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들의 집결 -->
001
브리튼에서 새 왕실이 들어선 지 고작해야 1개월이 경과했을 무렵.
도체스터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비세리온의 부재를 노리고서 게르만족이 일제히 공세를 펼쳤다. 선정의 검을 뽑은 아서 펜드래건은 왕실 기사단과 론디니움에서 뜻을 함께하기로 한 병사들과 함께 론디니움을 비웠다. 다시 말해서 론디니움은 텅텅 비어버린 상태. 게르만족의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되자 고작해야 사흘도 버티지 못하고 브리튼 최고의 무역도시였던 론디니움이 점령당하게 된다.
"모조리 다 죽여라!!"
"끼하하하하하!"
"드디어 우리가 론디니움을 점령했다!"
지금까지 수 년에 걸쳐서 공세를 퍼부었음에도 함락시키지 못한 론디니움을 손에 넣어버린 게르만족의 함성소리가 브리튼의 동쪽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역시 브리튼 계집은 극상품이라니까?"
"이 젖퉁이 좀 보라고."
"오늘은 아주 허리가 빠지겠는데!"
흉악스러운 근육질의 남성들이 벌게진 얼굴로 도망치는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서는 곧바로 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마 전쟁으로 뜨거워진 욕정을 식히기 위함이겠지. 여인들을 강간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와 임산부, 심지어 아이를 갓 낳은 여인들까지도 모두 강간의 대상이 되었다. 남자들로 이루어진 군대에서 부족한 것은 당연히 여인이었고, 먼 대륙에서 건너와 여인의 손조차 만질 기회가 없었던 게르만족 병사로서는 당연한 본능과도 같았다.
여인들을 무자비하게 강간하고 살해하기로 유명한 게르만족을 이끄는 수장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노년의 남성이었는데, 그 눈빛만큼은 예리하게 빛났다. 피부는 주름으로 가득 했지만 젊은이들보다도 매서운 시선을 가졌다.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론디니움의 점령과 함께 지금까지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던 군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약탈을 명령했다.
브리튼 왕국에서도 가장 부유한 곳으로 유명한 론디니움.
론디니움은 수천에 달하는 게르만족이 1주일에 걸려서 약탈을 행할 정도로 부유했고, 심지어 그 론디니움의 교회와 성당까지 약탈하면서 악행을 펼쳤다. 브리튼에서 부유한 계급은 귀족과 성직자들이다. 성직자는 세금을 면제받는 것은 물론, 백성들에게서 과세를 거둘 수 있었기 때문에 부유했고, 게르만족의 먹잇감이 되기 좋았다.
"이 브리튼을 우리 반달족의 영토로 만들겠다!"
반달족은 게르만족의 일파로 로마 제국의 변경을 괴롭힌 전적이 있는 종족으로, 이민족들 중에서도 강성하기로 유명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서 그 일대를 대거 약탈하였는데, 그 잔인함에 동로마가 벌벌 떨어야 했을 정도였다. 대제국조차 벌벌 떨게 만든 반달족 출신의 군벌은 브리튼을 점령하고서 스스로 왕에 오르고자 야심을 품었다.
"이제 곧 대륙에서 대군이 몰려올 것입니다."
"론디니움을 점령하고 근거지를 마련하였으니 증원을 요청하겠습니다."
"인근 항구도시를 모두 제압하였습니다."
게르만계 국가들은 인구증가율이 높았고 특히 따뜻하고 부유한 북아프리카 속주를 차지한 반달족은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할 수 있었다. 그 반달족의 군벌인 가이세리크는 자신의 휘하 군대를 이끌고서 브리튼 왕국에 상륙. 론디니움을 점령하면서 기염을 토해냈다. 수 년간이나 이어진 전투에서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가이세리크가 물었다.
"비세리온은 어디 있는가."
"여기서 먼 서쪽에서 왕을 칭하였다고 합니다."
"과연 대단한 자다. 그가 드디어 왕에 올랐구나. 나보다도 빠르기 왕을 칭할 줄이야, 이거 얕볼 수 없군."
새하얀 백발이 무성한 노인은 클클 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영원한 호적수가 이미 브리튼의 서쪽을 제패하였다는 소식에 흡족하게 느꼈다.
비록 호적수는 나이가 어린 청년이었지만 그가 가진 군략과 용맹함은 게르만족조차도 감동시켰다. 게르만족은 뛰어난 장군을 추앙하며, 용맹스러운 전사를 존경한다. 그렇기에 가이세리크는 론디니움을 점령하고서 그 도시에 거주하고 있던 기사와 병사들만큼은 살려주었고, 그들의 식솔까지도 건드리지 않았다.
무턱대고 약탈을 저지르는 것은 그저 짐승에 불과하다.
