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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39화 (39/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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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카멜롯에서 7천의 병력이 출병.

강철로 이루어진 기사단이 대거 출병함에 따라서 그 움직임이 옥스퍼드로 진군하고 있음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 노골적으로 뿔나팔을 불고 북소리를 크게 치면서 진군하자, 브리튼 백성들이 좌우로 모여서는 크게 군중을 이루었다. 카멜롯 병력은 보여주기식으로 군기를 높게 치켜들도록 하고, 병사들에게는 고함과 함성을 터트리게 하여 병력의 용맹을 강조했다.

내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몰고 가던 모르간이 물었다.

"엄청 시끄러운데.... 은밀성이 없는 거야?"

"글쎄다.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떠들썩하게 진군하는 게 이득이라고 할까. 우리에게 이롭다고 할까. 전쟁은 이미 카멜롯에서부터 병력이 출병했을 때부터 시작했어."

아발론의 붉은 마녀의 말에 응대하면서 7천의 병력을 바라보았다.

이번 출병은 병력을 이끌고 카멜롯을 출병할 때, 대륙에서 건너온 게르만족을 토벌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잡았을 때부터 이미 그 목적이 정해져 있었다.

단순히 게르만족을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브리튼 왕국의 수호자이며 나아가 게르만족에게서 브리튼인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현 왕실임을 입증해야 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것은 시련이라고 할까. 이민족으로부터 브리튼을 지킬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겸비하고 있음을 브리튼인들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병사들에게 뿔나팔과 호각, 북소리를 치게 하면서 일부러 병력의 용맹을 강조한 것이다. 분명 브리튼 백성들이 이를 지켜볼 것이며, 게르만족을 토벌하기 위해서 출병한 우리들이 브리튼의 수호자임을 그 마음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적인 이유에 가깝다.

"제레인트. 적의 이동은?"

"예, 전하. 가이세리크도 직접 출병하였다는 소식입니다. 총 2만의 군세를 이끌고 론디니움을 출병. 아마도 옥스퍼드에서 일전이 벌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제레인트는 콘월 출신으로, 그 유능함을 인정 받아서 단숨에 부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청년이었는데 마상창을 다루는 실력이 우수했다. 기사들간의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그는 이번 게르만 토벌전에 참전하여 브리튼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토벌전에 참전한 기사들이 모두 그러했다.

갑작스럽게 지방 귀족을 섬기는 기사들이 중앙의 소집령을 받고서 출진. 중앙군의 명령 지휘체계를 받아들이는 한편, 이민족 토벌이라는 목적을 공동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기가 높았고, 예상했던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도시 옥스퍼드는 템스강 상류인 아이시스강과 처웰강 사이에 있으며 론디니움에서 북서쪽으로 80km 정도가 떨어져 있다.

제 2의 수도인 룬디니움과 근접한 위성도시로서 정치적으로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카멜롯에서 출병하자마자 옥스퍼드는 전장으로 삼았고, 다행스럽게도 론디니움에서 출병한 2만의 게르만 병사들보다도 반나절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옥스퍼드를 사령부로 선택.

주변의 각 거점들을 점령하고서 가웨인과 가레스에게 맡겼다.

전장의 주변을 아군에게 유리하도록 제압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이미 옥스퍼드가 점령당하고 요새화가 되었음을 파악한 가이세리크는 병력을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맞은편에서 대기했다.

양 군세들은 아이시스 강을 두고서 대치.

우연의 일치처럼 아이시스 강의 중심에는 작은 섬이 떠있었다. 강물의 흐름에 씻겨나가지 않고 일기토를 펼치기에 적합한 섬이었다. 물론 그 존재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고, 게르만족에 전령을 보내어 일기토를 제안했다.

당연히 가이세리크는 그를 수락.

일기토가 펼쳐지는 곳은 아이시스 강의 중심에 위치한 섬이었다.

이쪽에서는 묵빛의 갑옷을 입고서 얼굴은 투구로 가리고 있는 기사가 나섰다.

익숙하게 말을 내몰면서 조각배에 올랐고, 그는 마침내 섬에 도착했다.

한편 게르만 군세에서도 털가죽을 몸에 두르고 있는 전사를 내보냈다.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몸에 웃통을 벗고 있는 남성이었다. 얼굴에 칼가죽이 가득 했고,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악스럽게 생겼다.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를 보며 말했다.

"내가 타인의 얼굴에 대고 지적질을 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저건 오우거 아니냐.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는 부류에는 넣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 대전사로 내려보낸 기사는 누구야? 처음 보는데."

모르간이 물었다.

일기토에 내려보낸 기사는 콘월 출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르간은 그의 정체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얼굴을 투구로 가리고 빈틈이라고는 전혀 없는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 그 체구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브리튼의 성인 남성보다도 그 체격이 미만 수준이라고 할까.

2미터에 달하는 근육질이 남성 앞에 서버리니 전신 갑옷을 입었음에도 크게 왜소해 보였다. 게다가 그 거인은 투박하게 생긴 거대한 글레이브를 쥐고 있었다. 동양의 참마도처럼 보인다. 황소의 목까지도 단숨에 쳐버릴 것처럼 흉악스럽게 생겼다. 그에 반해서 브리튼 기사는 중동인들이 사용할 법한 날카로운 곡도를 그리는 시미터를 붕붕 휘둘렀다.

