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19화 (119/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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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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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 1만 5천의 군세가 움직인 것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막 찾아왔을 무렵이었다.

군사들을 재정비하고 군비 또한 충분히 마련한 뒤였기에 빠른 시일내로 군사를 일으킬 수 있었다. 브리튼군은 갈리아 지역에서도 브리튼에 가장 가까운 칼레 항으로 상륙. 칼레 항에는 비교적 적은 갈리아 병력 밖에 없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상륙이 이루어졌다.

"예상외로, 저항이 덜한 것 같아요."

아서가 말했다.

웨일즈 병력 또한 이번 갈리아 원정에 참전하였다. 캐러독과 베디비어, 케이, 란슬롯 등의 용맹무쌍한 기사들을 대동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원정 규모를 대폭 늘렸다. 기존의 장수진에 웨일즈 기사들까지 합류하자 로마와 정면에서 싸우더라도 부족하지 않을 전력을 가지게 되었다.

"칼레는 상륙 저지에는 딱히 이로운 지형이 아냐."

"그렇다면..... 피해를 줄이고자 일부러 아군의 상륙을 방관했다는 뜻이네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현재 아치볼드 웨이벨의 본군은 루테시아(Lutetia)에 주둔하고 있었다. 루테시아는 갈리아 북부에 위치한 곳으로서, 최북단이라 할 수 있는 칼레에 있는 아군으로서는 갈리아를 정복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적으로 루테시아를 점령해야 했다.

루테시아는 센 강의 좌안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였는데, 갈리아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요충지였다. 지난번 갈리아 정복전에서는 푸아티에로 이동하기 위해서 루테시아를 그냥 지나쳐갔지만 이번은 달랐다. 애초에 갈리아 병력들이 루테시아에 집결한 까닭에 그를 지나쳐 가는 것은 퇴각로가 막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아마도 웨이벨은 자신의 최중요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루테시아 인근에서 결판을 지으려는 것 같았다. 칼레, 그러니까 로마인들이 칼레툼이라 부르는 항구도시에서 이동하여 플랑도르 영지로 이동. 루테시아에서 주둔하고 있는 갈리아 병력들과 묘한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

브리튼 병력은 플랑도르 영지에 넓게 포진하고서 주둔.

그에 반해서 갈리아 병력은 루테시아에서 주둔한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갈리아 북부 지역에 넓게 포진을 하고 있으면 뭔가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프롤 전처럼 쉽게 움직이는 기색이 없었다. 아마도 이번 총독은 꽤나 무거운 전투스타일을 가진 인물인 것 같았다.

"이렇게 대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겁니까?"

백금발의 여기사가 물었다.

아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베디비어는 브리튼 병력이 그 어떤 교전도 없이 플랑도르 영지에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다지 이로울 것이 없는 플랑도르에서 시간이나 까먹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들 만도 하다. 우리는 기껏 갈리아로 상륙하였지만 아무런 전투조차 벌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드높았던 아군 병력의 사기는 꺾이지 않을까,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있으리라. 베디비어는 전쟁교본의 정석대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모범생으로서 당연한 의문이라고 할까.

"글쎄. 갈리아는 지금 우리가 보는 것 만큼 제대로 된 상황이 아냐. 썩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웨이벨 총독은 부임하자마자 갈리아 귀족들을 탄압하고 그 재산과 병력들을 강탈해버렸지."

"....흐음, 그 말씀은 곧 갈리아의 민심은 현 총독에게 그리 달가운 반응이 아니다?"

"그렇지."

웨이벨 총독은 현재 전쟁에만 모든 신경을 쏟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브리튼군으로부터 대대적인 약탈로 인해 피폐해진 갈리아 서부의 피해를 등한시하고 내정을 갉아먹을 정도로 세율을 걷어버린 바람에 서부인들의 민심은 꽤나 사납다. 웨이벨로서는 브리튼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갈리아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거둔 것이겠지만 오히려 갈리아의 민심에는 역효과였다.

갈리아의 민심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건 웨이벨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로서는 브리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군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에게서 추가적인 세금을 거둘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갈리아 백성들의 민심이 돌아서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또한 갈리아 귀족들도 귀족 계급을 탄압하고 있는 웨이벨 총독의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총독이 귀족 계급을 탄압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갈리아 귀족들은 은밀하게 브리튼으로 비밀서한을 보낼 정도로 극심했다. 몇몇의 갈리아 귀족들은 이미 전쟁의 추후 상황을 살펴보면서 어느 노선으로 갈아탈지를 고민하고 있으리라.

