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발론의 붉은 마녀 -->
001
카멜롯군이 수도 카멜롯으로 귀환.
그리고 귀환한 귀족들을 기다린 것은 가차없는 숙청시간이었다. 왕의 작전에 이탈하여 전공을 탐낸 귀족들은 그 죄를 물어서 참형.
재산을 몰수하고 참형당한 귀족에게 충성하던 기사들은 중앙군으로 강제적으로 편입되었다. 철저히 조사하고 수사하여 죄를 물어냈으며, 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이들에게는 포상을 내리는 한편 그 형벌이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게르만과의 전투 당시에 홀로 카멜롯에서 대리직을 수행하던 아그라베인이 청초한 얼굴에 수심을 띄우며 물었다.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주인님, 조금 지나치신 것이 아닌가요?"
"전쟁이 바로 끝나서 군 지휘권이 내게 집중되어 있어. 숙청 사업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야."
나는 그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숙청 사업을 진행했다.
반발은 거셌지만 대놓고 반란을 일으키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게르만족의 전투 당시에 보여준 전과 때문일까. 귀족들을 포함해서 그들의 끄나풀인 기사도 분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감히 칼날을 뽑지는 않는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반란을 일으키는 즉시 토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이걸로 충분한 자금력도 벌었어. 원고료를 무조건 페그오라는 유사겜에 가즈아 꼬라박는 작가과는 다르지."
"한강물이 37. 5도가 되면 들어가겠다, 라는 명언을 남긴 걸로 유명합니다."
뭔가 괴전파의 영향으로 이상한 소리를 해버렸다.
아무튼 현재 카멜롯의 상황은 급속도로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형국이었고, 귀족들은 몸을 사리고 있었다. 한편 요크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역적 보두앵을 처단하기 위한 토벌령도 대대적으로 선포함으로서 결코 반란 세력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선은 카멜롯을 좀먹고 있는 고름부터 빼내야겠다.
지금까지 보두앵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기생충처럼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었다.
이번 숙청은 비단 전쟁에서 항명한 귀족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그 범위를 넓혀서 기존의 세력권이었던 귀족부터 제거해야 한다.
꽈앙!
감히 왕의 집무실에 달린 문을 걷어차면서 활기차게 들어오는 금발의 유녀 기사. 로리콘 의원들로 가득한 의회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가레스였다.
얼마 전에는 소규모 병력을 이끌고 게르만에게 점령당한 서직스의 탈환에 참전하여 전공을 세웠다. 카멜롯 인근의 땅을 영지로 하사받은 가레스는 기분이 좋았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입가에는 방실 웃음을 짓고 있다.
"이모부님! 이 가레스, 내려주신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해냈습니다!"
"잘했어, 착하다 착해."
가레스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금발의 유녀가 기분이 좋았는지 갸르릉거리며 고양이처럼 울음소리를 냈다.
"이모님과 언니도 분발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역시 진히로인의 자리는 저의 차지인 듯 싶네요. 뭐, 어쩌겠어요? 애초에 어린 로리라는 피지컬부터가 저에게 유리하니까. 남자의 본성에 숨은 성욕의 본질은 로리콘이라구요."
가레스라는 이름의 유녀와 함께한 시간이 오래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멍청한 탓일까. 그게 아니면 가레스가 이상한 정신구조를 가진 탓일까.
금발의 유녀가 내 품에 다이빙을 해서 안기더니, 히죽 웃으며 아그라베인을 바라보았다. 가레스는 두 팔을 움켜잡으면서 다람쥐처럼 내게 매달렸다.
뭔가 얄미운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이 아니겠지. 눈웃음을 지으며 승리자의 표정을 보였고, 아그라베인은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했지만 어디선가 빠직! 거리는 굉음이 들린 듯하다. 아그라베인의 푸른 벽안이 시리게도 빛났다.
"어린 동생 주제에 언니에게 대항하려고 하다니. 정말 우습네요. 애초에 주인님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제가 압도적일 텐데요."
"흥! 그 시간이 죄다 이모부님께서 서류 업무할 때 보좌하는 역할일 뿐이잖아!"
당돌하게 덧니를 드러내며 자신의 히로인력이 압도적임을 주장하는 가레스.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깊다면서 은근히 나와의 사이를 강조하는 아그라베인. 잊지 마라, 이 두 처자들은 콘월의 귀중하신 공주님들이다. 콘월 공작 틴타젤은 대체 무슨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손녀딸들이 모두 정상이 아니다. 대체 뭐냐, 콘월이라는 곳은.
가레스가 다람쥐처럼 품에 안겨서는 두 팔로 내 목가를 끌어안았고, 아그라베인 또한 무표정한 얼굴로 내 팔을 안았다. 가웨인과는 달리 슬랜더한 체형을 가진 아그라베인의 아담한 가슴이 느껴진다. 아그라베인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뺨에 홍조를 그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황송스러운 상황인가. 역시 왕이라는 직업은 하렘을 만들기에 매우 적합하다.
그녀들을 중재하던 가웨인은 현재 기사단을 이끌고 범죄 혐의가 걸린 귀족들을 체포하기 위해서 출동했고, 결국 가레스와 아그라베인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카멜롯에 단 한 명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재역을 수행할 여성이 집무실에 등장했다.
"대낮부터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당장 안 꺼져---!!"
붉은 머리카락의 마녀가 벌컥 집무실에 들어와서는 내게 찰싹 달라붙은 소녀들의 뒷덜미를 단번에 붙잡았다.
