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월로 돌아가다 -->
003
딸내미가 마법 트랩을 해제한 덕분에 곧바로 모르간의 침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법 트랩을 모두 해제하는데 40분이라는 시간이 소비되었다. 멀린과 모르간이 만든 인공 정령인 니무에였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어지간한 마법사였다면 오히려 모르간의 마법 트랩의 함정에 걸려서 목숨을 잃었으리라. 니무에는 모든 마법 트랩을 해제하고서 체력 소진으로 바로 뻗어버렸다.
모르간의 침실로 들어간 순간,
"우와아악!!"
시뻘건 열량의 불길이 나를 맞이했다.
침실에서 불길을 일으키다니 우리 아내는 제정신인가! 질투심이 이성을 지배하고 있는 거라면 이해는 간다만. 붉은 머리카락의 마녀는 쌍심지를 켜고서 내게 화염구를 사출하고 있었다. 붉은색의 마법 술식들이 허공에서 전개, 그 마법 술식에서 불길이 확산되기 시작한다. 곧바로 마법 캐스팅이 가능한 모르간의 실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엑스칼리버로 불길의 확산을 저지하며 외쳤다.
"데, 데리러 왔어."
"그 엘프 년들에게 가버리지 여긴 왜 왔어!!"
"당연히 네가 더 소중하니까 당연하잖아."
"흥! 하여간 말은 잘해요. 당신이란 사람은 물에 빠져도 그 주둥이만 둥둥 뜰 거야!"
그건 이미 주변인들에게 자주 들은 내용이다.
모르간은 단단히 화가 난 듯 보였고, 질투의 불꽃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콘월성에 화재가 발생할 것 같은데.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니무에는 체력 소진으로 뻗어버린 상태였고, 모르간을 말리려고 온 나는 그녀의 공격에 죽게 생겼다. 불길을 사이에 두고서 대치 상황이 만들어졌고, 모르간이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칼레도니아에는 엘프나 꼬시러 간 거야?"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그 애들은 부하 같은 관계라고 할까..... 아, 아무튼 멀린하고 관계가 된 건데....."
그 빌어쳐먹을 특제 미약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멀린이 속여서 내게 먹였다고 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모르간이 눈썹은 움찔거리면서 반인반마 대마법사 년을 반드시 쳐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에게 마법을 가르친 멀린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다. 당연히 멀린에게 분노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면 당장 죽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말했어도 모르간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내게 여전한 적대감을 드러낸다고 할까. 물론 197명에 달하는 엘프들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과 난교 섹스를 즐긴 데다가, 그녀들을 카멜롯으로 데려온 것은 내 잘못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두고서 온다면 엘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릴지도 모른다.
엘프는 자신의 순결을 바친 대상에게 거절을 당해버리면 그대로 목숨을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친 상대에게서 거절을 받아버리면 엘프들은 그 마음이 꺾여버린다. 종족 습성이 매우 강한 엘프로서는 1천 년에 달하는 일생에서 오로지 한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엘프들 따위 죽어도 상관 없잖아? 당신과 나의 사이를 방해하는 것들이라면."
"그, 그렇기는 한데....."
"성격 좋은 것에도 정도가 있는 거야. 저 수많은 엘프들과 동거라도 할 셈이야? 일방적으로 당신에게 사랑을 준 것은 엘프들이야, 그 감정에 당신이 책임을 느낄 필요는 없어. 당신은 휘말린 것 뿐이니까. 그러니까 그 년들이 모두 죽어도....."
"그건 아니지. 그들 모두가 죽는다면 나는 괴로워 할 테니까."
"언제부터 생명과 목숨을 소중하게 여겼다고. 당신은 전쟁 군주이면서 나아가 브리튼의 용병왕이야. 그런 생명들까지 모두 신경을 써버리면-----."
나를 향해서 적의가 담긴 말을 외치던 모르간이 입을 순간 다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심한 말을 하였다고 생각한 것일까. 우리들 사이를 메우고 있던 시뻘건 불길들을 걷어내면서 그것을 지웠다. 나와 모르간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들의 감정 사이에는 꽤나 깊은 골이 생겨나버렸다.
"그 년들이야? 아니면 나야? 결정해."
우리 마누라는 어떻게 저리도 쏙쏙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걸까.
조금 어린애 같다고 생각이 드는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비슷한 선택지로 들린다. 모르간 한 명이냐, 아니면 197명의 엘프들이냐. 그를 결정하는 말이다. 물론 내게 있어서는 모르간이 더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이지만, 수백 명에 달하는 엘프들 쪽에도 무게감이 있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모르간이 제시한 선택지에 대해서 함부로 대답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내가 입을 다물고, 모르간이 들끓는 분노를 터트리려고 하던 찰나, 모르간의 침실에 한 여성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서 모르간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귀부인 이그레인이었다. 이그레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르간은 마치 장난 심한 악동이 어머니를 만난 것처럼 꼼짝도 못했다.
