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전쟁 -->
005
아그라베인이 물었다.
"주인님, 이번 분기의 국고 지출서입니다."
"고마워."
푸른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간결하게 정리한 여성에게서 양피지 더미들을 받았다. 카멜롯 왕성의 국고에서 사용된 지출서였고, 그 안에는 입출금된 예산들이 모두 관리되고 있었다.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다. 재정은 국정의 근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왕실령에서 거두어지는 세금을 포함해서 이번 전쟁을 통해서 벌어들인 전리품들까지. 국고에 쌓여있는 예산은 적지 않았다. 전쟁에서 매번 승리를 거두었고, 풍족한 국고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패배하면 나라의 기틀이 흔들리지만, 반대로 승리를 거두면 풍족한 국고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풍족하기로 유명한 갈리아 지역을 대대적으로 약탈하면서 벌어들인 약탈품과 3만에 달하는 로마 군단들을 전멸시키면서 얻은 전리품들까지. 무역선들이 몇 번이고 왕복하면서 실었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고, 참전한 병사들에게 소량을 지급하고도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이번에 론디니움의 템포 강에서 수해 문제 때문에 골치가 많다던데."
"예, 매번 우기가 되면 강이 범람하는 곳이니까요."
"그러면 치수 공사에 예산을 조금 투입하기로 할까. 강물을 잘 다스리면 수많은 농토를 얻을 수 있을 테고."
"알겠습니다."
아그라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그 어느 부분도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론디니움에 대해서는 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은 우선 전쟁의 재개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내치를 다질 때였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수적인 법전을 편찬하고, 세금을 거두는 데 오차가 없도록 귀족과 대상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막대한 토지를 조사한다. 그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사업이다. 적어도 귀족들의 뒷주머니에 들어가느라 국고가 비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테니까.
"우서에게서는 무슨 기미는 없어?"
"딱히 없습니다. 갈리아에서 로마가 대패하였다는 소식에 잠잠하다고 할까요? 믿었던 로마가 브리튼에 상륙하기는커녕 속국이었던 갈리아에서 대패를 하였으니까요. 혹시 몰라서 제가 임의로 부하들을 주변에 대치해두었습니다. 명령만 내리신다면 처리하겠습니다."
"좋아."
우선 모르간이 만든 맹독을 언제 사용할 지를 두고서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자연사처럼 보이는 독을 준비했다.
멀린이라면 눈치를 채겠지만 나 없으면 외로운 밤을 쓸쓸하게 달래야 할 그녀가 내가 우서를 독살해버렸다는 사실을 밝히지는 않겠지. 언제 한 번 멀린을 만나서 그를 상의하려 한다. 그녀의 눈은 속일 수 없을 테니까, 오히려 공범으로 만들어버리는 편이 좋겠지.
"우서는 브리튼에 필요 없는 인간입니다. 나라에 필요 없는 인간은.... 살려둘 이유도 없겠죠."
아그라베인은 여전히 우서 펜드래건이라는 과거의 망령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외세인 로마를 이용해서 브리튼의 왕권을 교체하려는 수작을 부린 뒤부터는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가계를 멀리 잡고 보면 우서와 먼 친척에 해당되지만 그럼에도 아그라베인은 매서운 반응을 보일 뿐이다.
국정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다루는 면이 있었기 때문일까. 사람의 가치과 무게를 재단하고 그에 대해서 판결을 내린다. 필요 있는 사람은 기용하고, 필요 없는 사람은 완벽하게 무시를 해버린다. 그녀가 바라본 나는 당연히 필요한 사람이겠지. 카멜롯의 군주이며,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지휘관이 아니던가.
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을 눈치챘는지 아그라베인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주인님은 제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입니다. 저의 주. 인. 님이시니까요."
남성을 자극하는 '주인님'이라는 호칭.
아그라베인은 가녀린 목에 검은색의 가죽 초커를 두르고 있었다. 마치 개목걸이처럼 보인다. 남성의 가학심을 자극시키는 모습이라고 할까.
"웨일즈에서 오는 세금에 대해서 정리한 내역이 있나?"
"칫. 또 빠져나가시는군요."
