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적 토벌 -->
007
이미 되돌이키려고 해도 늦었다.
멀린은 짓궂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나와 하룻밤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자. 장난꾸리기 마법사치고는 꽤나 신중한 결론이라고 할까. 황혼의 마법서와 섭정왕이 끈적하게 총 8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을 뒤섞었다는 사실이 알려져봤자 이로울 건 없다. 물론 황혼의 마법사는 나를 향한 장난을 멈추지 않았지만.
"후후후. 우리 서방님, 정말이지 힘도 좋다니까?"
"그만."
"부끄러워하기는."
주황색 머리카락의 아가씨가 서스럼 없이 내게 매달리자 옆에 나란히 길을 걷고 있던 모르간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진다. 빠르게 주변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모르간 르 페이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마법을 영창, 청녹색을 띄는 불구덩이를 전개하면서 멀린에게 사출했고 멀린은 가볍게 피해냈다.
안개처럼 그녀의 몸이 흩어지더니 먼 거리로 이동해버린 것이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고난이도의 마법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전이 마법이다. 모르간도 전이 마법은 불가능하다고. 브리튼 최고의 마법사라는 이명답게 멀린은 제자인 모르간보다도 상위에 해당되는 마법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 모르간의 공격 정도는 쉽게 피할 수 있는 부류였다. 결코 멀린을 궁지에 내몰 수는 없었다.
"나와, 당신! 내 당장 지 빌어먹을 몽마를 죽여버릴 테야!"
"지금은 전쟁 중이라고. 자중지란을 일으켜봤자 좋을 건 없잖아?"
"으으으!"
내 말에 어깨를 파르르 떨면서 분을 삭힌 모르간이 뒤로 물러섰다.
나를 향한 애착이 날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하는 아발론의 붉은 마녀. 아서는 물론 가웨인과 가레스까지. 내 주변에 몰려드는 여인들에게 적대감이 섞인 시선으로 쏘아보기 시작했다. 만약 멀린과 밀애를 나눈 것이 포착된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다. 이성과의 사랑을 깨달아버린 마녀는 무섭다. 그 애착이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모르간과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그녀 쪽에서 먼저 애교를 부릴 때가 많았고, 애교의 끝은 매번 섹스로 이어졌다. 가까운 시일내로 임신을 해버려서 정실 부인의 지위를 공인해버릴 셈인 것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내가 그녀를 내칠 일은 없을 텐데.
"에잇--♪"
이번에는 멀린 쪽에서 반격에 나섰다.
모르간의 주변에 시커먼 연기를 내뿜었다. 공격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마법이었고, 적의 시야를 일정 시간까지 가려버리는 더미에 지나지 않았다. 모르간은 파훼 주문을 읊었지만, 멀린과의 마법 실력에 격차가 컸으므로 파훼에 실패하고는 결국 시야를 빼앗겨버렸다. 시야를 차단당해서 허우적거리며 팔다리를 움직이는 모르간.
마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멀린이 다가와서는 내 목에 두 팔을 둘렀다.
"후후후. 이런 식으로 밀애를 즐기는 것도 두근두근거려서 좋지 않아, 서방님?"
"들키면 죽을지도 몰라."
"나는 도망치면 그만이지만."
소악마처럼 얄궂은 미소를 짓던 멀린이 내 머리를 당기면서 그대로 입술을 맞췄다.
농후하게 입맞춤이 이어졌다. 서로 입술을 벌리면서 혀를 탐하고 타액 교환을 나누었다. 멀린의 타액은 달콤하면서도 사람을 매혹시키는 흥분제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타액을 교환한 것만으로도 그녀를 당장에 범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린다.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위험하다.
말랑거리는 혀를 작게 깨물고서 다시 한 번 멀린의 입술을 빨았다. 키스를 끝마치고서 멀린과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르간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암전 마법이 해제. 조금만 늦었어도 들킬 뻔 했다. 모르간이 씩씩거리면서 멀린에게 소리쳤다.
"고, 고작 이 정도로 내게 장난을 쳐?!"
"아하하하! 이미 나의 승리라구. 모르간."
"두고 봐!"
멀린과 키스를 나눈 것에 대해서는 모르간은 눈치를 채지 못한 듯 싶었다.
오히려 멀린에게 당한 마법에 대해서 설욕이라도 하듯이 여러 번이고 공격 마법을 퍼부었지만, 멀린은 어린아이의 장난을 받아주는 것마냥 그것을 막아내거나 피해버렸다. 모르간으로서는 멀린을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고, 멀린으로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하의 여동생의 재롱을 받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그 여유로움이 오히려 모르간을 더 빡치게 만드는 것 같았지만. 모르간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멀린이 나에게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를 보냈다. 아마도 오늘 밤에는 멀린과 제 2차전을 벌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 가볼까. 마누라?"
"응. 멀린은 나중에 쳐죽여버릴 거야."