두 자루의 시미터.

브리튼의 기사들과는 이질적이게 시미터 쌍검술을 다루었다. 그를 지키보던 브리튼 기사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롱소드 검술을 중점으로 배우는 브리튼 기사들로서는 일반 상식을 벗어난 자살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브리튼에서는 쌍검술이 쓰이는 적이 없다.

무조건 롱소드나 마상창을 사용했고, 다른 한손으로는 화살을 막는 방패를 무조건적으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병대에게 있어서 방패는 무척 중요한 무구였고, 그 때문에 쌍검술이 기사들에게 사용되었던 적은 매우 희소했다.

브리튼과 게르만에서 동시에 북소리가 작렬.

그와 함께 거구의 전사가 팔보호구만을 착용하고서 웃통을 벗은 그 상태로 싸움을 시작했다. 일부러 갑옷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손에 있는 글레이브가 유일한 병장기였다.그런 무방비한 모습은 전신 갑옷을 무장한 브리트 기사와는 매우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육중한 글레이브가 찍어내리듯이 내리쳤고, 두 자루의 시미터가 교차하면서 그를 가볍게 막아냈다.

까아아아아앙!!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음에도 무기가 부딪치는 금속음이 똑똑히 들렸다.

시뻘건 불똥이 튀면서 울려퍼지는 참격.

거구의 남성이 흉폭하게 내리치는 글레이브를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브리튼 기사들 사이에서 감탄음이 울려퍼졌다. 일격에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했건만 일기토에 나선 브리튼 기사는 날렵하게 글레이브를 막아내면서 흘러내듯이 그 충격파를 내보냈다.

"건방지긴!"

게르만 전사가 다시 한 번 글레이브를 휘두른다.

하지만 브리튼 기사는 그것을 다시 한 번 흘러내면서 오히려 시미터를 섬광처럼 휘둘러 게르만 전사의 무방비한 복부에 엑스자로 그어버렸다.

시뻘건 핏물이 피분수를 그리면서 뿜어지기 시작했고, 브리튼 측에서는 환성이 터져나왔다. 마치 용맹스러운 투사가 광폭한 황소를 제압하는 광경을 보는 듯 하였다. 두 자루의 시미터가 날카롭게 예기를 터트리더니 마치 뱀이 구멍 속으로 스르륵 들어가는 것처럼 게르만 전사의 두터운 목덜미에 쑤셔박혔다.

두 자루의 시미터가 일제히 목덜미에 박혔다.

핏물이 방금 전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량의 출혈. 시미터들을 쑤셔박아버린 브리튼 기사의 온몸에 뜨거운 핏물로 점칠되었다.

브리튼 기사가 이번에는 허리춤에서 또다른 시미터 두 자루를 뽑아들었다.

그 시미터들을 이번에는 탄탄한 가슴팍에 쑤셔넣었고, 총 네 자루의 시미터를 박았음에도 아직까지 우두커니 서있는 게르만 전사는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면서 글레이브를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전사의 반격보다도 먼저 또다시 꺼내는 시미터들이 양쪽 눈구멍에 박혔다.

그 흉악한 살해 방식에 브리튼 진영과 게르만 진영.

양쪽 진영에서 비명으로 뒤섞인 함성이 뿜어져 나왔다. 목덜미와 가슴팍, 그리고 눈. 총 여섯 개의 시미터들이 박혀서 죽어버리는 광경은 실로 끔찍했고, 또한 전투의 열기를 데우기에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전사가 뿜어낸 핏물로 아이시스 강이 물든다.

온몸이 난자되어 죽어버린 게르만 전사. 그의 심장 고동소리가 멈추자 매우 짧았던 일기토가 종료되었다.

압도적인 그 실력에 감동하였는지 가이세리크는 일기토에 참전한 브리튼 기사에게 북방의 초원에서 사육한 명마를 선물로 주었고, 브리튼 기사를 그를 받아들였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브리튼 기사의 솜씨가 너무도 완벽했고, 이민족을 죽이는 데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기 때문이다.

브리튼 기사가 피로 범벅이 된 투구를 벗어던졌다.

흘러내리는 탐스러운 흑발.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와 함께 보이는 것은 호박색처럼 빛나는 아리따운 눈동자였다. 모습을 가리고 있던 브리튼 기사는 여성이었고, 심지어 브리튼인도 켈트인도 아니었다. 먼 중동에서 온 사라센인으로 기독교로 개종한 그녀는 브리튼 왕국을 게르만에게서 수호하고자 기사로 참전한 것이다.

묘령의 사라센 소녀가 외쳤다.

"멀리 있는 자는 소리로 들어라! 가까이 있다면 눈으로 봐라! 나의 이름은 사라센 기사 팔라메데스! 내게 덤비고 싶은 전사는 모두 덤벼라!"

사라센에서 온 이방인 기사의 용맹이 아이시스 강을 메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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