버릇 없는 조카딸들을 이번 기회에 혼꾸멍을 내줄 생각인 모양이다. 가레스와 아그라베인의 뒷덜미를 움켜쥔 상태로 마력을 이용해 신체 능력을 배가. 단숨에 번쩍 그녀들을 들러올려서는 창문을 향해 내던졌다.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작렬한다.
왕의 집무실이 위치한 곳은 왕궁에서도 꽤나 높은 곳이다. 남편을 희롱하는 두 조카딸들을 내던지는 터프녀. 사자는 자기 새끼를 키울 때 벼랑으로 내몬다고 했던가. 질투에 불타오르는 마녀는 자신의 조카딸을 벼랑으로 그냥 던져버렸다.
이 무슨 폭력.
비명을 지르면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추락하는 가레스와 아그라베인. 그녀들의 결말이 어찌되었는지는 모른다. 창 바깥을 내려다 보려는 나를 모르간이 붙잡았기 때문이다.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모르간이 말했다.
"뭐야, 언제부터 조카딸들하고 그런 문란한 관계를.....!"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너 뿐이라니까."
"흐, 흥.... 그런 말로 내가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혀 아니거든----!!"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돌리는 모르간.
절대로 이번 순간만큼은 흘려넘기지 않겠다고 결의를 밝혔지만,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을 보아하니 이번에도 나를 봐주겠지. 처음에는 경멸에 가까운 반응을 내게 보이던 모르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내 말에 쉽게 용서를 해주는 성격으로 변했다.
그녀의 팔을 부여잡으면서 가레스가 안겨있던 품으로 당겼다.
모르간은 짐칫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매번 해오던 행동이었기에 서로 시선을 교환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니무에는?"
"자고 있는데. 깨우기는 미안해서 그냥 왔어."
"아니, 잘 했어. 익숙하지 않은 전투에 참전해서 많이 지쳤을 테니까."
나와 모르간은 남편과 아내가 딸아이를 두고서 나누는 대화처럼 말을 이어나갔고, 연애 무드가 달달하게 느껴졌지만 그 진도는 절망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우선 내 쪽에서 그녀의 뺨에 키스를 시도했다. 쪽 소리가 날 정도로 키스를 맞췄고, 모르간은 얼굴을 붉히면서 쑥쓰러운 모습을 보였다.
놀랍지 않은가.
서로 간에 사랑의 감정까지 교환했지만 절망적인 진도라니.
그 뒤로 모르간이 스르륵하고 내 품에서 빠져나갔고, 나 또한 테이블 위에 놓인 홍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직까지 서류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모르간도 내 옆에서 조력을 해주었다. 매번 서류 업무에 여러 내정 사업을 고안하고 있을 때였으니, 일과 때문에 바빠서라도 모르간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진도가 낮아서 죽겠는데, 일까지 내 연애를 방해하려 든다.
이 정도면 누군가의 악의가 느껴진다.
"이번 전투에서는 수고했어."
"내가 많은 도움이 됐지? 나한테 고마워 하라고."
"알아. 고마워하고 있어. 고마워."
"자, 잘 알잖아?!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거든? 흐흥, 그렇게나 내가 고마운 거려나."
모르간이 콧대를 올리며 말했다.
자신으로서는 도도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겠지만 이미 새빨개진 얼굴과 더듬기 시작한 입버릇으로 보건데 그녀의 마음에 휘몰아치는 감정의 격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참 동안이나 자신의 실력에 자랑하던 그녀가 이내 입을 다물더니 내 눈치를 살피시 시작했다. 이제서야 자신이 집무실에 온 이유를 떠올렸기 때문일 테고, 그리고 그 이유가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난감한 주제일 것이다. 그녀의 반응만 보아도 유추가 가능했다.
".....뭔데? 지난번처럼 마법 시약의 마루타 담당이라면 사양이야. 1주일 동안이나 두드러기가 몸에 났다고."
"그건 혼합물을 섞는 과정에서 조그마한 문제가 벌어졌을 뿐이야. 원래대로라면 충분히 뛰어난 정력제가..... 크흠, 아무 것도 아냐. 잊어."
"아니. 잊어서는 안 될 주제의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녀는 대체 무슨 효과의 마법 시약을 내게 복용시키려 한 건가.
이제는 모르간 르 페이의 속셈에 대해서 두려움이 느껴진다. 악의가 없는 괴롭힘이 나를 강타한다.
모르간이 드디어 자신이 집무실에 온 이유를 말했다.
"나하고 같이.... 가줬으면 하는 곳이 있는데....."
"뭘 어려운 일이라고. 엑스칼리버를 파밍하러 단 둘이서 갔었잖아."
"좀 더 멀어, 이번에는.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고....."
"혼전 여행 같은 건가. 시간이 오래 걸리면 곤란한데."
"사흘 정도는.... 괜찮아?"
"좋아."
담담하게 여행 계획에 대해서 모르간과 상의를 나누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꽤나 동요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에 몸상태가 튼튼한 국왕을 만나서 월급 루팡이나 하고 있는 왕실 주치의를 깨운 다음에 피임법에 대해서 묻고 싶을 지경이다. 남녀가 단 둘이서 밤을 지세울지도 모르는 혼전 여행이라니! 이건 그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다.
모르간이 흘리듯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 사귀는데.... 진도도 느리잖아."
나는 여행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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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el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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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