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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69화 (69/195)

<-- 북방의 패자 -->

004

섹스를 나눈 뒤부터 가웨인은 나에게 애정 행각을 자주 보여주었다.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톡톡 건드리거나 큼지막한 가슴을 내 몸에 노골적으로 부비는 방식으로 깊게 스킨십을 해주었다. 물론 기분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으로 남성과 섹스를 즐긴 가웨인은 살포시 얼굴을 붉히면서도 헤맑은 미소를 띄웠다.

"후후후. 전하, 전하....."

"응. 왜?"

"히히힛. 아무것도 아니예요."

가웨인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자마자 오히려 가웨인 쪽에서 나에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묘하게 적극적이라고 할까. 일부러 이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케이와 트리스탄이 내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트리스탄은 그걸 알고 있었기에 어색한 웃음을 짓기만 할 뿐이고, 케이는 오히려 '나는 저 왕님을 좋아하지 않아!'라는 비명을 내질렀다.

트리스탄이야 요즘 미묘한 기류를 흘리고 있었으니 딱히 질투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케이 같은 경우에는 아니지 않을까. 애초에 그 꼬맹이와는 썸과 비슷한 상황에조차 놓인 적이 없다. 업무에 관련된 일에 대해서만 시간을 같이 보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나는 로리콘이 아니다.

"케이를 질투하는 건 그만 둬. 애초에 그런 관계도 아냐."

"저는 전하의 곁에 있는 여인들은 도저히 신용할 수가 없습니다. 무, 물론 왕비님이신 이모님을 제외하고는요."

"그러다가 내가 성가시게 느끼면 어쩌려고 그런 질투를 하냐."

물론 귀엽긴 하지만 말이다.

언제 내 곁에 또다른 여인이 붙을까 언제나 염려하는 태양의 기사가 보이는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게 보일 뿐이다. 언제나 내게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보이고 싶은 가웨인은 내 말에 움찔거리면서 당황스럽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 제가 성가시다고 느끼시는 건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하지만 저는 전하를 좋아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거라고요! 여인의 마음을 너무 모르십니다, 전하는!"

당연히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지.

남자인데 어떻게 여자의 마음을 잘 알겠는가. 물론 그쪽 타입의 남성이라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남자다. 생물학적으롣,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남자.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심에 대해서는 매우 둔감했다.

내 말에 눈물을 그렁그렁 눈가에 매달고 있는 가웨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흠. 내가 잘못한 것 같군. 여자를 울리면 대부분의 원인은 남자에게 있다. 물론 그 경우는 매우 한정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알았어, 미안하다."

두 팔을 벌리면서 가웨인에게 품을 내주었다.

물론 금발의 여기사는 내 품에 폭하고 안기면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슴팍에 뺨을 부비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그 체취를 맡았다. 달콤한 제비꽃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그 향기를 느끼는 내 행동에 가웨인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왜?"

"그렇게 강하게 제 냄새를 빨아들이시면... 그 느껴버립니다."

"나는 그럴 의도는 없었고, 게다가 지금은 대낮이라 밝은데."

아직 업무를 볼 시간인 시각이다.

해가 중천인 대낮.

해가 비춰드는 일광 시간이 매우 적은 칼레도니아에서는 매우 드물게도 태양이 비치고 있었다. 따사롭게 햇볕에 비치는 창문이 보였다. 오래간만에 뜨는 햇볕에 일광욕을 즐기러 나온 엘프들이 자주 목격되었다.

트리스탄을 따라서 전쟁에 참전한 엘프 레인저들이다. 엘프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었는데, 대다수의 남성들이 전쟁에서 전사하면서 남녀 비율이 극심하게 나뉜다고 한다. 엘프들 중에서 그 8할이 여성이라고.

흠. 엘프들의 대다수가 여성이라.

대부분의 미녀인 숲의 요정들. 그 존재를 생각하니 저절로 음심이 들어버린다.

가웨인을 힐끗 바라보자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인다. 요즘 들어서 내 속마음을 쉽게 간파해낸다. 서로 잘 통하게 되었다는 건 기쁘지만, 조금 난감할 때가 많다. 가웨인은 모르간을 제외한 다른 바람기 상대를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만약 멀린과 밀회를 즐기고 있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갈라틴이 용서하지 않겠군.

