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11화 (11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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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티에, 아키텐 등지에서 벌어진 전투는 브리튼의 압승으로 끝나게 되었고, 그 결과는 다시 말해서 갈리아에서 약탈과 방화 등으로 날뛰고 있는 브리튼군을 막을 갈리아 병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총독 프롤이 죽어버리자 갈리아 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포에 떨어야 했고, 갈리아에서 날뛰는 브리튼군을 막을 자가 없어 갈리아 전역이 쑥대밭으로 되어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로마 황제 유스티아누스는 졸도라도 해버리는 줄 알았다.

3만에 달하던 갈리아 병력돌이 고작해야 8천의 소규모 병력들에게 참패를 당하지 않나, 이제는 자신이 총애하고 있던 갈리아 총독 프롤까지 전사하고 그에게 하사한 보검 클라렌트까지 강탈당했다고 한다.

대제국 로마로서 체면이 모두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모자라, 갈리아에서 날뛰는 브리튼 병력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 매야하는 처지에까지 놓이고 말았다.

게다가 전투에서 패배하여 브리튼의 전쟁 포로가 된 로마 병사들의 몸값까지 지불해야 하는데, 그들 몸값을 모두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국고는 풍족하지만 한낱 약소국이라 여겼던 섬나라에게 대제국이 몸값을 지불하는 것은 너무도 치욕스럽다.

"웨이벌 장군! 그대를 갈리아 총독으로 임명하겠다. 어서 브리튼 왕을 막아라!"

"알겠사옵니다, 폐하."

로마 최고의 명장이라 불리는 벨리사리우스의 휘하에서 뛰어난 지략으로 이름이 높은 아치볼드 웨이벌을 새로운 갈리아 총독으로 부임시키고, 수도 로마를 사수하는 근위병 5천을 붙여주었다. 근위병을 기점으로 갈리아로 가서 혼란을 빚고 있는 아군 병력들을 추스리고 서둘러 반격에 나서라는 뜻이었다.

총독 프롤이 전사하였지만 아직 갈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로마 병력은 꽤 많았다. 적어도 브리튼의 병력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갈리아 귀족들은 용맹한 기사 프롤이 죽었다는 말에 공포에 떨고 있었고, 브리튼과의 일전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들을 추스려서 반격에 나서는 역할이 바로 신임 갈리아 총독의 역할이리라.

웨이벌을 보낸 후, 황제는 옥좌에 기대어서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짓눌러야 했다.

설마 그 용감한 프롤이 죽어버릴 줄이야. 보검 클라렌트를 쥐어주고서 갈리아 보냈을 적에는 마음이 든든하였고, 실제로 프롤은 드넓은 갈리아 전역을 정복해내면서 황제가 하사한 보검에 대해서도 보답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만난 탓인지 그가 죽어버렸다. 그것도 불명예스러운 패배를 경험하고서.

이것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사태였다.

서로마 제국이 패망인 이후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동로마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약소국 브리튼에게 패배했다.

"너는 꽤나 즐거워 보이는구나."

황제가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여성은 황제의 조카딸이자, 게르마니아 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루키우스 티베리우스였다. 은발을 허리까지 기른 장발의 여성은 이번에 벌어진 로마의 패배에 대해서 흡족하게 여기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그런 반응에 항제의 수심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예, 브리튼의 왕은 루키우스의 기대에 부흥해줬으니까요. 프롤 따위를 상대로 브리튼으로 도망치는 선택을 하였다면 루키우스는 실망을 금치 못하였을 겁니다."

"끄응. 너만이 프롤의 갈리아 총독 부임을 반대했지."

"그는 혈기가 왕성한 장군감이었지, 총사령관으로서의 그릇은 아니었습니다."

루키우스는 끝까지 황제의 속을 긁었고, 황제는 그런 조카딸의 말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적어도 전쟁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조카딸의 재주가 더 출중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갈리아 총독 프롤이 전사하였으니 우기고 싶어도 그 결과가 그러했다.

아치볼드 웨이벌이 무사히 갈리아로 건너가 병력들을 추스리기 전까지는 사실상 브리튼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쑥대밭이 되어버린 갈리아는 손을 놓아야 했고, 브리튼 또한 갈리아를 제외한 다른 지역까지 공격할 형편은 되지 않을 것이다.

"루키우스가 가겠습니다!"

"안 된다. 너는 게르마니아 전선에서 북방의 이민족들을 막아야 한다.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처지가 못 돼."

