다. 결국 수도를 구원할 수 있는 로마 병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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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아마 200편 전후로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130편으로 완결을 내자니 뭔가 이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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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gle 님, 쿠폰 13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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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