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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를 향해서
002
루테시아에서 주둔하고 있던 3만에 달하는 로마의 대병력이 드디어 출진을 시작했다.
웨이벨 총독은 갈리아의 북부 도시들이 연이어 브리튼에 점령당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고, 도시들이 점령당할 때마다 브리튼에게 공포를 느끼는 갈리아 귀족과 백성들을 '멍청한 겁쟁이'라고 욕하면서 브리튼군과의 일전을 준비하였다.
갈리아의 병력은 보병 위주로 전환되어 있었는데, 기병부대들은 전임 총독이었던 프롤에 의해 대부분이 전멸하였기 때문이다. 로마 본국에서 온 중장보병들을 선주에 내세우고서 그 뒤에는 장창병을 배치시켰다. 중장보병들은 몸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방패를 치켜들고 있었고 그 뒤를 장창병이 함께하였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의 팔랑크스를 흉내낸 스쿠타토이(scutatoi) 진형처럼 보였다.
"진형을 흐트리지 마라! 진형을 흐트리지 마라!"
"방패병은 방패를, 장창병은 장창을 높게 들어라!"
"진형을 이탈하는 자는 무조건 처형시키겠다!"
웨이벨 총독과 함께 로마 본국에서 부임한 군관들이 말을 타고서 진형을 누비면서 갈리아 병력들을 다독이거나 으름장을 놓으면서 진형 구성에 여념이 없었다.
부대들 간의 치중이 모두 보병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당연히 진형을 구성하는 것에 관심이 크게 쏠렸다. 보병들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저 밀집대형을 구성하면 반드시 이긴다. 로마가 보병을 운용하는 방식이 그러했다. 밀집대형은 당연한 것처럼 운용되었고, 밀집대형이 무너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패배를 의미한다.
로마는 보병에 의해서 세워진 제국이다.
장창과 방패를 이용한 스쿠타토이 대형으로 사산조 페르시아와의 전투에서 연승을 거두었으며, 그것의 모티브는 고대 그리스가 사용하였던 팔랑크스 진형이었다. 과거 로마가 그리스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팔랑크스 지형을 무너뜨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웨이벨은 과거 로마가 멸망시킨 고대 그리스의 진형을 도입하여 사용했다. 그리고 스쿠타토이 진형을 사용하면 필시 기병부대를 주축으로 하는 브리튼 병력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거라고 생각했다.
"로마의 스쿠타토이 대형.... 인데요."
"그러게. 여기서 동원할 줄이야."
수천에 달하는 방패병들은 하나의 성벽을 이루고 있었고, 그것을 뚫어내리란 어려워 보인다. 비세리온과 아서는 브리튼군의 선두에 서서 적의 움직임을 관찰하였고, 그들의 치중이 보병부대 쪽으로 치우쳐졌다는 것을 파악했다.
프롤이 거나하게 말아먹은 탓이겠지.
그에 대해서 의구심은 없다. 로마 병력이 보병부대 밖에 없다는 것은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오히려 기병부대들이 다수였다면 그게 더 이상했으리라.
아무튼 적병은 보병부대를 위시로 하여 진형 유지를 통해서 전황의 유리함을 가져가고 있었다. 그 어떤 정예 기병부대라 할 지라도 수천에 달하는 장창 대형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하, 이제 어떻게 할까요?"
가웨인이 물었다.
그녀로서도 기병부대를 돌격시키는 것은 무리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태양의 기사 뿐만이 아니다.
전선에 참전하고 있는 모든 브리튼 기사들 또한 돌격을 꺼리고 있었다. 갈리아 병력들은 겁에 질려 있었지만, 적어도 웨이벨과 함께 로마 본국에서 온 중장보병들은 무섭다. 저 두꺼운 갑옷은 화살과 투창조차도 튕겨내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로마의 제련 기술은 대단했다.
"우선 트리스탄. 엘프들과 함께 적을 교란하라."
"알겠습니다, 전하."
대 갈리아 전선에서 특히 활약을 거듭 하고 있던 트리스탄이 나섰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엘프 여성은 동료들과 함께 능숙한 솜씨로 말에 올랐고, 늘씬한 다리를 뻗으면서 말에 올라타는 모습은 남성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말에 올라탄 엘프들은 모두 활을 치켜들면서 말고삐를 당겼고, 곧이어 엘프들로 구성된 궁기병대가 전장을 가로지르면서 활을 쏘아냈다.
파바바바박!!
수백 발에 달하는 화살들이 곡선을 그리면서 쏘아졌다.
하지만 그 화살들은 두꺼운 방패와 갑옷을 뚫어내지 못하고 후두둑 떨어졌다. 선두에는 로마의 중장보병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화살 공격에는 무리가 컸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장을 크게 선회하면서 로마 보병부대의 측면을 노렸다.
그 측면은 비교적 얇은 방패와 갑옷을 입은 경보병대가 버티고 있었고, 엘프들의 화살은 사정없이 경보병들에게 꽂혔다. 측면에서 진형을 구성하고 있던 경보병들의 피해가 확산. 하지만 그럼에도 화살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경보병들에게 퇴각을 거론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형을 무너뜨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점을 아서가 수상하게 여겼다.