브리튼의 모든 것을 약탈하고 흡수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병력을 받아들여야 했다. 대륙 너머에는 수많은 게르만족 군세가 건너오고 있다지만, 길잡이 역할을 할 우수한 브리튼인 병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노련한 게르만족 족장은 그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게르만족은 론디니움을 우선 점령하고서, 그 주변의 영토들을 모조리 복속시켰다.
에식스 백작령, 칸트 백작령, 서 세직스, 동 세직스 등 수많은 영토에 달하는 땅을 복속시키는 한편, 약탈을 자행한 론디니움과는 달리 뒤이어 점령한 영토에 대해서는 신사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우리 게르만족과 브리튼인들의 융화정책부터 펼친다. 우리의 씨를 브리튼 여인에게 뿌려라. 브리튼 계집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게르만족이 피를 이어바은 훌륭한 전사로 거듭날 것이다."
마침 브리튼 왕국에는 오랜 전란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건장한 남성이 매우 부족했다. 심심치 않게 지아비를 잃은 과부들을 볼 수 있었고, 그 과부들은 게르만족 남성과 새살림을 차려버렸다. 종족 자체를 융화시키려는 가이세리크의 머리에서 나온 결정이다.
일반적으로 점령한 영토에 거주하는 백성들은 모두 노예로 만드는 게 일반사였지만, 가이세리크는 오히려 그들의 신분을 인정하면서 게르만족과 한 가정을 이루도록 만들었다.
"비세리온에게 전해라. 우리들이 왔음을!"
가이세리크는 당장에 여세를 몰아서 비세리온의 영토였던 도체스터를 공격했다.
영토를 연이어 점령하고서 현지에서 합류시킨 병력을 포함한 1만의 병사를 이끌고서 도체스터를 공격. 용병 기사단으로 구성된 도체스터는 지휘관의 부재로 결국 패주하기에 이른다. 패주라고 할 것도 없었다.
비세리온의 부재 상태에서는 결코 게르만족의 맹공을 이길 수 없음을 파악한 알제스터는 용병 기사단과 함께 카멜롯으로 도주해버렸고, 애꿎게도 미리 피신하지 못한 도체스터의 백성들만 피해를 보았다.
가이세리크는 자신의 호적수가 다스렸던 본거지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던 1만 여명의 백성을 노획함으로서 서쪽에 세운 브리튼 왕국에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펼쳤다.
"이제 왕에 오르시지요."
"브리튼의 동부는 우리들에게 넘어 왔습니다."
"형제들이 이제 곳 항구에 상륙할 거라고 합니다. 다 합치면 족히 5만에 이를 것입니다."
가이세르크는 수도를 론디니움으로 정하고는 곧바로 브리튼의 왕으로 즉위했다.
물론 게르만 출신의 국왕 따위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론디니움에 있던 선정의 검조차 뽑지 못했기에 정통성조차도 없었다. 궁핍한 정통성을 가진 이민족 왕이었지만 그에게는 용맹한 게르만 전사들과 수만에 달하는 대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극소수였지만 게르만 왕에 복종하는 브리튼 기사들이 생겨나면서 브리튼의 패권은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보두앵에게서 카멜롯을 강탈하고서 승승장구하던 비세리온의 앞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브리튼 동부를 강탈한 게르만족의 출몰에 비세리온은 즉시 군대를 소집. 앞으로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
그리고 전쟁은 브리튼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아서 펜드래건을 비롯한 왕실 기사단이 드디어 웨일즈에 입성.
멀린과 의자매인 케이, 브르타뉴의 귀족 출신인 란슬롯이 이끄는 소수의 병력이 2만에 달하는 알베르의 중앙군을 괴멸시켜버린 것이다.
도체스터를 이탈하여 아서의 군대에 합류한 기네비어가 웨일즈의 약소국인 카메란드의 공주라는 신분으로 웨일즈와 아서 간의 중앙다리 역할을 해주었기에, 아서는 이렇다고 할 마찰 없이 웨일즈를 점령하게 된다.
"사, 살려주시오! 나는, 나는 카멜롯의 고명한 귀족이란 말이오!"
모든 군대를 잃은 소년 지휘관은 모든 웨일즈 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서 펜드래건에게 목이 잘려나갔다. 청백색의 빛을 띄는 성검으로 역적의 목을 베어죽인다. 선정의 검 칼리번을 휘두르는 소녀는 세피아 색채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소녀였다. 아직 어려서 여인으로 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는 성검을 치켜들고서 스스로를 웨일즈의 왕으로 선포했다.
지금까지 알베르의 폭정을 견디던 웨일즈인들은 크게 환호했고, 브리튼 왕국의 정통성이라 할 수 있는 선정의 검을 뽑은 새로운 왕을 축복했다.
동일한 날. 동일한 시각.
카멜롯의 섭정왕인 비세리온을 제외하고서, 이민족의 왕과 웨일즈의 기사왕이 스스로를 왕이라 칭했다. 총 세 명의 군주가 브리튼에 난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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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20장 감사합니다.
(누가 20장을 줬는데 코멘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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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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