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들의 집결 -->
006
게르만 진영이 어수선한 틈을 노려서 시작된 브리튼군의 공세.
고작해야 7천 밖에 되지 않는 병력이 일제히 아이시스 강을 도하. 상류에서 대기하고 있던 팔라메데스와 중류의 제레인트가 곧장 게르만 진영을 공격하여 불을 지르며 게르만군이 가지고 있던 다수의 이점을 철저히 분쇄한다. 뒤를 이어서 기마부대를 이끄는 비세리온이 얼음으로 꽁꽁 얼어붙은 강물을 걷어차며 내달려 게르만족의 진영에 도착했다.
지금 쯤이면 마력 고갈로 모르간과 니무에는 쓰러져버렸을 것이다.
강물을 통째로 얼려버린다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내렸으니까.
모르간과 니무에는 얼음계 마법에는 매우 서투르다. 하지만 대마법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으니 그를 포기할 수는 없었고, 체내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으면서까지 기마대가 도하에 성공할 정도로 두꺼운 얼음 통로를 구성해냈다.
"모조리 죽여라! 더러운 야만인들을 브리튼에서 몰아낸다!"
청백색의 마력을 발산하는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면서 비세리온이 전진.
말고삐를 한손으로 다루면서도 롱소드보다 조금 더 큰 검신을 가진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며 적병을 난자했다.
어두컴컴한 심야에 이루어지는 야습은 정교한 실력과 체계적인 훈련이 없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날이 어두워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아군 부대가 서로 맞붙이치며 죽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부대장들에게는 모든 명령을 전파하였고, 큰 이변이 없는 한은 계획된 대로 작전이 이행되리라.
팔라메데스와 제레인트, 그리고 가웨인.
기사 출신인 그들은 이미 작전에 대해서 숙지하였고, 피아 구별이 확실하게 이루어지면서 야습을 성공적으로 개시했다.
브리튼이 자랑하는 기사단들이 일제히 진격.
게르만은 미처 육중한 기마부대들이 아이시스 강을 건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설령 대마법사가 강물을 얼렸다고 해도, 아군 병력에게 그 얼음을 건너서 도하에 성공하라고 명령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자살 행위에 가깝다.
한기가 흘러나오는 얼음으로 뒤덮인 아이시스 강.
하지만 얼음은 쉽게 녹아버린다. 기후 자체를 바꾼 것이 아니라, 강물을 일시에 얼릴 수 있도록 빙결의 마력을 결집시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건 시간 싸움이다. 얼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녹아내릴 것이고, 얼음이 모두 녹아내려서 그 통로가 막혀버리면 퇴각로가 사라진다.
아군 병력을 모두 전멸시킬 수 있는 특공 작전을 펼쳐버린 것이다.
게다가 브리튼의 섭정왕은 자신이 직접 본군을 이끌고서 적진에 뛰어들었다. 담대하면서도 무모하기 그지 없는 작전을 때려 박아버리는 지휘관은 아마도 비세리온이 유일하리라.
"서둘러 게르만 진영을 불태워라!"
"불 때문에 얼음이 녹아내릴지도 모릅니다."
"화공이 아니면 야습이라고는 해도 적의 대군을 상대로는 승산 자체가 없어."
"......예!"
현재 게르만 진영은 압도적인 위력의 기마대들이 진격하면서 쑥대밭이 되어버렸고, 혼재된 전황 속에서 2만에 달하는 대군을 가진 게르만은 오히려 대군이라는 그 이점이 발목을 잡아버렸다.
혼란스러운 난전 속에서 지휘 체계가 한꺼번에 붕괴, 화염 속에서 튀쳐나오는 게르만 병사는 곧바로 브리튼 기사에게 목이 날아갔다.
브리튼 기사들은 서로 피아 식별하는 것을 우선으로 여겼다.
날이 너무 어두웠다. 브리튼 병력이 대부분 기병대라는 특징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피아 식별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게르만군도 다수의 기병대를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르만 전사들이 말에 오르기 전에 먼저 죽였고, 그들이 사육하던 군마들도 죽여버렸다.
적들이 기마대를 운용해서 전황이 혼잡하게 이어진다면 시간이 질질 끌리고 만다.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퇴각로가 끊어진다. 그것은 브리튼군으로서는 최악의 상황과도 같다.
"퇴각 명령을 내려라. 이제 퇴각한다."
"버, 벌써요?!"
