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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09화 (109/195)

<-- 로마 쟁란 -->

008

갈루아 총독 프롤이 용감무쌍하게도 청은으로 빛나는 클라렌트를 치켜들면서 달려들었지만, 그보다도 엘프 레인저의 집중 사격에 의해 로마 기사단이 패주하는 것이 더 빨랐다.

조금만 더 프롤이 빨랐더라면 그의 뒤를 맹렬히 따라오던 본군이 브리튼군을 공격할 수 있었겠지만, 엘프 레인즹 매서운 화살 공격에 갈리아 기사단은 이기지 못하고 기병대들과 함께 퇴각을 선택해버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갈리아 기사단이 태세를 재정비하기 위해서 일시적 퇴각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프롤은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총지휘관이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임의적으로 퇴각을 결정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였다.

"비, 비켜라! 깔려버린다!"

"아아악!"

"서로 부딪친다!"

뒤로 패주하기 시작한 갈리아 기사단을 비롯한 기병부대.

그리고 총독 프롤을 따라서 브리튼군을 향해 맹렬하게 돌격하던 보병부대.

서로 군영이 맞물리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집요하게 쏴재끼는 궁수들의 화살에 놀란 말들이 거친 울음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보병들을 짓밟아버렸다. 화살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말들이 겁을 먹고 도망치려 했고, 그 도주로를 막고 있는 아군 보병을 죽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진형이 무너졌다.

기병부대를 이끄는 각 지휘관들이 전장 경험이 적은 프롤을 업신 여기고 자신들이 임의적으로 퇴각 명령을 내린 것이 문제였고, 또한 그 퇴각 명령을 알리는 전령이 도착하기도 전에 성급하게 미리 본군을 움직인 프롤도 문제였다. 적어도 총지휘관에 해당되는 인물이었다면 진중하게 후방에서 버티면서 병력을 지휘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총지휘관이라는 작자가 스스로 성검을 휘두르면서 가벼히 본군을 모두 이끌었으니, 그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용병술에 대해서는 전술교본을 본 것으로만 익힌 초짜 지휘관이었기에 벌어진 일이었고, 그를 비롯한 부관들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로마군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총독! 퇴각하셔야 합니다! 이대로는 아군끼리 짓밟히면서.... 지옥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부관, 저기 검을 빼내들고서 나에게 일기토를 요청하는 비세리온 왕이 있습니다!"

프롤은 눈이 벌개져서는 자신을 희롱하는 것처럼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며 로마군을 베어넘기는 비세리온을 노려보았다. 카멜롯의 군주를 지키는 수백 명의 근위병들이 "브리튼의 왕이 갈리아 총독에게 일기토를 요청한다!"라는 도발적인 언행을 내뱉었고, 그것은 외침이 되어 프롤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여기서 저 일기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제국의 기사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 게다가 아군 병사들을 죽이고, 그것으로 모자라 아무런 죄도 없는 갈리아 백성까지 수도 없이 죽이고 다닌 저 악당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다.

저 자가 바로 모든 일의 원흉이다.

로마 황실에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자신을 업신 여기고 더 없을 치욕을 안겨준 것도.

"비세리온 펜드래건------!!"

갈리아의 용맹한 사자가 분노를 토해냈다.

그는 로마 황제에게서 하사받은 클라렌트를 휘두르면서 말고삐를 있는 힘껏 당겼다. 그가 타고 있돈 새하얀 말이 요동치며 앞으로 전진. 크게 도약하여 로마 병사들을 뛰어넘어 재빠르게 비세리온에게 다가섰다.

카멜롯의 군주와의 거리를 좁힌다.

노리는 것은 그의 목이다. 프롤은 자신에게 도발을 내거는 비세리온의 모습에 광분하여 지휘권을 모조리 내던지면서 적진으로 달렸다. 프롤은 자신의 만용을 만류하는 부관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애써 그것을 무시해버렸다.

'저 자의 목만 얻으면 우리의 승리다!'

도저히 지휘관이라는 작자가 하는 생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총지휘관인 자신이 단신으로 적진에 달려들어서 적의 총지휘관을 죽이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머리가 근육으로 되어있지 않은 이상에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프롤은 자신의 신분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보석과 금으로 치장된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었고, 그 사치스러운 갑옷은 갈리아 총독이라는 신분을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도 너무도 잘 드러내주었다.

가장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가 로마 병사를 헤집고서 적진으로 돌격한다. 그 장면을 목격하지 않은 브리튼 기사가 없었다. 브리튼 기사들은 무모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왕에게 다가서는 프롤을 제지했다.

"꺼져라, 이 잡졸들아!"

클라렌트가 휘둘러지자 프롤을 저지하기 위해서 달려들었던 수십 명의 브리튼 기사들이 일시에 썰려나갔다.

온몸을 갑옷으로 무장한 브리튼 기사를 일도양단으로 베어낸다. 시뻘건 불똥이 튀기면서 금속 갑옷을 베어가르며 기사를 죽여버린다. 프롤은 지휘관으로서는 삼류였지만, 용맹스러운 장수로서는 일류였다. 그의 위용은 젊은 사자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언니!"

"가자, 가레스!"

수십 명의 브리튼 기사를 베어낸 프롤의 앞으로 금발의 공주기사들이 달려들었다.

