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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32화 (32/195)

<-- 호수의 요정 비비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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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체스터에서 연락이 왔다.

정확히 말하면 도체스터 영지의 용병들이 아니라 기네비어에게서 온 연락이다. 그녀는 친필로 서한을 다급하게 보냈고, 그것을 펼쳐본 나는 한숨을 토해냈다.

'웨일즈를 도와달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서신을 받은 것은 이른 새벽이었고, 집무실에는 나 밖에 없었다. 성실한 아그라베인도 아직 출근하기 전이었을 뿐더러, 아침잠이 많은 가웨인과 가레스 자매도 마찬가지였다. 모르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요즘은 출근도 잘 안 하더라. 이 무슨 월급 루팡.

"무리일 게 당연하잖아."

웨일즈는 첩첩산중 속에 위치한 영역이다.

지금은 대규모 원정을 펼칠 때가 아니었고, 소규모의 원정으로는 오히려 알베르가 이끄는 중앙군 2만에 먹혀들어갈 뿐이다. 지금은 수도 카멜롯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브리튼 왕국을 수습하는 중이었고, 지방 귀족들을 지배하기 위해서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 상황에 보두앵의 끄나풀인 알베르에게 패배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스탠포드 백작이 공식적으로 반란을 일으킨 마당에, 그 반란의 불씨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 지금의 카멜롯 왕실은 절대무이한 최고의 힘을 가진 집단으로 그 인식이 브리튼에 전해져야 할 때였다. 무리한 원정 따위는 할 이유도, 여력도 없다. 무너진 카멜롯을 복구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후와아...."

내 품에 안겨서는 하품을 토해내는 니무에.

금발 금안의 소녀는 한사코 내 곁에 붙어 있었다. 요즘 들어서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고, 그것이 불만이었는지 니무에는 내게 꼭 붙어서는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인들의 시선이 점점 따가워지기 시작하지만 어쩌겠는가. 니무에는 너무 귀여운데.

그 이후에 출근한 아그라베인이 집무실로 들어와서는 기네비어의 서신을 읽어보았다.

"....웨일즈의 구원입니까. 현 상황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이야이군요."

"그렇지. 그래도 적당히 겉치레 정도는 해줘야 할 텐데... 웨일즈인들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방도가 있으십니까?"

"슈루즈버리(Shrewsbury)에 1천의 군사를 보내고 대기. 그냥 무력 시위만 하는 거지. 별다른 방법이 없어. 웨일즈의 산맥을 넘어버리면 적군의 먹잇감이 될 뿐이야."

잠깐 생각을 정리하던 아그라베인이 물었다.

"주인님께서 가신다고 해도 말씀입니까."

"내가 이 자리를 비울 수야 있나. 솔직히 2천 정도라면 이길 수 있겠지만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웨일즈를 구할 방법이 없다. 가웨인을 보낸다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위험성이 너무 높다. 적군의 군세는 총 2만. 그에 반해서 원정에 동원할 수 있는 아군의 규모는 2천도 안 된다. 나라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가웨인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녀가 자칫 잘못 되기라도 하면 공들인 탑이 무너지는 계기가 될 것이고, 전력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현 왕실의 무력을 담당하고 있는 태양의 기사.

그녀의 존재 유무는 확고했고, 그녀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 다음 안건을 볼까."

테이블 위에 중구난방으로 펼쳐진 양피지를 뒤적거리며 중얼거렸다.

카멜롯의 성벽 보수부터 시작해서 돌무더기만 가득한 황무지의 개간 사업까지. 여러 방면의 내정 개선안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브리튼 왕국의 모든 국정을 담당한다는 것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한 최악의 노동이 아닐 수 없다.

브리튼인들은 나를 두고서 '섭정왕'이라고 부르고 있는 듯하다.

병들어서 죽기 직전인 왕 우서를 대신하여 대리청정을 보고 있는 섭정. 왕이 아닌 섭정이지만 이제 곧 왕이 될 것이라고 하여, 그를 붙여서 섭정왕이라 불렀다. 이미 브리튼인들의 대다수는 새로운 왕으로 나를 인정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다.

공식적으로 왕을 칭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리튼 백성들이 나를 왕으로 여기고 있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 어차피 섭정을 몇 년 정도를 하다가, 은근슬쩍 우서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는 그 후대의 왕이 되려고 했으니까.

보두앵이 물러가고 다시 왕실을 찾은 관료들은 '펜드래건 성씨를 받아들여 후대의 국왕이 될 자질을 갖춘 자임을 증명하는 편이 유리하다.'라고 명안을 보냈다. 정식적으로 왕실의 가계에 이름을 올리라는 뜻이다.

우서 펜드래건의 양자로 들어간 다음에 신분을 세탁.

