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전쟁 -->
006
새롭게 갈리아 총독으로 부임된 아치볼드 웨이벨은 전형적인 군인이었다.
군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면서 동시에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결벽증을 가진 성격에다가 깐깐하고 냉소적인 외모까지 겹쳐서 무척이나 꼰대스러운 면을 보였다. 이제 머리가 벗기기 시작한 중년 남성은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인물이었고, 그 부하들에게도 항상 의무에 대해서 가르쳤다.
"브리튼 따위가 쳐들어왔는데도 가만히 영지에만 박혀 있었다고?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비세리온 왕이 두려워 전임 총독 프롤이 전사하였음에도 비겁하게 영지에 숨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갈리아 귀족들을 모두 불러내어 처벌해버렸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새롭게 부임된 갈리아 총독이 갈리아로 오자마자 실시한 것이 바로 갈리아 귀족의 탄압이었으니 말이다. 반발이 터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들로서는 총독 프롤이 죽었으니 자신들 따위로는 결코 브리튼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라는 변명을 하였지만 완고한 성격의 신임 총독은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
조금의 예외사항도 없이 귀족들을 처벌.
그들 중에는 재산과 작위를 몰수하는 선에서 끝난 이들도 있는 반면, 병사들에 의해 질질 끌려나가서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버린 귀족도 있었다. 참형을 당한 귀족들은 브리튼에 의해 갈리아가 유린당하가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고 일부러 곡물 가격을 높이다가 적발된 이들이었다.
"이, 이건 너무 부당하오!"
"우리들로서도 어쩔 수 없었단 말입니다!"
"총독이 죽었는데, 우리가 이길 수나 있었겠습니까?!"
로마에 종속된 귀족들이니만큼 조국 로마가 위기에 빠졌을 당시에 목숨이 아까워 전쟁에 나서지 않은 자들을 처벌, 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총독님, 저들은 귀족이지 군인이 아닙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벌하지 않는다면 군율이 바로 서지를 않아!"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웨이벨은 그 죄질이 나쁜 귀족들의 작위를 몰수해버리고는 그들이 소유하고 있던 사병집단들을 흡수해버렸다.
웨이벨은 군율에 대해서는 깐깐하기 그지 없는 꼰대였지만 매우 노련한 지휘관이다. 로마의 대명장이라 불리는 벨리사리우스의 휘하에 있던 경력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이미 적당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을 뿐더러, 갈리아 귀족들을 체포하고 그 사병을 몰수함으로서 즉시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이 대폭 늘어났다.
그를 노리고서 일부러 귀족에 대한 탄압조치를 내린 것이리라.
아치볼드 웨이벨이라는 남성은 순도가 높은 철에 가깝다. 그 어떤 금속도 뒤섞이지 않은 순철. 하지만 아무런 금속조차 섞이지 않은 철은 부러지기 쉽다. 그런 양면성을 가진 갈리아 총독은 감히 대제국 로마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섬나라 쥐새끼들을 죽여버릴 생각으로 가득 했다.
"총독, 아키텐과 푸아티에 지역이 특히 그 피해가 상당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아르플뢰르 항에서 아군의 함대가 모조리 격멸되는 바람에 브리튼으로 상륙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전임 총독의 패전으로 기사 병력들도 현저히 부족하고요."
"솔직히 말해서 아군 병력의 사기는 밑바닥 수준입니다."
전임 총독이 싸질러놓은 전후 사정을 보살피기에도 바쁜 것이 바로 갈리아의 현 상황이다.
어디서 어떻게 손을 대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 웨이벨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비록 갈리아가 로마의 속국에 불과한 지역이라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뼈아픈 패배는 오랜만이다. 과거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로마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때가 바로 이런 심정이었을까. 물론 대명장 한니발을 겨우 브리튼 왕 따위에 비교하는 것은 과장된 말이겠지만.
우선 브리튼이 다시금 침공을 할 경우에 반격하기 위한 가용 병력은 확보를 해두었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각 항구 지역마다 방어거점을 편성하고 방어라인을 확고하게 수립하는 것이겠지. 우선 피폐하게 변한 갈리아 서부 상황은 브리튼을 모조리 격멸시킨 다음에 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갈리아 백성들은 로마의 훌륭한 신민이었기 때문에 소홀히 대할 생각은 없다. 웨이벨은 원래부터 평민 출신의 군관이었고, 속국의 백성이라고 할지라도 그 대우를 섭섭하게 하지는 않았다. 다른 군인들과는 달리 평민 출신의 하급 군관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작위에까지 오른 인물이었기에 군략에 대해서는 유순하게 대처했다.
