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62화 (62/195)

<-- 엘프를 찾아서 -->

002

에든버러 주변에 위치한 리빙스턴, 머슬버러, 던바어, 노스 베릭을 점령.

칼레도니아 지역에 도착하고서 고작 보름만에 에든버러 인근을 모두 점령하였고, 그 곳에 거주하던 부족 국가들을 점령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당연히 스코트족과 픽트족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브리튼인을 앞세워 진격함으로서 세력을 넓혔다. 에든버러를 포함해서 그 인근 지역은 상업적인 특성을 띄는 곳이었으므로 북방에서 브리튼인이 우위를 가지게 되었다.

"브리튼을 위하여!"

"칼레도니아를 드디어 브리튼의 영토로 선포한다!"

"야만인들을 모두 몰아내라."

카멜롯 기사단들이 야만인 전사들을 격파하면서 일정한 영토를 완벽하게 확립시켰다.

그 곳을 다스리고 있던 야만인 족장들에게 기존의 땅을 위임시켰고, 영토를 확장시켰음에도 직접적으로 다스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브리튼인들은 소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리튼인들은 에든버러와 그 인근 도시를 벗어날 수 없었고, 다른 영토들은 기존의 족장들에게 넘겨줘야만 했다.

"자, 이제부터 시작인가....."

카멜롯 기사단이 겨우 3백 여명. 그리고 브리튼인들로 구성된 병력이 고작해야 2천이다.

칼레도니아에서 강세를 보이는 픽트족과 스코트족을 생각하면 절망적인 수준의 병력 격차였다. 이렇게까지 병력의 격차가 벌어지면 아무리 뛰어난 군략으로도 버틸 방법이 없어진다. 솔직히 말해서 골머리가 아파질 정도였다. 브리튼의 왕으로서 칼레도니아에 왔지만 이 북방의 영토는 브리튼 문화와는 별개로 이민족의 땅인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그리고 세력을 넓히고 있던 와중,

픽트족에서 사신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 사신이라고 칭하는 인물이 꽤나 네임드한 용사였다.

바다 건너 아일랜드에서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은 독을 내뿜는 드래곤을 죽여버린 영웅.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 화살을 쏘는 활 페일노트를 다루는 활잡이 사냥꾼이 나를 찾아왔다. 드래곤을 죽인 드래곤 슬레이어. 활을 쏘는 기사 등의 호칭이 붙은 『트리스탄』이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

칙칙하게 보일 수도 있는 잿빛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기른 야생아처럼 보이는 엘프. 인간에 비해서 긴 귀와 아몬드 형태의 눈동자를 보아하건데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숲의 요정이라 불리는 엘프였다. 가느다란 팔와 늘씬한 다리, 그리고 아몬드 형태의 잿빛 눈동자는 청초하면서도 인간미에 벗어난 완벽하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미인이다.

"숲의 요정이자 픽트족의 전사인 트리스탄이라고 합니다. 브리튼의 왕이여."

그녀는 혼자서 온 것이 아니었다.

가죽 갑옷을 걸친 엘프 여전사들 수 명으로 구성된 사신단. 모두 활을 어깨에 매고 있었다. 전원이 엘프였고, 브리튼인이 말하기로는 모두 활의 명수라고 한다. 특히 엘프들은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한 사냥꾼들이다. 다수를 차지하는 스코트인들이 이 엘프들 때문에 두려워서 감히 픽트족의 고향인 글래스고로 쳐들어오지 못했다고.

픽트족 제일의 사냥꾼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그녀의 아리따움에 약간 당혹스러웠던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그녀들이 온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저희 픽트족과의 동맹을 요청합니다."

"동맹?"

"예, 그렇습니다. 브리튼과 힘을 합쳐서 오만한 스코트인들을 정벌하고 칼레도니아 영토를 반으로 분할하는 조건으로 다스리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서 동맹의 조건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트리스탄은 아일랜드의 공주인 이졸데와 혼인을 한 몸이며, 글래스고에서도 영향력을 가진 기사였다. 여성인데 공주와 혼인을 하다니, 역시 픽트족은 놀랍군. 동성애자라는 성향을 가진 미녀 엘프를 보며 흠칫 떨었다.

물론 이해할 수는 있다.

여성이 같은 동성을 좋아할 수도 있지. 나는 동성애자들을 안 좋은 눈으로 보는 시각 좁은 사람이 아니다. 남성과 남성의 연애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미녀와 미녀의 연애에 대해서는 환영이다. 눈이 즐겁기도 하고. 물론 그 사이에 내가 끼면 좋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실실거리니 옆에 서있던 가웨인의 눈가가 휘어진다. 벽난로에서 열기가 나오고 있었는데도 왜 이렇게 춥게 느껴질까.

"동맹이라. 그러면 글래스고는 계속 픽트족이 다스릴 생각인가?"

"예. 무슨 문제라도?"

"아니. 그건 없어."

미리 확인을 하기 위해서 한 말이다.

