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프를 찾아서 -->
003
케이는 곧바로 에든버러의 내정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녀 측에서 오히려 원해서 된 보직이다. 카멜롯의 모든 내정과 대소사를 관장하고 있는 아그라베인의 포지션이라고 할까. 짤막한 키와 왜소한 어깨를 가진 소녀는 단숨에 쌓여있던 서류뭉치들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밀려있던 탄원서들까지 모두 해치우면서 가장 우수한 실력을 가진 캐리우 우먼임을 증명해냈다.
내 쪽에서 그녀에게 반할 것 같다.
그냥 입담이 거친 로리라고 여겼는데,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짙은 금발을 찰랑거리면서 뽈뽈 돌아다니는 게 너무 귀엽다. 새빨간 눈동자로 상대방을 쏘아보며 거친 욕설을 쏟아내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말이다.
"아니, 씨발! 너희들은 이것도 처리 못 하냐! 그냥 돼지하고 뇌를 바꾸던가!"
처음에는 에든버러의 내정관이 쏟아내는 욕설에 불쾌감을 먼저 드러내던 관료들이었지만, 점점 욕설을 내뱉는 로리의 모습에 뜨거운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묘하게 뺨이 상기되어 있은 데다가 오히려 욕을 더 듣고 싶어서 일부러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었다. 케이가 내정 업무를 모두 담당하면서부터 실적률은 대폭 증가했지만, 관료들이 잦은 실수를 저질러서 일부러 욕을 들어먹고 있었다.
"저는 부모님 욕 추가요."
"혹시 구둣발로 걷어차이기는 없나요?"
"침 뱉어주세요."
"채찍질 일인분이요."
역시 브리튼 출신답게 신사력부터가 장난이 아니다. 웃통을 까내리면서 채찍직을 바라는 중년 남성부터 시작해서, 엉덩이를 걷어차달라면서 허리를 숙이는 청년도 있었다. 그들을 보며 왜소한 체격의 로리는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웨일즈인만을 담당하고 있었던 그녀로서는 처음으로 브리튼인들을 업무적으로 대하였고, 그 업무의 기간이 사흘이 지나자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꺄아아앗! 이 변태 새끼들아, 너희들 모조리 거세 당하고 싶어?!"
"네!"
"거세 시켜주세용~"
관료들의 폭동에 놀란 케이가 내게로 피신을 해왔다.
겁에 질린 그녀의 표정은 귀여웠고, 큭큭 웃으면서 작은 소녀를 내려다 보았다. 어찌나 허겁지겁 내 쪽으로 피신을 해온 것인지 간단한 서류뭉치만을 두 손에 가득 들고서 와버렸다. 쫓기는 순간에도 일거리만큼은 챙기는 모습이 성실하게 보인다.
케이는 결국 변태들이 들끓는 자신의 집무실을 버리고서 내 집무실에 와서는 업무를 시작했다. 자그마한 손으로 펜대를 굴리면서 슥슥 서류에 서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로리콘들이 특히나 좋아할 장면이 아닌가.
앉은 키가 작아서 책들을 여러 겹이나 올린 다음에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내 집무실에 마련된 의자들은 모두 성인용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가 사용하는 펜대도 그녀에 맞게 조그마했고, 입고 있는 옷은 누구의 취향에 따른 것인지 고스로리였다. 새카만 프릴이 달린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서 업무를 보았다.
"아서는 어때?"
"뭐가. 왕님이 뭔데 남의 여동생에게 껄떡거리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여동생 녀석이 왕님에게 관심이 많아서 곤란해 죽겠는데."
"그건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그래서 더 짜증난다고. 젠장, 어쩌다가 여동생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녀석이 나타난 거냐고."
카멜롯의 군주를 두고서 '녀석' 등의 호칭으로 부르는 여성은 케이가 유일할 것이다. 고스로리 디자인의 옷을 입은 미소녀는 나를 힐끗 보더니 흥! 하는 귀여운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버렸다.
츤데레인가, 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이 녀석은 그냥 욕쟁이일 뿐이다. 욕데레도 아니다. 그냥 욕쟁이다.
