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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97화 (97/195)

<-- 전쟁 군주 -->

003

트리스탄과 그녀의 아내인 이졸데에게서 식사 대접을 받았지만, 그를 향하기로 전에 변경에서 다급하게 전령이 카멜롯으로 소식을 전해왔다.

서로마 제국의 붕괴와 함께 유스티나누스 1세가 군사를 크게 일으키며 게르만족 잔당을 사냥하기 시작하였다는 말을 들은 가이세리크가 움직인 것이다. 그가 이끄는 군세는 대략 7만 명. 대규모의 공세였다. 그를 듣고서 곧바로 카멜롯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을 이끌고서 출병했다.

"가웨인, 선진을 이끌고 적과 대치해라. 공격은 금한다."

"알겠습니다, 전하."

가웨인이 먼저 2만의 군세를 이끌고서 벅스(bucks) 백작령에서 대치.

게르만족이 7만에 달하는 대군을 일으키면서 자연스럽게 전면전의 양상을 띄게 되었다. 이민족의 왕 가이세리크로서는 로마의 군세가 바다를 건너서 자신의 세력을 공격할 것을 두려워했기에, 우선 브리튼을 모두 통합하고서 로마를 상대할 생각인 것 같았다.

로마는 강하고, 게르만족에 대해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천년 제국으로 이름 높았던 로마를 멸망시킨 것이 게르만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청소'를 감행하였고, 얌전히 당할 생각이 없는 가이세리크로서는 이번에 브리튼을 향한 공세를 시작했다.

"이모부님 전하, 이제 곧 적진이 보일 거예요."

"알았어. 제레인트와 팔라메데스에게 전해서 좌군을, 그리고 아서와 캐러독은 우군을 맡는다."

웨일즈의 병력과 합류하면서 도합 5만에 달하는 대군으로 발전했다. 물론 대륙에서 계속 지원을 받고 있는 게르만족의 병력보다는 현저 적었지만 말이다. 적어도 브리튼에서 싸우는 전투라면 이쪽의 홈그라운드. 그리고 인근의 모든 도시들이 브리튼 왕실의 편을 들고 있었으므로 게르만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브리튼인에게 있어 게르만족과 친하기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을 받은 것이 브리튼이었다. 로마에게는 우호적인 한편, 반대로 로마를 멸망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게르만족에 대해서 배척감이 강했다. 무식한 기마민족이라고 하여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가벼운 경갑 차림을 하고 있던 아서가 물었다.

"대체 게르만을 무엇을 위해서 군사를 일으킨 걸까요, 오라버니?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을 텐데요?"

"시기는 좋지 않지. 아직 브리튼인과의 통합조차 이루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로마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볼 수 있어. 이대로 지금 차지하고 있는 브리튼 동부의 땅에 만족해서는 언젠가 브리튼과 로마의 협공을 받아서 아작이 나버려. 타이밍은 최악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거야."

내 말에 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납득을 하지 못 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때로는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결과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일으켜야 하는 전쟁도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러했다. 로마의 공세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브리튼의 남은 영토를 모두 점령해서 힘을 기를 필요성이 있었고, 그를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다.

현재 카멜롯과 웨일즈는 서로 혼인 동맹을 하면서 하나의 세력으로 발전했다. 예전부터 동맹군과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혼란은 없다. 그에 반해서 게르만족은 병력의 수만 많았을 뿐이지, 단결력은 기대하기 어렵고 로마에 대한 두려움으로 초조함까지 느끼고 있었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병력 따위는 언제라도 격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적 병력의 진형이 왜 저 모양이야? 지금 장난하는 건가."

병력의 치중이 엉망진창이라 할 수 있는 게르만족의 진영을 보고서 팔짱을 꼈다. 유인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엉성하다.

애초에 유인책을 부리려면 주변 지형이 능해야 한다. 그에 반해서 게르만족에게 있어 벅스 백작령은 처음 접하는 미지의 영토와도 같았다. 양 세력 간의 절충 지대로서 그 누구의 세력에게도 관리되지 않았던 백작령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게르만족으로서는 주변 지형을 알 리가 없었다.

일정 이상의 거리를 두고서 대치.

적 진영을 보고서 트리스탄에게 말했다.

"엘프들을 척후병으로 보내서 적의 염탐을."

"알겠습니다, 전하."

트리스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활을 어깨에 매고 있던 엘프 최고의 레인저는 밤이 되면 엘프들 중에서도 뛰어난 정예를 뽑아서 적 진영에 잠입하여 기밀을 알아낼 것이라 하였다. 주변은 마침 숲이 우거진 지형이었기에 엘프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이점을 가진 영역이다. 문제될 것은 없었다.

