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22화 (122/195)

122====================

갈리아를 향해서

004

뒤로 후퇴하면서 거리를 벌리던 브리튼군이 반전.

드디어 전면전을 개시하였다. 진창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로마의 중장보병들이 그제서야 방패를 치켜올리면서 공격에 대비했다. 브리튼의 경보병들이 돌격을 감행하면서 백병전에 돌입했다. 진창에 빠졌다고는 하나, 대제국의 정예병으로 결코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밀어붙였다. 체력이 현저히 소진되었음에도 오히려 브리튼 보병대를 압도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브리튼의 개들을 죽여라!"

"브리튼을 위하여!"

"밀어붙여! 돌파해!"

"저지하라! 우리가 뚫려서는 안 된다!"

보병들이 뒤섞이면서 치열하게 접전을 펼쳤다.

육중한 방패로 후려치면서 브리튼 병사의 머리가 으깨지고, 짧은 단검으로 중장갑의 이음새 부분을 찔러버리면서 로마 중장보병을 죽였다. 진흙밭에 뒤엉키면서 처절하게 싸우는 광경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빛나던 갑옷에 진흙이 묻고, 손에서 놓친 예리한 칼날은 진흙을 뒹굴었다.

사방에서 피분수가 펼쳐진다.

보병들끼리의 전투가 펼쳐지면서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5천에 달하는 중장보병들은 방어를 굳건히 하면서 방패로 이루어진 성벽을 유지하였고, 브리튼 보병대는 결코 그 성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창검으로 내려찍었지만 방패는 결코 뚫리지 않았고, 가까이 붙으면 방패 사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창이 뻗어나오면서 사정없이 찔렀다.

브리튼 보병대를 이끄는 장수는 제레인트와 베디비어였다.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적의 예봉을 묶어두는 '모루'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적어도 로마의 중장보병들을 묶어두는 것만으로도 전황의 이점을 브리튼이 가지고 간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서 선두에서 싸우고 있는 보병대의 양측으로 브리튼 기병대와 함께 소규모의 보병부대들이 난입하면서 포위를 시작했다. 브리튼 진영은 점점 로마 병력을 포위하는 부채꼴 모양으로 발전하고 있었고, 그것을 파악하지 못할 웨이벨 총독이 아니다. 그는 부관들에게 명령하여 정면이 아닌 좌우측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병전에 추가 병력을 투입시켰다.

그나마 웨이벨 총독의 명령을 듣고 있는 갈리아 병력이 움직인다.

좌측과 우측을 점령하려는 브리튼 병력에 맞서서 갈리아 병력은 그 진격을 저지시키고 있었다. 전황은 백중지세를 이룬다. 어느 세력도 쉽게 고지를 점령하지 못했다. 적어도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인물은 없었다.

"브리튼을 쳐부숴라!"

"로마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

"갈리아의 아들들아, 우리들에게 패배는 없다!"

예상 이외로 갈리아 병력들이 분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비세리온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웨이벨도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갈리아 병력들이 사기를 고무시키면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비세리온이 명령을 하달했다.

"아서, 란슬롯. 좌측과 우측을 공격해서 아군의 진격로를 위한 활로를 열어라."

"알겠습니다, 오라버니!"

결국 본군에서 버티고 있던 아서와 란슬롯을 긴급하게 현장으로 투입시켜야 했다. 아서와 란슬롯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예비대를 이끌고 있었는데, 그들을 전부 이끌면서 좌측과 우측을 공격했다.

기사왕과 호수의 기사가 전선에 본격적으로 투입.

좌측은 아서의 뛰어난 지휘를 통해서 점점 갈리아 병력을 토벌하기 시작했고, 란슬롯은 직접 뛰어들어서 아론다이트를 휘두르며 사투를 벌였다. 란슬롯의 의해 로마 출신의 군관들이 몇이나 죽어나갔다. 적진에 뛰어들어서 적장을 베어내는 모습은 실로 용맹했다.

"후후후. 당황한 눈치야."

전장을 바라보며 방관자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멀린.

황혼의 마법사는 이번 전투에 참전하지 않고서 후방으로 물러나 구경하고 있었다.

그녀는 변덕스러운 성격이다. 어느 전투에서는 나찰처럼 무서운 마법사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전투에서는 살육을 꺼려했다. 마치 이중인격자처럼 말이다. 지금의 그녀는 나긋나긋한 모습을 보였다. 멀린의 행동을 파악하는 것은 비세리온이라고 해도 불가능했다. 그녀는 언제나 변덕스러운 바람과 같았으니까.

"갈리아가 대체 왜? 무슨 이유로 로마의 편을 드는 거지? 내 예상이라면 벌써 도망치고도 남았어야 했는데."

