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월로 돌아가다 -->
002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밀린 업무를 이유로 들면서 제지하는 아그라베인을 뿌리치고서 곧장 콘월성으로 달려갔다. 다행스럽게도 수도 카멜롯에서 콘월 지방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부지런히 세 마리의 말을 갈아타며 내달리면 하루 이내에 도착한다.
그리고 콘월성의 장모님을 찾아갔다.
"사, 살려주십쇼! 저는 아내가 없으면 죽어요!"
"어머머... 전하께서 이렇게 친히 찾아주실 줄이야."
풍만한 몸매에 드레스를 입고 있는 이그레인이 나를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오매불망 원정을 떠난 나를 기다리던 모르간을 본의 아니게 배반해버린 나를 책망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그레인온 오히려 그런 나를 달래주었다. 모성애의 상징 같은 분이라고 할까. 풍만한 가슴에 안겨서 눈물이라도 터트리고 싶을 정도로 자애로운 분이시다.
이런 분이 나의 장모님이라니. 모르간의 언니로 밖에 안 보이는데. 장녀인 모르가즈, 차녀인 엘레인, 삼녀인 모르간. 그리고 우서 펜드래건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서 펜드래건까지. 총 네 명의 딸을 출산한 중년 여성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엘프 여성들과 경합을 붙이면 뒤쳐지는 않을 것 같았다.
미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들에 준할 정도의 용모를 가진 물방울의 귀부인은 내 뺨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딸은 방에 있어요. 하지만 전하가 가셔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무, 물론이겠죠?"
모르간은 한 번 삐치면 달랠 방법이 없다.
하물며 197명에 달하는 엘프 여성들을 몽땅 첩으로 삼아버린 지아비가 되어버린 다음에야 누가 용서를 해주겠는가. 내가 모르간이었다면 그 놈팽이의 하반신을 잘라버렸을 테지. 머리는 이성을 추구하면서도, 하반신만큼은 성욕을 추구한다.
빌어먹을 몽마 같으니라고.
그녀가 가장 처음에 특제 미약을 먹이지만 않았어도 사태는 이렇게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모든 원흉이 멀린에게 있지 않은가. 그녀는 대형사고를 저질렀음에도 웨일즈로 도주해버렸고, 결국 그 모든 결과는 내가 떠앉게 되었다.
마치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에 꼬라박았다가 가상계좌 발급조차 불가능하게 되면서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는 작가가 생각난다. 아무리 보아도 하향세 밖에 보이지 않는 그 절망이란. 조아라에서 번 원고료의 대다수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까운 녀석. 조오라에서 연재하면서 1천 만원까지 벌었는데.
"아, 혹시 배고프시면 식사부터 하시겠어요? 아니면 장거리를 오셨을 테니 목욕이라도? 후후훗, 아니면 저부터?"
"괜찮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은 뭡니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장모님.
물방울의 귀부인이라 불리었얼 정도로 빼어난 용모를 가진 이그레인은 20대 후반으로 밖에 안 보일 정도로 동안이었다.
속지 말자. 부인 이그레인은 아이를 네 명이나 낳은 유부녀다. 실제 나이는 50대 이상. 그녀가 처음으로 낳은 딸인 모르가즈가 오크니의 국왕과 결혼하여 지금의 가웨인을 낳았다. 이렇게 또 따져보면 족보가 난감해진다. 나는 가웨인을 첩으로 이미 들였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개족보였던 브리튼 왕실이 나 때문에 도리어 더 꼬여만 한다.
가웨인 뿐만 아니라 가레스와 아그라베인까지 모두 첩으로 삼아버리면 일이 복잡해지겠는데.
우선 이그레인이 내어준 객실에 머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거리는 100미터 이내. 콘월성이 그리 넓은 구조의 건물은 아니었으니 더 가까울 수도 있겠지.
아내의 성격상 내가 가까이 접근하면 마법 트랩이 전개되도록 함정을 파두었을 확률이 높다. 이미 그 트랩의 위력은 카멜롯에서 지겹게도 경험해서 잘 안다. 조금만 방심해도 목이 달아날 정도였다. 엑스칼리버가 지켜주지 않았다면 진짜 죽었다.
이그레인은 카멜롯의 군주를 한낱 객실에 재우는 것은 미안한 일이라면서 자신의 침실을 내어준다고 했지만 나는 정중하게 그것을 거부했다. 이미 콘월 공작은 자리를 잃고서 쫓겨나버렸고, 이그레인은 자신의 침실에 머물면 기꺼이 동침을 해주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장모님을 건들면 진짜 개족보가 될 것 같아서 무서우니 거절해버렸다. 친정집으로 도망간 아내를 쫓아서 친정집에 왔는데 장모님과 침대에서 뒹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물론 이그레인도 농담 삼아서 한 말이겠지만 말이다.
