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24화 (24/195)

<-- 공주님이 누구에게 -->

009

가웨인의 여동생인 가레스(Gareth)는 생긴 게 딱 가웨인을 작게 압축시킨 꼬맹이 버전이었다.

짧은 팔다리에 왜소한 어깨, 그리고 언니 가웨인과 마찬가지로 수려한 금발과 함께 푸른 벽안이 매력적인 소녀였다. 기네비어와 니무에에 필적할 정도로 꼬맹이다. 당당하게 3대 꼬맹이 로리에 들어가는 멤버로구만. 오늘도 브리튼 왕국은 로리들로 평온하다. 로리 여기사인 가레스는 나를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저씨는 누구야? 나 아직 어려서 섹스는 불가능 하거든? 언니가 에로하게 생겼으니까 언니한테 부탁해. 언니는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지만 은근히 헤픈 구석이 있어."

"오호. 충고하지."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당황스럽다.

뭐냐, 이 성희롱 개그는.

내 머릿속의 회로조차도 회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역회전하고 있다. 순진무구하게 생긴 금발 로리가 하는 말이 성희롱에 가까운 섹드립이라니. 미묘하게 색기가 흐르는 꼬맹이를 보면서 긴장했다. 이 녀석, 나와는 천적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을 성희롱한 나였지만 반대로 성희롱을 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아직 성인식도 거치지 않은 꼬맹이가 나를 압박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가레스! 도체스터 백작님에게 그런 말투는 안 돼!"

"언니, 저 아저씨한테 관심이 있구나? 괜찮아, 나는 응원할게! 여기는 오크니가 아니니까 언니가 저 아저씨의 육변기가 되어도 괜찮은 걸. 고향에서 멀리 떠날수록 여자는 대담해진다고 들었어. 그 원정녀... 라고."

"꺄아아아아아앗!!"

가웨인이 비명을 내질렀다.

섹드립만으로 언니 가웨인을 공황 상태로 만드는 저 위력이라니. 그것을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모르간은 이미 폭발하기 직전이었고, 나로서도 가만히 어른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뭐냐, 이 소녀는.

캐릭터성이 너무 대단한 거 아닌가.

"뭐, 아무튼 잘 부탁한다. 가레스 경."

"응!"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가레스가 베시시 웃음을 지었다.

입담은 꽤나 험하지만 그래도 귀염성이 있는 녀석이다.

세미롱 헤어스타일의 꼬마아이를 보고 있다니 정석적인 타입의 미소녀라고 생각하게 된다. 성격만 순수했다면 완벽한 미소녀가 되었을 것을. 가웨인과 가레스는 내가 본 소녀들 중에서 가장 귀염성이 있는 아이들이다.

모르간을 바라보았다.

정석적인 미소녀라.... 정석적인 미소녀의 요건 중에는 파괴광, 폭력범, 방화꾼이라는 내용은 없는 걸로 아는데.

매번 놀리면 나에게 불덩이를 내던지는 마법소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 녀석, 미소녀 세계에서 이단으로 취급받을 것 같군. 애초에 이모님, 엄마라고 불리는 시점에서 미소녀는 아니지 않나?

"아저씨 나 꼬시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냐."

"나하고 언니하고, 자매 덮밥을 할 셈이지?!"

가레스의 당돌한 말에 모르간과 가웨인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나는 그저 귀여워 보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인데 어째서 미소녀들의 오해 섞인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아도 이그레인과 자주 티타임을 가지면서 '유부녀 페티쉬'라고 오해를 받고 있는데, 이제는 가웨인과 가레스를 둘 다 공략하려는 '자매 덮밥 페티쉬'로까지 오해를 받아버린다.

진짜 너무하네.

어디까지 사람을 변태로 만들 셈이냐.

오크니의 공주기사인 가웨인과 가레스는 자신들이 지휘하고 있던 오크니 기사단과 콘월의 병력 중에서 일부를 차출하여 군대를 이끌었다.

모두 합치니 3천이 넘는다.

오크니의 공주기사 자매는 우선적으로 콘월의 영토로 침입하는 적군을 격퇴하기 위해서 출진을 준비했다. 모두 정병이었고, 공적에 눈이 멀어서 포위망을 일부러 깨트리고서 콘월에 단독으로 오는 오합지졸 따위는 단숨에 박살낼 수 있으리라.

"니무에, 적병의 움직임은 확인했어?"

"응. 간단한 일."

수백 마리에 달하는 비둘기를 사역마로 다루는 인공 정령.

금발 금안의 정령은 내가 내미는 지도를 보더니 펜을 잡고서 서툰 솜씨로나마 슥슥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적의 부대 규모는 커다란 원과 작은 원으로 표시하고, 이동 경로는 삐뚤삐뚤 선으로 표시한다. 규모와 이동 방향을 안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니무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자 니무에의 입가에 미소가 살며시 걸쳐진다.

"그래서 이 큰 원에 해당되는 병력의 숫자는?"

".....몰라."

"작은 원은?"

"몰라."

