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적 토벌 -->
001
카멜롯에서 1만에 달하는 병력이 출병.
곧바로 요크 백작령으로 향하기 위해서 말머리를 움직였다. 이번에는 공성전이 될 것을 예측하였는지 보병대에 치중이 쏠려 있었고, 기마부대들은 대부분 게르만과의 전쟁에 투입된 상태였다. 기사들의 수는 부족하지만 중장보병들의 수가 많다. 궁병대의 수도 상당했고, 공성병기를 운반하면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아갔다.
"역적 보두앵을 죽이러 가자!"
"브리튼을 망하게 만든 놈이다!"
"그 사지를 찢어죽이자!"
카멜롯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병사들의 대부분이 재상 보두앵의 폭정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불운을 겪은 하층민들이었고, 당연히 무거운 세금과 수많은 폭정을 펼친 보두앵을 향한 증오가 대단했다.
한편 귀족들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는 못하다. 보두앵이 멸망하게 되버리면 남은 것은 비세리온의 통치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를 견제할 세력으로 아서를 꼽을 수 있다지만, 브리튼의 공주 기사는 웨일즈 산골에 박혀 있어서 정치적으로 지원을 하기가 어렵다.
비세리온은 지방 귀족들에게 수많은 이권을 약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삐를 채우는 방식처럼 여러 제약을 묶어두어 그들이 과도한 권력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세리온 펜드래건이라는 자는 중앙 권력을 오로지 왕권의 강화를 위해서 사용할 셈이라는 것을.
"비세리온 왕이 모든 것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뭘 가질 수 있겠소?"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왕은 전쟁에 결코 패배하지 않는 자입니다."
"우선 그가 시키는 대로 따릅시다."
깊은 충성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은 아니다.
전쟁에서는 그를 이길 수 없다. 왕의 백전불패 신화가 만드는 통치 권력. 전쟁에서 결코 패배하지 않는 왕은 불멸과 같으며, 불멸은 귀족들의 반란을 강하게 억제시켰다. 반란을 일으켜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 두려움이 강한 억제력을 만들어냈다.
반란을 일으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안다면 그 어떤 귀족도 감히 반란군을 형성하지 않을 것이다. 세력과 병력으로 웃돈다고 할지라도 비세리온은 그 난관을 훌륭하게 격파해낸다. 그것은 이미 게르만족과의 전쟁에서 입증하지 않았던가.
귀족들은 지나칠 정도로 중앙 권력을 왕권 강화에만 집중하는 비세리온의 통치 방식에 이견을 보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야 했다. 그는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는 불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우선 반란수괴 스탠포드 백작으로 죽인다!"
요크로 향하던 군세가 갑작스레 방향을 돌려서 스탠포드 백작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비세리온은 직접 군마를 내몰면서 선두에서 지휘.
청백색으로 빛나는 성검은 쉽게 눈에 띈다. 적 궁수대들이 일제히 활을 쏘았지만 결코 성검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모든 화살들을 베어낸 비세리온은 당당하게 빛나는 성검을 치켜들면서 아군을 선두에서 지휘해낸다. 전장의 중심을 종횡무진하면서 날뛰는 지휘관의 모습에 카멜롯군이 그 호기로운 모습을 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왕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역적을 죽여라! 역적을 처단하라!"
"카멜롯에 대항하는 어리석을 자를 죽이자!"
스탠포드 백작은 이미 꽁지가 빠지게 도망쳐버렸고, 그가 남긴 병력들은 저항을 포기하고 항복해버렸다.
너무도 쉽게 전쟁의 결말이 드러났다. 스탠포드 백작은 곧바로 십자가에 매달려서 화형에 처해졌고, 모든 귀족들을 불러모아 역적이 죽는 모습을 구경하도록 만들었다. 강제적으로. 병을 핑계로 몸을 내빼려는 귀족들을 모두 소집시켜서 그를 구경하게 했다.
항복한 적병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우를 내렸고, 오히려 벌을 받는 심정이 된 것은 비세리온 휘하의 귀족들이다. 잔인하게 몸을 뒤틀며 괴로움에 빠진 채로 불에 타죽는 죄인을 보며 벌벌 떨었다. 그 다음에는 스탠포드 백작을 따르던 식솔과 가신들을 태워죽였다. 화형을 즐기는 걸까. 그들이 내지르며 죽는 단말마의 비명을 끝까지 구경했다.
"알아둬라. 나를 배신하는 자의 말로를. 카멜롯에 비겁한 놈은 필요 없다."
그리 말하면서 다시 말머리를 움직이면서 요크 백작령으로의 진군을 시작했다.
