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방의 패자 -->
006
칼레도니아의 정벌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스코트족은 먼 대륙으로 바다를 건너 도주하거나 깊은 협곡에 숨어버렸고, 산하 관계였던 엘프와 드루이드, 요정들의 지휘권을 빼앗긴 픽트족은 글래스고에 박혀서 이를 갈고만 있을 뿐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앙숙으로 여겼던 스코트족을 불과 1달 이내에 모두 정벌해버린 것에 대해서 브리튼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칼레도니아 영토를 절반으로 나눈다는 것에 합의점을 맞추면서도 노골적인 불만은 표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고민으로 느끼는 것은,
"......"
나를 쫓아다니기 시작한 엘프 여성들의 존재에 대해서였다.
정확한 연령은 그 측정이 불가능하지만 분명 나보다 연하는 없을 것으로 파악이 되는 엘프 여성들이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풍만한 가슴을 가진 누님부터 시작해서 짤막한 체격을 가진 로리까지. 그 연령대도 다양하다. 헤어스타일도, 머리색과 눈동자색도 다른 엘프 여인들이 내 곁에 머물면서 빤히 바라만보고 있을 뿐이다.
성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엘프들은 내게 어떻게 애정을 갈구하는지를 몰랐고, 그저 내 곁에 머물면서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여줄 것을 두고서 무언의 시위를 하는 듯 했다.
"나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아뇨."
"없어요."
각자 금발과 은발을 가진 엘프 여성 두 명을 보면서 물었다. 하지만 엘프 여성들은 다른 이유가 없다면서 그저 내 옆에 서 있기만 했다. 둘 다 가웨인만큼이나 풍만한 가슴을 가졌음에도 허리는 매우 가녀린 여인들로, 당장이라도 고꾸라뜨리고 싶을 정도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숲의 요정, 미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엘프라고 할까.
박색인 여인들이 아무도 없다. 모두 출중한 용모와 매력을 가진 여인들이었고, 그런 소녀들이 일제히 나를 기준으로 애정에 어린 시선을 보냈다.
"카멜롯으로 돌아갈 건데."
"거기가 어디던지, 전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여인이 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겠다는 그 충절과 맹목적인 사랑은 고맙지만, 그 여인들의 숫자가 190여 명에 달하는 대인구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확히 인원을 계산하자면 197명. 전장에서 척후부대로 보낼 수 있는 인원의 엘프 여인들이 모두 나에게 호감을 보이면서도, 내 곁을 맴돌고 있었다.
집무실에는 이미 수십 명의 엘프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창가 밖에 세워진 나무에도 엘프들이 앉아 있었다. 무슨 부엉이도 아니고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는 나를 골똘히 바라보고 있다. 악몽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 아닌가. 강제적으로 엘프 하렘이 이루어낸 악몽. 어디를 가던지 엘프들이 빤히 바라본다.
나는 다수의 사람에게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특이 성향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사색을 즐길 정도로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는 인간이다. 그런데 그런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졌다.
"분명 옷장에도 있을 거야. 어서 나와!"
집무실에 한 켠에 마련된 간이 옷장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소리쳤다.
반쯤은 이 상황을 비꼬기 위해서 장난 삼아서 말한 것이다. 집무실의 옷장에는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예복 등이 보관되어 있다. 업무 시간이 대폭 늘어나는 날이 있을 때마다 집무실에서 먹고 자는 것을 되풀이하다보니 자연스레 집무실에서 곧장 회의 장소로 나갈 수 있도록 예복을 집무실 옷장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옷장의 문이 열리더니 왜소한 체격의 로리 엘프들이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서 할 말을 잃었다. 묘하게 내 옷가지를 들고서 그에 담긴 체취를 킁킁거리며 맡고 있는 소녀들. 이제는 하다못해 옷장에까지 들어가서 숨어있었던 건가.
처음에는 트리스탄과 그녀가 이끌던 엘프 레인저를 보고서 묘한 동경을 느꼈는데, 지금은 그저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망할 에로프들. 당장에 너희들의 숲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스코트족에게 빼앗긴 숲을 모두 돌려주었는데도, 정작 이 녀석들은 갈 생각을 안 한다. 평생 내 옆을 맴돌다가 내가 요절하는 모습을 볼 요량인 듯하다.
트리스탄이 중재역으로 등장했다.
잿빛 머리카락의 엘프 미녀는 곤란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마치 천라지망을 구성하듯이 내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수많은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이건 곤란하네요."
"그렇지."
"전하가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익숙해지면 편해지실 거예요."
"어떻게 이 상황에서 편해진다는 거지, 저 엘프들과 마찬가지로 천장 너머에서 나를 힐끗 바라볼 정도로 관음증에 걸린 트리스탄 경?"
"아, 알고 계셨습니까....?"
"물론."
자고 있는 동안에 언제 목이 달아날 지 알 수 없는 전장에서 매번 굴러다녔기에 주변 시선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서로 교대를 돌면서까지 내가 자는 모습까지도 바라보고 있는 엘프들의 시선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일부러 무시하고서 잠을 자고 있었던 거지, 결코 그녀들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었다.
