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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30화 (13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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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침공

007

브리튼과 로마, 그리고 페르시아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동고트 왕국의 국왕인 토틸라였다.

동고트의 6대 국왕인 그는 로마 황제로 인해 폐허가 된 왕국을 재건하고 로마 군단병을 무너뜨린 명장으로 이름이 높았는데, 왕위에 오르자마자 조국의 원수인 로마와 철천지원수 관계를 만들면서 그 명성을 높혔다. 왕국의 국경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로마 명장 나르세스를 속임수로 꾀어내 방심시킨 다음에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 로마의 또다른 원수라 할 수 있는 브리튼과 접촉을 시작했다.

"브리튼의 왕은 계시는가! 이 몸은 동고트의 왕인 토틸라다!"

그 덩치가 2미터를 넘어서는 용맹왕은 로마를 상대로 두 번이나 대승을 거둔 전쟁 군주를 만나길 요청했다. 토틸라는 10만 대군을 이끌고서 전장에 나타난 영웅이었기에 그를 무시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결정의 땅이 될 트레비아에서 불운한 징조가 흘렀다.

새롭게 동고트 왕국이 개입하게 되면서 집정관 게르마누스는 절망같다는 심정을 표현했고, 로마 군단병들 또한 두려움에 떨었다. 적어도 아군보다 병력이 적은 브리튼을 상대하는 것은 승산이 있어 보이겠지만 갑자기 동고트의 10만 대군이 몰려오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동고트 왕국은 로마의 천적인 브리튼에 대해서는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다. 로마에 의해 고향까지 불타버리면서 폐허가 된 전적이 있는 동고트로서는 로마의 군단병을 털어버린 브리튼이 고맙기만 하다. 브리튼을 견제하기 위해서 로마가 갈리아로 병력을 차출시켰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동고트 왕국의 전선에 있는 로마 병력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비세리온이다."

비세리온을 보며 토틸라가 누런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그렇군. 긴 말은 좋아하지 않으니, 본론만 말하지. 동맹을 요청한다. 동고트와 브리튼, 이 두 세력이 힘을 합쳐서 철천지원수 같은 로마를 박살내는 것이다. 수도 로마를 약탈하고 그 전리품을 똑같이 절반씩 나누고, 로마 백성들 또한 절반으로 나눠서 노예로 삼도록 하는 게 어떠한가?"

"좋다. 우선 아군이 선봉에 서서 동맹의 견고함을 인증해 보이지."

"자네는 명예로운 자군."

비세리온과 토틸라는 처음으로 만난 사이였지만 적어도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것은 단번에 파악했다. 이 두 명의 영웅은 약소국에 불과하였던 조국을 강대국으로 성장시키면서 동시에 대제국 로마에 싸움을 내걸어버린 멍청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모험을 해낸 영웅.

그렇기에 서로에게 매료되어 전의를 불태웠다. 지금 로마는 페르시아 전선에 모든 것을 일임하고 있는 상태였고, 심지어 로마의 황제는 다시금 콘스탄티노플로 도주하여 훗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수도 로마는 황제에게 버려진 상태나 마찬가지였고, 트레비아에 주둔하고 있는 5만의 로마 병력을 제외하면 무방비 상태와 같다.

우선 페르시아 전선이 마무리가 되기 전에 브리튼과 동고트로서는 서둘러 수도 로마를 점령하고 로마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토틸라는 자신의 병력이 훨씬 많다는 것을 우위로 내세우지 않고서, 로마의 영토를 약탈할 경우에는 똑같이 절반으로 나누자면서 관용을 베풀었고, 비세리온은 동고트 병력이 강행군으로 오느라 체력적으로 지쳤을 터이니 자신의 부대를 선봉에 세우겠다며 제안했다.

서로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세리온은 오히려 동고트의 지원군이 고마웠다. 그렇지 않아도 병력의 열세에 대해서는 치명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10만 대군이라는 어마어마한 병력이 도착함에 따라서 트레비아는 물론 수도 로마까지도 직행할 수 있는 루트가 열렸다.

"브리튼 기사단! 동맹국 동고트에게 우리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로마를 함락시키고 카멜롯의 깃발을 꽂자!"

"기사들이여, 드디어 우리 브리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하얀색 중장갑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면서 보병들의 사기를 드높혔다. 브리튼군의 사기는 높다. 뜻밖의 세력에게서 지원군이 도착하였고, 10만 대군이 뒤에서 버티고 있었으므로 패배는 결코 없을 것이라 믿었다.

뿔나팔을 불고 깃발을 높게 치켜든다.

북을 치면서 왕들의 진격을 알린다.

로마를 두렵게 만든 두 강대국들이 불과 반나절이라는 시간도 안 되어 굳건하게 동맹, 혈맹에 가까운 관계가 되어 로마 타도를 외쳤다.

상대방이 배신할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브리튼과 동고트는 이번 기회에 로마를 멸망시키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역공을 받아서 멸망당할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브리튼과 동고트는 서로의 존재가 사라진다면 결코 버틸 수 없었다.

"공격하라!"

"제 1진! 진격하라-----!!"

"로마를 짓밟아버리자!"

가장 먼저 진격한 것은 브리튼 기사단이었다.

