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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35화 (35/195)

<-- 호수의 요정 비비안 -->

005

카멜롯으로 돌아오자, 아그라베인이 당혹스러운 소식을 내게 전달해 주었다. 꽤나 모르간과 무드가 딱 좋을 때였다. 서로간의 시간을 가지고 난 후 우리들은 부쩍 가까워졌다.

그 소식을 들은 나는 물론, 모르간도 잠시 얼어붙을 정도였다. 카멜롯의 주인과 안주인이 놀랄 만한 소식이라는 것은 당혹스럽기에 충분했다.

"아서 펜드래건이 기사단을 이끌고 웨일즈로 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왕의 등장인가.

황혼의 마법사라 불리는 멀린이 말했던 것이 생각나버렸다.

우서 펜드래건과 물방울의 귀부인 이그레인의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라고 한다. 현재 베디비어와 왕실 기사단을 대동하고서 웨일즈로 향하고 있다고. 아마도 웨일즈에서 갖은 폭정을 부리고 있는 알베르를 처단할 계획힌 것 같았다. 첩보가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왕실 기사단은 많아봤자 겨우 2백 여명. 고작 2백의 군세로 웨일즈까지 진군하기 시작했다는 정보에 혀를 내둘렀다.

웨일즈까지 가는 과정에서 대충 귀족들에게 군사를 요청한다고 할지라도 수천이 한계다. 수천 명의 병력도 많이 쳐준 것이다.

"아서가 선정의 검이라 불리던 칼리번을 뽑았습니다."

"나도 뽑아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뭐, 무리였지만."

"주인님께서 실패.... 하셨습니까?"

"부끄럽지만."

나도 과거에는 꿈 많은 소년이었다.

론디니움의 한 교회 앞뜰에 있는 바위에 박힌 선정의 검. 선정의 검을 뽑는 자가 브리튼의 왕이 될 것이라는 소문은 매우 유명했고, 그 소문은 어느덧 브리튼 왕가를 상징하는 정통성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왕위를 탐낸 수많은 기사들이 달려들었으나 선정의 검은 결코 뽑히지 않았고, 나 또한 선정의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반쯤 검신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 한계였다. 그래도 반쯤 검신을 드러내게 만들었으니 미약하게 성공한 것이라면 성공한 걸까.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렀다고 생각한다.

칼리번을 뽑는 것을 실패했다고 말하자, 모르간이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칼리번을 관리하고 있는 건 멀린이야. 그녀가 원하는 왕도와 당신이 생각하는 왕도에 차이점이 있었을 뿐, 그렇게 낙담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멀린이 바라는 왕도? 그게 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 반인반마 반푼이가 생각하는 걸."

칼리번과 엑스칼리버.

이 두 자루의 검은 서로 자매검이라는 관계성에 있지만 그 모두가 동일한 '왕도'를 구현하는 성검은 아니라고 모르간이 말했다. 그 성검을 관리하는 요정이 따로 존재하듯이, 자매검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왕도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엑스칼리버는 대체 무슨 왕도를 추구하는 성검일까.

칼리번은 내가 생각하는 왕도가 어느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주인님? 브리튼의 적통자는 아서입니다. 그녀가 웨일즈에서 성공한다면 저희로서는 대립각을 세우는 라이벌 세력을 만들게 되는 셈입니다."

"어쩔 수 없잖아. 웨일즈로 향하는 아서를 막을 명분도,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아서가 이끄는 군세에는 그럭저럭 머리가 굴러가는 녀석이 있는 건지 웨일즈로 향하는 진로를 꽤나 비틀어서 잡았다. 현재 우리 세력권에서 벗어난 귀족령을 지나고 있었고, 특히 아군 세력에 반란을 일으킨 스탠포드 백작령을 지나려고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로서는 군사를 보내어 아서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만약에라도 아군의 영토를 지나는 것이었다면 그쪽 귀족에게 연락하여 진군을 막을 수도 있겠지만, 현 정부의 구속력을 벗어나버린 귀족령을 지나는 거라서 막기도 어렵다.

아서 펜드래건의 등장.

우서 펜드래건과 이그레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에 대해서는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대체 어디서 짱박혀있다가 갑자기 등장해서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걸까.

마침 선정의 검을 뽑았다는 소식에 브리튼 전역의 시선이 그 쪽으로 몰렸고, 사생아라고는 하나 현 국왕의 유일한 혈육으로서 가지는 정통성이 깊다. 왕족으로서의 정통성과 함께 선정의 검을 뽑았다는 정통성이 합쳐지면서 가장 확고한 정통성을 가진 신예로 거듭나게 되었다.

