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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30화 (30/195)

<-- 남부의 왕 -->

006

일방적으로 콘월군이 진군을 멈추고 전황을 소강 상태로 접어들도록 만들었다.

이미 브리튼의 패권은 콘월에게 넘어가버렸고, 드디어 카멜롯에서 출성하여 옥스포드까지 진군하였던 중앙군 2만 또한 움직임을 멈추었다. 재상 보두앵이 직접 총사령관 알베르에게 명령하여 그를 멈추도록 한 것이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 소년 지휘관은 반발했지만, 결국 보두앵의 명령까지 거스를 수는 없었다.

보두앵은 콘월이 적극적인 공세를 멈추자, 이에 대해서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여겼다. 콘월 공작령에게 지금까지 점령한 데번 후작령의 영토를 인정해주고, 그에게 남부의 왕이라는 호칭을 내린다면 적어도 멈추지 않을까----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였다. 안일하다고 할까. 아니면 그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지방 귀족들이 자기나 살 걱정을 하면서 죄다 도망쳐버렸고, 카멜롯에는 남은 게 없었다. 공허한 빈성이 되어버린 카멜롯. 높은 세율을 견디다 못해 야반도주를 해버리는 백성들 때문에 사람의 생기라고는 보기 드물었다.

있는 것은 통곡과 원망 뿐.

백아의 성이라 불리면서 모든 기사들의 영광스러운 도시라고 불리었던 카멜롯의 말로치고는 너무도 볼썽사나운 결과였다.

"사자를 보내라! 콘월과 협상을 요청해!"

아직까지 최악으로는 치닫지 않았다.

망국으로 접어든 위정자들이 무릇 그렇게 생각하듯이, 보두앵 또한 그렇게 단언하면서 자신의 치세에 멸망의 기로를 걷지 않기를 원했다. 왕실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컸고, 그렇기에 콘월의 촌놈에게 왕위를 넘기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리라.

브리튼에는 두 명의 왕이 있을 수가 없다.

현재 브리튼의 왕인 우서 펜드래건은 정신을 잃고 여러 해나 병석에 누워있는 상태였고, 비공식적으로는 왕위가 비어버린 셈이다.

"브리튼 왕국이 내 치세에 멸망하는 치욕만큼은 받을 수 없지."

부디 브리튼 왕국이 후세의 왕이 누릴 치세에서 멸망하기를.

보두앵은 그렇게 기원하면서 옥좌를 콘월에 넘겨버렸다.

이미 우서 펜드래건은 정신을 잃고서 산송상이 되어버렸고, 남겨진 옥좌는 자신이 앉기에는 부담스럽기 그지 없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그 애물단지를 팔아버림으로서 영토를 지키고, 자신의 안위를 지킨다. 그게 바로 보두앵의 생각이다.

"옥좌를 넘기시겠다니요!"

"우리들의 옥좌는 펜드래건 왕씨의 것입니다."

"카멜롯의 주인을 콘월 촌놈에게 넘길 셈입니까!"

카멜롯에 그나마 남아있던 귀족들이 오랜만에 쓴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들의 제안은 보두앵에게 닿지 않는다.

적어도 브리튼의 재상은 수도 카멜롯까지의 영토를 모두 넘겨주는 대가를 바치더라도 자신의 안위만큼은 지키고자 했다. 우선 그는 북부로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촌구석인 웨일즈도 좋다. 변란이 크게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조용히 여생을 마무리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어디 한 번 카멜롯으로 와보라지.

나는 요크로 가겠다. 요크 백작이 전투에서 전사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의 빈자리를 메울 작정이다.

요크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서 방위를 펼친다면 차마 북부를 점령하기를 꺼려하는 도체스터 백작은 말머리를 꺾을 것이다. 자신은 요크에서 여생을 보내고, 도체스터 백작은 카멜롯의 왕이 되어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브리튼 왕국을 다스린다. 그가 왕국을 멸망시키건 말건 자신은 요크에서 썩을 테니까.

"카멜롯의 모든 재물을 약탈하여 요크로 본거지를 옮기겠다!"

협상을 할 사자를 콘월로 보냄과 동시에 카멜롯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명령하여 부유층 계급의 모든 재산을 약탈하여 군비를 마련했다. 카멜롯의 왕성에 있는 모든 재물을 약탈하고 왕실의 보물까지도 건드렸다.

지휘부를 요크로 옮긴다.

이미 재상 보두앵은 폐허의 수도인 카멜롯에 더 이상의 미련은 없었다. 누가 왕좌에 오른 건 그것은 자신에게 아무래도 좋을 문제였고, 북부의 요크에서 지금과 같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면 왕좌를 두고 누가 싸우던지 상관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카멜롯의 1인자였던 보두앵이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약탈한 재물을 가지고 요크로 향할 거라는 소문이 확산되었고, 브리튼 전역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중앙군 2만을 이끌던 알베르였다.

