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의 요정 비비안 -->
001
콘월군이 시급하게 수도 카멜롯으로 입성.
대량 약탈과 방화로 폐허가 되어버린 애물단지에 와서는 곧바로 국정 운영을 착수하는 것이 시급했다. 기껏해야 수백 명 규모의 도적떼들이 설치고 있었으나, 순식간에 제압하고는 카멜롯 왕궁을 점령해버렸다.
우서 펜드래건은 주인 없는 카멜롯에서 여전히 병석에 누워 오늘 내일하는 신세였고, 그를 딱하게 여기면서도 그에게는 여전히 '브리튼 국왕'의 자리를 유지시켜 주었다.
지금 당장에 왕위 교체가 벌어진다면 콘월군이 왕위 찬탈자라는 오명을 쓸 우려가 있다. 지금은 간신 보두앵을 척살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으니, 적당히 산송장인 국왕을 잘 구슬리고 그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추가로 내세우면서 브리튼 왕국의 섭정이 될 필요가 있었다.
"주변 영토의 귀족들에게 일시에 파발을 보낸다. 적이 될 건지, 아군이 될 건지를 서둘러 결정하라고 해. 1주일이 넘어가면 우리 군대를 만나게 될 거라고 전하는 것도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카멜롯으로 입성한 콘월 기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복속을 요청하는 서한을 들고는 사방에 펴져있는 지방 귀족들에게 달려갔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였으니 이에 복종하고 세금을 바치라고 종용하는 부탁 및 협박이었고, 그를 협박으로 잘 알아들은 귀족들은 대부분 중앙 정부의 수립을 인정하고 다시금 세금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모든 귀족들이 신정부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런 완고한 귀족들 같은 경우에는 현실의 쓴맛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군대를 이끌고 나아가 그들을 짓밟으면서 경고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왕실은 반역의 기미가 보이는 싹들은 모두 제거해야 했다. 관용은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관용보다는 처벌이 더 잘 먹힐 때가 많았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보두앵을 의해서 지방으로 좌천된 관료들을 모두 소집해. 내정관으로 너만 쓰다가는 과로사로 죽을라. 적어도 이제부터는 제대로 나라 구실을 해봐야지."
"보두앵을 피해서 많은 관료들이 낙향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돌아만 와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내 말에 아그라베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내정관으로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소녀였지만 혼자서 광활한 영토를 모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인 잃은 영토를 계속해서 복속하고 있었기에 점차 관리해야 하는 영토는 늘어만 가고 있었다.
콘월 공작령, 데먼 후작령, 서머싯 백작령, 도싯 자작령, 글로스터 공작령 등 작고 큰 영지를 포함하여 17개 주에 이르는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은 그쪽 귀족들에게 위임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명백하게 그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영토에 대해서는 새롭게 그 땅을 다스릴 귀족을 뽑아야 했다.
우선 콘월 기사들 중에서 나이가 많고 인망이 좋은 인물을 뽑아서 정식 귀족으로 임명했다. 전장을 누빈 기사들을 귀족으로 임명해버리자 기사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준귀족이라는 딱지를 가지고 있는 기사들의 꿈은 어디까지나 전쟁터에서 벗어나 정식 귀족이 되는 것이었고, 그를 잘 알고 있는 나는 그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의회는 뭐라고 안 해?"
"이렇다고 할 반응은 없습니다. 새로운 왕실에 눈치를 보는 형국이라 할 수 있죠."
"의회는 적당히 구슬려. 딴에는 의원들이 모두 귀족들이니 괜히 자존심을 건드리면 귀찮아. 무엇보다 섭정의 독단으로 국정이 운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어. 독재 정치는 꽤나 형평성이 좋지만, 그만큼 불안과 다툼을 낳아버리지. 그래서 귀찮아지지."
"꽤나 귀족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군요."
"태생부터 귀족이었으니 당연히 잘 알지."
내 말에 푸른 머리카락의 아가씨가 웃음을 지었다.
나와 지내면서 이 딱딱한 인상의 아가씨가 웃음을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모르간이 있었다. 아그라베인과 대비되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마녀가 말했다.
"사이가 좋아 보이네."
"그럴 리가. 내 아내는 너잖아."
"후우.... 이제 와서 불만을 표시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참을래."
그렇게 말하고 있으면서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만.
솔직하지 못한 모르간의 모습에 아그라베인이 다시 한 번 웃음을 살포시 지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모님이 너무 귀여워서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신기하군.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툴툴거리면서도 헤픈 웃음을 짓는 모르간은 니무에보다 귀엽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내가 결혼할 상대는 잘 고른 것 같다.
