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23화 (23/195)

<-- 공주님이 누구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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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기사 가웨인(Gawain).

브리튼 왕국의 북쪽에 위치한 스코틀랜드. 그 스코틀랜드에서도 최북방에 위치한 왕국인 오크니의 국왕 로트의 딸. 로트 왕과 모르가즈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이며, 오크니 왕국의 공주기사였다. 특히 모친인 모르가즈는 콘월 공작 틴타젤과 물방울의 귀부인 이그레인의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딸이며, 모르간 르 페이의 언니이기도 하다.

미려할 정도로 아름다운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스트레이트 세미롱 헤어스타일의 미녀는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백색 계열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 차림의 미녀가 모르간에게 다가오며 두 손을 맞잡았다.

"이모님,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셨어요?"

"이모님이라. 은근히 엄청나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니까."

내 말에 모르간이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니무에한테는 엄머라고 불리고 있었고, 오크니 왕국에서 지원군을 이끌고 온 공주기사에게서는 이모님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나의 상식을 이렇게까지 깨트리는 여자가 있을 줄이야. 더욱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의외성을 가진 미소녀라고 할까. 미소녀였지만 '엄마' '이모님'이라는 호칭이 매번 생겨난다. 1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나보다 연상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한편 가웨인이라는 이름의 공주기사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모르간에게 물었다.

"누구예요...?"

"비세리온 도체스터. 그다지 별볼일 없는 사람이야."

가웨인을 힐끗 보던 모르간.

그녀는 문득 어느 생각이 떠올랐는지 가웨인의 두 어깨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네가 콘월의 병력을 이끌어도 되는 거잖아, 가웨인! 내가 저 녀석에게 저자세로 부탁할 필요가 없었던 거야!"

"엥?"

모르간의 말에 멍청한 대답을 던졌다.

생각해보면 오크니의 공주기사인 가웨인은 최우의 기사라고 불릴 정도로 군략과 무예, 모두에 통달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 출중한 실력이 브리튼 왕국에 알려졌을 정도였다. 스크틀랜드의 최북단에 위치한 오크니 왕국에 있었음에도 그러한 소문을 들었다면 실로 대단한 재주를 가진 공주기사임이 분명하다.

애초에 그렇게 따지면 군략에 재능이 있는 가웨인이 총사령관을 맡아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콘월 공작의 첫째 딸인 모르가즈의 딸인 가웨인. 그녀에게는 콘월의 귀족과 기사들을 이끌 수 있는 정통성과 함께 그를 뒷받침하는 실력이 있었다.

모든 요소에 적합한 공주기사.

수려한 금발을 기른 소녀는 모르간의 말을 듣고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쌍심지를 켜면서 모르간에게 소리친다.

"이모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비세리온 도체스터 님이라면 브리튼 최고의 군략가라고요! 저희 쪽에서 머리를 숙이고 부탁해도 모자랄 마당에!"

"그, 그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야?"

모르간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카딸인 가웨인이라면 분명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고 여겼는데, 오히려 가웨인은 내 편을 들어주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나중에 듣기로는 섬세한 성격의 가웨인이 이렇게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조용한 소녀가 대범하게 소리를 지를 정도로 내가 대단한 인물이던가. 세간의 시선에 대해서 신경을 쓰면서 살 정도로 나는 예리한 성격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가웨인이 푸른 벽안을 반짝이더니,

"브리튼 최고의 명장이신 도체스터 백작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호, 혹시 악수를 청해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물론이지."

마치 사생팬이 연예인을 접대하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가웨인이 물었다.

가웨인의 부탁은 크게 못 들어줄 것도 없었다. 조용히 손을 내밀자, 가웨인은 황송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떨리는 두 손길로 내 손을 부여잡았다.

파르르 떨기 시작하는 가웨인의 손길. 그녀의 손은 투박한 감촉이 들면서도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이 동시에 느껴졌다.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다시 한 번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 나는 딱히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무슨 소리예요! 아군 병사 2백 명으로 게르만족 전사 1천 명을 완벽하게 패퇴시킨 그 전설의 전투를 이끄신 지휘관이시잖아요! 도체스터 백작님은 영웅이세요!"