"이동 경로는 확실하지? 선이 너무 삐뚤거리는데. 일부러 방향을 이렇게 지그재그로 잡고서 돌아다니진 않을 거 아냐."

"그림 실력. 나한테는 힘들어."

"이 녀석, 어서 생각하는 뒤주에 들어가! 그림 학원이라도 보내야겠어!"

윽박지르기 시작하자 니무에가 볼을 부풀리면서 고개를 홱하고 돌렸다.

칭찬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투덜거리기 시작하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모르간이 낳은 딸아이 녀석이다. 뻔뻔한 건 모르간을 닮아버렸군. 어린애가 낙서를 한 것 같은 지도를 보면서 대략적으로 작전안을 구상했다. 어린애 낙서 같은 지도를 보고서 작전을 그려나가는 나를 보면서 가웨인과 가레스가 서로 속삭였다.

"언니 언니, 저런 낙서 그림으로 우리를 전쟁터로 보낸데."

"설마. 백작님에게도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데."

"조금은 더 믿어보자. 진짜로 저 낙서를 보고 작전을 내리진 않으실 거야."

맞는데. 적어도 니무에가 거짓을 보고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 낙서에 가까운 지도를 보고서 작전을 결정할 것이다. 적어도 규모와 대략적인 이동 방향에 대해서는 각이 잡힌다.

중앙 카멜롯에서 출발한 대군세는 아직 출병조차 하지 않았고, 중앙 정부의 명령을 받은 지방 귀족들은 서서히 군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뭘 하고 있었는지 즉각적으로 전쟁을 개시할 수 있도록 준비조차 해놓지 않은 탓이다.

일반적으로 병사들은 평시에 농삿일에 전념한다. 병농일치의 군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 병력을 소집하고 병장기로 무장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적어도 콘월 병력들은 즉각 전쟁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해두었고, 각 거점마다 병력을 배치시켰다. 콘월에서 대군을 운용할 수 있는 거점은 모두 차지해둔 상태였기에 적의 대군세가 콘월을 공격하더라도 그들이 마땅히 주둔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각 거점을 지키고서 가웨인과 가레스 남매가 게릴라전을 펼친다면 충분히 이긴다.

"모르간, 본성에 포로로 잡고 있는 중앙군은 어때?"

"그럭저럭. 아무런 일도 없어. 무장을 모두 해제시킨 다음에 적당히 박아뒀어."

"좋아. 전쟁이 끝나면 포로 교환을 통해서 돈을 챙길 수 있겠네. 우선 그 놈들이 폭동을 일으키면 곤란해질 테니까 그 녀석들의 관리를 부탁해."

"알았어. 적당히 약물을 먹인 다음에 정신을 주물러 놓을게."

모르간이 웃음을 지었다.

꽤나 사디스트 같은 웃음이다.

수상쩍인 마약 수준의 약을 먹여서 중앙군 병사들을 무기력하게 만든 다음에 정신계 마법으로 환각 상태로 만들어버리려는 모양이다.

물론 그 점이 수월하고 간편한 방법이다. 중앙군 병사들이 콘월성에서 폭동을 일으키면서 각 부대간의 연락 체계를 혼란시키면 곤란해진다. 그러니 조금 인륜적으로 벗어난 방법이더라도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쪽이 좋았다.

사태는 꽤나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가웨인과 가레스가 이끄는 3천의 정병들은 콘월의 영토 국경을 넘은 귀족군을 단숨에 전멸시켰고, 지휘관인 귀족은 물론 기사와 병사들까지 대거 포로로 붙잡았다. 오크니 기사단이 맹위를 떨치면서 적들을 패퇴시키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콘월성에는 전쟁 포로들로 단숨에 그 인구가 불어나버렸고, 따로 포로수용소를 마련해야 할 정도였다.

귀찮지만 포로들을 모두 살해한다면 브리튼의 여론에 뭇매를 맞을 우려가 크다. 이미지 마케팅은 중요하다. 적어도 부패하고 타락한 재상 보두앵에 맞서서 영토를 지켜려는 정의의 세력으로 브리튼에 그것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다.

우리는 정의의 아군이며, 영토를 빼앗기 위해서 대공세에 나선 보두앵은 사악이다. 그 대결구도는 매우 중요했다. 우리는 이 관계를 유지함으로서 최대한의 이점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알베르라는 녀석은 석방하도록 해. 적당히 몸값을 거하게 요구한 다음에 카멜롯으로 보내버려."

"무슨 소리야. 그 망할 애새끼를 보내라고?"

"그래. 그 녀석은 자신이 당한 굴욕은 절대 잊지 않을 테니까 적 군세의 지휘관으로 들어가겠지. 우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들로서는 큰 이점이지. 그 무능한 놈이 지휘관으로 돌아오면 상대하기 편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멍청한 적군은 우리들에게 있어 그 어떤 기사들보다도 훌륭한 도움을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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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ㅐ러디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후원쿠폰이 아니라 원고료 쿠폰이어야 하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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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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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2018/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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