루키우스는 자신이 직접 브리튼 왕을 막겠다고 촉구했지만, 황제는 게르마니아 전선의 상황을 들추면서 반대했다.

다른 명장들로 자리를 대신하려고 해도 그들은 이미 페르시아 전선에 발이 묶여있었고, 루키우스만이 게르마니아 전선을 감당할 수 있었다. 서로마 제국이 패망한 이후로 다시금 세력을 모아서 남하를 준비하고 있는 게르만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도록 항상 방비를 해두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조카딸의 어리광 같은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조카딸이 전쟁에 환장해버린 성격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나라가 어지러운 판국에 그 부탁은 어렵다. 차라리 멋진 남자나 만나서 결혼이라도 해버리면 좋으련만, 이 조카딸은 아무래도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더욱 수심이 깊어져만 간다.

적어도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봘피다보면 성격이 온순해지고 전쟁과는 거리를 둘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남자를 만나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브리튼 왕이 프롤을 상대로..... 분명 병력은 프롤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터인데.'

우선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자 심통이 난 표정을 지으며 투정을 부리는 귀여운 조카딸을 뒤로 물린 다음에 유스티아누스는 옥좌에 기대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갈리아 총독이 그리도 무참히 패배하였단 말인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브리튼은 겨우 8천에 달하는 소규모 병력으로 갈리아 내륙지방까지 무모하게 쳐들어왔고, 프롤은 그를 응전하는 입장이었다.

브리튼은 갈리아 전역에서 약탈과 방화를 자청하면서 민심을 악화시켰고, 민심을 등에 업고 있는 프롤은 한없이 유리한 상황이다. 갈리아 백성들이 브리튼군의 동태와 이동 방향에 대해서 낱낱이 그를 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패배하였다.

갈리아의 동부에 위치한 푸아티에, 아키텐 방면에서 8천의 브리튼 군세와 1만 5천에 가까운 로마 군세가 격돌. 딱히 지형적으로 불리한 상황도 아니었다. 산악전도 아니고, 방어전도 아니었다. 그저 평야에서 이루어진 전투였고, 병력차에 의해서 대부분의 승패가 결정되는 평야전에서 로마 대군이 패배하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대체 브리튼이라는 약소국 따위에 무엇이 있기에 이리도 대제국에게 망신을 준단 말인가. 그것은 프롤이 어리석고 우둔하여 패배한 것은 아닐 것이다. 루키우스의 말대로 그에게 총지휘관으로서의 그릇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그는 뛰어난 무용을 가진 맹장이었다.

압도적은 병력으로 밀어붙이면서 프롤이 용감하게 적진으로 달려들었다면 분명 승리를 거두었을 터인데. 분명 브리튼에 뛰어난 무언가가 있었기에 프롤이 전사한 것이리라.

'그렇게나 비세리온 왕이 강하단 건가.'

군략이 뛰어난 전쟁 군주라는 말은 익히 들었다.

브리튼 각지를 누비면서 모든 군벌들을 멸망시키고 브리튼 왕국을 통일하고 스스로 카멜롯의 군주에 올랐다.

하지만 약소국이라 불리는 섬나라 브리튼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대제국 로마에 비하면 그저 하잘 것 없는 세력이나 상대하면서 명성을 높은 군주에 대해서는 깔보는 마음이 있었다. 그저 약소국의 왕이라면서 하찮게 여겼는데 실제로 전투를 해보니 예상 외로 강하다. 황제조차도 약소국을 상대로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폐하, 근심이 깊어 보이십니다."

황후 테오도라가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황제는 황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해야 약소국 따위가 짐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오."

"언제나 강대국을 패망시킨 것은 약소국이라 여겼던 작은 세력이었사옵니다. 브리튼을 쉽게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황후의 말이 맞는 것 같소. 게르마니아 전선이 조용해지면 루키우스를 갈리아로 보내야겠소."

"현명하신 선택이십니다."

테오도라가 황제의 생각에 대해서 찬성했다.

적어도 전쟁광스러운 과격함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루키우스는 매우 뛰어난 명장이었다. 로마의 동서남북. 모든 전선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로마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깊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군을 맞길 수 있었다.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갈리아 전선으로 향한다면 능히 브리튼 왕을 패퇴시킬 수 있다. 그것은 황제와 황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제 아무리 비세리온 펜드래건이 날고 기는 명장이라고 해도 루키우스를 이길 수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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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2018/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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