"우서 펜드래건은 병석에 누웠으니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 그래서 내가 섭정이 되어 브리튼 왕국을 대리청정하는 방식으로 정치 방향을 전환한다. 의회에는 그렇게 설명하고, 브리튼 왕국의 전역에 격문을 붙인다."
"예. 우서 펜드래건의 소식에 대해서는 모르는 자들이 없으니 그를 따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손길에 스르륵 이끌려서는 품에 쏙하고 들어온 붉은 마녀를 보며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두 팔에 안긴 그녀의 모습이 귀엽다. 새빨간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나를 바라본다.
"좋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만... 섭정관에는 관심이 없어? 모르간 양."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나는 정치에 관심 없어. 지배에도 마찬가지야."
콘월 공작을 이인체제로 대리직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모르간이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전쟁시에 몇 번 도와준 것은 제외하면 말이다.
그녀는 평시에 마법공방에 박혀서는 마법 시약을 연구하거나 니무에와 놀아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국정 경영에 머리를 굴리면서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마일리지처럼 쌓아가는 나와는 달리 평온한 삶을 보내는군.
오히려 나만 독박을 써버린 것 같았다.
모르간과 니무에, 이 모녀들은 마법에만 전념하고 있었고, 가웨인과 가레스는 군사적인 부문을. 그리고 아그라베인과 나는 내정적인 부문을 담당하고 있었다. 인재가 부족하다. 지금부터 여러 관료들을 소집할 예정이지만, 인재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은 변하지 않는다.
"스탠포드 백작이 서한을 보낸 사자를 죽였다는 보고입니다."
공문서를 뒤적거리며 그를 살피던 아그라베인이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어느 순간에도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내정관의 말에 침음을 흘렸다. 아직까지도 신정부의 수립을 인정하지 않는 놈이 있을 줄이야. 이건 놀랍다. 흘러가는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늙은이 귀족 놈이 내 사자를 죽였다라....
아무래도 내가 만만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당장에 스탠포드 백작령을 공격해서 그 땅에 살고 있는 스탠포드 백작과 그 일문을 모조리 죽여버려야겠다. 처벌은 무겁게, 포상은 조금씩. 폭군의 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인간들의 위에 서는 왕으로서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폭군이 될 수밖에 없다.
타인의 결정을 무시하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경시한다.
그게 바로 정치의 기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결정을 모두 들어준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나라가 멸망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적당한 수준까지 그 뱃사공들을 죽여버리거나 입을 닥치게 만든다. 그걸 두고 정치라고 한다.
"현재 점령하고 있는 영토를 합산하면.... 브리튼 왕국의 3분의 1정도를 점령했군."
스탠포드 백작이 대체 뭘 믿고 깝죽거리는지 지도를 펼쳐 보았다.
우선은 주제도 모르는 알베르 놈이 중앙군 2만을 이끌고서 웨일즈 지방을 점령해버렸다. 역시 제 버릇은 남 못 주는 건지 웨일즈 전역을 약탈하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었고, 웨일즈에 거주하던 수많은 백성들이 브리튼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웨일즈까지 먼 거리를 원정할 여력은 없었으니 알베르의 토벌에 대해서는 훗날의 일로 미룬다.
그 다음에는 카멜롯을 버리고 도망쳐버린 보두앵.
빌어먹을 자식은 요크 백작령에서 주둔하고서 험준한 요새를 방파제로 내세우면서 가시를 곤두세우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브리튼 왕실을 주무르던 실력은 여전한 모양이다. 하필이면 요크 백작령으로 도망쳐버릴 줄이야.
요크에서 강력한 저항을 일삼는다면 그들을 토벌하는 데만 적어도 1년 이상이 소비된다. 그들 스스로가 보두앵의 목을 잘라서 가져다 바친다면 모를까, 지금은 보두앵의 토벌도 어렵다.
"북부의 보두앵, 서부의 알베르. 서부에는 나. 그리고 동쪽에는...."
브리튼 동부의 중심지는 당연히 론디니움이 그 중심이다.
최고의 무역도시로 알려진 론디니움과는 친분이 있었으니 물론 내 편이 되어주겠지. 미리 론디니움에는 사자를 보내두었다. 이제 곧 답변이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론디니움에... 선정의 검이 있다고 들었는데."
"칼리번을 말씀하시는군요."
아그라베인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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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그오에 또 꼬라박았네.
연재 힘내자.
눈깔은 아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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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힛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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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