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님이 누구에게 -->
005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카멜롯에서도 콘월에서 벌어진 소식을 알아채고는 노발대발해서는 군사를 소집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징조가 펼쳐진다. 적어도 콘월에 직접적으로 공격을 감행하기보다는 먼저 무력 시위를 전개할 모양인 것 같았다.
콘월 인근에 위치한 서부와 남부 지역의 영토에서 군사 소집령이 발행. 당연히 중앙 정부의 결단을 무시할 수 없는 중소 귀족들이 소집된다. 이미 수천 명에 달하는 토벌군이 조직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까지는 많은 병력이 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수십 명의 귀족들이 토벌전에 투입되었다는 소식은 콘월을 두려움에 떨기에 충분했다.
"이러다가 진짜 전쟁이 벌어지면 어쩌려고!"
"그렇다고 공작 전화와 공작부인을 무시하고 업신여긴 개자식을 그냥 두자고?"
"우리들의 고향은 우리가 지키자!"
"적어도 도체스터 백작과 함께라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콘월 기사들은 그리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반 중앙정부 성향이 깊었기에 나를 팔아먹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과연 카멜롯의 중앙군을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귀족들이 여럿 있었지만, 콘월인들은 켈트족의 후예로서 카멜롯과는 전혀 다른 풍습과 문명을 가졌다. 그래서 평소 카멜롯과 다른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중앙 정부로부터 벗어나려는 독립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그저 카멜롯의 보두앵을 막기 위해서 군사를 소집시킨 것이지만, 정작 콘월인들은 더 너머를 원하고 있다. 브리튼 왕국으로부터의 독립. 부패하고 타락한 카멜롯과의 이별. 그리고 콘월 독립국의 성립.
젊은 귀족들은 모르겠지만 나이가 지긋한 귀족들은 브리튼 왕국에 대해서는 이질감이 섞인 반발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브리튼 왕국에 보내던 조세를 끊어버리고 하나의 독립국을 지향한다. 그게 바로 콘월인들의 뜻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쁜 결과는 아니다. 오히려 카멜롯에 대한 반발심을 키울 때마다, 콘월인의 결단력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자아.... 나에게 매번 구박하고 놀린 모르간 르 페이 양에 대해서 사과를 듣고 싶은데."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붉은 머리카락의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내 말에 작은 아가씨가 어깨를 움찔거리면서 얼굴을 씰룩거린다. 차마 내게 사과를 하자니 자존심이 용납을 못하고, 내가 정작 삐쳐서 콘월을 떠나버린다면 군사를 지휘할 사람이 없다. 그걸 알기에 모르간도 동요하고 있었다. 나의 중요성을 깨달은 모양이군.
콘월에는 군략에 깊은 지휘관이 없었고, 내가 빠져버리면 콘월 기사들은 누구의 명령을 듣겠는가? 군략에는 조금의 재능도 없을 뿐더러 노르만족에게 연신 패배했던 콘월 공작을 의지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자기네들끼리 지휘권을 두고 옥신각신 다투다가 멸망해버리겠지.
중앙 정부를 향한 반란.
그 반란의 대부분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는 확고한 명령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번 지휘권을 다투고서 여러 인물들이 다투기 때문에 실패했다. 그게 일반사다.
지금의 콘월은 그 지휘권이 모두 나에게 일임된 상태였다.
콘월 공작 틴타젤이 나에게 지휘권을 넘겨주었다. 콘월의 공작부인이신 이그레인도 뒤에서 나를 응원해주었고, 콘월의 여론이 나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모르간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기저기, 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니까. 우리 모르간 르 페이 양은 이런 상황에서까지 나를 비방하고 욕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여자라고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
"으으으....!!"
"푸하하하하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비세리온 도체스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니까? 내가 없으면 콘월은 끝장이지, 끝장!"
"....다, 당신... 이, 일부러 나 놀리는 거지...?"
"그걸 이제 알았냐."
그 순간 덮쳐오는 불꽃의 파도.
내게 향해지는 뜨거운 고열량의 불길을 걷어내면서 후방으로 이동했다.
내 손에는 허리벨트의 홀스더에서 뽑은 롱소드가 들려있다. 롱소드의 칼날에는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청은색의 마력 칼날이 형성되어 있었고, 그 마력 칼날로 모르간이 내뿜은 불꽃을 걷어내버린 것이다. 마법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마력으로 이루어진 공격 뿐이다.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결코 마법을 막아낼 수가 없다.
"이, 이 녀석... 나를 죽이려고 했어!"
"당신이 나를 놀리니까 그렇지!"
"내가 죽으면 콘월도 끝이라니까? 죽여보시지! 죽여보시지!"
