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05화 (105/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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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브리튼에서는 소식 없어?"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물었다.

그녀는 무언가 장난감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로마 황제의 조카딸인 그녀가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 무엇일까.

루키우스는 일부러 자신의 측근은 갈리아 총독 프롤에게 명령하여 브리튼에 지속적으로 도발을 걸 것을 명령했다. 기사도 정신에 투철한 그 참기사가 물론 모욕적인 도발을 걸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브리튼 왕을 끌어내는 데는 적절한 행동으로 임해주겠지.

"예, 아직까지는 없습니다만."

로마의 군관이 답했다.

흥미진진하게 소식을 기다리는 루키우스와는 별개로 로마의 군관과 많은 기사들은 어째서 그녀가 이렇게까지 브리튼의 왕에게 목을 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고작해야 소국의 왕이다.

물론 연전연승을 거두었다는 결과를 통해서 자신이 훌륭한 지휘관 임을 입증하는 데는 성공하였다지만 겨우 브리튼에서 벌어진 작은 헤프닝에 불과하다. 아무리 백전무패의 지휘관이라고 하더라도 소국 브리튼에서 날뛸 뿐이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그저 작은 헤프닝으로 끝날 인물이라고 할까.

대제국 로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탈환 운동에 비하면 그저 작은 티끌 요소라고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지금 로마가 탈환하고 있는 영토의 넓이는 브리튼의 모든 영토를 합하고서도 수십 배에 달할 정도였다. 아프리카, 그리스, 이집트, 히스파니아, 바빌로니아, 비티니아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영토들이 최고의 지휘관 루키우스가 탈환한 지역이다.

동로마 주변의 인근국을 지배하고 그를 속국으로 삼으며, 그쪽 지역의 왕들을 모두 복속시키면서 속국왕으로 부렸다. 그녀야말로 진정한 전쟁의 여제일 것이고, 전쟁의 승리를 부르는 살아있는 신일 것이다.

"빨리 전쟁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폐하와 황후께서는 허락하시지 않을 겁니다, 전하."

루키우스 휘하의 부관을 맡고 있는 남성이 말했다.

남성의 이름은 베르스로, 꽤나 지긋한 나이의 중년이다. 루키우스 휘하에서 뛰어난 명장으로 활약하는 한편, 황제의 명령으로 루키우스의 독단을 막기 위해서 파견된 인물이기도 했다. 베르스는 전쟁에 대해서 너무도 관심이 깊은 전쟁광 소녀를 매번 막아섰다.

베르스의 말에 루키우스는 키득키득거리며 웃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브리튼이 먼저 공세를 걸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지잖아?"

"예? 브리튼 따위가 대 로마를 상대로.... 선공을 건다는 말씀... 이십니까."

"맞아. 브리튼의 왕이라면 확실해. 기껏 애지중지해서 키운 영토가 불바다가 되는 꼴은 보기 싫을 테니까."

브리튼이 고르기 가장 좋은 방어수단은 브리튼 인근의 해역에서 압도적인 해상력으로 로마의 함선들을 모두 침몰시키는 것이다. 애초에 브리튼은 작은 섬에 세워진 왕국이라는 지역 특성을 이용해서 해상력을 크게 증강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에 압도적으로 강한 해상력이 더해진다면 나라 그 자체가 무너지지 않는 최고의 절대요새가 될 테니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브리튼에는 그 어떠한 해상 병력도 없다.

변변찮은 무역선이나 고깃배가 전부겠지. 브리튼에 전함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역사서를 뒤져보아도 브리튼이 해상력을 보유하였다는 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브리튼이 쳐들어올 방향이라면.... 칼레, 노르망디가 되겠다."

"그러면 방비를-----."

"하지 않아."

베르스의 말을 일축하면서 루키우스가 말했다.

은발의 여성으로서는 갈리아의 북쪽 지역을 브리튼에게 넘겨주는 한이 있어도 명예로운 섭정왕이 로마의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바랬다. 어차피 갈리아 지역 따위를 넘겨줘봤자 크게 손실은 없다. 갈리아의 곡창 지대는 동부와 서부 지역에 주로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척박하고 소금기가 많은 북부 따위는 넘겨줘도 좋았다.

아니, 용감한 섭정왕에게 갈리아 북부 따위는 선물로 주도록 하자. 갈리아 북부에 병력을 상륙시킨 섭정왕과의 전쟁. 1차적으로 갈리아 총독 프롤과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프롤과의 전쟁이 지속되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섭정왕을 상대한다. 그걸 위해서 브리튼을 자극시킨 것이니까.

"브리튼에 막대한 조공을 요구하고, 그 다음에는.... 흐응, 공물에 더해서 여자도 바치게 하자. 그러면 브리튼이 더 자극되어서 덤벼들 테니까."

"그런 조건은 폐하께서 바라시진 않을 겁니다. 폐하는 브리튼과의 적절한 외교 관계를, 정확히 말하면 브리튼에 대해서 아무런 신경조차 쓰지 않으시고 계십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러 소국을 자극하여 전쟁의 분란을 일으키는 루키우스 전하의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내 의도? 별 것 없어. 이 세상 속에서 전쟁이라는 유희거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래. 이미 그리스를 점령했고, 갈리아와 이베리아까지 복속시켰어. 브리튼말고는 놀 거리도 없는 걸."