"이상하네요. 어째서 대형을 변환하지 않는 거죠? 이대로는 궁기병들에게 입는 피해가 더 커질 텐데요?"
"팔랑크스 대형의 문제점이지. 대형의 유연한 변환 자체가 불가능해. 애초에 장창과 방패부대를 전선에 내세우면서 기동력 따위는 개나 줘버린 식이야. 애초에 적 부대에 기병대가 없는 시점에서부터 기동력은 그냥 끝나버린 거나 다름이 없어."
"예? 그러면 왜 웨이벨이라는 총독은 팔랑크스를 택한 건데요?"
"그거 밖에 모르니까."
비세리온이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산조 페르시아와의 전쟁으로 반평생을 보낸 아치볼드 웨이벨이라는 이름의 중년 장군을 갈리아로 보낸 것은 로마 황제의 불찰이다. 왜냐하면 웨이벨은 갈리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무지렁뱅이였고, 그에게 있어 습기가 많고 눅눅한 환경을 띄고 있는 갈리아는 생소한 환경과도 같았다.
적어도 브리튼과 갈리아는 비슷한 기후와 환경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브리튼군은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그 환경에 녹아들 수 있었다. 반면 로마 본국에서 온 중장보병들은 웨이벨 총독과 마찬가지로 갈리아의 환경에 익숙하지가 않다.
질척질척거리는 늪지대와 같은 토양은 그들에게 있어서 최악의 환경과도 같았고, 그렇지 않아도 육중한 방패와 갑옷을 껴입고 있었기 때문에 발이 계속 진창에 빠졌다. 육안으로 보면 굳건한 땅이라고 생각했던 지면이 사실은 질척거리는 늪지대에 가깝다. 팔랑크스 대형을 유지하고 있는 보병부대가 전진하면 전진할수록 진창에 빠지는 병력이 늘어났다.
"페르이사와의 전쟁에사 로마 장군들이 겪는 문제점이 뭘까? 그건 바로 팔랑크스 대형을 가장 완벽한 대형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야. 페르시아는 경보병과 경기병대 밖에 없으니 팔랑크스 대형을 구성하면 백전백승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그것 말고는 진형을 따로 변환하지를 않아. 그래서 문제점이 발생해. 유연한 사고방식이 불가능하게 되지."
아치볼드 웨이벨은 순도 높은 순철이다.
철은 다른 금속과 섞이지 않는다면 강도가 약한 고철이 되어버리고 만다. 분명 갈리아 출신의 부관들은 완고한 성격의 총독에게 갈리아의 지형과 환경에 대해서 여러 차례나 거론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웨이벨은 갈리아 부관들이 모두 브리튼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도망친 겁쟁이들 뿐이라면서 그들의 의견을 모두 무시해버리고 말았다. 고귀하고 명예로운 로마 장군에게 있어 갈리아 출신들은 그저 속국 신민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로마의 승리를 위한 부속품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가웨인, 가레스."
"예, 전하!"
이번에는 오크니 왕국의 공주자매들을 불렀다.
그녀들은 부복하면서 군주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고, 곧이어 그녀들에게 명령했다.
"기병 1천으로 적 후방에 있는 로토마구스를 점령해. 적을 교란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브리튼 군영에서 1천에 달하는 기병대가 별동대로서의 임무를 띄고서 출진했다.
방패병과 장창병을 앞세우고 있던 로마 병력들은 '드디어 공격이 오는구나!'라면서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지만 애꿎게도 브리튼 기병대는 그들을 크게 선회하여 지나침으로서 공격 범위에 닿지 않았다.
그를 수상하게 여긴 웨이벨은 그들이 아군 부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방에 있는 도시 로토마구스를 점령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탄식했다. 저들은 포위 공격을 펼치려는 것이다. 물론 로토마구스를 사수하기 위해서 다수의 병력을 포진시켰지만 그들을 신용할 수는 없었다. 로토마구스에는 갈리아 출신의 병력들을 배치시켰기 때문이다.
적어도 로토마구스의 병력들이 브리튼 기병대를 상대로 사력을 다해서 싸운다면 사수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로토마구스를 공격하는 브리튼 병력들을 물리칠 수만 있다면 전황은 로마 쪽으로 유리해진다. 브리튼군은 현재 기마 병력들을 대부분 내보내고, 오로지 보병 병력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보병끼리의 전투가 벌어진다면 당연히 로마로서는 유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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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명장이라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익숙하지 않은 적군과 싸우면 망할 수밖에 없다.
신립이 그랬다.
여진족을 탈탈 털어서 북방의 명장으로 불렸지만, 탄금대에서.....그만... 조총을 상대로 기병대를 돌격시키지를 않나, 배수진을 치지 않나. 조총이라는 병기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했어도 지진 않았다.
조총의 문제점
1. 장전이 오래 걸림.
2. 비 오는 날에 못 씀.
3. 사정거리 똥망.
4. 명중률 똥망.
5. 기습에 약함.
그런 조총병을 상대로 개돌...
여진족을 상대하는 줄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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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12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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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