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의 왕 -->
001
가웨인과 가레스가 이끄는 오크니 기사단이 콘월 주변의 귀족 군세를 토벌.
단 한 번도 패전하지 않는 최고의 결과를 내면서 전쟁의 양상은 꾸준이 콘월이 우세하게 되었다. 수도 카멜롯에서 정식으로 콘월 토벌령이 결행되었을 때는 남서부의 작은 영토에 불과한 콘월은 단숨에 찢겨나갈 것이라 예견했겠으나, 지금의 전황은 카멜롯에게 조금도 유리하지 않았다.
카멜롯 의회에서 콘월 토벌령을 찬성한 귀족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콘월을 점령한 다음에 마음껏 약탈하고 전리품을 챙길 생각으로 가득 했던 귀족들이었건만, 전리품은커녕 전쟁 준비를 하면서 소요된 전비를 메우는 것만으로도 경계적인 허덕임이 이어졌다.
전쟁을 준비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귀족 계급은 전쟁에 대해서 비관적이었는데, 재상 보두앵의 강력한 주장을 못 이겨서 결국 전쟁을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가 처참했다. 수천 명에 달하는 군사들이 단숨에 증발해버렸고, 그들은 포로가 되었다. 포로로 붙잡은 콘월은 당연히 수 배가 넘는 몸값을 지불하라고 주장했다.
귀족들이 비명을 내지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두당 1천 달란트를 지불하라니, 이건 미친 조건이 아니오?"
"콘월에 억류된 제 병사들만 하더라도 5백 명입니다...! 이대로는 영지가 파산해 버려요!"
"일반 병사가 1천 달란트면 그나마 다행이지, 저희는 기사가 잡혀버렸다고요!"
"기사는 두당 2천 5백 달란트를 내놓으랍니다!"
그렇다고 그 깡패 같은 포로 교환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포로 협상에서 결렬된 전쟁 포로의 운명은 처참하다. 일반 병사와 기사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노예 시장에 팔려버린다. 일반병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수 년 동안이나 훈련을 받고 기사 계급으로 성장한 고급 인력조차도 가축처럼 노예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귀족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포로 협상에 응해야 했다.
기사 인력은 당연히 포기하고 버릴 수 없는 고급 인력이었고, 일반병 또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건장한 남성이다. 그들을 모두 잃는다면 농삿일에 필요한 노동력의 제공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리니 영지가 굶주린다.
어떻게 되었든 결국에는 포로 협상에 응해야 했고, 너무도 흉악한 수준의 몸값을 지불해야 했다. 그를 지불할 형편조차 안 되는 중소귀족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포로를 구출해야하긴 하겠는데 돈이 없다.
돈조차 없는 귀족들은 씩씩거리는 발걸음으로 재상 보두앵을 찾았다.
보두앵은 난데없이 무례하게도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수십 명의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무슨 용건인지는 그들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브리튼의 모든 정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재상은 한숨을 거세게 내쉬었다.
"재상공! 제 아들이 붙잡혔습니다! 그 녀석에게는 5천 달란트를 지불하랍니다!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하는 아이라고요!"
"저는 병사들을 구해야 합니다. 그 놈들이 없으면 봄에는 누가 농사를 짓습니까!"
"이게 모두 재상공께서 무리하게 토벌령을 내리신 결과이니 어서 책임을 지십시오!"
꽥꽥 소리를 내지르는 귀족들을 보며 보두앵은 '이것 봐라?'라는 표정을 지었다.
누구 덕분에 귀족 작위를 받고서 호의호식을 할 수 있었는데, 한 번 실패를 했다고 해서 자신에게 책임을 덧씌우려고 한다. 이런 걸 두고서 배은망덕이라고 하는 건가. 고작해야 브리튼의 중소 귀족 따위가 브리튼 정권의 1인자인 자신에게 핏대를 내세우며 소리치는 것도 우습다.
콘월이 이렇게 완강하게 공세를 전환할 거라고는 보두앵도 예상하지 못했다. 콘월 병력들이 병력의 열세를 느끼고는 철저히 수성전을 펼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콘월의 국경을 넘어서까지 콘월 토벌군을 아작내버렸다. 병사를 이끄는 사람은 그 유명한 태양의 기사 가웨인이라 한다. 빌어먹을 일이다. 오크니 최고의 공주기사가 콘월의 편을 들었다는 건가.
그녀의 모친이 바로 콘월의 공주인 모르가즈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사실일까. 하지만 가웨인이 콘월의 편으로 참전하였다는 소식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분명 자신의 눈과 귀를 가리는 공작을 펼친 것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정보전에 밀릴 수가 없다. 무언가 수작을 부리는 놈이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 하지만 이제 곧 카멜롯의 중앙군들이 콘월을 짓밟고 넉넉한 전리품을 얻을 수 있을 것이야. 그 전리품 모두를 그대 귀족들에게 제공하도록 하지. 물론 전쟁 포로들이 모두 죽더라도 콘월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재산이라면 다시 재건하는 것도 손쉽지 않겠나?"