"동방의 페르시아가 있습니다."

"페르시아는 덥잖아. 더운 건 싫어해. 브리튼 쪽 전선은 그래도 시원하잖아?"

어린아이가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말하는 루키우스의 말에 베르스는 기가 막혔는지 입술을 달싹였다. 하필이면 이 빌어먹을 꼬맹이의 보모 역할이나 해버리게 되버렸다.

오로지 머릿속에라고는 전쟁과 그에 따른 유혈 밖에 원하는 게 없다. 만약 이 세상에 악마가 존재한다면 분명 그것은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라는 이름의 여성일 것이다. 그녀는 인류사가 전쟁을 갈구하는 마음이 결집되어 탄생된 악마처럼 보였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전쟁을 겪으며 자라났다.

루키우스의 삼촌인 로마 황제부터가 과거의 통일 로마가 가지고 있었던 영토를 모두 수복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었고, 재탈환 운동을 통해서 모든 영토를 다시 탈환해냈다. 자연스레 황족으로서 루키우스는 어릴 때부터 지휘관으로서 군단을 움직이며 전쟁에 투입되었는데, 그 때부터 자신의 잠재능력을 힘껏 발휘해서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냈다.

"폐하에게 보고할 거야?"

"....하아. 당신은 정말로 못 말리는 사람입니다. 결코 혼인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할 테죠. 당신을 마음에 들어할 남정네는 이 세상에 결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직계 황족에게 꽤나 사나운 어조로 말했다.

루키우스와 동갑인 딸이 있는 중년 남성은 인상을 왈칵 흐렸다. 이렇게까지 격하된 어조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루키우스가 매우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겠지. 베르스는 진심을 담아서 그렇게 말했고,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수긍했다.

"나도 알아."

"인근 속국의 총독과 속국왕들에게 소집령을 넣겠습니다. 곧바로 병력을 동원하실 수 있도록 말이죠."

"고마워."

브리튼을 일부러 자극해서 전쟁을 이끌어 내려는 루키우스.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가 만들어낼 결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했다. 브리튼을 압도적은 전력으로 패망시킬 수 있다면 지금 로마가 지배하고 있는 속국도 경각심을 느낄 것이고, 앞으로 로마에 반역의 칼날을 들이댈 수는 없을 것이다.

로마는 너무도 많은 속국들을 두고 있었다.

서로마 제국이 지배하고 있던 속국들까지 모두 산하에 두면서 사태가 혼란스럽게 번졌는데, 이런 상황에 소국가인 브리튼을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복해낸다면 이보다 좋은 구속력은 없을 것이다. 로마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속국들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론 전쟁을 원하는 루키우스로서는 그런 생각 따위는 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사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빠져버릴 것 같았다.

루키우스와 베르스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집무실에 한 명의 기사가 벌컥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급한 사안이 있을 경우에는 가벼운 예절조차도 생략하라는 루키우스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전령은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브리튼군이 공세를 걸어 왔다는 급보입니다! 정확한 병력의 규모는 불명입니다만, 적어도 1만 규모가 넘어가는 숫자인 것은 확실합니다!"

"....브리튼으로서는 전면전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전령이 전한 소식이 베르스가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고, 그와는 반대로 루키우스는 매우 들뜬 어린아이처럼 방실 웃음을 짓고 있었다.

"칼레 항을 공격하고 있겠지?"

루키우스가 말했다.

칼레 항은 브리튼이 갈리아 지역으로 향할 수 있는 최단 루트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분명 브리튼은 칼레를 공격함으로서 보급로를 얻고자 하리라.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너무 정석적이라는 것이 문제일까. 하지만 정석적인 방법도 나쁘지는 않다. 적어도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적으니까.

하지만 브리튼군은 칼레로 상륙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닙니다! 아르플뢰르 항입니다! 갈리아에 입항하고 있든 아군 전선의 대부분이 불타고 있습니다!'

"지도 가져와!"

베르스가 소리쳤다.

그 외침에 전령은 황급히 집무실에 보관되고 있던 지도를 활짝 펼쳤다. 좌우로 펼친 지도를 훑어보던 베르스는 마침내 아르플뢰르를 찾을 수 있었다. 아르플뢰르는 칼레와는 달리 강을 거슬러 타고 올라와야만 향할 수 있는 내륙의 항구였다.

일부러 북방 민족의 해적질에 대비하여 내륙 항구에 대부분의 전선을 상비시키고 있었는데, 그 배들은 닻을 올리기도 전에 대부분이 침몰당했다.

"젠장!!"

베르스가 몇 안 되는 머리카락을 집어뜯으며 아군에 발생한 피해에 비명을 질렀고, 루키우스는 감히 강을 거슬러 타고 올라와서 당당하게 갈리아 지역의 중심부에 도달하여 아군 전함을 모조리 불태워버리는 비세리온 왕의 전술에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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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문예부를 해보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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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12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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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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