"모르간, 전하께서 곤란해 하시잖아요."
"하지만 어머님! 이번에는 저 사람이 잘못한 거잖아요! 모르간은 하나도 잘못한 거 없어요!"
뭔가 꽤나 귀여운 말투다.
어머니 이그레인의 앞에서 모르간은 저런 말투를 하는 건가. 나한테도 저런 말투로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어린 구석이 있는 모르간의 말투는 귀여웠다.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면서 어머니에게 항의하는 딸. 이그레인이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전하는 카멜롯의 군주이며, 브리튼의 구세주예요. 삼처사첩은 어쩔 수 없다고 제가 결혼하기 전에 말했을 텐데요?"
"삼처사첩의 수준이 아니잖아요! 저 발정난 남편은 수백 명에 달하는 엘프들을 데리고 왔어요!"
그건 내가 생각해도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먼 원정길에 나섰던 남편이 엘프들을 수백 명이나 데려오다니. 게다가 그 중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과 난교 섹스를 즐겼다. 물론 그에 대해서 모르간은 모르는 모양이다만, 만약 들킨다면 내 아랫도리와는 작별 인사를 고해야 할 것이다.
이그레인은 성난 딸아이를 달래주면서도 내게 돌아갈 것을 종용했다.
"그럴 때일수록 정실부인으로서의, 그리고 카멜롯의 왕비로서 품격을 보여야죠. 언제까지 콘월에 박혀서 투정을 부릴 셈인가요? 왕비 자리를 비워버리면 그 자리를 탐내는 승냥이들이 생길지도 몰라요?"
"윽!"
"후우. 정말로 전하를 포기하려면 콘월에 남고, 조금이라도 전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카멜롯으로 돌아가세요."
이그레인의 과격한 최후통첩 제안에 모르간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붉은 머리카락의 아가씨는 나를 힐끗힐끗 바라보더니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고서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먼저 잘못을 범한 상황으므로 솔직하게 사과했고, 모르간은 그에 대해서 코웃음을 치면서도 마지못해서 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안해. 진심으로."
"뭐, 뭐.... 어, 어쩔 수 없네! 이번만이니까."
하지만 씰룩거리는 입가를 보아하니 진심으로 나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내가 저자세로 나오자 그에 만족한 듯하다. 바람기가 진동을 하는 남편에게서 솔직한 사과를 받아내고 싶었다, 그게 바로 모르간의 본심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는 몇 번이고 마법 트랩에 죽을 뻔했지만 말이다.
아발론의 붉은 마녀와 사귀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고난 정도는 단숨에 헤쳐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절세미녀를 아내로 삼을 수 없었다.
"후후후. 이걸로 해피엔딩이네요."
손뼉을 치면서 이그레인이 말했다.
금발을 기른 귀부인은 수려한 얼굴에 활짝 웃음을 지으면서 지금의 상황을 축하했다. 나와 모르간은 서로 손을 맞잡으면서 어색하게 미소를 보냈다. 근 한 달만에 그녀와 다시 재회해서 스킨십을 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모르간의 손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그녀의 아기자기한 손을 매만지면서 허리에 손을 두르며 껴안았다.
그러자 모르간이 약간 곤란해 보이는 모습을 하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어, 어머님이 보시는데....."
"그런가. 하지만 너무 기뻐서."
"기뻐?"
"응. 너를 다시 안을 수 있어서."
수많은 난관을 거치고 헤쳐나가면서 쟁취하는 해피엔딩.
그것이야말로 러브 스토리의 종착역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엔딩일 것이다. 토라진 히로인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결국 그 사과가 받아들여짐으로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 그 결말로 끝나야 했다.
우리들의 중재역을 자청한 이그레인의 다음 말이 아니었다면.
"그러면 서로 화해도 했고, 우리 사위와 알콩달콩 분위기를 만들어도 되겠죠?"
자신의 풍만한 가슴으로 내 손을 끌어당기는 이그레인.
물방울의 귀부인은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내 품에 꼭하고 안겨서는 선홍빛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역시 절세미녀인 모르간을 낳은 모친답게 아리따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네 명의 딸을 낳았음에도 20대 후반의 연령으로 보이는 동안의 소유자였다. 푸른 벽안을 가진 여인은 내게 안겨서는 키득 웃으며 당황해서 입만 뻐끔거리기 시작하는 내 입술에 손가락을 얹었다.
"쉿. 장모와 아내의 모녀덮밥을 원하지 않나요, 우리 사위는?"
이윽고 다시 한 번 시뻘건 불길이 모르간의 침실에서 발화되기 시작했고, 그 표적은 언제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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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어둠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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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