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04화 (104/195)

<-- 로마 쟁란 -->

003

우서가 로마와 내통을 하려는 건 사실로 밝혀졌다.

아그라베인의 말이 맞았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왕비인 아서의 친부였기 때문에 껄끄러운 상황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지만, 우서는 몇 안 되는 정치 세력을 동원해서 로마와 결탁하려고 했고 그 정황이 포착되었다.

그를 듣고서 드는 감정은 '배신감'이다.

나는 그를 신용하고 있지도 않았고, 정치적인 후견인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카멜롯을 다스리던 군주였고, 브리튼을 안정화시킨 전적이 있는 남자였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는 하나, 지금으로서는 경계해야만 하는 대제국과 결탁을 하려고 할 줄이야. 이 브리튼을 팔아넘기려고 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카멜롯에는 이미 내 부하들로 깔렸을 텐데..... 잘도 이 따위의 짓을 해주셨습니다."

부하를 통해서 건네려고 했던 친필 서한을 집어던졌다.

우서 본인이 쓴 필체였다. 우서 펜드래건이 머물고 있는 낣은 유폐탑으로 직접 왕림해서 그 서한의 의미를 물었고, 우서는 발각당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놀라지 않은 반응으로 말했다.

"역시 들켰군."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제대로 머저리인 거죠."

"망할 놈."

우서는 예상대로 내게 악감정으로 가득했다.

로마에 브리튼을 팔아넘길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이 상황에서 로마 군대를 브리튼으로 끌어들이면 과거 속국이었을 시절보다도 더한 내정 간섭을 겪게 될 것이다.

과거의 로마는 적어도 내정 간섭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유스티아누스는 다르다. 분명 로마인 총독을 브리튼으로 내려보내어 통치를 하게 된다. 그렇다는 것은 브리튼을 브리튼인이 다스리지 못한다는 치욕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로마를 끌어들이려는 우서 펜드래건은 브리튼인의 반역자이자, 민족의 배반자였다. 그의 배신이 알려지면 브리튼은 충격에 휩싸이게 될 것이고, 기존의 펜드래건 왕씨에 대한 혐오감이 앞서리라.

"예전 왕으로서, 수치는 없습니까?"

친필 서한에는 로마에 지원군을 요청함과 동시에, 현 군주인 나를 몰아내고 펜드래건의 진정한 후계자인 아서를 대신 왕으로 세워달라는 부탁이 적혀 있었다. 외압을 이용한 쿠데타. 설령 로마가 성공을 한다고 할지라도 브리튼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모를 리는 없을 텐데. 생각이 무른 걸까, 아니면 오랫동안 병을 앓아서 머리가 맛이 가버린 걸까.

"너야말로 왕위 찬탈자가 아니더냐!"

"왕위 찬탈자라. 그래서 제가 아서에게 왕위를 물려줬여야 했단 말입니까."

"그렇다! 네가 앉고 있는 왕좌는 아서의 것이다. 예언에서도 훗날 기사왕이 출현할 것이고, 그 기사왕은 펜드래건의 진정한 후계자임이 확인되었다. 아서 펜드래건이 카멜롯의 군주이지, 신분조차 미비한 네놈 따위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신분과 혈통. 끝까지 구시대적인 발상을 늘어놓는 우서를 보며 혀를 차내렸다. 대체 이 늙은이는 어느 시대의 사람인 건지. 장기간 혼수 상태에 있었다고는 해도, 시대가 돌아가는 꼴을 너무도 모른다.

대제국 로마만 하더라도 창녀 출신의 여자가 황후에까지 오르는 판국인데, 우리 브리튼만 신분과 혈통에 국한되어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로마는 검투사 출신의 장군들이 매우 많다. 신분을 배제하고서 철저히 능력위주로 군관들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동로마 제국의 힘이다. 그들은 지금 평민 출신의 우수한 군관들을 이용하여 과거 통일 로마의 영토를 모두 회복하고 지중해를 장악해버렸다. 그 로마가 지금 브리튼을 노리고 있는 이상, 우리로서도 준비가 필요했다.

"죽여버릴 수도 없고."

그렇게 우서에게 말하고서 유폐탑을 빠져나왔다.

물론 우서를 죽여야한다는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자연사로 위장할 수 있는 맹독은 어디든지 있다. 미리 모르간이 만들어놓은 독약이 있었고, 그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해야겠다. 우서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우서가 먹는 밥에 독약을 풀 수 있는 시녀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된 이상, 과거의 왕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죽여야겠다.

"가웨인, 가레스. 아그라베인."