자신에게는 콘월의 토벌을 맡겨놓고는 정작 자신의 혈육은 요크 백작령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요크 백작령의 난공불락 같은 요새에서 숨어살겠다는 계획이다.

그 더러운 배신에 치를 떨었다.

적어도 혈육은 믿었건만, 그 혈육에게 배반을 당해버렸다. 이대로 보두앵이 요크로 떠나버리면 자신은 2만의 군사 밖에 없는 빈털털이 지휘관이 되어버린다. 카멜롯에서 더 이상의 지원이 오지 않을 테니까. 보급이 끊어진 부대는 처참한 말로를 맞이한다.

그것을 견딜 수 없었던 알베르는 말머리를 꺾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왕이 되어야겠다! 콘월의 촌놈이 왕이 되겠다면 나도 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콘월을 토벌하기로 합의를 보았던 2만의 중앙군은 엉뚱하게도 방향을 서쪽으로 꺾었다. 콘월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남쪽으로 가야하건만, 알베르는 자신의 혈육에게서 배반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쪽으로 말머리를 꺾어버린 것이다.

그가 향한 곳은 웨일즈였다.

보두앵이 요크 백작령의 요새에서 호의호식을 하며 잘 살겠다면, 나 또한 웨일즈의 두터운 산악지형을 이용해서 평온하게 보내주마. 영원히 웨일즈에 박혀서 바깥으로는 나오지 않으리라.

"제군들은 들어라! 우리들은 웨일즈로 가서, 그 동안 이루지 못한 부와 영광의 꿈을 이룩하겠다!"

알베르는 재상 보두앵의 이름을 팔아서 웨일즈의 귀족들을 모은 다음에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브리튼의 명문가라는 말에 웨일즈의 시골 귀족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관문을 열어주었고, 관문이 열리자마자 피의 축제가 벌어졌다.

모든 약탈과 방화, 강간, 살인을 윤허하였고, 웨일즈는 단숨에 지옥으로 변모하였다. 알베르에게 악감정을 가진 중앙군 기사들조차도 한껏 색욕과 탐욕에 취해서는 웨일즈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길거리에서 어여쁜 여인을 강간하고 귀가 시끄럽도록 울음소리를 터트리는 아이들이 있는 오두막집에는 불을 질러버렸다. 원숭이처럼 불에 데여서 꽥꽥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의 고함소리에 병사들이 킬킬 웃음을 지었다.

"치마 입은 여인네는 모두 강간해라!"

"웨일즈 귀족의 여식도 모두 강간해버리자!"

"1주일 동안은 모든 것들이 허용된다고 한다!"

중앙군 2만이 웨일즈를 점령.

지휘관 알베르는 웨일즈의 수도인 카디프로 쳐들어가서 웨일즈 백작을 살해하고, 웨일즈 백작이 가지고 있던 웨일즈의 왕이라는 호칭을 뺏어냈다.

왕좌의 주인을 죽여버리고 자신이 직접 왕에 오른 것이다. 그 누구도 소년왕에게 충성을 바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충실하게 지켜주었기에 반란을 일으키진 않았다. 아직까지는. 언젠가는 소년왕의 가녀린 목에 칼날이 박히겠지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콘월로 보낸 사자는 목이 잘려나갔다.

빈털털이가 되어버린 카멜롯의 왕좌를 준다는 그 달콤한 말은 허영으로 가득한 구두약속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일부러 시간벌이를 하기 위해서 보낸 사자였겠지.

"카멜롯이 주인 없는 수도가 되어버렸군."

연이은 패전과 그것에서 비롯된 공포에 질려서 보두앵이 카멜롯을 버리고 북부로 도주했다. 그 소식을 들은 비세리온은 오크니 기사단을 호출하여 그들에게 카멜롯을 점령하라고 일러두었다. 부지런히 말을 움직이면 1주일 안에는 닿는다.

아직까지는 내정에 매달려야 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적어도 카멜롯을 점령하여 브리튼 왕국의 다음 왕좌가 이쪽으로 왔음을 알려야 했다. 병석이 누운 우서 펜드래건을 괴뢰왕으로 다시 재옹립을 시키면서, 왕국의 모든 정권을 잡겠다. 이제서야 그 때가 왔다.

"가웨인, 가레스! 카멜롯을 점령한다!"

"예!"

가장 먼저 가웨인, 가레스 자매를 보낸 다음에 비세리온도 자신이 직접 본군을 이끌고 카멜롯을 점령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이미 브리튼 전역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그 누구도 브리튼 왕국의 주인이 바뀌는 데 이의를 품지는 않을 것이다. 이의를 표하는 귀족이 있다면 그를 먼저 토벌해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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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힛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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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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