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좌의 주인 -->
009
그 다음날에는 가레스가 찾아왔다.
언니인 가웨인만큼이나 눈부신 미소녀 기사는 꽤나 활발한 얼굴을 띄우고서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러 집무실로 온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군주의 집무실을 만남의 광장으로 알고 있는 그녀의 가벼운 성격상 이번에도 그냥 놀러 온 것이리라. 팔다리도 짧은 유녀는 아직 내 취향 밖이다. 물론 내가 안은 엘프들 중에는 가레스보다 더 어린 엘프 유녀도 있었지만.
지금도 엘프들은 내 집무실을 장악하고 있었다.
집무실에 있는 엘프 여성들은 총 다섯 명. 두 명이 누님 타입이고, 세 명은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녀였다. 물론 모두 미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였기에 인간보다 긴 귀에 갸름한 얼굴을 가진 미녀들이었고, 내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하, 차라도 타올까요?"
"고마워."
"무슨 말씀을. 전하는 저희 엘프들의 주인님이신걸요."
메이드복을 간결하게 차려입은 엘프 여성이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살포시 지었다.
눈부신 웃음이다. 세속에 물든 인간 여성과는 달리 숲의 엘프들은 가련하면서도 순진무구한 웃음이 그 특징이었고, 아몬드 형태의 청명한 눈동자와 새하얀 치아, 그리고 섬세한 이목구비까지. 어째서 수많은 위정자들이 엘프들을 정복하려고 했던 것인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물론 나는 그녀들을 강제적으로 복속시킨 것이 아니라, 그녀들 쪽에서 먼저 내게 복종을 요청했다는 것에서 차이점이 있지만 말이다.
내게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엘프 메이드들을 보며 가레스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기요, 섭정왕이 아니라 하렘왕 아닌가요?"
"흠. 과거에 그런 말을 했다면 부정했겠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나도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왕이라는 작위에 엘프들의 주인, 그리고 눈부신 절세미녀를 아내로 두고 있지. 남자가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호사는 모두 누리고 있는 격이라고 할까."
"엄청 행복해 보이세요. 저희 언니도 첩으로 들이셔놓고, 이제는 아서 님까지도 새로운 왕비님으로 들이신다는 소문까지 들었는 걸요. 대체 우리 전하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요. 물론 그 처첩 리스트에 제 공간도 있을 거라고 믿어요."
"너는 너무 어리잖아."
"저보다 어린 엘프도 안으셨잖아요?"
"실제 나이는 너보다 몇 배는 많거든?"
나를 심리적으로 유녀 취향으로 내몰기 시작하는 가레스를 향해 말했다. 그 말에 가레스가 칫하고 혀를 차버린다.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나를 유녀 취향으로 만들려는 금발의 유녀 기사. 가슴도 납작하고 어깨도 왜소하다. 분명 추후에 언니 가웨인만큼이나 눈부신 미녀로 성장하겠지만 지금은 어린 외모 때문에 양심의 가책이 들었다.
언제나 나에게 범해달라면서 쪼르르 달려오는 금발 유녀를 볼 때마다 심장에 무리가 간다. 매번 가웨인이 제지를 가하려고 해도, 가레스의 노골적인 추파는 끊이질 않았다.
우선 가레스가 조금 전에 물은 것에 대해서 답을 해주기로 했다.
"소문이 아냐, 사실이지. 아서를 왕비로 들일 거야."
"그 이모님께서 정말 속도 좋으시죠. 왕비로 들인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다른 왕비님을 들이신다니. 전하는 여심을 너무 몰라요."
"나도 그건 알아."
"하지만 그걸 질투 심한 이모님이 허락하셨다는 건, 그만큼 이모님이 전하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정말이지 전하는 마성의 남자라니까요? 이렇게까지 이모님을 푹 빠지게 만들 줄이야."
가레스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나는 지금도 모르간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고, 언제나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이대로 자신의 고집을 관철하였다면 카멜롯의 유일한 왕비가 될 수 있었지만, 내가 정치적으로 큰 곤란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순순히 아서에게 새로운 왕비 자리를 넘겨주었다.
그것도 제 1왕비의 자리를.
질투가 심해서 매번 내 주변 여성들을 경계하는 질투의 마녀가 한 행동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행동과 판단이다. 가레스의 말대로 나를 그만큼 깊게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나도 모르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왕비 자리를 아서에게 주기 싫었다. 모르간 르 페이라는 여성을 유일한 왕비님으로 모시고 싶었으니까.