아그라베인은 기껏 얼굴을 들이밀면서 뇌쇄적인 매력을 풍겼지만, 그녀의 얼굴을 멀리하며 업무에 대해서 지시를 내리는 나를 보면서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무표정을 고수하는 그녀치고는 꽤나 다채로운 반응이다.
아무튼 나는 지금 다른 이성과 섹스를 할 때가 아니었다.
어젯밤에 조금 무리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색기로 넘쳐나는 멀린을 안는 것도 힘든데, 이번에는 아서와 함께 3P를 하지 않았던가. 역시 멀린이 만든 특제 미약이 없으면 연이어 여성들을 안는 것은 힘들다. 그 뒤로도 10여 명에 달하는 엘프 여성들과 잠자리를 가지는 바람에 아랫도리에는 정액이 남아나질 않으리라.
아무래도 멀린에게 특제 미약을 여러 개 정도를 추가 주문을 해야할 것 같았다. 물론 그 때를 대비해서 황혼의 마법사가 수많은 양을 준비했겠지만. 발칙한 매력으로 남자를 홀리는 여자가 바로 멀린이다. 내게 사용하려고 미약을 준비했겠지.
"웨일즈에서 오는 세금도 딱히 이상은 없습니다."
웨일즈는 공식적으로 아서와 혼인을 하면서 상속받는 것처럼 카멜롯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웨일즈의 군주였던 아서와 혼인을 하게 되면서 웨일즈에 있던 중소영주들이 모두 충성맹세를 하였고, 그 덕분에 웨일즈에서도 세금을 정당하게 거둘 수 있었다.
칼레도니아와 아일랜드에서도 세금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브리튼 전역이 카멜롯의 산하로 들어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다음 달부터는 세율은 조금 높여야겠어."
"로마와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군요. 과거에 비하면 세율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니, 그다지 불만은 없겠습니다만. 전쟁의 징조라고 백성들이 여길 터이니 다소 공포심을 느낄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지. 실제로 대제국과 전쟁이 벌어지니까."
로마와 전면전이 펼쳐진다면 지금 걷고 있는 세율로는 어림도 없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전비를 걷어야 한다. 전비는 당연히 걷어들이는 세금으로 사용된다. 병사들에게 급료를 제공하고 각 보급품들을 마련해야 하니 그만큼의 돈이 든다. 전쟁을 준비하는 데만 수많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연히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전쟁에서 패배하면 미리 투자한 원금도 충당할 수 없을 테니까.
원래 그렇다. 경제적으로 보면 전쟁은 가장 비효율적인 요소일 것이고, 경제학자들이 전쟁에 대해서 논한다면 '가장 쓸모없는 인류의 행위'라며 비판부터 늘어놓을 것이다.
게다가 브리튼은 로마의 그 어떤 지역도 정복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영토 확장에 대해서는 실패했고, 그저 수많은 약탈품과 전리품을 거두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전비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흑자를 거두었지만 말이다. 적어도 적자는 아니다. 적자는 로마의 지배령에 있는 갈리아겠지. 갈리아는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라도 수 년에 가까운 노력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딱히 국정에 대해서는 딱히 이렇다고 할 일은 없는 거겠지."
"예."
"그러면 아이를 가진 아내를 만나러 가볼까."
요즘 들어서 모르간을 찾는 빈도가 늘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내 아이를 가진 아내인데 찾아가지 않을 수가 없지. 어느덧 팔불출 같은 모습을 보이는 나를 보며 아그라베인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저도 주인님의 아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만. 왕실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직계 왕족은 많으면 많으수록 좋을 테니까요. 제가 잉태할 아이는 분명 우수한 인재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말을 모르간에게 가서 해보시지."
"....이모님이시라면.... 내가 몽땅 낳아버릴 거야. 네가 나설 차례는 없다고, 라고 말하실 것 같습니다만."
잘 아네.
나도 모르간이 그렇게 말할 것 같거든.
아그라베인은 노골적으로 스커트를 아슬아슬한 시점에까지 들어올리면서 매혹적인 표정을 지었다. 새하얀 허벅지와 슬랜더한 몸매까지. 가웨인에 비하면 가슴이 큰 편은 아니지만 늘씬한 몸매와 청초함으 느껴지는 이지적인 용모가 아리따웠다.
분명 아그라베인도 빼어난 매력을 가진 여성이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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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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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