집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콘월 출신의 공주기사들을 전원 불렀다.

세 명의 공주기사는 가볍게 예를 표하면서 집무실로 들어섰고, 그녀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카멜롯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병력들에게 소집령을 내려라."

"네."

"그리고 선박도. 유사시에는 갈리아로 진격한다."

"가, 갈리아까지요? 게다가 브리튼에는 제대로 된 선박이...."

내 명령에 가레스가 말을 더듬으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브리튼에는 제대로 된 해군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바다를 횡단하여 대륙으로 건너갈 수 있는 선박의 수도 제한되어 있었다. 로마와는 달리 브리튼은 해상력에 전무하다시피 했고, 지금까지 해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해군이 없으니 군함도 존재하지 않았다. 카멜롯의 역대 군주들은 그 누구도 해상력을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해상력을 키운다고 할지라도 해전을 펼치려면 수십 년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민족과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기사 계급을 성장시켰지만, 해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술의 부족에, 해상력을 등한시해버린 무방비한 행동. 모든 악재들이 겹치면서 해상력의 절대 부족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그라베인이 답했다.

"과거 보두앵 가문에 소유했던 무역선이 있습니다. 그것을 동원하면 군 병력들을 대륙으로 이동시킬 수 있겠죠. 가장 가까운 칼레 항으로 진격하시는 것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물론 장기간의 항해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저희 브리튼에는 제대로 된 항해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칼레까지라도 괜찮다."

"하, 하지만 어째서 갈리아까지 가시려고 하는 겁니까, 전하? 그리고 갈리아는 로마의 속국인데요.... 얼마 전에 왔었던 갈리아 총독 프롤이 다스리는 영지입니다."

가웨인이 말했다.

그녀로서는 로마를 선제 공격하겠다고 말하다시피 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었다. 로마가 먼저 공세를 걸어온다면 브리튼의 해안 지대에서 맞받아치면 된다. 그들의 상륙을 무사히 저지해낸다면 로마를 물리칠 수 있을 테니까.

태양의 기사는 상륙 저지를 목표로 두고 있었고, 대륙까지 공격한다는 것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지금까지 브리튼인은 대륙 너머까지 그 세력 범위를 넓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로마의 속국이었던 과거에는 로마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지냈고, 결코 반란이라는 과격한 선택지를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가웨인의 모습은 모든 브리튼인을 대표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로마와의 전쟁을 달갑게 여길 사람이 없었다. 물론 가웨인은 내 명령이 떨어지면 충실히 움직여 주겠지만 말이다.

"로마의 대군이 브리튼 본토까지 오면 우리들의 영토는 쑥대밭이 되어버릴 테니까. 기껏 되살아나고 있는 브리튼이야. 여기에 로마 대군까지 직접 상대해버리면 그 동안에 쌓은 내정은 잿더미가 된다."

"그래서 로마 본토를 직접, 공격하시겠다는 거군요."

"어."

로마는 지금 어느 정도의 명분을 쥐게 되었다.

비록 전 국왕이었던 우서 펜드래건의 친필 서한을 받지는 못했지만, 친 로마를 주장하는 우서를 유폐하고 그를 억압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로마 군단을 움직일 수 있는 명분 정도는 된다. 그 명분이라면 로마에 복종하고 있는 다른 속국들도 그럭저럭 수긍을 할 테니까.

게다가 원래부터 역사는 강대국의 논리대로 움직여왔다. 명분이 있든 없든 로마가 작은 소국인 브리튼을 짓밟기 위햐서 군사를 일으키는 데는 아무런 장애도 없었다. 그냥 마음에 안 든다, 라고 생각해서 브리튼을 짓밟을 수도 있었다. 로마는 브리튼의 인구에 수백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거주하는 대국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올 거야. 미리 군사들을 준비해두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를 위한 선제공격이다.

브리튼의 침공할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적 진영에 뛰어들어서 모든 전선을 불태우고 로마 병력들을 전멸시켜야 한다. 갈리아 총독을 죽이고 브리튼의 힘을 깨닫도록 해준다. 이미 속국 협상은 결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남은 것은 전쟁이라는 선택지 밖에 없을 테니까.

=============================

이제 슬슬 완결내고....

새 노블레스 써야지.

마법소녀 세계관의 네임드 악당이 주인공.

주인공이 이기면... 흐흐흐....

1 (주인공) vs 12 (마법소녀)로 싸워야지.

요즘 마법소녀들 왤케 쪽수로 달려드냐. 티밍 좀 그만해. 중공군 메타 좀 그만요.

=========================

snow12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

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