비세리온 펜드래건이 되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나는 관료들의 생각을 매우 흡족하게 여겼다.

재상 보두앵의 폭정 때문에 낙향한 출신들이었지만 그래도 우수한 인재임은 분명하다. 관료들을 대거 선발하여 내정을 맡김으로서 차츰 브리튼은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주인님, 주인님."

"무슨 일이라도?"

"기네비어라는 여성은 누구입니까. 주인님에게는 이모님이 계실 텐데요. 설마 이모님은 세컨드에 불과한 겁니까?"

대체 이 여자는 또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고개를 들어서 아그라베인을 바라보았다.

푸른 머리카락의 소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이 여성은 매번 진지한 얼굴이다. 창백한 피부를 가진 아리따운 미소녀. 냉철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아그라베인은 진심으로 내게 물어보았다.

"나는 모르간 뿐이야. 그리고 기네비어는.... 흠, 부하라고 해두자."

"주인님, 저도 단순한 부하입니까? 매번 주인님의 이부자리를 따스하게 데우는 역할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처사입니다만."

"매번 침대에 들어갈 때마다 따뜻하더라니... 일부러 데운 거였냐."

"예. 주인님께서 제 체취를 킁킁 맡으시면서 탁탁거리실 걸 생각하면 하복부에서 뜨거운 느낌이...."

"그만."

대체 이 여자는 내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머리가 아프다.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침음을 삼켰다.

나조차 벌벌 떨게 만드는 섹드립이라니. 가레스도 그렇고, 이 녀석도 섹드립의 화신이다. 이 자리에 가레스까지 있었다면 위장약을 먹다가 쓰러졌겠군. 브리튼 왕실의 주치의를 당장 이 자리로 부르고 싶다.

애초에 이 망할 콘월 출신의 공주기사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가. 아니, 정상적인 부류의 사람이 있기는 한 건가. 죄다 이 모양인 걸 보면 유전자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콘월에는 보내지 않으리라. 진정한 의미로 마경이다.

요즘 들어서 콘월 기사들이 '가레스'와 '니무에'를 섬기고 응원하는 로리콘 집단으로 변모하고 있어서 문제를 낳고 있다. 초경이 지난 여성은 아줌마일 뿐이며, 결코 연애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통에 치안도가 가면 갈수록 하락한다. 빌어먹을 로리콘들.

"못을 박아서 말할게. 나는 모르간 뿐이고, 처첩을 들일 생각은 없어."

"그럴 수가....!"

처첩을 절대로 들일 생각이 없다는 말에 왜 네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거냐.

오히려 내 대사에서 놀랄 사람은 모르간이 아닐까. 이제는 뒤로 물릴 것도 없이 나와 혼인하게 되었으니까. 결혼식 날짜도 슬슬 잡고 있다. 콘월 공작과 이그레인도 공식적으로 허락했고, 모르간도 머뭇거리면서도 OK사인을 보내주고 있었으니까.

첫날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정상적인 부부처럼 보일지가 고민이었다. 애초에 결혼을 해본 적이 없다. 다른 여성과 원나잇은 즐기는 편인데, 그 이상으로 진도를 나아가 본 적이 없었다.

"저와의 추억은 모두 불장난일 뿐이었습니까?!"

"애초에 그런 추억도 없었어!"

"그러면 가웨인 언니... 가웨인 언니와 치욕 플레이를 즐긴 추억은요? 알몸 차림의 언니에게 개목걸이를 채운 다음에 중앙공원에서 음란한 산책을 즐기시던...."

"그런 생각을 하는 네가 참 대단하구나! 내정관 때려치고 야설 작가나 해!"

오해할까봐 말하는 거지만 나는 가웨인과 아무런 진도도 나가지 않았고, 건전한 의미의 상관과 부하로 지내고 있다.

요즘 들어서 가웨인이 내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모르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편단심을 스스로에게 맹세하였으므로 하렘 전개라던지 그런 건 없다. 적어도 모르간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질투와 독점욕이 강한 그녀가 다른 이성과 연애를 하는 걸 부추길 리도 없겠지만.

아그라베인은 절박한 외침을 토해내는 내 말에 "그렇습니까? 재미 없군요."라고 딱딱하게 답하고는 중구난방으로 펼쳐진 서류들을 정리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일 때마다 셔츠의 목덜미 사이로 형태 좋은 가슴이 엿보였다.

은근히 즐기는 듯한 얼굴을 보아하니 일부러 보여주고 있는 거구만.

머리가 아프다.

기묘스러울 정도로 내 주변 여자들이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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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베인이 말한 플레이는 전부 스토리에 염두해 두었던 것.

19금 전개를 해야할 지를 고민하다가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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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리카르멘 님, 쿠폰 10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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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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