이번에는 롱소드를 저 너머로 내던지고서 두 팔을 벌렸다.
누가 봐도 "나를 죽여봐라!"라고 외치는 제스처다. 일부러 무방비하게 노출한 나는 모르간에게 온몸을 내밀었고, 마법 지팡이를 두 손으로 쥐고 있던 모르간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마보석에서는 붉은색의 마력이 넘실거라고 있었다.
흐음. 이렇게 보니 무섭기는 하군. 무슨 여자의 마력량이 저렇게 대단한 거냐.... 대마법사 수준이다.
"...그, 그러니까.... 그... 비, 비세리온..."
"그래. 내 이름이 비세리온이지. 그 다음에 할 이야기가 있을 텐데?"
"으으.... 부, 부탁.... 부탁....할게... 코, 콘월을.... 지켜줘...."
"물론이지! 레이디의 부탁을 무시하는 건 남자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으니까."
결국 악당처럼 모르간 르 페이에게서 부탁을 받았다.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부탁을 받았다. 처음으로 내 이름을 그녀에게 불렸고, 고자세로 나오던 아가씨에게서 비열하고 조잡한 행패를 부리면서 부탁을 얻어낼 수 있었다. 방법은 비겁하기 그지 없었지만 적어도 기분은 좋다.
흐음. 나는 은연중에 자존심이 강한 여인을 놀리는 재미를 유열로 느끼는 인간이었던 모양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고양감이란. 늘씬한 몸매의 미녀는 붉은 루비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담긴 눈가에 눈물을 무심코 머금을 정도로 치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아... 하아.....
뭐냐. 이 기분은.
"우리 모르간 양에게 정성 가득한 부탁을 받았으니 빠릿하게 일을 해주겠어!"
"주, 죽여버릴 거야!"
우선 콘월의 인근 지형을 모두 기록하고 있는 지도부터 시작해서 여러 서적들을 콘월성의 사료 보관실에서 무작정 빌렸다. 내 옆에서 모르간이 빽빽거리며 소리를 쳤지만, 나는 그를 애교로 가득한 애정 행위로 받아들였다. 모르간을 대하는 필터가 한층 강화된 것 같군.
우선 펜과 잉크를 옆에 두고서 지도에 표시를 하거나 여러 도구를 사용해서 나름대로의 작전안을 편성했다.
만약 콘월 주변의 영지들이 각자 병력을 나뉘어서 쳐들어올 경우에는 각개격파를 실행한다. 그리고 병력들이 집중되어 공세를 걸어온다면 건곤일척으로 쳐부순다. 머릿속에 보관하고 있는 계책은 많다. 콘월 기사단은 타 지역의 기사단에 비하면 조금 실력이 부족했지만 콘월을 향한 애착심은 높다. 적어도 배신하지 않는 군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지도 위를 그리면서 그 위에 체스말을 놓았다.
붉은색의 체스말은 아군의 병력. 푸른색의 체스말은 적군의 병력이다. 대부분의 푸른색 체스말은 카멜롯에 배치중이었고, 현재로서는 적군의 규모조차 파악힐 길이 없었기에 아직은 적병의 이동경로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에 대해서는 니무에한테 부탁을 해두었고, 수백 마리의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비행하면서 적군의 이동 경로와 규모를 살피기 위해서 감시를 시작했다. 이제 곧 적군의 정보에 대해서 그 자취가 밝혀지기 시작할 것이다.
"니무에는 참 대단하단 말이야. 사역마를 수백 마리나 동시에 다루다니."
"당연하지! 내가 만든 아이니까!"
"그러니까 애 아빠는 누구냐니까...."
"아빠는 없어!"
모르간이 새하얀 뺨을 붉히면서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말에 "이게 아부지도 없는 게 까불어! 의 브리튼 버전인가..."라고 중얼거렸다. 니무에한테 아버지가 없을 줄이야. 어머니는 모르간이라고 계산하면 아버지는 아마도 멀린. 여성들끼리 부부가 되다니. 물론 나는 동성애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기에 이렇다고 할 정도의 반발심은 없었다.
여자끼리도 부부가 될 수 있고, 그 사이에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알았어, 알았다고."
"알아들은 표정이 아니잖아! 능글맞게 생겨서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모르간이 말했다.
여전히 놀리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다.
계속해서 모르간을 놀리면서 아군의 군사 방침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든 중에, 어느 기사가 들어와서 나에게 소식을 전했다.
"오크니 왕국에서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지휘관은?"
기사가 답했다.
"오크니의 공주 기사인 가웨인 경과 그 여동생인 가레스 경입니다."
자, 이걸로 우리 군의 선봉장을 맡을 최우의 기사가 모였다.
====================
야구인 님, 쿠폰 10장 감사합니다.
=============================
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