패전한 것은 사실이니 보두앵은 물자적으로 매우 풍부한 콘월에서 생산되는 재산 모두를 제공하기로 했다. 콘월을 마음껏 약탈한다면 전쟁에서 소비된 재산의 몇 배가 넘는 재물들을 손에 넣을 수 있겠지. 그 정도로 콘월 지방은 매우 풍부한 지역이다. 적어도 수도 역할을 하는 카멜롯보다는 부유할 것이다.
평소였다면 눈부신 재화에 눈이 멀어버린 귀족들이 쉽게 수긍을 했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달랐다. 그 말을 듣고는 오히려 완강하게 저항했다.
"적 지휘관이 비세리온 도체스터입니다! 이길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미 연거푸 패전하지 않았습니까?!"
"도체스터 백작은 재상공의 심복이라 들었습니다. 이건 인재 선택의 관리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대체 부하 관리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
귀족들은 이미 단언해버렸다.
자신들은 결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콘월로 진입하려던 병사들이 모두 살해당하거나 붙잡히면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해버렸다. 게다가 중앙군을 운용하는 데 사용되는 전비를 귀족들 측에서 제공하라는 보두앵의 발언은 귀족 계급들이 또다시 분노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미 처참한 손실을 낳아버렸는데 또다시 비용을 제공하라는 건가. 설마 이 재상이 자신들을 호구 취급을 하는지 의심스러워졌다.
당연하겠지만 재상 보두앵은 귀족들을 호구 취급하고 있었다. 수만 명이 넘는 중앙군을 출병시키려면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데, 그 비용을 자신의 재산으로 메우고 싶지 않았기에 귀족에게 그 책임과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
귀족들이 반발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재상 보두앵의 명령에 카멜롯 의회를 구성하던 귀족 의원들은 자신들의 영지로 돌아가버렸고, 카멜롯은 단숨에 썰렁해졌다. 귀족들이 모두 돌아가버리면서 중앙군의 전쟁 비용은 모두 재상 보두앵이 부담해야 했다. 그를 두고서 보두앵은 귀족들에게 앙심을 품었다.
"망할 귀족들! 이러다가 내가 파산해버릴 판이군!"
카멜롯은 브리튼 왕국의 수도였지만 그렇게 풍족한 형편은 아니다.
그나마 버티던 재정은 보두앵과 중앙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때문에 이미 말아먹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재산은 모두 전쟁 비용으로 투자했다. 카멜롯의 세율을 몇 배로 올려야만 했고, 그를 부담해야 하는 백성들은 하루에 몇 번이고 시위를 벌였다. 카멜롯은 이미 전쟁으로 허덕이는 하류 도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브리튼 왕실의 기사단을 이끄는 백금발의 소녀는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왕실 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인 베디비어였다. 그녀는 이번 전쟁에 결코 승산이 없음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카멜롯 의회에서도 콘월 토벌령은 불가함을 내비쳤으나 재상 보두앵과 그 일파들이 무시해버렸다.
"....전쟁에 승산은 없다. 카멜롯까지 피폐해지면 누가 브리튼을 이끈다는 거지?"
무뚝뚝한 인상의 여성은 거세게 중앙 정부에 저항하는 백성들을 보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브리튼에는 왕이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이 왕이 된 것마냥 설치는 간신배가 있을 뿐이다. 현 국왕인 우서 펜드래건은 병석에 누워서 오늘 내일을 하는 형편이었고, 결국 브리튼에는 진정한 왕이 존재하지 않았다.
왕실 기사단의 지휘권이 있는 소녀에게 어느 마법사가 찾아왔다.
황혼의 마법사라 불리는 멀린이었다. 수려한 주황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미녀는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베디비어를 보며 키득키득 웃음을 지었다.
"안녕, 베디비어 경? 그 사이에 피부가 많이도 상했어. 관리 좀 하지 그랬어?"
"제가 언제 피부 관리를 하는 걸 보신 적 있습니까."
"없지."
그렇게 대답한 멀린이 또다시 웃음을 지었다.
베디비어는 멀린의 웃음을 보며 당장에 저 웃음을 더욱 심란해졌다. 황혼의 마법사가 저렇게 흥미로운 웃음을 짓는다는 것은 분명 추후에 큰 사건이 펼쳐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멀린이 말했다.
"이제 곧 새로운 왕이 등장할 거야. 새로운 가능성에 걸어볼래?"
반인반마의 몽마가 기사단장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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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ㅐ러디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후원쿠폰이 아니라 원고료 쿠폰이어야 하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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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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