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군주 -->
001
카멜롯과 웨일즈의 통합.
아서와의 혼인이 성립되면서부터 둘로 분열되었던 브리튼이 마침내 통일되었다. 카멜롯 백성들은 모두 길거리로 나와서는 브리튼 왕실의 통합에 환영하는 분위기였고, 웨일즈와는 전쟁이라는 무력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인도적인 선택지를 받아들였다. 아서와의 사이가 악화되었을 적에는 웨일즈를 강압적으로 공격한다는 전쟁론이 붉어졌지만, 기사왕과 혼인하면서 전쟁론은 곧 종식되었다.
케이가 말했다.
"그래서, 신혼집을 차리신 새신랑이 왜 또 집무실에 있는 건데?"
"너는 왜 내 집무실에 뺀질나게 오냐."
검은색 고스로리복을 입은 케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녀로서는 자신의 여동생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거 아니냐, 라는 의문을 가진 듯하다. 물론 나는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나 같은 도둑놈에게 귀여운 여동생을 넘기기 싫다고 난리를 친 주제에, 이제 와서는 여동생의 남편이리고 여러 핀잔을 준다.
이런 꼬맹이가 처형이라니.
기분 나쁘군. 아서보다도 어리게 보이는 녀석이 내 처형이라니. 그것도 브리튼 최고의 사드스트 같은 녀석에게.
"결재를 매번 받아야 하잖아. 결재 때문에 집무실로 올 바에야, 차라리 여기서 업무를 보는 게 시간적으로 수월할 거라고 생각해."
"흠. 네 이론은 정확하지만 국왕의 집무실에 네 자리를 차린 건 문제가 되지 않겠냐."
"알 게 뭐야. 업무 속도와 효율이 빨라질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지."
너무 맞는 말이라서 아무 말도 못 하겠다.
아그라베인과 쌍두마차 형식으로 케이가 카멜롯의 내정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괜스레 케이와 마찰을 일으켜봤자 피해를 보는 것은 브리튼이다. 케이라는 국가적인 인재는 계속해서 내정관으로 그 역할을 다해주는 게 좋다.
"이제 슬슬 론디니움 정벌 사업을 시작할 거야. 그에 따른 군비의 개편을 부탁할게."
"또 일거리만 내던지네, 무책임한 왕님아."
그렇게 말하는 케이는 그다지 놀랄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번 여동생 아서에게서 무턱대고 일거리를 받았던 내정관으로서는 이 정도의 일은 우습다고 말했다. 카멜롯에서 놀고 있는 병력들을 출진시킨다. 지금까지 나를 따라서 종군하였던 병력들에게 고용비를 넘기고 그를 지휘한다. 물론 지방 귀족들에게도 소집령을 내려야 한다. 귀족들이 곧이어 사병을 이끌고 집결하리라.
"그리고..... 이번에 아그라베인이 직접 담당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조금 진척이 있어?"
"진척이 있냐고? 그런 어마어마하게 무식한 편찬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불쌍하지도 않아?!"
케이가 비명을 내질렀다.
내가 아그라베인에게 명령한 것은 브리튼을 모두 아우르는 토지조사서였다. 에식스와 노퍽, 서퍽을 제외한 브리튼의 모든 주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으며, 각 주의 명칭을 제목으로 하여 그 밑에 국왕부터 국왕의 봉토 수령자 중 가장 낮은 급에 이르기까지 토지 보유자들을 모두 조사한 조사서를 의미한다.
당연히 그 조사서의 목적은 귀족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토지를 정확하게 계산함으로서 왕실에 오는 세금을 창출하는데 있었다. 본디 용이하게 브리튼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토지를 조사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아직 난세인데 그걸 신경 쓸 필요나 있어?"
"글쎄.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또 언제 하겠냐. 해야만 해. 나중을 위해서라도."
"나중이라니? 누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에 신혼방으로 기어들어가서 가벼운 허리나 흔들라고! 당장 후계를 만들어야 할 테니까."
가벼운 허리라고 말하면 그 말을 직접적으로 듣는 가벼운 하반신의 인간이 화를 내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가벼운 허리를 가진 인간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나와 관계를 맺은 여인들만 하더라도 수십 명은 가볍게 넘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로마 때문에 문제가 벌어지고 있으니까, 후계를 낳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 뒤로 미룰 거야."