"우와아.... 이모부님과 이모님의 러브 스토리, 조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달달하네요. 연애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시는 두 분이 사랑에 빠지시니 그 한계가 없는데요?"
"시끄러. 닥쳐."
"그 '시끄러, 닥쳐.'는 이모님의 말버릇이잖아요. 말버릇도 닮으시는 것 같아요."
가레스가 귀여운 눈웃음을 지었다.
소악마 같은 이 유녀는 나와 모르간의 순애보를 놀리면서도 부럽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나와 매번 연애를 하고 싶다면서 징징거리는 가레스다운 모습이라고 할까. 나의 어느 점이 마음에 들어서 이 어린 유녀 기사가 나를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건 가웨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가웨인도, 가레스도.
남성의 어느 부분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나라는 남성을 좋아하진 않을 텐데.
"전하, 혹시 가레스가 여기 있나요?"
집무실의 문을 열고서 가웨인이 들어왔다.
가레스의 성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웨인은 늘씬한 다리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미인으로, 소녀다운 귀여움과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모든 남자들이 꿈꾸는 이상형이 합쳐진 듯한 모습이라고 할까.
모르간만큼이나 카멜롯 남성들의 남심을 불태우는 절세미녀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여동생을 목격하고서 어깨를 잡아당겼다.
"가레스! 또 일 안 하고 도망쳤지?!"
"으아앗! 언니, 어깨 뽑히겠어! 남자보다 근력이 강한 바보 언니!"
"누, 누가 강하다는 거야.... 나는 딱히...."
태양의 위치에 따라 힘이 증가하는 태양의 축복을 받은 가웨인은 아침부터 정오까지만큼은 세 배에 달하는 근력을 가지게 된다는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여기사. 그녀의 능력을 보면 볼수록 사기적이라는 느낌 밖에 안 든다. 어지간한 남성은 즉시 말 위에서 낙마시키고, 전장에서 그녀를 이길 수 있는 기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최강의 기사.
카멜롯에서 가장 유명한 태양의 기사는 무적불패의 기사로 이름이 높았다. 명예와 긍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고결한 여기사 가웨인. 그녀는 근력이 강하다면서 놀리는 가레스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나를 힐끗 훔쳐보고 있었다.
정오에는 웨일즈 최강의 기사인 란슬롯을 뛰어넘을 정도이니 말 다한 셈이지. 그 어떤 남성들도 결코 가웨인을 이기지 못하리라. 태양의 기사는 카멜롯 최강의 기사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 최강으로 남아야 했다. 가웨인의 존재야말로 카멜롯의 검을 대표하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가레스에게 말했다.
"여자가 무조건 약해야 한다, 남자에게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 사고방식은 없어. 틀에 박힌 생각일 뿐이니까. 나는 가웨인이 카멜롯 최강의 기사라는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 매번 의지하고 있으니까."
"저, 전하.... 황송스러운 말씀입니다.... 그, 그래도... 동생 앞에서는 부끄러운데요...."
내 말에 가웨인이 두 뺨을 붉히면서 손사레를 쳤다.
내게 직접적으로 과한 찬사를 받아버리자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점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가레스보다 귀엽다고 할까. 촉촉하게 젖은 푸른 벽안에 허리까지 낼오는 금발. 그리고 섹시한 몸매까지. 이런 미소녀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마냥 부끄러움을 타는 언니를 보며 가레스는,
"우와아.... 이모님 뿐만 아니라 언니한테도 닭살 맞게 구시네요."
"가웨인도 내 아내잖아."
내가 직접적으로 '아내'이며 '반려'라고 계속해서 지칭하자 가웨인의 새하얀 얼굴이 터질 정도로 붉어지기 시작했다.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진 가웨인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자상하게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움을 타는 게 귀엽다. 태양의 기사는 반가워서 꼬리를 살래살래 흔드는 강아지 같은 모습이다.
"크흠, 전하. 저에게는 그.... 반려라는 말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전하의 '첩'이지 정식으로 '아내'는 아니니까요. 물론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황송스러울 정도로 과한 대접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가. 나는 첩이라고 해서 애정을 주지 않는 성격이 아니라서. 너도 내 소중한 여자니까, 이렇게 말할 뿐이야."
설령 아서를 제 1왕비로 들이더라도 내가 모르간과 가웨인에게 보내고 있는 애정은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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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차원 님, 쿠폰 13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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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