귀족들은 벌벌 떨면서 왕을 향해서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걸 멈추었고, 혹시나 자신들이 불평한 내용에 대해서 누군가가 발설을 하지 않을까 크게 염려했다. 스탠포드 백작이 불에 타죽는 것을 지켜보며, 언젠가는 자신이 저렇게 되지는 않을지 두려움에 떠는 자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브리튼 왕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우서 펜드래건은 귀족들에게 매우 관대해서 호구 잡혀버린 인간이었고, 폭군 보티건은 귀족들의 아첨에 놀아나서 나라를 망칠 정도의 폭정을 일으켰다. 두 국왕을 섬긴 귀족들은 브리튼 왕에 대한 인식을 만만하게 잡고 있었는데, 이번에 옹립된 왕은 그와는 너무도 이질적이다.
흉폭한 카리스마를 통해서 귀족을 휘어잡고 있었고, 뛰어난 군략으로 모든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군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출신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기사들이 그를 따르고 있었으며, 군부를 책임지고 있는 가웨인은 특히 비세리온을 따랐다.
"전군 돌격!!"
요크 백작령에 도착하고나서는 곧바로 전투가 펼쳐졌다.
하늘을 수놓는 화살비가 쏟아진다. 날카로운 폭우를 당당하게 돌파하는 것은 강철로 이루어진 기사단이다. 비세리온이 직접 이끄는 기사단들이 방패를 들어올려 쏟아지는 화살비를 막아내면서도 용맹하게 돌격하여 적진을 분쇄시켰다.
까드드드득.
적병의 고깃덩리를 짓이기면서 생기는 괴음이 울려퍼졌다. 뼈대를 박살내고 고깃덩이를 난자한다. 군마들의 말발굽에는 살찌꺼기와 함께 핏물이 가득 했다. 기마대의 돌격은 단순히 랜서 차징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상창으로 적 보병을 죽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애초에 마상창은 적 기병대를 죽이기 위해 존재한다.
말에 오르지 않은 적 보병은 그냥 짓밟아버렸다.
육중한 군마가 마치 전차처럼 전장을 질주하기 시작했고, 앞을 가로막는 적 보병을 쓸어갈기면서 홍해처럼 좌우로 갈라버렸다. 적병은 두려움에 휩싸여 카멜롯 기사단의 위력에 물러서고 말았다.
보병이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서 대열을 흩뜨린다.
그것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보병들이 뿔뿔히 흩어져서 대열을 이탈해버리면 기병대의 돌격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카멜롯 기사단이 돌격한 뒤에는 보병들이 일제히 진격하여 뿔뿔히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서 적 보병드링 각개격파를 당해버렸다.
"으, 으아아아아!!"
"괴물이다! 후퇴하라!"
"아, 안 된다! 계속 응전하라!"
보두앵군의 지휘관들은 각자 엇갈린 명령을 전파하면서 각 부대간에 혼란을 초래했다. 손발이 맞지 않는 지휘관들의 말로는 멸망 뿐이다. 이미 총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보두앵은 견고한 요새에 의지해서 몸을 보신하고 있었고, 결국 애처로운 그의 부하들만이 전장에서 죽어나갔다.
한편 보두앵은 자신을 배신할 것을 우려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최종적인 군 지휘권을 주지 않았고, 결국 지휘관들 각자가 개인의 판단을 내리면서 군단이 서서히 내부에서 무너졌다. 총지휘관이 없는 군단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 보두앵은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었기에 지휘권을 양도하지 않은 것이다.
"포로는 건드리지 마라!"
"항복을 승인한다. 모두 항복하라!"
"진정한 왕의 어전이다! 불경하지 않은가!"
카멜롯군 1만이 보두앵의 병력 7천을 박살내는 것은 너무도 손쉬운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겨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7천에 달하는 병력이 고작 반나절만에 무너지는 것은 꽤나 이질적인 과정이었는데, 수많은 적병을 닭목을 비트는 것처럼 단숨에 격파하는 비세리온을 보며 귀족들을 불멸의 지휘관에게 매료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쟁의 왕.
결코 패배를 모른다. 사람을 죽이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고, 사람을 살리는 것은 그의 존재가 나라에 도움을 주는 경우일 뿐이다.
특히 항복을 요청한 적병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나왔다. 그들이 죽으면 세금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이며, 농삿일을 위한 노동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코 인도적인 이유에서 행동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이성적으로 내린 판단의 결과였다.
카멜롯군이 요크 성을 일제히 포위했고, 공성 준비를 시작하고서 사흘 뒤에는 웨일즈에서 출병한 아서 펜드래건의 병력과 합류했다. 총 1만 5천에 달하는 포위망으로 요크 성을 포위해버리면서 보두앵의 죽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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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t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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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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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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