"케이, 1천의 병력을 줄 터이니 로토마구스(루앙)를 점령해."

"응. 그건 상관 없는데....."

"그리고 가레스, 펠레노어. 경들에게도 각자 1천의 병력을 맡긴다. 랭스와 아미앵을 점령해라."

플랑도르 영지에서 주둔하고 있던 1만 5천의 병력들 중에서 총 3천에 달하는 병력을 분할. 병력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기사들을 추려내어 지휘관으로 삼고, 인근 지역들을 모두 점령할 것을 명령했다.

웨이벨이 혼란스러운 시국을 수습하기 위해서 루테시아에 짱박힌 이상 이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혼란스러운 시국을 더 흔들어버린다. 웨이벨 총독이 온전히 전쟁에만 전념할 수 없도록 혼란을 가중시키고 그들의 부관과 병사들이 공포에 젖도록 유도한다. 심리전은 단 한 명의 병사조차 희생시키지 않고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다.

002

웨이벨은 총 3만에 달하는 병력으로 루테시아에 주둔하고 있을 뿐, 다른 행동방침을 정하진 않았다.

자신의 휘하에 3만의 병력이 주어져 있었지만, 중간 지휘관 역할을 하는 갈리아 귀족들이 영 미더웠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갈리아 귀족들 중에서 브리튼과 내통하고 있는 인원들이 있다는 정보를 들어버렸다. 지금은 전시였기에 민심을 고려해서라도 그들을 함부로 처벌할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는 강대국 로마에 적대하고 있는 약소국을 상대로 내통을 저지른 이들을 처벌할 것이다.

그는 매우 고지식한 성격이다.

그 완고한 성격은 지휘관으로서는 분명 훌륭한 덕목이었지만, 갈리아 일국을 다스리는 총독치고는 그릇이 작았다. 전임 총독이었던 프롤과는 매우 대비적이다. 적어도 프롤은 정의와 관용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내정을 다스렸기에 갈리아 귀족들과는 친분이 깊었기 때문이다.

바지사장 수준으로 귀족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던 전임 총독과는 달리, 웨이벨은 철저히 철혈정치를 시작하면서 갈리아의 귀족 계급들과 단절을 택해버렸다. 과연 완고한 지휘관답다고 할까. 귀족들을 자신의 부하로 생각하고 있을 뿐, 공동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반평생을 전쟁으로 보낸 지휘관다운 모습이었다.

"켈트 출신의 귀족들이 수상한 자취를 보인다는 보고입니다."

"그들이라면.... 갈리아의 북부를 다스리는 자들이 아니던가."

"맞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그렇지 않아도 다루기 어려운 귀족들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던 총독이 반응했다.

전면전이 펼쳐진다면 그들이 브리튼 쪽으로 배반하지 않을 거라는 확증은 없다. 언제 배반할 지 모른다. 그 의심암귀는 총독의 현명한 지략을 흐리게 만들었다. 의심은 계속해서 또다른 의심을 낳았고, 뛰어난 지휘관은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플랑도르 영지에서 주둔하고 있던 브리튼 병력들이 출진.

인근에 위치한 루앙, 아미앵 등의 도시들을 점령하기 시작했다는 급보를 받았다. 연이어 도시들을 점령하면서 국지전으로 전황을 바꾸려는 비세리온의 의도를 깨달았다.

이대로 국지전으로 흘러간다면 갈리아의 민심을 잃은 자신에게 불리해진다. 도시를 책임지고 있는 귀족들이 브리튼으로 배반해버릴 테니까.

게다가 국지전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군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세금을 가중되게 걷어야 할 것인데 갈리아 백성들이 그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귀족들도 자신의 재산을 털어서까지 전쟁을 수행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로마든 브리튼이든 아무래도 좋을 테니까.

"총독! 이대로 북부의 도시들을 빼앗겨버리면.... 민심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귀족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브리튼에 도시를 잃은 유랑귀족들은 지금의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겁니다."

부관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파탄이 나버린 갈리아의 현 상황을 두고서 출진을 권유했다. 이대로 루테시아에 머무는 것은 오히려 패전할 확률을 높이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브리튼 병력드링 북부의 도시들을 점령을 반복한다면 아치볼드 웨이벨이라는 총독에 대해서 갈리아 귀족들의 불신이 더해질 테니까.

지금은 전황을 살펴볼 때가 아니라 출진할 때였다.

결국 국지전으로 몰고 가면서 브리튼의 의도대로 전황이 흘러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웨이벨은 어쩔 수 없이 3만의 병력들에게 출진 명령을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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