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90화 (90/195)

<-- 카멜롯 연회 -->

001

"안녕! 오늘도 좋은 아침이야, 서방님?"

주황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내게 인사했다.

허리를 숙이면서 짓궂은 귀염성으로 가득한 얼굴을 내밀며 내 반응을 살피는 멀린. 브리튼 최고의 마법사라 불리는 멀린은 아서를 따라서 수도 카멜롯으로 도착했고, 카멜롯 왕성에 있는 마법 공방에 틀어박혀서 마법 연구에 매진하거나 모르간을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늦게 등장했군."

"왜애? 혹시 멀린 누나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걸까, 우리 서방님은? 아하하핫, 여성에게는 준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서 말이야."

"내 아내를 놀려먹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안 온 거잖냐."

"들켜버렸네."

멀린이 키득키득 웃음을 지었다.

그녀에게는 순수하게 "보고 싶기는 했어."라고 말하면서 작게 입술에 버드 키스를 맞추었다. 달콤한 말을 하면서 내 쪽에서 먼저 키스를 할 줄은 몰랐는지 새하얀 볼에 홍조가 그려졌다. 매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뻔뻔함을 가진 멀린치고는 드물게 그 감정이 드러났다.

황혼의 마법사는 어느 때의 소녀처럼 제법 쑥쓰러운 반응을 보이더니, 베시시 웃음을 지었다. 버드 키스를 받은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면서 부끄러움을 떤다.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소악마 같으니라고. 사람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멀린은 최고의 색녀였고, 남자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서하고 혼인을 결정했다고 들었는데? 드디어 우리 아가와 혼인을 하는 건가~ 후견인으로서 가슴이 뿌듯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네가 아서의 어머니 역할을 했다는 건 들었어."

"어머니라니! 나는 아직 어리거든? 언제나 스무 살의 풋풋함을 자랑하는 멀린이니까."

"스무 살이라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세 배, 네 배 이상으로 나이를 먹어놓고는.... 우서보다 나이가 많다는 말도 있던데."

"아니야아아앗!!"

늙은 우서 왕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고령이라는 점을 붙잡고 늘어지자 멀린이 얼굴을 붉히며 비명을 내질렀다. 남의 아내를 놀려먹는 재미로 살더니, 꼴 좋다. 멀린에게 있어 고령이라는 점은 꽤나 결점으로 작용한 모양이다. 모르간에게 나중에 말해주도록 하자. 멀린의 약점을 잡았다고 분명 좋아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집무실의 발코니를 통해서 붉은 머리카락의 아가씨가 들어왔다. 창문을 열면서 등장한 아발론의 붉은 마녀. 모르간은 집무실의 테이블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는 나를 유혹하듯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멀린을 보더니 왈칵 인상을 찌푸렸다.

집무실을 메우는 멀린이 내뿜는 페로몬 향기, 남자를 포함해서 동성인 여성까지도 매혹시켰다. 그 달콤함에 모르간은 짐칫 분노한 표정을 지으면서 멀린을 노려보았다. 아서만큼은 넓은 포용으로 허락했지만 아무래도 라이벌 겸 원수인 멀린만큼은 예외인 듯 했다.

"당신! 이 망할 몽마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내가 어떻게 알겠냐? 이미 내 집무실은 만남의 광장처럼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라고. 근위병도 이제는 자주 출입하는 사람은 막지도 않는다고."

주로 내 집무실에 들락날락거리는 것은 니무에와 가레스였고, 가웨인과 모르간도 자주 내 집무실에 들렀다. 밤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집무실에서 자주 이루어졌다. 침실에서는 주로 여성과 섹스를 할 경우에만 해당되는 일이었고, 내게 있어서 침실은 섹스를 하는 공간이지 수면을 취하는 곳이 아니라는 개념까지 생겨버렸다.

집무실에서 24시간을 지내는 카멜롯의 군주.

수면을 포함해서 개인적인 식사까지도 주로 집무실에서 행한다. 이미 집무실 바닥에는 다 먹은 접시까지 내놓아진 상태였다. 이제 곧 시녀들이 수거할 것이다. 누가 보면 방구석 폐인인 줄 알겠군.

"나가! 당장 나가, 이 색녀야!"

"후후후, 색녀라. 물론 모르간, 너의 남편을 홀리러 온 색녀겠지."

내 뺨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면서 말하는 멀린.

주황색 머리카락 여성이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면서 나와의 거리를 좁혀들자 모르간이 발을 동동 굴렀다. 혹시 멀린에게 나를 빼앗기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 귀엽다. 대개 사귈수록 그 매력이 떨어져 보인다는데 내 눈에는 모르간이 역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로 보인다. 이 정도면 중증이군.