북방의 항구 도시인 글래스고는 픽트족들의 오랜 영토였고, 기존의 토착 민족들을 강제로 쫓아낼 정도로 나는 나쁜 놈이 아니다. 적절한 교역을 실시하고 그 항구의 사용을 일부 정도를 수용해준다면 픽트족과 동맹을 맺어도 좋았다.

그리고 브리튼인들은 칼레도니아에서 그 입지가 너무 적었다. 인구가 소수 민족들을 합친 것에 비해서 너무도 열악하다. 지금 에든버러를 점령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찰 정도였고, 확장하고 있는 영토를 다스릴 인물도 부족했다.

그 열악한 사정에 대해서 알고 있기에 픽트족이 먼저 나서서 동맹을 요청한 것이겠지. 그리고 병력은 더 없이 부족했고, 솔직히 픽트족으로서는 에든버러의 브리튼인은 호구로 보일 것이다. 만만하게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약소 세력이기에 동맹을 요청한 건가. 머리가 복잡해진다.

"좋아. 동맹에 관한 건은."

"알겠습니다.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리스탄은 매우 사무적인 성격의 여성이었다. 아그라베인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할까. 푸른 머리카락의 이지적인 여성 기사를 요 근래에 들어서 본 적이 없군. 매번 그녀에게 카멜롯의 모든 내정을 맡기고 있으니까. 언제 한 번은 보고 싶다.

아무튼 트리스탄은 동맹을 수락하자 고마움을 뜻하는 고개를 숙였다.

잿빛 머리카락을 가진 숲의 기사. 붉은 활대를 가진 페일노트를 어깨에 매고 있던 엘프 미녀는 늘씬한 다리를 움직이며 부하들과 함께 알현실을 벗어났다. 가웨인에게 듣기를 엘프들은 종족 특성상 복잡한 과정을 싫어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엘프들은 입담이 거칠다고 말하기도 하며, 거짓을 모른다고도 알려져 있다.

"픽트족과 동맹이라."

"좋은 기회이지 않습니까? 저희는 전력적으로 큰 열세에 몰렸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가웨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해야 2천의 병력 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는 결국 픽트족이나 스코트족 중에서 한 세력을 뽑아서 동맹을 맺어야 했다. 그도 아니면 이 에든버러를 빼앗길 확률이 높았으니까.

영역 확장에 욕심이 많은 스코트족에 비해서 픽트족은 이종족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자신들의 서식지로 만족하고 있었기에 영토 확장을 원하지 않았다. 영토 수비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영토 확장에는 비관적이었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픽트족과 동맹을 맺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알현실에서 가웨인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야기가 점점 무르 익어가자 알현실의 문을 벌컥 열어 젖히면서 들어온 소녀가 있었다. 거칠게도 문을 발로 차면서 들어온 소녀는 표독스럽게 생긴 붉은 눈동자와 금색의 숏커트를 거칠게 정리한 헤어스타일이다.

그 외모만큼이나 성격이 거칠 것으로 보이는 소녀는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린 외모에 팔다리도 가늘고 여려서 검술에는 전혀 흥미가 없을 것 같았다. 어깨까지 찰랑이는 탁한 금발을 가진 소녀는 입을 열면서 그 표독스러운 눈빛만큼이나 거친 입담을 토해냈다.

"아, 더럽게도 춥네. 그래도 여기는 따뜻해서 다행이다."

"누구...신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오는 금발 소녀를 보며 가웨인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소녀는 자신보다도 체격이 큰 가웨인을 올려다 보더니 히죽 웃음을 지었다. 두 팔로 가웨인의 큼지막한 거유를 콱 움켜쥐더니 슬쩍 만지면서 그 감촉을 맛보았다. 부럽다, 이 자식! 나이가 어리면 저런 것도 가능한가?!

동성에게 가슴이 붙잡힌 가웨인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고, 성적으로 경험이 없는 소녀스러운 반응을 보인 가웨인에게 금발의 소녀가 말했다.

"적당히 부끄러운 모습 보기 좋았어. 척 보기에는 에로한 몸매라서 빗치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냥 숫처녀였네. 그리고 가슴도 민감하고. 가슴이 성감대인가 봐?"

"무, 무례한....!!"

가웨인이 칼자루를 쥐고서 롱소드를 뽑기 직전, 내 앞으로 다가온 금발의 소녀가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밝혔다.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웨일즈의 군주인 아서 펜드래건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소녀였다. 아서에 비해서 훨씬 어려보이는 외모는 조금 뜻밖이었지만.

"내 이름은 케이. 아서 펜드래건의 의붓 언니이자, 기사 액터의 딸이야. 지금은 웨일즈의 지원군을 이끌고서 칼레도니아 정벌에 조력하러 왔지. 고맙게 받들라고, 카멜롯의 왕."

"입에 꽤 거칠군."

"하앙, 불만 있으셔? 내가 모시는 군주는 오로지 웨일즈의 왕 뿐이다. 너는 내 왕이 아냐."

케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거칠게 입담을 토해내자 한숨을 내쉬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웨일즈의 기사는 오로지 아서 펜드래건을 주군으로 섬기고 있다. 내게는 딱히 충성은 물론 그 예의 범절을 강요할 권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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