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61화 (6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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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 섬에는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즈 할 것 없이 모두 켈트족이 살고 있었다.

사실상 역사의 분열은 고대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세운 하드리아누스 성벽으로, 성벽 이하는 브리타니아로서 이후 잉글랜드로 발전했고, 그 북쪽은 켈트계열이 계속 남아 이후 스코틀랜드로 발전했다. 로마 제국 시기 스코틀랜드 지역은 칼레도니아라고 불렸고, 로마의 여러 황제들이 정복에 나섰으나 실패하였다.

현재 나는 가웨인을 대동하고서 에든버러를 점령.

에든버러는 북쪽의 영토였음에도 브리튼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도시였기 때문에 쉽게 점거할 수 있었다. 칼레도니아에는 알라퍼 왕국, 데이라 왕국 등 중소 규모의 국가들이 존재했지만 모두 도시 국가 같은 형식을 띄고 있었기에 그들을 멸망시키는 것은 매우 손쉬워 보였다.

"칼레도니아를 점령하시어 브리튼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까지도 석권하신다면 게르만을 쉽게 정벌하실 수 있을 거예요."

칼레도니아에서도 가장 최북단에 해당되는 오크니라는 작은 국가의 공주님인 가웨인이 신이 나는 어조로 말했다.

그녀로서는 아무래도 브리튼보다는 칼레도니아의 기후에 익숙하다. 습기가 가득하고 추운 날씨를 좋아했다. 칼레도니아는 습기가 높고, 햇빛이 비치는 날이 적었다. 나로서는 조금 불편했지만 말이다. 농사로는 살기 어려운 기후로 보인다.

가웨인은 칼레도니아의 사정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고, 그녀를 대동하고서 칼레도니아 정벌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론디니움의 게르만을 견제해야만 했기에, 대부분의 병력들은 돌려보내고 가웨인과 단 둘이서 기사단만을 이끌고서 칼레도니아에 도착했다.

모르간이 크게 저항하며 반대했지만, 적 주술사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그녀 밖에 없음을 상기시켜주면서 달래주었다. 게르만이 침공을 시작한다면 군사적 동맹을 맺은 웨일즈의 아서가 출병한다. 아서라면 믿을 수 있었기에 이렇게 기사단만을 이끌고서 칼레도니아로 향할 수 있었다.

"칼레도니아는 에든버러의 브리튼인을 제외하고는, 스코트족과 픽트족이 나뉘어서 대립하고 있는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도 들었다.

현재 세력적인 면에서 우세한 것은 픽트족으로, 엘프와 요정들 같은 이종족들과 연합하여 국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종족을 모두 평등하게 인정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엘프 궁수병은 가장 위협적인 정예병이리고 한다.

그 덕분에 픽트족이 강성하게 성장할 수 있었고, 반면에 이종족에 대해서 배제적인 입장의 스코트족은 밀리고 있었지만, 점차 세력을 다시 규합하고 전력 강화에 돌입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다시 말해서 이제 슬슬 픽트족과 스코트족의 대립이 예상되고, 그 각축장에 브리튼인을 이끌고 있는 내가 에든버러에 개입하면서 그 균형이 흔들리게 되었다. 칼레도니아의 합병을 원하는 나로서는 픽트족과 스코트족을 억누르고 복속시켜야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에든버러에 거주하던 브리튼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칼레도니아에 세력을 형성한 스코트족과 픽트족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식민지나 마찬가지인 취급을 받고 있었는데 브리튼 왕국에서 왕이 직접 정벌을 결심하자 이를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리튼의 왕!"

"우리들의 왕이시다!"

"픽트족과 스코트족을 몰아내 주십시오!"

에든버러는 열렬하게 환영을 해주었고, 곧이어 북방의 최대 도시를 점거할 수 있었다.

브리튼인들의 지배 하에 있었던 에든버러는 최고의 상업 도시로서, 북방에서 잡은 동물 가죽과 여러 특산물을 거래하면서 부를 쌓고 있다. 북방에 있는 도시라면 에든버러를 거쳐야만 장사를 할 수 있었고,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든버러를 점거하게 된 내 존재로 인해 북방이 크게 요동칠 것이 확실했다.

서쪽의 글래스고를 점령항 픽트족과, 그 너머의 북쪽에 있는 애버딘을 지배하고 있는 스코트족. 그들과는 머지않아 격돌하게 되리라.