말머리를 돌리면서 말하는 비세리온의 말에 제레인트가 물었다.
성실하게 생긴 청년 기사는 이번 기회에 게르만족을 모두 토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의 기회는 게르만을 일거에 토벌하기에 너무 타이밍이 좋았다. 지금의 기회를 틈타서 게르만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그 위에 브리튼 왕국의 완벽한 통일을 이뤄내고 싶었다.
적어도 제레인트 뿐만 아니라 수많은 브리튼 기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명예와 긍지. 그것이 바로 브리튼 기사들이 우선시하는 덕목이다.
그들에게 있어 야만인들의 토벌은 일종의 숙명과 같았고, 브리튼인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야만인들을 모두 죽여버려야 한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그를 알고 있기에 비세리온은 혀를 차면서도 멍청한 부하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퇴각 명령을 내려! 불복하는 새끼들은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살기를 터트리면서 외치는 지휘관의 명령.
제레인트를 그 살기를 느끼면서 자신의 무례를 사죄했다. 그리고 동시에 전군에 알릴 수 있도록 뿔나팔을 크게 불었다. 제레인트는 일종의 선봉장 역할을 하면서 항상 뿔나팔을 소지하고 있었다.
뿔나팔의 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진다.
전군에 알릴 수 있는 뿔나팔의 굉음을 들은 브리튼 기사들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서는 말머리를 일제히 돌리기 시작했다.
불지옥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게르만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브리은에서 약탈과 강간, 방화를 저지른 악한들이었기에 연민이나 동정이라는 감정은 없었다. 그저 불에 갇힌 저들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퇴각 명령의 전파는 가웨인도 듣고 있었다.
금발의 여기사는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싸우고 있었고, 그녀의 부대가 가장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오크니 출신의 기사단이었는데, 콘월 출신의 기사들보다도 정예였고 훈련도가 높았기에 적진 깊숙한 곳을 강타하는 임무를 맡았다. 가웨인은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큰 공헌을 쌓을 수 있었고 수백이 넘는 적병을 살육하는 데 성공했다.
"퇴각! 퇴각해요!"
가웨인은 힐끗 저편에서 싸우고 있는 팔라메데스를 바라보았다.
사라센 출신의 미녀는 완고한 목소리로 브리튼 기사들을 다루면서 철군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먼 중동 지역에서 온 그녀는 일기토에서 게르만 전사를 죽이는 전공을 쌓았는데, 그 전공이 가웨인과 견줄 만했다.
하지만 고작해야 대륙 변방 출신의 여자가 브리튼에 와서는 꼬리를 치듯이 알랑거리는 행동처럼 보였고, 그 점이 가웨인에게 있어서는 무례하게 느껴졌다. 가웨인은 철저히 기독교를 신봉하는 브리튼 기사였고, 브리튼인도 아니고 켈트인도 아닌 한낱 사라센인과 동료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왕에게 타박을 받을 것 같아서 그것을 내심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사라센인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것은 확실했다. 적어도 존경하는 왕에게 다가서며 눈웃음을 짓는 사라센 계집을 볼 때마다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게다가....'
저편에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흉악하게 뒤틀린 장창을 휘두르면서 브리튼 기사들을 살육하는 광경을 보며 가웨인이 심상치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퇴각하라는 명령에 불복하고 전공을 쌓으려고 무리하게 돌격해버린 기사들이 주 타겟으로 게르만의 여전사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고작 한 명이 브리튼 기사 수십 명을 살육하는 광경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가웨인은 서둘러 부하 기사들을 구원하고자 했지만, 그 전에 먼저 사라센 소녀가 다가와서 만류했다.
"이미 저들은 틀렸습니다. 지금 퇴각하지 않으면 퇴각로가 끊어져서 죽습니다!"
".....알아요. 괜한 참견은 말아요."
가웨인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팔라메데스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가벼운 정 때문에 머뭇거리는 바람에 사라센 출신의 소녀에게서 타박을 들어버렸다. 그녀가 옳다는 것은 가웨인으로서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적어도 팔라메데스의 의견을 들어야 할 때였다. 옳은 충고조차 듣지 않는 것은 아집에 불과했으니까. 팔라메데스는 서열상 가웨인의 부하였지만, 가웨인은 그녀의 말에 따랐다.
모든 것은 왕을 위해서.
섭정왕의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였다.
지금은 사라센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먼 중동에서 온 가증스러운 이교도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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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로디 님, 쿠폰 1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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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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