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의 왕 -->
002
"어째서 그렇게 큰 돈을 몸값으로 세운 거야? 포로 협상에 응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잖아."
모르간이 내게 물었다.
요즘 들어서 부쩍 친한 사이가 되었고, 의문이 생길 때마다 내게 와서 물었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내게 물어보는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뭐냐, 부정맥의 일종인가. 심장병에 걸린 모양이군.
아무튼 일부러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것은 확실히 이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고, 나아가 일부러 거액의 몸값을 요구함으로서 얻는 정신적인 계책의 승리에 있다. 카멜롯의 현 상황에 대해서 보지 않더라도 어떤 개판이 일어나고 있을지 예상이 된다. 이미 재상 보두앵을 중심으로 하는 의회는 반목을 일으키고 있을 것이고, 부하 귀족들은 분열을 자아내고 있겠지.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방식이다.
이제 지방 귀족들의 군세는 신경을 쓸 가치조차 없다. 이미 가웨인과 가레스 자매가 이끄는 오크니 병력들이 콘월령으로 진군하는 군세를 분쇄했고, 국경을 넘어서까지 진군하여 적 군세를 박살냈다.
완벽에 가까운 전황.
콘월 출신의 기사들은 환호하기 시작했고, 사기도 굉장히 좋았다. 이미 콘월은 축제 분위기였고 매번 잡아오는 전쟁 포로들의 수만 늘어났다. 그들을 수감하기 위한 장소가 부족해질 정도로 포로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제 데번(Devon)으로 진출할 때다."
이번에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기 위해서 내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서 출진했다.
도합 5천에 이르는 병력을 이끌고서 진격.
이미 피폐한 귀족 영지를 점령함으로서 영토 확장과 함께 카멜롯을 압박하기 위한 방편이다.
수도 카멜롯은 브리튼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있는데, 데먼 후작령을 점령해버리면 그 거리가 비교적 가까워지기에 카멜롯을 흔들기 위한 방편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콘월 공작령만으로는 브리튼 왕국 전역을 상대하기는 힘들었기에 영토를 늘릴 필요성이 있었다.
"콘월 기사단이여! 적의 영토를 유린하라!"
"우리들의 적을 격멸시키자."
데번 후작령으로 총 4개의 군사로 나누어 진격.
각 거점을 점령하고 성들을 모두 함락시킨다. 데번 후작은 콘월 토벌령에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던 인물이었으나, 일전의 전쟁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상실하였다. 그렇기에 빈털털이 신분이나 마찬가지였고,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했다.
겨우 사흘만에 콘월 공작령보다도 큰 규모의 데번 후작령을 점령해버렸다.
그나마 후작령에 비축하고 있는 재물과 재산을 약탈하여 전쟁 비용을 마련했고, 그 후작령에 거주하는 백성들을 납치하거나 살육하는 것만큼은 금지시켰다. 전쟁에서조차 최소한의 도덕만큼은 지킨다.
비록 내 전투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콘월 기사를 비롯한 오크니 기사들은 모두 기사도에 충실한 성격이었기에 도덕적인 이미지를 고수해야 했다. 가웨인과 가레스도 죄 없는 백성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만큼은 반대하였다. 그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데번 후작령의 백성들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적의 거성을 점령.
데번 후작을 질질 끌어내어 처형대에 세웠다.
군사를 이끌고 콘월 공작령을 공격하였다는 죄목만으로도 그의 처형에는 합리성이 있었다. 전쟁에 참전한 전범자. 그것이 바로 죄목이다. 데번 후작을 죽이는 데는 아무도 반대하는 이가 없었다.
또한 그를 처형대에 세우면서 우리는 새로운 정통성과 명분을 세웠다.
"역적 보두앵과 그 일파를 처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군사를 일으켰다! 콘월과 오크니의 형제들은 들어라! 우리는 역적을 죽이고 콘월인의 잃어버린 긍지를 되찾는다!!"
"우오오오오오오!!"
"콘월 만세!"
"오크니 만세!"
단 한 명의 목숨으로 콘월과 오크니 연합군을 사기를 끌어올린다.
효울적이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데먼 후작을 처형하고 그를 따르던 관료와 가신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고귀한 피와 목숨이 뿌려질 때마다 전쟁에 참전한 기사들의 고함소리가 커졌다.
연승을 거둘 때마다 콘월 기사들은 환호했고, 점점 그 지휘권이 내게 보여들고 있었다. 콘월 공작은 너무 갑작스럽고 과격한 행동이라면서 이의를 표시했지만, 지금 그것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이미 콘월 공작령이 데먼 후작령을 점령해버리면서 영토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그 영토를 부하 기사들에게 분배하니 그 누구도 이의를 품지 않았다.