침대에 누워있던 내게 금발 금안의 소녀가 빼꼼하고 문을 열면서 다가왔다.
나를 힐끗 보던 인공 요정이 폴짝하고 뛰어서는 내 품에 뛰어들었다. 니무에였다. 한 달만에 보는 건가. 소녀의 수려한 금발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뺨을 부볐다.
"반갑다, 꼬맹이."
"비세리온. 바람둥이. 나쁜 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모르간에게."
니무에의 결정적인 말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모르간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욕설을 내뱉을 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견을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딸아이에게서 듣게 되니 마음이 아프다. 두 배로 더 아픈 느낌이 든다. 니무에는 여전히 무표정인 채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금발 금안의 요정은 그저 나를 만나게 되서 반갑다는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모르간은 어때?"
"화났다. 많이. 그렇게 화난 거. 처음. 아니, 두 번째."
"첫 번째는 뭔데?"
"멀린에게. 놀림 받고, 패배했을 때."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천하의 모르간 르 페이의 성질을 긁을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멀린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주황색 머리카락의 아가씨가 성질을 박박 긁어놓으셨군. 그 다음에 내가 그 원흉인 여인과 침대를 뒹굴면서 즐긴 건가. 나는 대체 섹스 파트너의 범주가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모르간은 자신의 침소에 있는 상태였고, 니무에만 내가 콘월성에 온 것을 깨닫고는 내가 있는 객실로 달려온 것이라고 한다. 니무에는 내 품속에서 얼굴을 부비더니 모르간의 상태에 대해서 말했다.
"모르간, 화났어. 그래도, 비세리온. 보고 싶을 듯."
"진짜?"
"보고 싶다고, 말했어. 솔직하지 못함. 모르간, 아이 같음."
누가 누구더러 아이라고 하는 걸까.
니무에는 1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자애였고, 모르간은 니무에의 언니처럼 보이는 10대 후반의 소녀였다. 실제로는 올해로 스무 살. 아직 꿈 많고 젊은 아가씨는 나와 기꺼이 혼인을 해주었고, 지금은 카멜롯의 왕비가 되어 있었다.
자신도 내 정실부인임을 공표하고 다녔으니 이미 공식적으로 정실부인이 된 셈이다. 그 누구도 카멜롯의 왕비 자리를 탐하는 여인은 없었으니까. 설령 있다고 할지라도 아발론의 붉은 마녀가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과 부를 탐낸 귀족 가문의 영애들이 연애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을 카멜롯의 왕비로 삼아달라고 속 보이는 요청을 하였는데, 그 명단을 모두 기억한 모르간은 나와 혼인을 한 뒤에 암습을 결행했다. 내게 추파를 던지던 모든 귀족 영애들이 실종되었고, 유독 카멜롯 성에서 개구리들이 자주 보였다.
아마도 귀족 영애들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예상이 맞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 유추를 멈췄다. 질투에 미쳐버린 마녀는 이래서 무섭다. 카멜롯으로 귀환한 지 하루만에 모르간이 설치한 마법 트랩에 의해서 수백 번이 넘는 암살 미수를 당했다. 국왕 암살미수를 최다로 기록한 사람은 왕비인 모르간이 유일하겠지.
"모르간에게 가봐야겠어."
"응. 좋은 생각. 나도 함께 함."
니무에를 어깨 위에 올려서 무등을 태워주면서 모르간의 침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복도를 거닐면서 꽤나 눈높이가 높아진 니무에가 팔다리를 휘저으면서 움직였다. 자신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 꽤나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금색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오오, 높다. 신기하다."
"마법 트랩이 걸려 있지? 해제를 부탁해."
"문제 없음. 총 258건의 마법 트랩. 모두 비세리온에게 설정. 표적 비세리온. 설정 명령은 표적의 사살."
"진짜 나 죽이려고 만든 거야?"
"물론. 모르간 실력 뛰어남. 이번 트랩은 더 위험. 성검으로도 못 막음. 비세리온 지옥행."
니무에는 결코 거짓을 입에 담지 않는다.
애초에 거짓말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세속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요정이었기에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 사항들로 하여금 유추를 해보자면 콘월성이라는 영역 자체가 나를 죽이기 위해서 만든 마법 트랩으로 가득한 사지(死地)와 같았다. 아담한 귀족성이 마치 내 무덤처럼 느껴진다.
"완벽하게 해제를 부탁한다."
"수락. 나중에 디저트, 부탁함."
"알았어. 배 터지게 먹게 해주마."
아내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딸아이의 도움이 절실했다.
금발 금안의 소녀는 내 어깨 위에서 내려오더니 그대로 붉은 융단이 깔린 복도 바닥에 웅크리고 누웠다. 작은 체구의 소녀가 무엇을 하는지 고개를 내밀어보니 어려운 문양으로 가득한 마법 술식을 제어하고 그것을 해제하기 위해서 추가 술식을 설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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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어둠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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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