태양의 기사라 불리는 가웨인과 그녀의 동생인 가레스였다. 그녀들은 자신의 군주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무뢰한을 제지했다. 클라렌트와 갈라틴이 격돌했다. 시퍼런 스파크가 일면서 주변에 충격파를 흘렸고, 프롤은 처음으로 자신의 진격을 저지한 금발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가웨인이다. 그녀의 여동생인 가레스도 분명 무용이 뛰어난 기사였지만, 그녀의 언니는 브리튼 최강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큭! 비켜라!"

"비킬 수 없습니다."

프롤은 아까처럼 가볍게 공격을 받아칠 수가 없었다.

가웨인의 전력이 상당했던 탓이다. 서로 간의 전력은 호각. 가볍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결코 아니었다. 갈리아 총독은 자신과 대등하게 싸우는 아름다운 공주기사가 브리튼에서도 이름 높은 기사로 파악했다.

"제 이름은 프롤, 황제 폐하로부터 보검 클라렌트를 수여받은 갈리아 총독입니다."

갈리아 총독은 아군이 죽어나가는 전황 속에서도 태연자약하게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밝히면서 기사들간의 결투를 제안하였다. 갑작스럽게 예를 표하면서 결투를 제안하는 프롤의 태도에 가웨인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물론 전장에서 기사들끼리의 일기토 결투가 벌어지는 것은  흔하다. 하지만 갈리아 총독이라는 신분의 총지휘관이 고작해야 부관인 자신에게 일기토를 걸어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브리튼의 기사인 가웨인입니다. 하지만 당신과의 결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는 왕을 지키는 몸이기 때문입니다."

가웨인은 일기토를 거부하고 부하 기사들과 함께 연계 공격을 퍼부었다. 자신 혼자서 프롤을 상대해버리면 그만큼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부하 기사들과 함께 연계를 펼쳤다. 부하들을 동원하여 빠른 시간 안에 프롤을 죽일 생각이었다. 가레스와 팔라메데스, 제레인트 등의 뛰어난 기사들이 모조리 프롤에게 달려들면서 난전이 펼쳐졌다.

그 치사한 행동에 프롤이 격노했다.

"브리튼 기사는 명예라는 것도 모르는가!"

"뭐래, 제정신이야?"

프롤의 말에 가레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자기 혼자서 적진으로 돌격해서 총지휘관을 죽이겠다며 소리를 쳐놓고, 막상 포위 공격을 받아버리자 비겁하다면서 변명을 늘어놓는다. 진짜 저런 멍청이가 총지휘관인지 궁금하다. 로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팔푼이를 갈리아 총독으로 임명해버린 걸까.

보검 클라렌트를 휘두르는 갈리아 총독은 총 54명에 달하는 기사, 그리고 465명의 보병들과 싸워야만 했다. 고작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5백 여명에 달하는 병력들이 포위망을 결성했다. 적의 총지휘관이 알아서 굴러 들어온 이상, 그것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크윽!"

그을린 갈색 피부를 가진 사라센 소녀가 시미터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말끔하게 생긴 청년 기사가 마상창을 찔러박았다. 체격이 왜소한 유녀 기사가 롱소드를 휘두르고, 태양의 기사가 갈라틴으로 응전했다. 브리튼에서 이름 있는 기사들이 모두 프롤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투입된 것이다.

"비켜라! 비키란 말이다!"

클라렌트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며 프롤이 소리쳤다.

그는 수십 명에 달하는 기사들과 연이어 사투를 벌이면서 체력이 소진되는 걸 느꼈고, 이대로 명예 따위를 버리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브리튼 병력들이 포위망을 펼쳐서 그의 포위망을 차단시켰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브리튼 기사들이 모두 뒤로 물러섰다.

맹공을 퍼부었던 팔라메데스와 제레인트. 그리고 콘월의 자매 기사들도 모두 물러섰다. 갑작스럽게 뒤로 물러서면서 교전을 끝내버린 브리튼 기사들의 판단에 프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뒤로 피한단 말인가.

프롤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고, 자신의 목을 노리는 수백 명의 엘프 레인저들을 볼 수 있었다. 병사들에 가려저 보이진 않았을 뿐, 197명에 달하는 엘프 여성들은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면서 화살을 내걸고 있었다. 그 화살촉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엘프 레인저들을 지휘하고 있던 트리스탄이 소리쳤다.

"일제 사격!!"

총 198대에 해당되는 화살들이 한 대도 빗나감이 없이 프롤의 몸을 꿰뚫었다. 엘프들이 만든 활은 그 장력이 거세어 금속 갑옷조차 관통해버린다. 프롤은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화살 공격을 받아버렸다. 게다가 활을 쏘는 것은 엘프 레인저. 엘프들 중에서도 궁술은 물론 검술과 격투술에 모두 출중한 실력을 가진 숲의 전사들이다.

그녀들이 쏘는 화살에는 빗나감이 없었고, 198대에 달하는 화살들이 모조리 프롤을 찢어발겼다. 고슴도치가 된 갈리아 총독은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살에 난자되어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우습게도 프롤이 타고 있던 백마에는 그 어떤 화살도 가해지지 않았다. 엘프 레인저들은 정조준을 하여 프롤만을 쏴죽여버린 것이다.

적진으로 홀로 달려들었던 갈리아 총독이 사망.

로마 황실로부터 하사받은 보검 클라렌트만이 주인을 잃고서 흙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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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그오에 현질하지 말지어다.

(페그오에 2백 만원 이상 날린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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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S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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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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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2018/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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