"누군가의 스토리에 따라서 결정된 거라면 참 웃기지도 않는 문제인데."

고양이처럼 갸르릉거리며 내 품으로 안겨드는 니무에의 금발을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말하는 그 누군가는 당연히 황혼의 마법사를 총칭하는 것이다. 니무에를 만든 지고의 마법사. 멀린.

그녀는 선정의 검을 론디니움으로 가져왔고, 그것을 뽑는 자가 브리튼의 새로운 왕이 될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렸다. 그 계획이 사실은 수십 년 전부터 진행된 것이라면 어떨까. 태어나지도 않은 아서 펜드래건의 탄생을 예측하고서 선정의 검을 바위에 박은 것이라면. 조금 지나친 예측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반인반마라는 충분히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래서 결국은 방관?"

"지금은."

모르간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어지만 속에서 끓기 시작하는 분노의 감정을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모르간 르 페이라는 여성을 보아온 나다. 그녀의 감정 변화를 모를 정도로 둔감하진 않았다.

모르간이 분노할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선 아서 펜드래건은 현 국왕인 우서 펜드래건과 이그레인의 사생아다. 이그레인은 콘월 공작의 아내로 콘월의 공작부인, 다시 말해서 모르간의 친모였다. 그 친모가 우서 펜드래건과 사통하여 낳은 아이가 바로 아서 펜드래건.

일화에 따르면 이그레인이 남편과 다른 사람과 사통 관계가 나버렸다기 보다도, 환술 마법으로 콘월 공작으로 변신한 우서 펜드래건의 정체를 알지 못하고 잠자리를 가졌는데 그 사이에서 아서가 태어났다고 한다. 정체를 숨기고 유부녀를 잡수신 건가. 병석에 누운 왕치고는 꽤나 대담스러운 짓을 저지르셨군.

아발론의 붉은 마녀께서 화내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까.

자신의 어머니를 속여서 잠자리를 가진 괘씸한 왕의 혈육이니 말이다. 아서 펜드래건의 존재 자체가 모르간으로서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역린이라고 할까. 그녀의 존재 자체가 어머니 이그레인의 부정을 상징하는 사생아였으니까.

"아서는 언젠가 처리할 거야. 돌발적인 변수를 살려둘 리가 없잖아. 애초에 왕족으로서 완벽한 정통성을 가진 녀석은 내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 테고."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간을 달래기 위해서 한 말이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모르간은 자신의 속내가 내게 들켜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나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내 배려에 만족한 듯하다.

"지금 아서에게 붙은 귀족들은 모두 조사해. 그 녀석에게 병력을 빌려줬다는 것은 곧 우리 왕실에 대항하겠다는 것과 같아. 이번 기회에 흑과 백을 가려야지. 지방 귀족들에게 연통을 넣어라. 아서에게 붙는다는 것은 곧 우리를 적대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알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아군과 적군을 솎아내는 것도 좋겠죠."

아그라베인이 내 주장에 힘을 더해주었다.

갑작스럽게 카멜롯을 점령하여 신 정부를 세웠다.

왕위를 찬탈하지 않고 섭정에 올랐을 뿐이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모습이었고 내면적으로는 이미 새로운 왕이 브리튼에 출현한 것이나 다름 없다. 카멜롯의 군주는 내가 되었고, 과거의 잔재와 같은 우서 펜드래건의 혈육인 아서는 내게 있어서는 그저 걸림돌이 되는 녀석이다.

돌연 섭정의 자리에 올랐기에 내게 진심으로 복종하고 있는 귀족과 표면적으로 복종할 뿐, 뒤에서는 이를 갈고 있는 귀족을 조사해야 한다.

나에게 반발심을 가진 귀족은 분명 나를 실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아서 펜드래건에게 기대려고 할 것이고, 그녀에게 은연중에 지원을 보내리라. 그 지원을 보내는 귀족이야말로 내게 있어서는 최악의 배반자와 같았다.

하지만 이미 브리튼의 패권은 7할 이상이 이쪽으로 넘어왔다.

아서 펜드래건이 나설 자리 따위는 남기지 않겠다. 멀린은 수십 년에 걸쳐서 아서 펜드래건을 왕위로 올릴 계획을 수립했겠지만, 그녀의 변수는 바로 나라는 존재다. 콘월을 도와서 카멜롯을 점령하고 브리튼 왕국의 새 주인이 되었다.

이제 시작된다.

브리튼의 왕위를 건 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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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10장을 줬는데 코멘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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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2018/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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