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의 요정 비비안 -->
006
"저기저기, 이모님과 단 둘이서 뭐 했어요?"
나를 보자마자 대뜸 19금 전개부터 꺼내드는 가레스.
순박하게 생긴 금발의 유녀 기사가 물어보기 시작하자, 나로서는 곧바로 말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진짜 건전하게 서로 볼키스만 하고 끝났는데. 그런데도 왜 나는 유녀 기사에게 추궁을 받아야 하는 건가. 나는 결코 찔릴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기대를 하듯이 바라보는 금발의 유녀를 보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 녀석은 대체 뭘 기대하는 걸까. 머릿속에는 온갖 19금 전개로 가득한 주제에 생긴 외모는 순진무구한 유녀처럼 생겼다. 겉외모는 아직 성교육조차 받지 못해서 남녀가 손만 잡으면 애가 생기는 줄 알 것 같은데, 왜 하는 짓은 발랑 까진 꼬맹이냐.
"뭘 기대하는 건데?"
"글쎄요. 끈적끈적하고 아저씨의 커다란 육봉이 좁은 구멍을 들락날락거리는 신박한 전개? 이모님은 처음 맛보는 첫 경험에 아파하면서도 점차 성욕의 노예가 되어버리는데.... 결국 에로한 마법소녀로 발전...."
"다, 닥쳐! 시끄러!"
누구냐.
누가 이 녀석에게 이런 음탕한 설정을 설명한 거냐.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가레스라는 어린 유녀에게 온갖 망상이 뒤섞인 정보를 전해준 녀석을 만난다면 당장에 카멜롯의 지하감옥에 유폐시키리라.
"정말이지 다 크신 분이 왜 부끄러워 하고 그러세요? 언제 애가 생겨도 이상할 것 없으신 분이. 아니면 왕궁에서 일하는 시녀들이 취향? 메이드복 좋아하세요?"
"좋아하긴 하지."
메이드복을 싫어할 남정네는 단연코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설마 메이드복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짧은 스커트와 풍만한 가슴을 가리고 있는 블라우스로 무장한 최고의 집단을.
에로한 메이드를 생각하고 있으니 그 모델이 이상하게도 가웨인이다. 금발의 나이스 바디 처녀가 바로 가웨인이지. 내 이상형은 가웨인이라고 할까. 무랄까, 모르간이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라면 가웨인인 원나잇을 즐길 수 있는 섹스 프랜드라고 할까.
흐음. 금발 유녀와 함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니 나도 머릿속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저는 어때요?"
기사예복을 앙증 맞게 입고 있는 유녀가 두 팔을 벌리고 장난스럽게 빙글빙글 돌며 말했다. 윗옷은 정상적인 기사예복처럼 보이는데, 밑의 하의는 새하얀 허벅지가 그대로 노출되는 짧은 스커트였다.
빙글 돌 때마다 스커트가 팔랑팔랑거린다. 이 녀석은 로리콘들이 대체 뭘 선호하고 있는지를 너무 잘 안다.
가레스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를 보내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이상하군, 나는 로리콘이 전혀 아닌데. 귀여운 금발 유녀라니. 젠장, 너무 완벽하다. 눈송이처럼 새하얀 피부가 눈부신 유녀는 장차 자라면 가웨인만큼의 미녀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모르간하고 뭘 하긴. 그냥 둘이서 손잡고 건전하게 잤어."
"저기요. 제가 아무리 어리다지만 그런 뻔한 거짓말에 속을 정도는 아니거든요?"
끝내주게 예쁜 미소녀와 단 둘이서 오두막에 머물렀는데 손만 잡고 잤다. 아무런 전개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그 경우에는 두 가지의 가능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남자가 고자 수준이거나, 아니면 진짜 멍청하거나. 나는 후자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르간을 아껴주고 싶은 나머지 절호의 기회를 차버린 병신으로 등극했다.
가레스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금발 유녀는 장차 노려볼 만한 '이모부님'의 존재를 만들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나와 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한다.
금발 유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저도 아저씨를 노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너무 뻔한 전개로 가면 재미 없잖아요. 이모부님과 조카딸의 아슬아슬한 19금 전개. 끌리지 않아요?"
"위장약... 위장약...."
"여기요."
가레스가 건네주는 약을 복용하고서 뻣뻣하게 굳어오는 뒷목을 주물렀다.
의자에 기대어 깊은 한숨을 토해내자 가레스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부채질을 해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에 열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 열이 나기 시작한 원인이 모두 가레스 때문이지만.
그녀는 나를 놀리는 재미로 살고 있는 모양이다.
언니인 가웨인과 함께 카멜롯의 방위에 큰 기여를 해주고 있었지만 그 주군을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만들려고 한다.
아니면 주군을 로리콘으로 만들 셈이거나. 꼬맹이인 주제에 뇌쇄적인 미소를 흘리면서 음란한 말을 속삭이는 유녀. 가슴도 작고 발육 수준은 절망적이지만 그를 상쇄하고도 남는 색기를 가지고 있었다.
