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 쟁란 -->
007
브리튼군의 퇴각로 소멸.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역선들이 배반하여 도주하면서 퇴각로가 사라졌다. 브리튼군 8천 명은 발이 묶인 채로 갈리아 지역에 갇혔음을 의미했다.
그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고, 드높은 사기를 가지고 있던 브리튼 병사들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대로 브리튼으로 퇴각하기 위해서는 다시 칼레 항으로 돌아가야 한다. 칼레로 가는 것만이 살 길이다.
하지만 칼레는커녕, 그 칼레에서는 로마의 대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브리트군이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은 로마 대군과 직접적인 교전을 벌여서 승리를 거두는 것 뿐이다. 푸아티에 인근에서 1만 여명의 로마군을 격퇴하였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갈리아 총독 프롤의 휘하에는 수많은 군단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혹감에 빠진 브리튼군과는 달리, 로마군은 축제 분위기였다.
"당장에 비세리온을 추포한다! 어서 내달려라!"
총독 프롤은 기동력을 최대한 살린다는 이유로 5천의 기병부대들과 9천 명의 장창병, 방패병을 제외한 모든 부대를 해산시켰다.
그 태생 자체가 귀족가문의 정기사에 해당되는 프롤로서는 보병의 중요성은 미비하게 본 것이다. 당연히 기동력을 이유로 무자비하게 해산시킨 보병들 중에는 고급 정예병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을 함부로 해산시켜버린 것이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프롤은 기분이 적어도 썩 나쁘진 않았다.
하마터면 브리튼으로 다시 도망칠 뻔한 도둑놈들을 일망타진할 기회가 자신에게 왔으니까.
브리튼군은 갈리아 전역에서 대규모 약탈을 자행하면서 갈리아인들의 분노를 받아야 했다. 당연히 로마군이 보이면 갈리아 백성들이 달려가 모든 정보를 전해주었고, 브리튼군을 수송하던 해상 병력들이 국왕 비세리온을 속이고 도주하였다는 소식까지 접수했다. 그 소식을 들은 프롤은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비세리온 왕의 수급은 총독님의 것입니다!"
"고작해야 퇴각로도 끝어진 8천의 잡병들이니 쉽게 깨뜨릴 수 있습니다."
"어서 가지지요!"
휘하 기사들이 들뜬 모습으로 프롤에게 진언했다.
그리고 프롤은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건네는 충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말대로 지금이 바로 공격하기 매우 유리한 적기였다. 적군은 퇴각로를 잃고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중일 것이며, 그 후미를 강타하여 몰아친다면 아군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퇴각로를 잃은 군단이 얼마나 비참한 지는 잘 알고 있다.
카멜롯의 군주를 사로잡는 공을 세우게 된다.
그것은 프롤로서는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의 일이었다. 갈리아 총독으로 부임하고서 이렇다고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 기회라는 녀석이 굴러 들어왔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총 1만 4천에 달하는 정예부대들은 갈리아를 가로지르는 강행군을 거치면서 마침내 푸아티에, 아키텐 방면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브리튼군 8천이 진형을 구성하고 있었다. 로마군이 대대적인 추격군을 이끌고서 진군하고 있다는 말에 비세리온은 도마치기는커녕 오히려 맞받아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격을 준비했다.
"항복 따위는 받지 않겠다. 감히 로마의 속국인 갈리아에서 분탕질을 친 대역무도한 죄는 너희들의 죽음으로 받아내겠다!"
총독 프롤은 멋드러진 백마를 타고서 양군이 대치하고 있는 중심까지 나아가며 소리쳤다.
마력이 실린 그의 외침은 전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우렁차게 들렸다. 그는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이 다스리는 영토와 그 영지민들을 마음껏 살육하고 약탈과 방화를 저지른 악의 무리를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악을 처단하고 그를 매장한다.
그것은 정의의 기사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일이다. 약탈에 재미가 들린 브리튼군을 전멸시키는 것이야말로 로마 황제의 총애를 받는 기사인 자신이 할 일이라 여겼다. 프롤은 이번 전투에 대해서 사명감까지 느꼈다.
비세리온은 프롤의 외침에 항복을 요청하기는커녕, 오히려 아군 병력들에게 용전을 강요했다. 성검 엑스칼리버를 치켜들면서 전군이 내려다 보이는 구릉지의 위에서 소리쳤다.
"브리튼의 병사들아! 카멜롯의 기사단들이여! 우리들은 대제국 로마를 상대하려 한다. 대륙 최강국을 자칭하는 로마의 얼굴에 똥울 뿌리고 오물을 내던지자! 우리들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하는 전투는 지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투에서도 무사히 승리할 것이고, 카멜롯의 깃발은 갈리아를 정복할 것이다!"
