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77화 (77/195)

<-- 콘월로 돌아가다 -->

004

모르간은 마치 성난 고양이처럼 말랑한 볼을 부풀리면서 말했다.

"아직 화가 다 풀린 건 아니니까 헛물은 켜지마."

"알았어 알았어."

우리들은 침대에 누운 상태였다.

니무에는 그 중심에 누워서는 잠이 들어버렸고, 나와 모르간은 몸을 반쯤 돌리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찰랑거리는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여전히 기분 좋은 장미향이 코를 찔렀다. 붉은 장미처럼 고결함과 우아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날카로운 가시를 연상시키는 까칠함까지 겸비한 절세미녀.

그 미색은 나라를 멸망시킬 정도였다.

모르간이 만약 마음을 먹는다면 브리튼 왕국을 멸망시키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테지. 그녀가 카멜롯의 왕비로서 선정을 펼치고 있는 것은 내 존재가 억지력이 되어 그녀의 악행을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간 르 페이는 악성향에 가깝다. 아무리 내 아내라지만 선보다는 악에 그 성향이 가깝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날카로운 가시가 과연 브리튼을 찌를지는 그것을 쥐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을 것이다. 장미의 마음을 올바르게 돌리기 위해서라도 내 역할이 중요할 테지.

"우리 마누라는 장미 같아."

"그만큼 예쁘다고? 글쎄, 다른 남정네들에게서 너무 많이 들은 말이라서 딱히 감흥은 없어. 오히려 진부해. 당신이라는 사람은 그렇게나 진부한 사람이었으려나? 뭐, 지금까지 당신을 본 바에 의하면 매번 진부한 말이나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나를 비꼬듯이 모르간이 말했다.

그럼에도 선홍색의 입술은 키득키득 웃음을 반복해 나갔다. 나와 이렇게 니무에를 사이에 두고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한 달만에 세 명이 이렇게 마주했다. 서로 합친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뻤다.

"내가 아는 꽃은 장미 밖에 없어. 그다지 꽃 이름에 관심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너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꽃이라는 거지. 내가 처음으로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 지금에 와서야 그걸 밝힐 수 있어."

"흐우우웃....!! 그, 그런 닭살 맞은 소리를...."

"그런가."

내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은 모르간이 새하얀 침대시트로 자신의 얼굴을 폭하고 가려버렸다.

엉망진창으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런 모습이 귀엽다. 일방적인 사랑에 부끄러우면서도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 모습이 귀여웠다.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말이다. 그 솔직하지 못한 점에 끌려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에 쑥쓰러움을 느낀다.

침대시트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르간이 물었다.

"나, 사랑해?"

"지난번에 프로포즈를 했을 때 했던 말 같은데."

정확히는 첫 섹스 당시에 나에게 모르간이 했던 말이기도 하지.

이 달콤한 무드 속에서 섹스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를 망칠 것이라는 건 나도 잘 안다.

"물론이지. 세상에서 가장."

"적어도 그 엘프보다는 내가 우선이라는 말이지? 지금은 그걸로 봐줄게."

"고마워."

그렇게 말을 마치고서 잠이 들었다.

우리들 사이에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곤히 잠에 빠진 니무에의 손을 맞잡으면서 눈을 감았다.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모르간도 니무에의 손을 부여잡고 있으리라. 니무에를 통해서 모르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감촉이 들었기 때문이다.

005

콘월성에서의 일과는 그렇게 특이할 것은 없었다.

여기서 내가 할 일은 딱히 없다. 콘월의 내정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콘월 공작이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간혹 콘월 출신의 기사들을 만나면서 정치적인 자리를 열었다. 콘월 같은 시골이라도 카멜롯의 군주가 직접 귀를 기울이고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또한 콘월은 아내인 모르간의 고향이기도 하였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사들에게 표현했다.

이른바 지역 감정이라고 할까.

브리튼 왕국에서도 가장 촌구석에 위치한 콘월이지만 이 곳은 내가 처음으로 세력을 확장시킨 곳이자, 카멜롯의 군주가 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해준 곳이다. 그렇기에 나로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더욱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기에 콘월 기사단들도 자신의 출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콘월에서 카멜롯의 군주가 탄생했다.

콘월인들은 모두 그렇게 느끼면서도, 브리튼인과는 별개로 나뉘어진 콘월인들은 자신의 민족성에 우월감을 과시했다. 왕국의 주류를 이루는 브리튼인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카멜롯의 군주가 콘월에서 탄생된 것은 부인할 수 없었기에 콘월인들의 정치 범위의 확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 와서도 결국 정치쇼를 하고 있네."

"그렇지. 군주라는 건 말이야. 대중들을 가장 잘 속이는 광대와 같은 거야. 언제나 정치라는 이름의 사기를 치면서 군중의 이목을 속여야 하지. 그게 바로 정치라는 거고."