콘월인의 긍지를 수복한다.
로마 제국의 속국이었을 무렵, 켈트인 출신들이 많았던 콘월인들은 브리튼인들에게 탄압을 받으면서 속국에서 곧 브리튼 왕국에 병합되었다. 서로 문화권이 다르고 생각하는 이념 자체가 다르다. 브리튼인들이 기독교를 섬기고 있었다면, 켈트인 출신이 많은 콘월인은 드루이드를 숭상하는 토테미즘이 발전하여 있다.
그렇기에 종교부터가 달랐다.
브리튼 왕국은 드루이드의 자연 종교를 탄압하고 기독교를 강요하였으므로 그 불만이 상당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브리튼 왕국에 대해서 반란을 일으키자고 주장하자 이에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
브리튼 왕국에 반란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라며 우려를 표시하는 온건파들은 극소수였고, 대부분이 나와 뜻을 함께하는 급진파들이 많았다.
"데번 후작령의 수도 엑서터를 점령했다. 가웨인은 노쓰데번을, 그리고 가레스는 웨스트 데번을 공격해라."
"알겠습니다!"
데번 후작령은 여러 개의 자치구로 운영되고 있었다.
워낙이 그 영토가 넓었던 탓이다. 비록 후작령의 주인인 데번 후작을 붙잡아 처형시켰지만 점령해야 하는 영토는 많았다. 가웨인에게는 노쓰데번을, 그리고 가레스에게 웨스트 데번의 점령을 맡겼고, 이스트 데번을 비롯한 미드데번 등 여러 영토를 점령해야 했다.
"이제 약을 실컷 놀렸으니 알아서 미끼를 물 거야. 이전에 석방하라던 녀석은?"
"했어."
"좋았어. 이제 미끼를 덥썩 물어들 멍청이가 올 거야."
모르간의 말에 대답하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으로 콘월 공작령의 영토가 두 배 가까이 확장되었다. 이제 데번 후작령의 수도인 엑서터에서 부지런히 기병대를 운용하면 고작해야 보름 정도만 소요하면 수도 카멜롯을 공격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브리튼 왕국의 중심부에 도달했다.
용감한 콘월 기사와 오크니 기사가 포함된 병력을 이용하면 카멜롯의 함락도 꿈은 아니다. 브리튼 왕국의 전역이 기록된 지도가 펼쳐져 있는 테이블 앞에서 체스말을 딱딱 소리를 내며 두드렸다. 점차 계속해서 새로운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콘월 공작 틴타젤과 이그레인의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인 엘레인의 딸인 아그라베인까지도 기사단을 이끌고서 참전하겠다고 그 의사를 밝혔다. 아무래도 아그라베인이라는 공주기사는 꽤나 사려가 깊은 인물인 듯하다.
그녀는 일부러 전황의 추이를 살펴보고서 참전 의사를 밝혔다.
계속해서 전황을 주시하다가 아군이 데번 주를 점령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카멜롯까지 진격할 준비를 갖춰버리자 그제서야 합류 의사를 밝혀왔다. 영악하다고 할까. 일군의 지휘관으로서 나쁜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사려 깊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가웨인처럼 내게 물심양면 지원을 해주는 공주기사가 있는 반면, 성공할 지에 대해서 심사숙고를 내리면서 결정을 내리는 공주기사가 있었다. 콘월의 공주들이 낳은 공주기사들이 참전하기 시작하면서 전황은 더욱 콘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을까.
니무에가 보고하기를, 카멜롯에서 출병한 중앙군을 이끄는 지휘관이 알베르로 교체되었음을 들었다.
본디라면 왕실 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 베디비어가 그 역할을 하기로 하였으나, 그녀는 돌연 왕실 기사단과 함께 카멜롯 중앙군을 탈영해버렸다고 한다. 분명 누군가의 속삭임이 작용하였으리라.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성격의 베디비어가 전투 전에 공포를 느끼고 도망칠 녀석은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주군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충직의 기사였다.
대체 무슨 변수가 벌어진 거려나.
내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인물의 개입인가.
체스말을 두드리면서 브리튼 왕국의 전역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세력이 출몰하기에는 지금이 가장 큰 적기였다. 현재 콘월 쪽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었기에 중앙 정부가 변경 지역을 묶어두고 있는 지배력이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군벌이 개입하여 세력을 떨칠 때였다.
지금의 콘월은 카멜롯의 중앙군을 묶어두기에 최고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새로운 세력이 결집된다고 하더라도 카멜롯은 결코 그를 진압하기 위한 병력을 보낼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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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월 진영]
-비세리온 도체스터
-모르간 르 페이
-니무에
-가웨인
-가레스
-아그라베인
[론디니움 진영]
-아서 펜드래건
-멀린
-케이
-베디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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