군주의 외침에 브리튼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퇴각로가 막혔을 뿐이지, 적어도 군량이 부족하진 않다.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최대한 뱃속에 음식을 쑤셔넣고서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마의 병력은 브리튼군의 두 배에 달하는 대군이었고, 여전히 강성하게 보인다. 하지만 브리튼군도 만만치가 않았다. 이 일전에 모든 것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갈리아에서 약탈한 전리품들을 전면 배치. 전리품들을 적 기병대의 강습을 저지할 수 있도록 장애물로 깔아두었다. 금덩이와 각종 보물, 장신구, 그리고 밀가루가 가득 담겨진 포대까지. 갈리아에서 약탈한 전리품들은 상당한 수였기에 기병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항복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기병대 돌격!!"
프롤이 곧바로 부관들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브리튼군은 비세리온의 전략대로 가장 완벽한 거점에서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후방은 우거진 숲이었고, 좌측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방어에 최적화된 지형이다. 그 지형에 보병 진형을 꾸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해두고서 전장을 골랐다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프롤은 5천 명에 달하는 기병대 중에서 두꺼운 마갑을 두른 기사 병력들을 모조리 출격시켰다. 기사 병력은 총 9백 명에 이르는 숫자였다. 그 뒤를 기마병들이 줄을 이었다. 프롤은 기사단들이 적진을 관통하면, 그 뒤를 이어서 기병대가 후려치는 방식으로 적을 괴멸시킬 생각이었다.
"로마 기병대, 진격!"
"갈리아 기사단의 힘을 보여주자!"
기병대 병력은 가장 먼저 브리튼군의 좌측을 노렸다.
브리튼군의 좌측 진영이 다른 곳에 비해서 방어 치중이 조잡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프롤은 최대한 신중을 기하면서 적의 가장 약한 곳을 기병대로 뚫어내려고 했다. 진형을 무너뜨리기만 한다면 승리를 당연하게 로마 쪽으로 기울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갈리아 총독은 정석대로 병법을 사용했다.
로마 기병대가 브리튼 진영으로 도달하려고 하던 그 때, 풀숲에서 날카로운 화살들이 솟구치며 기병대를 후려갈겼다. 갑작스럽게 궁병의 공격을 받아버리자 로마 기병대에 피해가 전가되었다.
"으, 으아악!!"
"궁병이다! 풀숲에 매복이다!"
"응전, 응전하라!"
풀숲에 숨은 노련한 사냥꾼들은 백은색의 화살로 적들을 사냥했다. 기병대는 궁병에게 있어 맞추기 쉬운 잡졸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로마 기병대를 공격하는 궁병들은 비세리온에게 충성을 맹세한 엘프 레인저였고, 엘프 레인저를 이끄는 지휘관은 백발백중의 궁수로 이름이 높은 트리스탄이었다.
붉은 활 페일노트를 치켜든 트리스탄은 곡예에 가까운 실력으로 기병대를 지휘하던 적 지휘관을 쏴죽였다. 로마 기병대들의 머리 사이를 유유히 지나면서 화살 한 대가 정확하게 적 지휘관을 관통. 저격에 가까운 화살 공격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비세리온은 전투교본의 정석대로 행동할 프롤이 가장 먼저 기병대를 출격시킬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들이 치중이 약해보이는 좌측을 공격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이미 적의 계획을 꿰뚫어 보았다. 그렇다면 그것을 역이용할 뿐이다.
엘프 레인저를 포함한 브리튼 궁병들이 갈리아 기사단의 측면을 공격했다. 기사들은 정면에 두꺼운 마갑과 갑옷을 두르고 있었지만, 그 측면은 비교적 갑옷의 면적이 얇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갑옷의 모든 방향을 두껍게 해버리면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마갑을 두른 말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궁술에 일가견이 있는 엘프들에 비해서 브리튼 궁병대는 조금 서툴 수밖에 없었고, 가장 맞추기 쉬운 큼지막한 체격의 말을 노렸다. 고슴도치가 된 말들이 쓰러지면서 그 위에 있던 기사들이 낙마했다. 말들은 화살이 살갗에 박힌 고통 때문에 네 발을 움직이며 난동을 부렸고, 그 밑에 낙마한 기사들은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말에 짓밟혀서 죽었다.
"비세리온!!"
이번에는 프롤이 직접 자신의 애검인 클라렌트를 치켜들고서 달려들었다.
아군 병력들이 무차별적으로 궁병에게 죽어나가는 꼴을 지켜보지 못하고 스스로 칼을 빼어든 것이다. 갑작스럽게 총대장이 움직이자 그 주변에 있던 로마 병력들이 움직였다. 갈리아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클라렌트. 그 보검을 치켜든 프롤의 위용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이 애새끼가!"
비세리온 또한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고서 모든 병력들에게 반격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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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tiger0 님, 쿠폰 13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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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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