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59화 (59/195)

<-- 역적 토벌 -->

011

요크 성을 최종적으로 함락.

역적 보두앵은 곧바로 길거리에 나와서 처형되었고, 그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발김으로서 브리튼 왕실을 기망하고 농단을 부린 원흉의 최후를 최대한 끔찍하게 포장했다. 이것은 앞으로 발생할 역적에 대한 경고였고, 새로운 브리튼 왕실이 과거의 역적을 처단해버릴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음을 공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두앵에게 마지막까지 충성을 바친 기사들은 모두 붙잡혀서 처형.

역적의 식솔들까지 모조리 끌어내어 처형해버렸다. 처형대에 올라서 목숨을 잃는 죄인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콘월 출신과 카멜롯, 그리고 웨일즈 출신의 여러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하면서 그들의 잘려나간 목을 보면서 술을 들이켰다.

"우리가 이겼다!"

"드디어 역적이 죽었다! 역적이 죽었다!"

"보두앵은 요크에서 떨어졌다!"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요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전쟁에서 승리했고, 주변 지역을 모두 점령했다. 병사들은 일시적으로 고지식한 군율에서 자연스럽게 풀려났고, 이번에 획득한 전리품의 일부를 받았기에 그것을 쓰고자 창녀촌으로 향하는 병사가 많았다.

과거의 용병 대장이었을 적이라면 요크의 시가지에 거주하고 있는 백성들의 약탈 권리와 여인들을 강간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었겠지만 지금은 한 나라의 국왕이었고, 나에게는 명백하게 지켜야 할 명예와 긍지가 있었다.

그렇기에 일반 백성들을 향한 약탈 행위를 금지시키고, 강간과 방화, 살인 혐의까지 모두 금지시켜야 했다. 왕으로서 명예와 긍지를 지켜야하니까. 그것은 매우 비싸게 거래되는 일종의 조건과도 같았다. 고고한 왕일수록 그 매력에 이끌린 백성들이 충성을 바칠 테니 말이다. 모두 계산적으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라고 할까.

지금 이 요크를 약탈한다면 수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겠지만, 민심이 하락하고 인구수가 줄면서 세금이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오히려 손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손해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약탈을 허락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쫄래쫄래 창녀촌으로 가버렸고, 다른 일부는 술집에 쳐박혀서 술이나 거하게 마셨다. 그들 중 짓궂은 놈들은 길거리에서 대놓고 여인을 강간하다가 바로 붙잡혀서 역적이 처형된 처형대에 올려져서는 목이 잘려나갔다. 여럿이 죽어나가자 강간 범죄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요크는 누구의 소유가 되는 건가요, 전하?"

가웨인이 내게 물었다.

나는 요크의 내성에서 전후 처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런 와중에 가웨인이 찾아온 것이다. 그녀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가웨인의 성격상 자신에게 하사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리라. 애초에 가웨인은 사욕이 없는 청렴한 성격이다.

가웨인과 가레스는 이미 카멜롯 주변에 위치한 거대한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고, 그것은 팔라메데스와 제레인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부하들에게 상을 내릴 때는 그것을 아끼는 성격이 아니다. 막대한 전공을 쌓은 기사라면 그에 준하는 포상을 주었다. 그렇기에 카멜롯 출신 기사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었다.

"글쎄다. 이 요크는 결코 웨일즈에 넘길 수 없는 요새이긴 한데."

최종적으로 요크의 내성을 점령한 것은 카멜롯이다.

묘하게 카멜롯과 웨일즈로 이분화된 연합군의 구성을 띄고 있었기 때문일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묘하게 알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최강의 기사라는 타이틀에 가웨인이냐, 아니면 란슬롯이냐를 두고서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고, 모르간과 멀린도 다툼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멀린이 일방적으로 놀려서 생기는 일이지만.

요크는 북방의 이민족을 막기 위해서 로마의 점령기 당시에 축조되었다.

상업적으로 북방에서 유명한 대도시였고, 군사적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요충지 중 하나였다. 적어도 북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요크 백작령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걸 알기에 웨일즈 세력도 포기하지 않겠지. 적어도 요크를 함락하고 보두앵을 사로잡은 것이 카멜롯이라고는 해도, 웨일즈도 요크를 탐내고 있을 것이다.

아서는 내게 양보하려고 하겠지만, 그녀의 부하들은 그렇지 않겠지.

마땅히 전장에 나아가 열심히 싸웠고, 기사라면 당연히 그에 대한 포상을 원한다.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싸워주겠는가? 아서는 자신이 왕이라면 부하들의 권리를 챙길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다. 군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덕목이다.

전장에서 열심히 싸운 부하 기사에게 그에 걸맞는 포상을 내리는 것.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군주는 패망한다. 청렴한 성격의 아서라고는 하나, 그것은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요크셔를 크게 분할해서 그 절반을 아서에게 넘기는 쪽으로 진행할까."