"분명 게르만에 무슨 일이 생겼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가이세리크라면 저 따위로 진영을 세우지 않을 테니까. 그 교활한 늙은이가 실수를 할 리가 없지."

"적의 유인책일 수도 있어요."

"물론 우리가 먼저 공세를 펼칠 생각은 없어. 시간이 쫓기는 것은 저쪽이지 우리들이 아니니까. 만약 저 따위 진영으로 공세를 가해온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이세리크에게 무슨 사정이 벌어진 거려나."

아서의 물음에 답을 해주면서 언덕 위에 올라서 병력을 지휘했다.

군사들을 총 세 진형으로 불리. 좌측과 중앙, 그리고 우측. 5만 대군을 지휘하면서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는 체계로 관리했고, 군사 지휘에도 막힐 것은 없었다. 지방 귀족들은 모두 중앙 기사의 지휘를 받았다. 팔라메데스와 제레인트, 캐러독, 케이 등의 기사들이 모두 선진에 나서서 병력을 지휘하였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특히 웨일즈군의 부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캐러독은 군략에 능한 영웅으로, 용력에는 부족하지만 그를 상회하고도 남을 정도의 지략을 겸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군단을 모두 맡겨버렸고, 이번 전투에서 그 결과를 충분히 보여주리라.

"적 주술사에 대한 방비라면 미리 해뒀어."

모르간이 걸어오면서 말했다.

아발론의 붉은 마녀는 걸어오면서도 내 곁에 꼭하고 붙어있는 아서를 노려보았다. 아직까지도 그녀에게 제 1왕비를 넘겨준 것을 후회하는 눈치였다. 물론 투정을 부릴 뿐이지 정식으로 항의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제 1왕비의 지위를 넘겨준 것이 모르간이었기 때문이다.

모르간과 니무에는 요정, 드루이드들과 함께 게르만 주술사에 대한 방비를 철저히 해두었고, 전투가 발발하면 곧바로 공격 마법을 난사하여 적의 공세를 분쇄할 예정이었다. 게르만의 주술사보다도 이쪽의 마녀들이 우위에 있다. 특히 모르간을 조력해주는 사람이 황혼의 마법사라 불리는 멀린이었기 때문에 결코 적 주술사에게 질 리가 없었다.

"후우, 힘들다. 피곤해."

니무에가 내게 안기면서 말했다.

금발 금안의 소녀는 눈동자를 빛내면서 "안아줘"라고 말했고, 딸내미나 다름이 없는 어린 소녀를 안아주었다. 위로 번쩍 들어주자 눈을 빛내면서 감탄사를 냈다. 니무에를 애지중지하는 내 모습을 보며 모르간이 아서를 보았다. 마치 자기 딸내미의 귀여움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수고했어."

적 진영의 치중이 엉망이라면 오히려 더욱 경계를 해야한다.

왜냐하면 치중을 관리하지 못하는 지휘관은 무턱대고 공세를 펼치는 용장 타입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군략을 모르는 용장이 고를 선택지는 오로지 공격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중앙 들판을 가로질러서 공세를 펼쳐올 것이다. 게르만족의 전형적인 전투 방식은 압도적으로 많은 기마 군단을 진격시키면서 단숨에 적을 분쇄시키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해서 게르만족이 출격시키는 기마 군단을 막아내기만 한다면 아군의 승리다. 게르만족에 있어 가장 큰 전력은 기마 군단이다. 그것을 상쇄해낸다면 다른 군단들의 공격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게르만 기병대를 막아내는 데만 전념한다.

그래서 적의 공세를 가장 처음으로 접하는 선진에 뛰어난 기사들을 모조리 배치시킨 것이다.

오로지 방어에만 치중한 진형. 물론 이 진형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선진에 주력들을 모두 배치시켰기 때문에 적 기병대의 공격에 한 번이라도 뚫리면 아군 병력은 모두 전멸한다. 후방에는 그저 보급에 충실한 비전투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서."

"예, 오라버니."

"선진의 모든 지휘권을 줄게. 물론 캐러독을 붙여야 하겠지만. 캐러독과 함께 적의 공격을 무조건적으로 막아. 아군 병력이 몇이든 희생되어도 상관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방향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라는 말씀이시군요."

내 말에 세피아 색의 소녀가 눈웃음을 지었다.

걱정은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귀여운 웃음이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왕이라 불리는 아서 펜드래건이라면 잘 해내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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