멀린은 아서가 있는 곳으로 사라져버렸고, 나와 모르간은 서로 손을 맞잡으면서 본진으로 향했다.
현재 요크 성의 포위망은 완벽하게 가동하고 있었고, 요크 성 주변의 거점을 지키던 적들이 잇달아 항복을 요청했다. 항복한 기사들을 일선에 내세우면서 요크 성에 항복을 요청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고함을 빽빽 지르면서 항복을 권고하자 수 일 이내로 효과가 나타났다. 성문을 열고서 항복하겠다는 적장들의 서신이 도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에 응답해줄 생각이다.
우선 우리 진영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태양의 기사 가웨인과 호수의 기사 란슬롯에 병력을 이끌고서 항복을 요청하는 기사들이 성문을 열면 요크 성의 외곽을 점령한다. 보두앵은 내성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내성은 보두앵에 충성하는 기사들이 지키고 있어서 그 곳의 성벽을 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우선은 요크 성의 외곽을 점령할 것이다.
"가자! 요크 성을 점령하고 역적 보두앵을 처단한다!!"
선봉장처럼 가웨인과 란슬롯이 뚫어놓은 길을 따라서 진격.
열린 성문으로 입성하여 지휘하고 있는 병력들과 함께 교전을 시작했다. 외곽 지역에 있는 병력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보두앵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면서도 내곽으로 철수하고 있었다.
그들의 배후를 후리면서 시가전을 시작했다.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고서 달려드는 병사를 베어넘기고, 내게 돌진하는 기마병을 일거에 반토막을 내버렸다. 엑스칼리버는 강철의 갑주조차도 단숨에 찢어발기는 예기를 가지고 있었다. 나와 함께 브리튼 기사들이 달려들어 적을 난자했고, 외곽은 빠르게 점령되기 시작했다.
"요크 성은 우리의 것이다! 항복하는 자들은 모두 받아들인다. 일반 백성들은 건들지 마라!"
병력을 지휘하던 가웨인은 자신이 먼저 정예병을 이끌고서 내성으로 들어가는 성문을 막아버렸다.
외곽 지역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는 보두앵의 병사들이 내곽으로 철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결국 내곽으로 대피하던 병력들은 퇴각로를 잃고서 항복을 요청하거나 이 외곽 지역에서 끝까지 싸우다가 죽어야 했다.
수려한 금발을 가진 백색 갑옷의 기사는 그녀의 애검인 갈라틴을 휘두르면서 다수의 적병을 막아섰다. 급하게 내성으로 향하는 통로를 점령하느라 소수의 병력 밖에 동원하지 못 했다. 그럼에도 태양의 기사는 일당백으로 적을 막아서면서 결코 뚫리지 않았다.
내곽은 외곽에 비해서 더욱 두터운 성벽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외곽 지역에서 길이 막힌 보두앵의 병사들이 무사히 내곽으로 피신한다면 앞으로 벌어질 공성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리라.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웨인은 용감하게도 자신이 이끄는 병력보다도 몇 배는 많은 보두앵의 병사와 전면전을 벌였다.
"가웨인 경,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항복하지 않는 자들은 모두 죽여라!"
병력적인 열세에 몰린 채로 내성으로 이어지는 문을 막아서던 가웨인의 군단을 지원하러 달려온 것은 팔라메데스와 제레인트였다.
그들의 부대가 가웨인 군단을 공격하던 병력들을 일소해버렸고, 곧이어 가레스가 지휘하는 기마대가 도착하여 적들을 유린하면서 외곽 지역에서 저항을 일삼던 보두앵의 병사들을 모두 사로잡거나 죽여버렸다. 가웨인과 팔라메데스, 제레인트, 가레스 등의 기사들은 온몸이 피칠갑이 될 때까지 사투를 벌였고, 그 덕분에 요크 성의 외곽을 성공적으로 점령할 수 있었다.
카멜롯군의 신속한 공격 덕분에 요크 성의 외곽을 속전속결로 점령해버렸다. 외곽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들은 신속한 카멜롯군의 공격에 의해 내성으로 철수하지 못하고 대부분이 전멸, 소식에 의하면 내성으로 도망친 병력은 고작 수백 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보두앵의 죽음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는 뜻이 된다.
내성을 지키는 병력은 모두 합쳐서 7백 명 미만. 항복한 보두앵의 기사가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항복한 기사와 병사들에 대해서는 무죄 방면을 내리는 식으로 대처했다. 물론 그들 중에서 혐의가 깊은 이들은 즉결 심판으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가웨인."
"예, 전하."
"수고했다."
내 칭찬에 가웨인은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헤실헤실 웃으면서도, 헛기침을 하면서 무표정을 지으려고 했지만 이미 꿈틀거리는 입가를 보아하니 참는 것을 어려워 보인다. 내게 공훈을 인정받자 가웨인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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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hal0216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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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