슬슬 이성을 잃을 것 같다.
스커트가 팔랑거리면서 안쪽의 속옷까지 보이려고 하자, 이번에는 테이블에 머리를 쳐박았다.
꿍! 꿍! 꿍! 정신 차려라, 비세리온. 상대는 모르간의 조카딸. 이제 모르간과 결혼을 슬슬 생각하는 몸으로서 내 외조카딸이 될 아이에게 마수를 뻗힐 수는 없다. 대체 무슨 개족보로 만들려는 거냐. 지금의 브리튼 사회에서 그 정도의 개족보는 애교로 허용이 될 법도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양심으로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이모부님과 엉망진창 근친 섹스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진짜로 나와 한 판 하려는 건가.
나와 섹스를 하고 싶다고 대놓고 요구하는 음탕한 로리라니. 이건 생각하지도 못한 전개다. 아무리 이 소설이 성인 노블레스라고는 해도 로리와 섹스를 하는 전개로 가버리면 작가는 조아라에 신고를 먹고 만다. 적어도 이터널 로리라거나 합법 로리라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가레스의 나이는 올해로 열세 살. 절대적으로 무리다.
"다, 다른 이야기로 전환하자. 우리는 카멜롯에서 브리튼 왕국의 폐허가 된 국정을 운영하고 있잖냐. 요즘 의회에서는 무슨 일 없니?"
"아, 있어요. 의회에서 새로운 개선안이 발표 됐거든요."
그래. 이번 주제에 대해서는 건전하다.
건전한 대화 측면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중앙 귀족이나 지방 귀족, 그리고 소수의 시민 대표로 구성된 카멜롯 의회. 의회는 독재체제인 국왕 체제를 견제하기 위해서 설립되었으며, 로마 제국에 빗대어서 만들어진 정치 첵계였다. 로마에서도 의회를 구성하여 황제의 권력에 대립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시민 대표의 발언권을 높혀서 시민들의 민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우리 브리튼 또한 그러한 체계를 따라하고 있다.
귀족들과 각 시민대표들이 참여하여 정책을 구성하고, 구성이 완료된 정책에 대해서는 국왕과 상의하여 그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보두앵의 치세 당시에는 의회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면서 독재가 펼쳐졌지만, 치안도와 브리튼의 여론을 생각해서 내가 카멜롯을 점령하자마자 의회를 다시 세우고 그 권한을 다시 격상시켰다. 의원직에 속한 귀족들이 다시 의회로 돌아오고 있었고, 의회가 다시 재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가레스에게 물었다.
"뭔데?"
"결혼 가능연령 하향화요. 근친 합법화도 지금 의회에 발족이 된 상황이예요."
"귀족 의원 새끼들, 미쳐버린 거 아니냐!"
나는 어째서 그런 엉터리 같은 내용이나 지껄이는 의원들에게 비싼 월급을 제공하고 있는 걸까. 의원직에 해당되는 귀족은 여러 특권과 함께 중앙 정부에서 일정한 급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의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서 직접 들어보니 머저리 집단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가레스의 말이 거짓은 아닐까 싶어서 따로 알아보니 실제로 '결혼 가능연령 하향화' '근친 합법화'의 개정안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의회의 의원들은 브리튼 왕국의 내정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토론이 나누어지고 있었지만, 그와 동일하게 어처구니 없는 안건에 대해서도 상정하고 있었다.
일을 잘하는데, 하는 짓은 미쳤다.
교묘하게도 내정의 개선을 요구하는 안건 사이에 끼어서 얼토당토 않는 주제까지 꺼내들고 나섰다. 가레스에게 들으니 카멜롯 의회의 의원들 대부분은 로리콘 출신이라고 한다. 거유의 누님을 배격하고 있으며, 누님 스타일의 가웨인에 대한 탄핵안이 슬슬 수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모부님, 그래서 저랑은 언제 해요?"
"가서 공부나 해!"
내 팔을 부여잡으면서 아양을 떠는 가레스.
콧소리가 가득한 애교를 부리는 게 너무 귀엽다. 찰랑거리는 금발과 푸른 벽안. 완벽에 가까운 귀여움으로 무장한 유녀 기사는 팔을 잡고서는 부드러운 뺨을 부비기 시작했다. 묘하게 두 다리로 내 팔을 끼우기 시작한다. 내게 쏙하고 매달린 유녀를 보며 물었다.
"진짜 덮치면 어쩌려고 그러냐."
"만세!"
"옷 벗어! 기사에서 해임이야!"
"여기서 옷을 벗고... 이모부님의 육변기가 되는 거예요?"
새하얀 어깨가 고스란히 드러나듯이 상의의 끈을 풀기 시작한 금발 유녀.
서둘러 그녀를 제지했다.
"거기서 주제를 벗어나라!"
나는 원래 이런 고자 같은 캐릭터가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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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20장 감사합니다.
(누가 20장을 줬는데 코멘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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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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