"전하, 혹시 추우시진 않으십니까?"

"별로. 딱히."

에든버러 성을 점령하고서 그쪽 집무실에서 간단한 업무를 보고 있던 나에게 금발의 공주님이 물었다.

칼레도니아의 날씨가 춥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정도는 아니다. 비교적 따스한 기후의 브리튼 남부에서 살았기 때문일까. 조금 춥다는 느끼고는 있었지만, 워낙에 척박한 전장을 돌아다닌 몸이라 추위에는 면역이 되어 있었다.

겨우 이 정도로 춥다고 징징거리면 섭정왕이라는 이름이 울겠지. 적어도 아군 병사들에게 있어서는 최강의 군주라는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다. 왜냐하면 왕은 완벽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완벽을 구성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마도 '공포'일 것이다. 괜히 왕들이 공포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폭군이기 이전에 왕이기 때문에 폭정을 실행하여 대중들을 겁먹게 하고 감히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경계하려 함이다.

새하얀 털가죽 망토를 두르고 있던 가웨인이 내 품으로 폴짝 안겼다. 여동생인 가레스나 할 법한 애정 표현이다. 자기도 부끄럽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는지 새하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귀까지 빨개진 그녀와 가까이에서 시선을 마주하며 가웨인에게 물었다.

"왜?"

"아, 아닙니다..... 혹시 추우실까봐."

"흠. 그런가."

그렇게 가웨인이 말한다면 추운 거겠지.

벽난로에서는 활활 장작불이 타오르면서 후끈한 열기를 토해내고 있었지만, 금별의 미녀가 직접 몸을 던지면서까지 애정 행각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를 거절하면 남자 새끼도 아닐 것이다. 내 품에 서툰 솜씨로 안겨있던 가웨인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햇살처럼 짙은 금발과 시리도록 빛나는 벽안. 그리고 갸름하고 예쁜 얼굴까지. 그 무엇하나 떨어지는 용모가 없는 완벽한 미인은 촉초하게 젖은 시선으로 나와 마주했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정실부인이 워낙에 질투로 완강하신 분이니 조심스럽게 그녀의 애정을 무시하고는 있었지만.

"나는 모르간하고 혼인을 한 몸이야."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전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전하의 기사로서 불경한 감정과 그 표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가."

서로 키스를 나누거나 몸을 애무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껴안고 있는 가웨인의 몸에 두르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면서 있는 힘껏 그녀와 거리를 좁혔을 뿐이다. 벽난로에서 열기가 토해지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서로 같은 망토를 두르고서 몸을 감싸고 있었기에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뻗으면 나와 키스를 할 것 같은 거리에서 가웨인의 얼굴이 보였다. 수치심과 부끄러움, 그리고 묘한 만족감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은 그 무엇보다 귀엽게 보인다. 이걸 노리고서 이번 칼레도니아 정벌에 손수 지원한 것은 아닐까. 원래라면 가레스가 왔어야 할 문제였으니까. 가웨인이 완강하게 지원을 표시하면서 가레스를 대신해서 참전했다.

"저는, 전하의 여인이 되고 싶습니다. 첩이라도 상관 없어요."

"흠. 모르간에게 들키면 나는 죽은 목숨인데."

진심이다.

모르간은 질투가 매우 심한 편이기에 지금도 멀린을 경계하고 있었고, 내 주변의 모든 여인들에게 질시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도 전전긍긍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나를 감시하는 사역마를 보내지는 않았을지 의심이 된다.

"에든버러 근처에 엘프들이 사는 부락이 있다는데."

그 말에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고 있던 가웨인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차디찬 반응을 보이는 가웨인은 어느 아발론의 붉은 마녀를 연상시키는 매서운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하마터면 모르간이 돌아온 줄 알았군.

그 정도로 가웨인의 서슬퍼런 벽안은 무섭기 그지 없다.

"방금 제가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또 엘프를 찾으시다니, 정말이지 절제를 모르시는군요."

"우리는 병력이 부족하잖냐. 병력을 지원받으려고 할 뿐이야. 너야말로 나를 너무 의심하는 거 아니냐? 내 부인인 모르간이었으면.... 모르간이었으면..... 흐음."

나를 죽였겠군.

오히려 정실부인을 더 믿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모르간은 여성적인 문제에 대해서라면 나에게 무조건적인 불신을 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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