"서방님의 예상이 틀릴 때고 있나 봐?"

"나라고 해서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지는 못 해."

무슨 심중의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는 몰라도 갈리아 병력들은 결코 웨이벨을 배신하지 않았다.

수십 명의 갈리아 귀족들이 아군 병력을 버리고 도주하였지만, 그 부하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뜨겁게 분전하면서 브리튼 병력과 충돌했다. 명령 체계가 무너졌음에도 아슬아슬하게 대형을 유지한다. 지금 브리튼 병력과 대등하고 싸우고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에 가깝다.

대체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건지.

웨이벨은 결코 그들에게 그 어떤 포상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오로지 로마를 향한 봉사와 의무를 입에 담으면서 압박하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갈리아 출신의 병사들은 전선을 이탈하지 않았다.

전장의 좌측과 우측에서 조금씩 브리튼 병력들이 진출을 시작했고, 그를 저지하던 갈리아 병력이 뒤로 물러났다. 아서와 란슬롯이 투입되면서부터 전장의 상황은 브리튼에게 유리하도록 흘러갔고, 결정타처럼 로토마구스를 점령하러 떠났던 가웨인과 가레스가 이끄는 브리튼 기병대가 적의 후미를 들이친 것이다.

오크니의 공주자매들이 이끄는 기병대야말로 브리튼의 '망치'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기병대가 돌연 달려와서는 후미를 공격하자, 후미는 비교적 치중이 가벼운 병력들로 운용되고 있던 갈리아 군세가 크게 당황했다.

모든 전선에서 갈리아 병사가 후퇴하기 시작했다.

좌측과 우측은 물론, 정면에서 싸우고 있던 로마 중장보병들까지도 기세에 눌려서는 한 걸음씩 물러서고 있었다. 팔랑크스 대형은 결코 한 걸음조차도 가볍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굳건한 성벽처럼 버티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한계가 찾아왔다는 것이겠지.

"총독님, 아군이 밀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진형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퇴각을! 활로를 열겠습니다."

"후미를 적 기병대가 들이치고 있습니다."

부관들이 고함을 내지르면서 퇴각을 종용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아치볼드 웨이벨은 당치도 않다는 듯이 소리쳤다.

"웃기지 마라! 나는 대제국 로마의 군관이다! 부하들을 버리고는 단 한 걸음이라도 전선을 이탈하지 않겠다!"

갈리아 총독이 드디어 칼을 빼내들었다.

어느 누구처럼 결코 몸을 가볍게 움직이지 않았던 총독이었으나, 궁지에 몰리자 옥쇄할 각오를 다졌다. 퇴각을 종용하던 부관들은 거세게 항의했지만 그의 억센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서 마상창을 치켜들었다. 적어도 웨이벨을 따르던 부관들 중에 후퇴하는 자가 없었다.

"하, 하지만 총독님에게는 아직 어린 여식이....."

"내 딸아이에게 설령 죽은 아버지가 되더라도 비겁한 아버지는 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내 고집을 이해하길 바란다."

부하들에게 당당하게 소리치던 웨이벨이 드디어 박차를 차고서 달려나갔다.

그는 호기롭게도 로마 중장보병들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서 최전선에서 싸웠고, 심지어 브리튼 보병대와 칼을 겨루면서 사투를 벌였다. 총사령관이 직접 칼을 들고서 싸운다. 부관들은 일부러 전령들을 불러서 그 소식을 전파시키면서 로마 병력 뿐만 아니라 갈리아 병력까지도 고무시켰다.

아치볼드 웨이벨은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황금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번쩍거리는 갑옷은 눈에 쉽게 띄었다. 비록 더러운 진흙이 묻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서 싸웠다. 적어도 프롤 따위와는 달랐다. 그는 개인의 명예보다는 로마의 명예를 위해서 싸우고, 적어도 개인의 공훈을 위해서 혼자서 적진에 돌격하는 필부는 아니었다.

전투가 지속될수록 전선을 이탈하는 갈리아 병력들이 증가했다. 후미를 공격하고 있는 브리튼 기병대를 일부러 추격을 개시하지 않았고, 전선을 이탈하는 탈영병이 급증했다. 그리고 점점 병력 규모가 적어질수록 포위 공격을 개시하는 브리튼 병력들이 거세게 밀어붙였다.

3만에 달했던 대병력이 그 절반에 해당되는 1만 5천의 브리튼 병력에게 포위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웨이벨을 배반한 갈리아 귀족들이 너무도 많았던 탓이다. 실제로 전사한 병력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보다 두 배는 많은 병력들이 도주해버렸다. 그 때문에 병력의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브리튼에게 포위당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

RicaEST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

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