"절반이나 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우리는 론디니움의 게르만족을 상대하기에도 벅차. 괜스레 웨일즈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요크를 독식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야. 그리고 요크를 절반씩 다스리면 북방의 픽트족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카멜롯과 웨일즈는 병력을 차출하지 않으면 안 돼. 두 세력이 관할하니만큼 그 부담도 절반으로 줄겠지."

하지만 요크의 최종 지휘권은 카멜롯으로 이양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생각이다. 영토의 절반을 떼어주되, 요크의 대영주는 카멜롯인이 차지한다. 요크 백작은 우리 쪽의 사람이 되어야 했다. 솔직히 카멜롯 세력과 웨일즈 세력이 대등할 수는 없었다. 그 세력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웨일즈인의 인구를 다 합쳐도 카멜롯을 포함한 콘월과 여러 지방에 거주하는 총인구의 5분의 4를 차지하고 있었다. 게르만이 점령하고 있는 론디니움과 그 일대를 탈환할 수만 있다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겠지. 아무튼 총인구가 곧 국력으로 작용하는 고대 시대의 성격상 카멜롯과 웨일즈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웨일즈인들을 대우해주는 것도 아서와 그 휘하 기사들이 분발해주고 있기 때문이지, 결코 그들을 무서워해서는 아니다. 그들을 정벌하고자 한다면 못할 이유는 없겠지만, 동쪽의 야만인들이 그걸 노리고 기습을 감행할 우려가 크다.

"가웨인, 이번 전투에서도 수고했어."

"가.... 감사합니다, 전하. 전하께서 알아주신 것만으로도 이 가웨인은 기쁩니다."

살포시 볼을 붉히며 금발의 미녀가 말했다.

그 몸매가 도발적으로 음란한 가웨인은 소녀처럼 귀여운 얼굴을 하고서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내게서 칭찬을 받은 것이 그리도 기쁜 걸까. 사랑에 빠진 소녀는 귀엽다. 그녀가 나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여동생인 가레스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언니를 놀리면서도 나와 짝지어주려고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었다.

정작 나는 그 여동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점차 내가 로리콘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 전하.... 혹시, 첩을 들일 생각은 없으십니까?"

가웨인이 각오를 다진 한숨을 토해내더니 정신을 부여잡고서 물었다. 오크니의 공주기사가 한 말에 굳게 경직되는 걸 느꼈다.

부끄러움이 많은 그녀의 성격답지 않게도 이번에는 돌직구로 내게 물음을 던졌다. 물론 가웨인처럼 빼어난 미녀가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쁘다. 그녀를 당장에라도 첩으로 삼고 싶다고 할까. 브리튼의 왕이니 삼처사첩을 거느리는 것은 당연..... 하지만서도 내게는 이미 정실 부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모르간 르 페이.

아발론의 붉은 마녀라고 불리면서도, 종종 내가 주변 여성과 가까이 할 때마다 질투의 마녀로 돌변해버리는 귀여운 아내가 있었다. 어젯밤만 하더라도 요망한 황혼의 마법사 때문에 외도를 했다고는 하나, 나는 일편단심이다.

물론 멀린의 가슴도, 허리놀림도 장난 아니었지.

누가 멀린을 아줌마라고 생각하겠는가. 브리튼 최고의 미녀라는 타이틀을 가진 멀린은 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여자였다. 지금도 그녀를 생각하면 하복부에 피가 모이는 걸 느낀다.

"글쎄."

"죄,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는 소리를....."

"아냐. 고민해볼게."

".....예!"

긍정적으로 고민해보겠다고 하자, 가웨인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밝은 어조로 답했다. 그녀는 곧이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자리를 벗어났고, 나도 이제 업무를 슬슬 종료하고는 보두앵이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되는 호화스러운 침실로 향했다.

고급스러운 것을 넘어서 사치스럽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침실에 도착했다. 여러 금박지와 보석으로 장식된 침대는 시녀들에게 명령하여 새로운 시트를 깔았고, 보두앵이 사용한 흔적을 모두 지워버렸다. 화려한 장식을 자랑하는 침대 위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모르간과 니무에가 이미 곤히 자고 있었던 것이다.

창 바깥을 바라보니 이미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가웨인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만큼 늦어졌나. 모르간과 니무에는 나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듯하다.

살며시 웃음을 지으면서 침대에 몸을 눕혔다.

모르간과 니무에. 아내와 딸아이와 같은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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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x 오크.

착한 신사력 인정합니다.

촉수물은 현실에서 일어나면 진짜 미증유의 재앙이다.

에일리언 실사판 찍을 듯. 다시 재입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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