"당신은 당신이 하는 업무에 대해서 너무 비관적으로 꼬아 말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

모르간이 내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그래도 사실이잖아."라고 대꾸해버렸다. 나는 기본적으로 정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얼간이가 아니다. 설령 선정을 펼치는 성군이라고 할지라도 정치라는 개념 자체가 긍정적인 면으로 발전될 수는 없다. 선정을 베푼다고 할지라도 그 뒷면에는 온갖 더러운 술수와 계략이 판을 치는 오물과도 같기 때문이다.

과연 성군은 성군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성군이라는 개념을 대입해본다면 나는 성군이 확실하다.

지금까지 이어지던 높은 세율을 대폭 삭감해버렸고, 전화의 고통에 휩싸인 도시들 같은 경우에는 몇 년간이나 세율을 면제시켰다. 지금까지는 영토 확장과 전쟁의 연이은 승리를 통한 전리품으로 국정에 필요한 세금을 대처하고 있었고, 전쟁 군주로서 이민족과의 전쟁에서 매번 승리를 거두었기에 백성들에게 인기도 높았다.

전쟁에서 매번 승리를 거둠으로서 브리튼인의 무너진 자긍심과 명예를 회복시킨 전쟁 군주. 흔히들 백성들은 내가 용병 출신이었다고 해서 용병 군주라고들 자주 불렀다. 용병 군주라. 나도 용병 군주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가웨인은 군주에게 불경하다고 해서 질색을 하는 이명이었지만.

"마누라 님, 피곤해."

모르간의 풍만한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고서 말했다.

내 행동에 붉은 머리카락의 아가씨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두 팔로 나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에서 따쓰한 온기가 전해진다. 이대로 그녀와 섹스를 나누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원정에서 다녀온 이후로 모르간과는 적당한 스킵십조차 못 했군.

니무에도 마침 근처 꼬맹이들하고 놀러간 모양이니, 우리 둘 밖에 없었다. 앞으로 누구와 만남을 가질 예정도 없었기에 한가하다. 다시 말해서 모르간 르 페이와 몸을 섞기에는 최고의 환경이라고 할까.

햇볕이 강하게 쏟아지는 대낮이라는 점이 분위기를 망쳤지만, 모르간과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서 섹스를 즐긴 적도 많았기에 큰 단점은 되지 않는다. 모르간을 와락 끌어안으면서 서로 입술을 맞추었다. 혀를 집어넣고서 구강의 타액을 핥았고, 혀와 혀를 맞이하면서 데굴 굴렀다.

입술을 떼어내자 끈적한 애액처럼 침이 늘어뜨려지면서 실타래를 이루었다.

모르간이 꼭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그녀는 언제나 입술을 맞출 때마다 두 눈을 감았다.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가 첫 키스를 하는 것처럼. 그녀가 두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림이 전해졌다.

"좋아해."

"흥. 그 엘프들한테도 그런 말을 했을 거 아냐....?"

"아니, 안 했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 모르간이 말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새하얀 블라우스의 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우악스러운 손길로 풍만한 가슴을 매만지면서 유두까지 손가락을 밀어넣고서 그것을 느꼈다. 키스만으로 유두가 빼꼼 모습을 드러내면서 발기한 상태였다. 블라우스 안에 집어넣은 손길을 당기자 곧이어 단추들이 모두 뜯겨나가면서 그녀의 새하얀 피부가 훤히 드러났다.

단추들이 모두 뜯겨나간 블라우스가 활짝 열렸다.

새하얀 젖가슴과 살짝 모습을 감춘 유두. 그리고 새하얀 피부를 가진 배까지. 배꼽 주변을 매만지자 모르간이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좋아해."

"우으으으..... 그, 그러니까.... 나도 조, 좋아해."

굵은 페니스를 꺼내면서 모르간의 입술에 넣으려고 할 때, 우리 옆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 여성을 목격했다.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머리핀으로 고정시킨 헤어스타일의 공작부인이었다. 모르간의 모친인 이그레인. 물방울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여성이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우리들의 섹스 장면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 입을 다물기를 수 초.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모르간이다. 단추가 모두 뜯겨나간 블라우스로 자신의 몸을 가리면서 내게서 후닥닥 떨어졌다. 나는 미리 꺼내놓은 페니스를 차마 숨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경직되었다.

이그레인이 섬섬옥수처럼 가녀린 손가락으로 내 페니스의 귀두 부분을 감싸안으며 말했다.

"우리 사위는 엄청 큰 물건을 가지고 있네요? 딸아이가 부러워져요. 우리 그 이는 이제 서지도 않는데. 섹스를 못 한 지 벌써 10여 년이나 지났다니까요?"

당연히 딸을 세 명이나 낳을 정도로 성관계를 아내와 나누었다면 노년이 되어서는 발기 부전에 걸릴 만도 하다. 이미 딸을 세 명이나 낳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그레인은 겉외모는 20대 후반처럼 보이는 미녀였지만 실제 연령은 50대. 그리고 콘월 공작인 남편 틴타젤은 60대에 도달한 고령이다. 브리튼의 평균 수명을 보면 꽤나 오래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그레인이 장난스럽게도 한쪽 눈가를 찡그리면서 윙크를 보냈다.

"저도 낄 수 있을까요,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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