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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를 향해서

007

로마의 집정관 칼리니쿠스는 원로원들을 소집하여 새롭게 갈리아로 부임한 아치볼드 웨이벨까지도 브리튼을 막아내지 못하고 전멸하고, 지휘관까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당연히 웨이벨이 활약하여 브리튼을 물리칠 거라고 믿었건 원로원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로마의 원로원 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공직을 오랫동안 수행한 경험이 있어야 했고, 무엇보다 가문의 재산이 많아야 했다. 총 600명으로 구성되는 의원들은 대부분 출신이 좋은 귀족이었으며, 그를 제외한 의원들은 민회에 속한 평민 출신이었다. 그 출신이 귀족이든 평민이든 지금의 사태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은 같았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리고 그것도 용맹한 프롤과 지략가 웨이벨이 패배하고 목숨을 잃었다. 소규모 병력이었다면 이해라고 하겠는데, 모두 3만에 달하는 대병력을 투입시켰는데도 패전하였다. 심지어 그에 맞서는 브리튼 군사들은 로마의 대병력에 미치지도 못하는 소규모였다. 로마의 이름 높은 명장들이 총독으로 부임되었음에도 패전한 것은 지독히도 무서운 악몽이었다.

이미 수도 로마에서는 브리튼의 활약과 로마의 연이은 패전에 대해서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백성들이 둘셋 정도가 모이면 항상 그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다행인 점은 로마 본국으로 쳐들어오지는 않는 것일까.

"벨리사리우스 장군을 부릅시다! 나르세스 장군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벨리사리우스 장군은 페르시아 전선에, 그리고 나르세스 장군은 동고트 왕국의 잔당을 소탕하고 있는 중이지 않소?"

"그러면 루키우스 전하는......"

"게르마니아 전선에 계시오."

로마는 그 영토가 지나치게 넓은 만큼, 적국과 대치하고 있는 전선이 너무도 많다. 이미 로마를 대표하는 명장들은 각 전선에 투입된 상황이었고, 그들 모두 따로 자리를 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각 전선에서도 시급한 전황을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는 일전일퇴를 반복하는 상황이었고, 동고트 왕국의 멸망 이후 나라를 재건하려는 동고트인들의 저항 또한 매섭다. 그리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다시금 나라를 되찾으려고 발악하는 게르만인들까지 합치면 머리가 아파온다.

"이번에는 내가 가겠소! 약소국 브리튼을 궤멸시키고 잃었던 로마의 영광을 되찾아오겠소!"

원로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서 의기 높은 외침이 가득 메웠다.

그에 놀란 의원들이 건장한 남성을 바라보았다. 황금 갑옷을 걸치고서 의젓하게 선 용장을 본 의원들은 화색이 돌면서 그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브리튼의 군주로 인해 피폐해진 로마의 영광을 다시 재탈환할 수 있는 인물이었고, 그가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앞에서 거론한 세 명의 명장보다는 그 서열이 낮았지만 대단한 인물인 것에는 이견이 없다.

왕제(王弟) 게르마누스.

명망이 높았던 명장이자 현 황제인 유스티니아누스의 뒤를 이어서 황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황위 계승자였다.

또한 원로원의 단 둘 밖에 없는 집정관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칼리니쿠스가 로마의 내정을 살피는 집정관이었다면, 게르마누스는 로마의 외정을 살피는 집정관이다. 그는 용감하게도 집정관인 자신이 직접 나서서 로마의 적을 토벌하겠다고 천명했다.

"왕제 전하께서 가주신다면 다행입니다."

"로마의 집정관께서 직접 가신다면 아군의 사기도 하늘을 찌를 것이고, 브리튼을 몰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드디어 브리튼도 적수를 만났군요."

로마의 집정관이 직접 나선다는 말에 의원들이 찬사를 보내며 외쳤다.

그들에게 있어 브리튼과 싸우다가 패전한 프롤과 웨이벨의 존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황제에게 인정을 받았을 정도로 무용과 지략이 뛰어났던 야전 사령관들은 무능하여 패배하였다고 단언하고는, 집정관 게르마누스라면 분명 승리를 거둘 것이라 확신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로마의 집정관이 패배하였다면 그것은 로마의 운명을 흔들리게 만드는 재앙이 브리튼에 있다는 것이니까. 로마는 지금까지 버텨왔고, 게르만에게 점령당했던 로마의 반쪽 영토를 탈환했다. 그 탈환 작전에 투입되었던 명장들이 잇달아서 당하고 있다는 것은 로마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치욕과도 같았다.

"가능하겠습니까?"

집정관 칼리니쿠스가 물었다.