"무슨 소리래? 매번 엘프들과 허리를 흔드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들켰나.
제법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여겼는데, 아침에 앞뜰 정원에서 수 명의 엘프들과 난교를 하고 있던 것을 우연찮게 목격해버린 모양이다.
케이는 호색한 군주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는 로마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로마의 황제는 유스티니아누스 1세.
그의 휘하에는 조카딸인 루키우스 티베리우스, 그리고 쌍두명장으로 불리는 벨리사리우스, 나르세스가 있었다. 세 명의 사령관들은 모두 각자의 군단을 이끌고 있으면서 동시에 아프리카와 그리스, 페르시아 등지를 누비면서 로마의 영토를 과거 전성기 시절까지 넓혀버린 위업을 달성해버렸다.
서로마 제국이 패망하면서 그 영토를 모두 탈환한 것은 물론, 로마가 과거에 보유하였던 지중해의 패권까지 장악해버렸다. 그 위업에 대해서는 나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대륙의 패자를 자칭하고 있는 로마는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제국에서 조공을 요구한다면 줄 수밖에 없다고 할까. 물론 그 조공이 과도하지 않을 경우에서만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조공이라, 줘야겠지."
"왕님답지 않은 의기소침한 의견이네. 내가 아는 왕님이라면 '전쟁이닷! 황제의 조카딸을 붙잡아서 강간해버릴 테다!'라고 소리칠 줄 알았는데."
"이 브리튼을 불바다로 만들 셈이냐. 나도 원숭이보다는 향상된 지능을 가진 저능아 인간이라고."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로마는 너무도 강하다.
과거 전성기 시절의 로마에 비교해서도 부족함이 없는 전력을 가진 최강 국가. 그런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하자면서 깽판을 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애초에 전쟁이라는 것은 해볼 만한 적 세력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약소국에 고립된 섬 국가라는 최악의 단점을 가진 브리튼이 과연 로마를 상대로 이길 수나 있을까. 차라리 칼레도니아의 최북단에 있는 오ㅡ니 왕국에 여름 폭염이 왔다는 걸 믿겠다.
"어차피 로마에 조공을 바친다고 해도..... 과거에 브리튼은 로마의 속국이었어. 백성들도 조공에 대해서도, 그리고 브리트이 로마의 속국이 된다고 해도 반발하는 세력은 없을 거야."
"흐응. 국가적인 실추라면서 기사 계급들이 반발할 텐데?"
"적어도 그 조공을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반발을 할 수 있을까. 자존심을 얻으려고 목숨을 버릴 줄이야. 아니, 적어도 기사들만 떼죽음을 당하면 될 문제가 될 건 없겠는데 정작 죽는 것은 일반 백성들이라고. 로마와의 전쟁 따위 가능할 리가 없어."
로마와의 전쟁에 대해서 브리튼의 여론이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서와의 혼인이 성립되면서부터 달달한 분위기로 브리튼이 성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로마가 조공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내면서에 따라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전쟁을 주장하는 브리튼 기사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그 동안은 역적 보두앵의 지시를 따르던 병신들이 이제 와서야 국가의 자존심을 들먹이면서 전쟁을 주장하는 꼴이라니. 자신감은 좋지만 그것이 만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완벽한 전술과 전략을 내세운다고 할지라도 그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계속해서 몰아치는 물량은 이겨낼 수 없었다.
게다가 황제에게 충성을 바친 세 명의 사령관 중에서 한 명이라도 직접 군단을 이끌어버리면 확연하게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전쟁. 그것만큼 최악의 경우도 없다.
그 승패가 50대 50에 가까운 전투라면 적어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머저리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군주의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죽음과 멸망을 의미한다. 죽음과 멸망에 직면할 확률이 50%. 최악도 그런 최악이 없다.
설령 나머지 50%의 경우로 이긴다고 할지라도 로마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병력을 잇달아서 파병할 것이고, 나는 그 때마다 50%의 승률을 걸고서 싸워야 한다.
"나도 무리야."
로마와의 전쟁 따위는 결코 가능할 리가 없다.
=========================
카오져 님, 쿠폰 12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
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