케이는 짜증스럽게 자신의 탁한 금발을 털어내면서 신경질을 부렸다. 그런 와중에도 펜대를 움직이고 있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서류 업무에 과다할 정도로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업무 진척율이 대폭 증가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녀의 몸상태에 문제가 생길까봐 염려된다.
나는 누가 봐도 연하로 밖에 안 보이는 로리를 혹사시킬 정도로 나쁜 놈이 아니다. 케이는 실제 나이가 아서보다 많았지만 로리로만 보인다.
고스로리의 소녀에게,
"에든버러의 상단들은 특히 픽트족의 글래스고와 교류가 깊다고 들었어. 그들을 이용해서 글래스고와 단결력을 높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시키고 싶은데."
"흐응. 얼굴과는 달리 쓸 만한 생각이야. 참고할게."
쓸데없는 사족만 줄여준다면 귀여운 꼬마아이일 텐데.
실제 나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겠지만 외견 연령은 그보다 한참이나 낮은 10대 초반이다. 니무에, 가레스 수준이라고 할까. 카멜롯의 로리 전대에 어울리는 소녀였다.
입이 거친 점이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점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말 안 듣고 퉁명스럽게 구는 여동생 타입이라고 할까. 실제 남매 관계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케이와 함께 있으면 잘 알게 될 것이다.
"엘프에 대해서는 어쩔 건데?"
케이가 내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로 물었다.
여전히 서류 작성에 바쁜 케이에게 답해주었다.
"글쎄다. 엘프들이라.....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적군. 드루이드의 한 갈래로 나뉘어진 요정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들은 우거진 숲에서 폐쇄적인 생활을 하니까 그만큼 정보도 적어. 그 대부분이 여인들로 구성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왜? 거기서 기둥서방, 종마 생활이라도 하려고?"
"말을 해도 진짜...."
물론 미녀 엘프들과 그런 생활을 즐길수만 있다면 이 망할 국왕 자리를 때려치고 당장에 탈주를 해버릴 텐데.
평생동안 엘프 미녀들이 내 수발을 들어준다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트리스탄을 포함해서 그녀가 대동하고 있던 엘프 여성들은 모두 눈이 호강할 정도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진 미녀들이었다. 그런 엘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물론 엘프들을 찾아서 숲으로 떠나버리면 질투에 미쳐버린 붉은 마녀가 쫓아와서 모든 것을 불태우며 파멸시킬 것이니 그런 시도는 하지 않겠다. 나는 이 세상에서 마누라를 가장 무서워하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모르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결코 그녀의 곁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 주장은 모르간을 기쁘게 하거나,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 지껄이는 사탕발림이다.
"너는 내 여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데, 색마 왕님?
내 평생 색마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아무튼 케이의 말에 대답해주기로 했다.
"그냥 좋게 생각하는 여동생 같은 애?"
"아서가 왜 왕님의 여동생이야! 내 여동생이거든?!"
"그러면 너도 내 여동생....."
"닥쳐! 소름 끼치니까!"
"그래."
격렬하게 소리치는 케이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광분하기 시작하는 케이. 탁한 금발을 가진 고스로리의 소녀가 잉크통을 던질듯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당장 이 집무실에서 쫓아낸 다음에 복도를 거닐며 어여쁜 고스로리를 추적하고 있을 변태들에게 던져버릴까. 엉엉 울면서 괴로워하는 케이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어째서 아서와 같은 펜드래건 성씨인 걸까."
"왕위 정통성을 얻으려고 일부러 왕족의 족보를 조작했기 때문이지. 어차피 개족보 수준이니까 내 이름을 그 위에 올려도 딱히 문제는 없던데."
"......"
내 말에 케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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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짧다.
오버워치는 8시간 동안 하니까 손가락에 마비가 와서요.
매번 연참 + 겜중독이라서 손가락이 아프네요.
물론 원고료, 쿠폰을 위해서 꾸준하게 연참하겠지만.
비트코인으로 날려먹은 거 떼워야지.
지금까지 조아라에서 번 원고료 전부를 꼬라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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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르어얼 님, 쿠폰 1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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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