"야, 왕님! 일은 다 끝냈어?"

문을 걷어차면서 케이가 들어왔다.

탁한 금발을 숏커트로 자른 자그마한 소녀는 아직도 처리하지 못한 서류뭉치들로 가득한 것을 보면서 인상을 왈칵 찌푸렸다. 단단히 화가 난 듯하다. 내가 결재를 해야만 내정 업무가 진행된다. 다시 말해서 내가 가웨인과 노닥거리느라 땡땡이를 부린 탓에 서류를 처리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케이가 소리를 내지르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대체 뭘 하는 거야! 일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조금은 부끄러움이라는 것도 못 느껴?!"

"전하에게 무례합니다!"

가웨인이 으르렁거리면서 화를 냈지만 케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팔짱을 끼면서 가웨인을 노려보았다.

"다 너 때문이잖아, 이 거유 계집애야!"

여기서 토막상식으로 던지자면 늘씬한 다리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가웨인보다도 짤막한 다리와 어린애처럼 보이는 빈약한 몸을 가진 케이가 더 연상이다. 2, 3살 정도 많다. 누가 봐도 언니와 여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케이가 연상이었다. 검은색 계열의 고스로리복을 입은 케이가 날카로운 덧니를 드러내며 분노를 터트렸다.

"네가 그 음란한 몸으로 색기를 뿌리고 다니니까, 절제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왕님이 기본적인 업무조차 안 보잖아!"

"조, 조금은 늦어도....."

"그러면 그 조금 뒤에 있을 새로운 업무는 어쩔 건데? 그것도 또 뒤로 미루겠다는 거야?"

"으으으....."

결국 할 말이 없었는지 케이의 불호령에 가웨인이 파르르 떨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자신보다 키도 작고 어깨도 좁은 어린 소녀에게 된통 당하면서 고개를 연신 숙이는 가웨인의 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연하의 여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연상의 언니인 케이에게 당하기 일수인 가웨인.

결국 태양의 기사는 케이에 의해서 쫓겨나버렸고, 케이와 단 둘이서 집무실에 남아서 매우 빡센 서류 업무를 시작했다. 양피지를 가득 펼쳐들고서 펜을  들고 있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손을 멈출 때마다 케이가 강하게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대체 그녀의 군주인 아서는 어떻게 견뎌왔던 걸까.

성격파탄자 로리라는 속성은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

검은색의 고스로리를 입은 케이는 인형처럼 아기자기하게 귀여운 맛이 있었지만 그 입이 너무 험하고 거칠었다.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는 남정네는 없으리라. 물론 기이한 성취향을 가진 관료들은 제외하고서.

"이제 슬슬 칼레도니아 정벌을 종료하려고 하는데. 물론 스코트족을 모두 정벌하고서."

입을 열자마자 케이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한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내 말에 대답해주었다.

"픽트족은?"

"지금보다 전력이 많았다면 픽트족도 공격 했겠지만."

지금은 동맹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한 아군이라는 뜻은 아니다. 픽트족을 공격하여 그들의 산하 관계를 이루고 있는 엘프, 드루이드, 요정들을 모두 복속시킨다.

이종족들은 전쟁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엘프 레인저는 물론, 후방에서 치유를 전문적으로 하는 요정과 주변 환경과 지리에 대한 파악이 빠른 드루이드들까지. 그들이 군에 합류한다면 앞으로 벌어질 게르만족과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리튼의 왕으로서, 그리고 카멜롯의 군주로서. 분명 명예와 긍지를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겠지만 그것을 망각할 정도의 이익이 달린 문제라면 깔끔하게 포기할 자신이 있었다. 지금은 트리스탄이 합류 요청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신적인 것은 없다. 엘프는 그 뛰어난 미색만큼이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픽트족까지도 제압하고서 칼레도니아를 복속.

거기다가 엘프들까지도 카멜롯의 새로운 백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방법이 없다. 고작해야 병력 2천 미만의 소규모. 스코트족을 정벌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고, 오히려 픽트족에게 배신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들이 배신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아직 그런 반응이 없다.

"엘프들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케이도 드물게 내 말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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