그에 또다른 집정관 게르마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오."

"병력은 어느 정도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내 휘하에 잘 훈련된 군사 1만이 있고, 로마 인근에 3만이 있소. 그들을 데리고 가서 브리튼을 짓밟아버리겠소."

앞서 갈리아 병력을 동원한 갈리아 총독들과는 달리, 로마의 집정관은 로마 본국에 있는 병력들을 대동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게르마누스는 자신의 형이자 로마 제국의 황제에게 건의를 넣은 뒤였고, 곧이어 승인을 받아냈다. 지금의 황제 또한 번번히 승전을 거두는 브리튼의 왕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명장으로 이름 높은 자신의 동생에 나서겠다고 호언장담하니, 그를 굳게 믿었다. 자신의 동생이라면 분명 브리튼의 군주를 고꾸라뜨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수십에 달하는 거인 군단과 수백에 달하는 주술사들을 모두 투입시키면서 지금까지 갈리아 총독에게서 보고에 적힌 '대마법사 멀린'과 원탁의 기사단들을 대비했다. 브리튼은 아직까지도 인외의 존재들이 설치고 있다고 한다. 드루이드와 요정, 엘프에 이르기까지. 아직까지도 인외와 공존하려는 미개한 족속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그를 짓밟을 막대한 전력이 필요했다.

코끼리 기병을 다루는 상병대와 뛰어난 전력을 가진 게르만 출신의 기병대들까지. 로마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전력을 투입시키면서 브리튼을 확실하게 밟아버릴 준비를 취했다.

008

브리튼은 연이은 승전으로 그 과정에서 얻은 전리품들 덕분에 전비를 마련할 걱정은 없어졌다.

갈리아 현지에서 마련하고 있는 식량 또한 넉넉했고, 다시 전쟁을 준비한다고 해서 무리될 건 없었다. 브리튼 본국은 아그라베인이 내정관으로 훌륭하게 선정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본국으로 이동할 이유 또한 없다. 계속해서 전쟁을 지속시켜도 손해볼 것은 없다.

군사들을 나누어서 남하를 시작했고, 점령하지 못한 갈리아 지역들을 복속시키기 시작했다. 약탈과 방화를 반복한 브리튼에 악감정을 가진 도시들은 저항을 일삼았지만, 그 저항은 사흘도 가지 못했다. 막강한 전력을 가진 원탁의 기사단들이 활약한 덕분이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막강한 브리튼의 전력에 공포를 느끼면서 항복과 종속을 선언했다.

진심으로 충성을 바친 것은 아니고, 로마 본국에서 원정군이 파견되면 알아서 배반할 족속들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도 로마 본국에서 파병될 로마 군세들을 궤멸시키면 알아서 복종을 할 테니까.

"로마에서 또 원정군들이 파견될 텐데?"

"그 때마다 이기면 돼. 물론 언제까지 연승을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멀린의 말에 대답하면서 비세리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대병력을 이끄는 지휘관으로서 언제나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자만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고,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는 존재는 없다. 지금은 이기더라도 다음 전투에서는 패전할 수 있으며, 다음 전투에서 또 이기더라도 그 다음 전투에서는 패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언제나 패전을 염두에 두고 그를 대처해야 한다.

최선의 상태로 전투에 임하고, 승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군인이며, 지휘관이다.

매번 이길 수는 없었기에 그만큼 패전을 두려워하고 그에 대한 방책을 구성해야 했다.

"서방님이라면 이길 수 있어. 브리튼에는 귀여운 아내가 있잖아? 언젠가 아이도 태어날 테니까."

"흠. 그랬으면 좋겠는데."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 패전을 반복하는 졸장부가 되어서는 태어날 아이를 볼 낯이 없을 테니까.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결코 패배할 수 없는 이유. 언제나 태어날 아이와 그 미래를 위해서라도 브리튼은 져서는 안 된다. 패배할 수 없었다.

"이번에 오는 로마 원정군을 격파하고 원정을 떠날 거야."

"한니발처럼?"

"그렇게 될 지도 몰라."

"산맥이라도 넘을 셈이야?"

그 말에 비세리온은 '그럴지도 모르지'라는 애매한 답변으로 돌려주었다.

앞으로 어떻게 전황이 흘러갈지는 모른다. 그게 바로 전쟁이다. 로마 본국에서 출발한 원정군에 의해 무참히 패전할 가능성도 있었고, 그 원정군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도 있었다. 그 두 가지의 결과가 아닌 또다른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전쟁의 승패와 그 결과에 대해서 아는 존재는 아마도 신 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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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레바의 섬란 카구라 방송을 보고....

어우 재밌다. 도네를 왕창 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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