그런가. 게르만족과의 전투는 나에게 있어 일상과 같은 사건들이었기에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쓴 적은 없다. 나 자신이 명장이라고 생각한 적도 크게 없었을 뿐더러, 세간이 나를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황홀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도 풀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 가웨인을 보자니 세간이 나를 평가하고 있는 급이 상당히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나 대단한 사람이었나. 가웨인이라는 소녀가 보이는 행동 덕분에 그걸 알았다.

"우선 가웨인. 나를 총지휘관으로 받드는 걸 동의한다면 부탁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데. 우리 군의 선봉장이 되어줬으면 한다."

"물론이예요! 부디 도체스터 백작님이 원하시는 대로 저를 다루어 주세요!"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말을 하는 가웨인.

청초하면서도 가련한 풋풋함이 느껴지는 공주기사가 방실 웃음을 지었다. 나를 총지휘관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서 불쾌함은커녕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적극적인 반응을 보건데 그 말에 거짓은 없다. 오크니에서 가웨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녀와 지휘권을 두고서 다투지는 않을까 크게 염려했지만 그 걱정은 오히려 기우에 불과했다. 가웨인은 나를 지휘관으로 인정해주고 있었고, 철저히 자신을 부히 기사로서 그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원활하게 상황이 이루어진다.

가웨인이라는 우수한 기사를 얻게 되었고, 무엇보다 오크니 왕국에서 온 기사단은 아군의 전력에 큰 기여를 해주었다. 콘월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에 왕비 모르가즈는 남편인 로트 국왕을 탈탈 털어서 지원군을 마련했다고 한다. 로트 국왕이 불쌍해진다.

"잠깐!! 그래서 결국은... 저 뺀질이가 총지휘관이고... 콘월의 운명이 달린 전투를 이끌 사람이 저 녀석이라는 거잖아.....!"

"예, 이모님! 저희 콘월은 무사해요. 왜냐하면 도체스터 백작님이 우리를 이끌어주실 테니까요."

"우리라니... 나는 빼줘."

"예에? 하지만 이모님과 도체스터 백작님은 그... 사귀는 사이가 아니세요?

가웨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었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모르간이 소리를 빽하고 내지른 것은 당연했다. 먼 거리를 달려온 공주기사는 나와 모르간을 연인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모르간과 친근한 관계처럼 보이고 있었으니, 그러한 오해를 해도 이상할 건 없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와는 반대로 모르간은 얼굴을 붉히면서 철저히 반박에 나섰다. 저렇게까지 반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지르는 모르간을 보며 가웨인인 먼저 사과부터 해야했다.

"그 말대로. 이 전투가 끝나면 모르간과 혼인.... 아니, 우선은 약혼식부터 하게 될 거라고 할까."

"정말요? 그러면 도체스터 백작님이 제 이모부님이 되는 거네요? 한 가족이 될 수 있다면 저는 무조건 찬성이예요!"

"하하하! 이거 고마운데."

너스레를 떨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내 웃음에 가웨인도 따라서 웃었다. 정작 이 상황 속에서 웃지 못하는 건 모르간 밖에 없었다. 모르간은 나와 가웨인은 번갈아보더니 이내 반박하기도 귀찮았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마음대로 떠들건가. 나는 무시할 테니까."라는 듯한 모습이다.

가웨인에게 말했다.

"아마도 카멜롯에서 발부된 콘월 토벌령에 응한 귀족들 중에는 전공을 쌓으려고 안달이 난 녀석이 있을 거야. 보두앵 재상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를 할 녀석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가진 재주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나서는 녀석이 가장 먼저 공세를 감행할 거라고 생각해."

"그 말씀은 곧.... 포위망 병력과는 별개로 콘월을 공격해올 군세가 있을 거라는 거군요. 하지만 그 군세는 소규모에,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잡병 수준일 테니까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

역시 군략을 정석대로 배운 공주님답게 나와 말이 잘 통한다.

지금까지 군략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녀석과 대화를 나눠서 답답했었는데, 지금 가웨인을 만나니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서 좋다.

"우선 오크니의 기사단을 이끌고 그 녀석의 상대를 부탁해. 그리고 오크니에서는 다른 기사도 왔다고 들었는데?"

"예. 제 여동생인 가레스가 있어요."

"좋아. 두 군세로 나뉘어서 적 군세의 앞뒤를 조져버려."

"알겠습니다."

가웨인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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