"브리튼에서 온 첩자의 보고입니다. 수도 카멜롯에서 아직까지 8천의 병력이 해산하지 않고 집결하였다고 합니다."
"흥. 다시금 올 셈인가."
"예,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브리튼 왕은 결코 자신의 영토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대로 아군이 충분한 수의 전함들을 건조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고 하겠지."
물론 로마 본국에는 아직까지도 수많은 전함들이 버티고 있다.
'그리스의 불'을 내뿜어내는 최신예 그리스 전함들을 사용한다면 브리튼 따위는 단숨에 잿더미가 되어버리리라. 로마는 세계 최강국이다. 그 전함들은 수평선을 가득 메워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였고, 잘 훈련된 해병들 또한 로마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그들을 동원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현재 로마 제국의 동쪽에는 새롭게 떠오르는 강자인 사산조 페르시아가 있었다. 그리스의 불로 무장한 그리스 전함들은 현재 페르시아 해상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투입된 상황으로, 그들을 빠로 빼낼 수는 없었다. 로마에게 있어서 브리튼 따위보다도 페르시아가 더 상대하기 힘든 난적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웨이벨 총독은 본국에 해상 병력을 요청할 수가 없었다. 로마도 해상력을 장거리에 위치한 갈리아의 해역까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지금으로서는 브리튼의 본토로 향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없었고, 지금은 그저 브리튼의 공세를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서 방어거점을 견고하게 설치할 뿐이다.
"보검 클라렌트는 역시.... 저 더러운 브리튼에 있는 건가. 저따위 놈들에게 로마의 보검이 넘어가버리다니. 이건 유래 없을 치욕이다."
"예. 아마도 프롤 총독이 전사하고 그 보검은 브리튼의 왕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검이라 불리는 클라렌트였음에도 비세리온의 흥미를 끌지 못했고, 로마 황실이 자랑하는 그 보검은 카멜롯의 창고에 박혀있는 상태였다. 비세리온은 이미 클라렌트라는 존재에 대해 잊어버렸다. 이미 그에게는 성검 엑스칼리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안다면 로마 황실에 충성을 다하고 있는 웨이벨은 게거품을 물면서 분노할 것이다. 클라렌트는 로마의 3대 보검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 보검을 탈취한 주제에 창고에만 박아두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광분하겠지.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아군 병력은 적어도 3만. 하지만 규율도 엉망진창에다가 사기도 낮습니다. 그다지 병력으로서의 전력은 낮아보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굴려야지. 군율이 죽은 병사는 그냥 입에 칼을 물고 자살하는 게 나을 테니까."
웨이벨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엉덩이가 약한 겁쟁이 같은 갈리아 병사들을 어떻게 굴릴 지를 두고서 염두에 빠졌다.
우선 그 썩어빠진 근성부터 고쳐준 다음에 하루종일 빡센 훈련으로 굴려야한다. 갈리아의 겁쟁이들을 로마의 정예병으로 다시 재탄생을 시킨다. 브리튼은 곧 온다. 다시 군사들을 재정비시키고서 갈리아로 올 것이 확실하다.
브리튼의 왕에게 질 생각은 없다. 그는 로마의 속국을 침범하여 약탈과 방화를 저지르는 대역죄를 범하였다. 모든 세계는 로마의 영역이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지금의 이 시대는 로마의 것이며, 로마의 세상이다. 로마야말로 모든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에 거역하는 세력은 결코 살려둘 수 없었다.
대제국 로마의 이름으로 적을 처단한다.
지금은 그저 그들의 공세를 막을 뿐이지만, 갈리아 남부에서 건조하고 있는 전함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로 늘어나면 브리튼으로 상륙하여 오만한 왕과 그 부하들을 벌할 것이다.
==============================
레바 채널에서 절 보신 분이 계시군요.
ㅎㅎㅎㅎ 페그오 토모에고젠 그려달라고 부탁했는디.
레자바지♥
그 분을 영접하는 순간 '아, 이 사람이야말로 내 엉덩이다.'라고 직감이 왔습니다.
===============================
히리우디이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
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