엘프들을 강제적으로 떨어트리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묻자, 트리스탄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생 따라올 걸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너는 이졸데라는 신부가 있는 걸로 아는데."
"예. 하지만 그만큼 전하도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이졸데가 오기로 했으니 세 명이서 부부생활을 보내면 됩니다. 이미 이졸데로 허락을 해줬으니까요. 전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물론 이졸데로 전하를 뵈면 저와 마찬가지로 전하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모두가 행복해지는 전개입니다."
당장 다 꺼져줬으면 좋겠다.
트리스탄도. 그녀의 신부인 아일랜드 공주 이졸데도. 그리고 197명의 엘프 여성들도.
현재 카멜롯으로 회군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었다.
기존에 지휘하던 브리튼 2천 병력들은 칼레도니아 영토를 관리하기 위해서 남겨두었고, 카멜롯에서 이끌고 왔던 기사단만을 대동하고서 회군하기로 결정했다. 기사단은 소규모 인원이었기에 따로 회군의 준비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물론 회군을 시작하려고 하자, 엘프들도 숲에 남는 동족들에게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자신들도 따라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르간 르 페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발론의 붉은 마녀께서 알아차리신다면 엘프라는 종족 자체가 멸족당할지도 모르겠는데. 사악한 마녀가 엘프들이 사는 숲에 독극물을 샘에 풀거나 독가스로 모두 질식시키는 전개가 나올지도 모르지. 나에 대한 소유욕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모르간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아......"
강제적으로 엘프들을 뒤로 물러나게 한 다음에 간신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러 번이고 소리를 치고 나서야 집요한 엘프들의 경계를 물렸다. 엘프들이 수다스러운 성격도 아니고,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경우에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을 정도로 과묵하다. 내가 말을 걸 경우에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많은 것을 품고 있었고, 내게 노골적일 정도의 애정으로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엘프들이 모두 물러나자, 어느 순간 집무실의 한 켠에 마련된 의자에 주황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 키득키득거리면서 앉아 있었다. 황혼의 마법사.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기에 일부러 엘프들을 뒤로 물려보낸 것이다.
분명 나보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많은 그녀라면 무슨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독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황혼의 마법사 멀린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하!! 역시 내가 인정한 서방님, 수백 명의 엘프들을 홀리게 만들 줄이야! 대단해, 대단해... 그, 그런데.... 뿌하하하하하하!!"
두 발을 동동 구르면서 배를 부여잡으며 웃음을 터트리는 멀린.
크게 몸을 뒤틀어버릴 정도로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의자에 굴러 떨어지고 나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주황색 머리카락의 미인에게서는 '질투'라는 감정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이 상황을 크게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긴 내가 이 녀석에게 뭘 기대하겠는가.
내가 곤경에 빠질 때마다 웃음을 터트리면서 나를 놀려대기에 바쁜데.
한참이나 웃던 멀리닝 키득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뺨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참고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러더니 풍만하고 형태 좋은 젖가슴의 사이에서 하나의 물약을 꺼냈다. 작은 물약병에는 녹색의 빛을 띄는 액체가 담겨져 있었다. 대체 왜 물약을 가슴골에 보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그 물약을 집게 손가락으로 꺼내들며 내게 말했다.
"이건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엘프들의 애정 공세에 괴로워하는 '고자 같은 남자'를 위한 물약이야. 엘프 기피제라고 할까. 이걸 마시면 자연스럽게 엘프들이 기피할 체향이 뿜어져 나올 거야."
"호오. 그런 기특한 물약이 있었나?"
"물론. 이 멀린은 대마법사이니까. 왕이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지."
멀린의 설명을 듣고서 물약병을 열었다.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그것을 꿀꺽꿀꺽 단번에 삼키던 과정에서 나는 이 물약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째서 냄새만으로 깨닫지 못한 걸까. 이 마법 시약의 냄새 때문에 멀린과 밀회를 저지르는 사고를 저릴러버린 것을.
이미 때는 늦었다.
마법 시약을 모두 복용한 뒤였고, 그 마법 시약이 물에 희석시키지 않은 원액이라는 것은 나중에 안 사실이다. 점점 존재감을 그리기 시작하는 페니스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멀린을 노려보았다.
멀린은 헤맑은 미소를 짓더니,
"이걸로 서방님은 백 명, 2백 명의 여인들을 안을 수 있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정력을 얻었다는 말씀! 진정한 아내는 남편이 진정한 욕망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 역할이지. 모르간으로서는 불가능할 거야. 이 멀린이니까 가능한 거야."
나는 그런 걸 바란 적이 결코 없다만.
무, 물론 엘프들과 하렘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해버렸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 주황색 머리카락의 원흉을 집무실 바닥에 넘어뜨렸다.
우선 이 녀석으로 들끓기 시작하는 성욕을 달래야 할 것 같았다. 머릿속에는 지금이라도 아리따운 여인들을 강간하고 덮칠 생각으로 가득하다. 냄새만 맡아도 이성이 날아가버릴 정도인데, 그것을 원액으로 마셔버렸다.
이윽고 집무실에서 쾌락으로 잠긴 멀린의 간드러지는 교성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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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르 님, 쿠폰 1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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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