"어쨌거나 내가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아서와의 혼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왔는데..... 나중에 다시 올까?"

"이미 말했잖아! 그리고 내가 너 같은 색녀를 남편 앞에 둘 리가 없잖아! 남의 남편 건드리지 말고 저리 가!"

"아하하. 모르간은 언제 봐도 귀엽다니까~ 역시 사랑하는 하는 소녀는 귀엽단 말이야. 나중에 모르간의 남편을 빼앗아버린 다음에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라니까?"

장난하듯이 말하는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진심이다.

언젠가는 분명 모르간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와 섹스를 하는 광경을 연출하리라. 사람을 놀리는 걸 언제나 취미로 삼는 대마법사였기에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리고 모르간 또한 멀린의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멀린을 크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무실 의자에 앉은 내 목가를 두 팔로 두르면서 나를 당겼다.

멀린과 거리를 강제로 벌리면서 나를 뒤에서 안았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이 머리 뒤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역시 모르간은 크군. 물론 눈앞의 멀린보다는 그 가슴 사이즈가 작았지만. 가슴 크기로는 역시 개인적으로 멀린과 가웨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모르간도 거유에 속하지만 뭐랄까, 앞의 두 명이 더 크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모르간을 달랜 다음에 멀린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아니, 지금 이야기해도 상관 없어. 우리 아내는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나도 모르간은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서로 이해를 나눈 결과에 따라서 아서를 제 1왕비로 들이기로 한 거야."

"질투만 하던 어린애 모르간이 드디어 성장한 건가.... 스승으로서 감격스럽네."

멀린의 말에 모르간이 투덜투덜거리면서 반박했고, 멀린은 그녀의 말에 빙그레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좋아. 서방.... 아니 비세리온 군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아서와의 혼인날을 정하는 수밖에."

서방님이라는 호칭으로 어느 때처럼 말하려던 멀린은 이 자리에 모르간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지하고는 그 호칭을 수정했다.

서방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섹스 파트너처럼 육체 관계를 갈구하던 사이라는 걸 들켜버린다면 모르간은 이 집무실을 모두 불태워버릴 것이다. 아서를 왕비로 들이는 것도 간신히 수락을 해준 건데, 바람기 심한 남편이 원수라고 할 수 있는 멀린과 섹스를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알아버린다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어진다.

멀린의 재빠른 재치 덕분에 매번 파괴의 위험을 겪는 국왕의 집무실은 위기를 모면했다.

"저기저기, 모르간~? 나도 비세리온 군의 첩으로 들어가면 안 될까? 이 매력적인 누님이 남편의 첩이 된다는 것을 안주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해? 아서에게 정실부인의 지위를 넘겨줄 관용이라면 분명 나도 수락해주겠지?"

그 말에 모르간이 새빨간 눈동자를 빛냈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짓는 모르간. 그녀는 두 손으로 쥐고 있던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죽여줄까?"

"아아, 나는 무리구나. 역시 내 매력에 남편이 홀릴 것을 알고서 내린 결정이겠지? 모르간은 자신의 매력이 내게 미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첩이 되버리면 비세리온 군은 나 밖에 바라보지 않겠지. 소박 맞을 것 같은 모르간은 두려운 거야."

"누, 누가 두렵다는 거야! 너 따위가 첩으로 들어와도.... 나와 남편 사이는 결코 바뀌지 않을 거야!"

모르간의 말에 크흡, 하고 헛기침을 했다.

멀린의 앞에서 너무 과다하게 우리 애정 관계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타인 앞에서 그런 말을 해버리니 내 쪽에서 부끄러워진다. 얼떨결에 모르간은 자신의 마음을 순수하게 고백해버렸고, 이윽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비명을 내질렀다.

분명 밤에 이불킥을 할 것이 분명하다.

모르간의 성대한 자폭에 멀린이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모르간이 저렇게 나올 것을 알고서 미리 도발을 내걸어버린 건가. 역시 모르간의 위에는 멀린이 있다. 아발론의 붉은 마녀를 이렇게까지 궁지로 내몰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스승인 황혼의 마법사 밖에 없으리라.

"그러면 우선 우리 귀염둥이 아서와 비세리온 군의 첫날밤을 위해서 준비한 특제 미약을 주도록 할까. 곧바로 임신이 가능하도록 복용한 남녀를 과격하게 만들어주는 수제품으로 준비했지!"

"당장 그거 집어넣어!"

새하얀 젖가슴 사이에 끼워둔 작은 유리병을 꺼내드는 멀린을 보며 외쳤다.

==========================

천강화 님, 쿠폰 1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

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