그에 로마 군단에서 응전을 시작한 것은 코끼리를 주력부대로 삼은 상병대였다. 덩치가 매우 큰 코끼리를 보며 브리튼 기사단은 말고삐를 틀어서 크게 선회. 좌측과 우측으로 급하게 선회한다. 코끼리에게 잘못 밟히기라도 하면 곧바로 타고 있는 말과 함께 으스러진다. 코끼리의 위에서 활을 쏘아내는 야만족 궁수들의 공격을 피해서 기사단들이 산개하여 흩어졌다.

꾸와아아악!!

쿠오오오오오오오!!

코끼리들이 마치 포효하는 것처럼 사납게 울었다.

로마의 속국이라 할 수 있는 안티오크 출신의 야만인들이 코끼리의 등에 매달아놓은 가마 위에서 유연하게 활을 쏘아냈다. 웃통을 벗고서 기괴하게 문양을 몸에 그린 전사들은 코끼리를 다루면서 브리튼 기사단의 진격로를 막아버렸고, 위용이 넘치는 모습으로 브리튼 군단에 진격을 개시하였다.

"기사단이다. 모두 방패를 들어라!"

"기사단의 공격을 막는다."

"장창을 들고서 그대로 대기해라."

집정관 게르마누스가 이끄는 군단들은 로마에서도 정예병으로 이름이 높다. 브리튼 기사단들이 크게 선회하여 공격을 시도하려고 하자, 그 진격 루트에 방패병을 세워놓음으로서 그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날카로운 장창들이 방패 사이로 삐져나와서는 방책처럼 대형을 구성한다. 그를 본 가웨인은 결코 저 방벽을 뚫어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는 다시금 기사단들에게 공격을 포기하고 선회를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투창 준비!"

"코끼리가 온다. 궁수부대는 즉시 활을 쏠 준비를 하라."

"엘프 레인저. 덩치 큰 괴물의 눈을 노려라. 아니면 코라도 좋다."

수십 마리에 달하는 코끼리들이 브리튼 진영의 인근에 도달하였지만 덩치 큰 괴수들이 직접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덩치만 컸지 기동력은 최악에 가까운 코끼리가 접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수천 명의 궁수부대들이 활을 쏘아낸 것이다. 하늘이 일시에 새카맣게 물들 정도의 화살비들이 쏟아지면서 수십 마리에 달하는 코끼리들을 일시에 무너뜨렸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운용하는 상병대는 분명 보병전에 있어서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전차였지만, 그에 대한 방책이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상대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선 코끼리는 길게 휘두를 수 있는 코가 약하다.

코끼리에게 있어서 코는 워낙 민감한 부위라서 조금이라도 상처가 생기면 고통으로 미쳐 날뛰어서 통제가 불가능하다. 그 코에 화살과 투창이 연이어 내려꽂히자 코끼리가 그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엘프 레인저들은 멀리서 보기에는 동전보다도 작아보이는 코끼리의 눈을 정확하게 적중시켰다. 숲의 요정들은 거칠게 몰아치는 괴물을 보고서도 공포에 떠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능숙하게 반각하면서 로마 상병대를 무너뜨렸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

두둥! 둥둥둥둥! 두우웅!!

그리고 코끼리들이 겁을 집어먹을 수 있도록 북소리를 높이고 고각나팔을 울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쏟아지는 화살과 투창. 그리고 귀를 찢어발길 정도로 몰아치는 소음까지.

코끼리는 일제히 소리를 지르거나 나팔을 불면 방향을 돌려 도망쳐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사례가 이미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상병대에 대한 대책이 이미 알려져 있는 것이다. 브리튼 병사들이 일제히 고함소리를 토해내니 그 포효에 놀라 코끼리들이 육중한 몸을 뒤척이며 등에 타고 있던 야만족 전사들을 떨어트렸다.

"공격! 공격하라!"

"적이 풀어놓은 괴물은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로마를 공격하자!"

브리튼 주력 부대들이 드디어 진격을 시도했다.

로마 상병대들은 이미 궤멸 직전이었고, 오히려 자기네들끼리 쓰러지면서 자멸의 길을 걸었다. 그를 보면서 브리튼 병사들은 쾌재를 불렀지만, 곧이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거대한 바윗돌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로마 군단이 운용하고 있는 거인 군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이 기괴하게 짓이겨지고 간신히 눈과 코 역할을 하는 신체 부위가 보인다. 온몸에는 상처를 꿰맨듯한 자국으로 가득하였고, 흉악하게 생긴 외모와 신체는 브리튼 병사들의 공포를 일으켰다. 로마의 속국인 카파도니아에서 운용하고 있는 사악한 주술사들이 인체 실험을 통해서 인위적으로 만든 거인들이다.

그 덩치가 3미터, 4미터에 달하는 괴물들은 투석기처럼 기괴하게 긴 팔을 이용해서 돌덩이를 내던졌다. 그 돌덩이에 가웨인이 이끄는 기사단에 큰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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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보면 코끼리 부대가 로한의 기병대를 휩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코끼리는 생물학적으로 말을 두려워하기 때문. 보병대한테는 효과가 좋지만 기병대를 상대로 하면 불리하다. 그래서 고대 시대 이후로는 상병대는 운용되지 않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코끼리 부대도 사실상 불가능한 허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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