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님이 누구에게 -->
003
콘월 공작 틴타젤에게 봉토를 수여받고 충성을 맹세한 기사들이 콘월성으로 몰려들었다.
알베르를 향한 악성 여론이 들끓었기에 그들을 회유하는 것은 매우 손쉬웠다. 물방울의 귀부인까지 희롱하기 시작하는 안하무인 같은 태도에 시골 변방의 기사들이 공분을 터트린 것이다. 지금까지 콘월 출신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던 기사들은 이 소식에 분노하였고, 점차 몰려들면서 그 기사들의 수만 5백 여명에 이르렀다.
또한 콘월 귀족들 또한 자신들의 사병을 지원하고 있었기에 일반 병력은 2천 명이 조금 넘었다. 가볍게 중앙군 8백을 압도하는 병력을 형성할 수 있었고, 도리어 콘월성을 지배하고 있는 중앙군을 포위하는 형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중앙군 소속의 기사 알센더. 콘월의 시민을 폭행하고 불법감금 등의 혐의를 물어서 곧바로 처형한다!"
콘월의 선술집에서 여자를 끼고서 술을 퍼마시던 중앙군 기사를 질질 끌어내어 목을 쳐버렸다. 수많은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시가지에서 곧장 목을 쳐버렸기에 당연히 이 일은 이슈가 되었고, 알베르가 알게 된 것은 여러 혐의를 물어서 기사들 여럿을 처형시킨 다음이다.
중앙군 8백 명을 포함해서 여러 기사들이 알베르의 부관으로서 콘월에 입성하였고, 무능한 애새끼를 보좌하는 부관들이 실질적인 군 지휘관이었기에 그들을 먼저 숙청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로서 알베르의 수족을 잘라낼 생각이다.
"저 자식을 잡아!"
"콘월을 어지럽힌 새끼들이다!"
"모조리 죽여!"
콘월 인근에서 패악질을 일삼던 중앙군 기사를 향한 보복은 대단했다.
고고한 카멜롯 출신이라고 하여 콘월인들을 무시하고 이를 깔보던 기사들은 술을 마시고서 그 값을 치르지 않거나, 길거리에서 아녀자를 희롱하고 강간하는 등의 범죄를 일삼았고, 그것을 죄목으로 물어서 즉결심판에 들어갔다.
애초에 콘월 지방에서 벌어진 범죄에 대한 심판권은 콘월 공작령의 주인인 틴타젤에게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전권을 위임받은 나는 그 재판권을 실행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상태였다. 중앙군 소속의 기사들 수십 명을 그대로 목을 쳐버렸고, 한편 중앙군들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도록 콘월성에 억류하는 방침으로 전환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당연히 알베르가 헐레벌떡 달려온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내 기사들을 네놈이 뭔데 죽여?!"
살기에 짙은 고함을 내지르는 소년.
그를 보면시 피식 웃음을 지었다.
시뻘건 핏물로 적셔진 바닥과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주인 잃은 수급을 본 알베르는 벌벌 떨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인을 누군가에게 명령할 뿐, 직접 죽인 적도 없었고 그것을 죽이는 현장도 목격한 적이 없는 샌님일 테니까.
이래서 곱게 자란 애새끼는 안 된다. 고작 사람 죽는 걸 보는 것으로 이렇게 벌벌 떨다니. 이민족의 침입과 함께 귀족들의 반란으로 끊이질 않는 브리튼 왕국에서는 당연하고 익숙한 일과가 아닌가.
심지어 길거리를 걷는 아이들은 사람의 목이 베이는 현장을 보고서도 그 누구 하나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다. 익숙할 정도로 보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형벌을 집행 중입니다."
"네놈이 뭔데 내 기사를 죽였냐고!"
"저는 틴타젤 공으로부터 콘월에서 벌어지는 모든 범죄에 대하여 재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왕실에서 치외법권을 부여한 요인이 아니라면 그 누구든지 처벌할 겁니다. 물론, 당신도 예외는 아닙니다."
"뭐....?"
"그러니까 닥치고 꺼져, 빌어먹을 애새끼야."
내가 눈짓을 보내자 콘월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꽤나 폭이 큰 대검을 휘둘렀다.
밧줄에 포박된 중앙군 기사 10여 명이 동시에 목이 잘려나가며 피분수를 그려냈다. 데구르르 떨어지는 목. 그것을 보며 알베르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이미 중앙군 기사 수십 명이 사망했다. 다시 말해서 알베르의 입지권은 대폭 약화된 것을 의미했고, 중앙군이 8백 여명이나 있었음에도 그를 실질적으로 지휘할 지휘관이 없었다. 군략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알베르는 그들을 지휘할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억지를 부려서 지휘를 하더라도 반란의 혐의를 물어서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이 사실을 재상님에게 알리겠다!"
"그러시던가. 어차피 국왕의 이름으로 부여받은 영지에서 벌어진 재판권은 담당 귀족에게 있다. 재판권을 피할 수 있는 치외법권을 가진 것은 동일하게 귀족 작위를 수여받은 사람 밖에 없지. 그러니까 애비 애미 잘 만나서 떵떵거리고 사는 네놈은 치외법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너는 귀족 작위를 받은 정식 귀족이 아니니까.
그저 귀족의 혈육일 뿐이지.
그렇게 말을 마치자 알베르가 소변으로 바지를 적시면서 주저앉았다.
그를 보면서 콘월 기사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바지에 소변을 지려버렸다. 너무나도 어린애 같은 모습과 행동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작해야 이런 유약한 꼬맹이가 콘월을 그 동안 무시하고 공작을 포함한 공작부인을 모욕했단 말인가? 지금까지 재상 보두앵의 혈육이라고 해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실체는 그저 부모 잘 만나서 출세한 애송이에 불과했다. 게다가 능력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탐욕만 컸으니 그가 파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과도 같았다.
"도련님, 살려주십쇼----!!"
밧줄에 묶여서 참형을 기다리고 있던 기사가 벌떡 일어나 소변으로 바지를 지린 알베르에게 다가섰다. 옆에서 목이 잘린 동료 기사의 핏물이 튀었는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기사가 어깨를 압박하면서 애걸했고, 알베르는 피범벅이 된 부하 기사를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내가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콘월 기사가 그를 억지로 질질 끌어내 목을 쳐버렸다.
"중앙군이라고 해서 대단할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콘월 기사가 물었다.
그에 혀를 차면서 답해주었다.
"총지휘관이라는 어린 새끼가 술이나 마시고 있고, 그 부관이라는 기사들도 술을 퍼마시면서 아녀자가 희롱하고 있었으니 이미 거기서 끝나버린 거지. 대장과 부관이 어리석고 무능한 군단은 죽은 것과 같다. 중앙군 8백 명은 우리들의 포로가 되버린 셈이라고 할까."
"역시 백작님이십니다. 기회를 노려서 단숨어 저들을 제압하시다니요."
"밑밥을 좀 깔았지."
문제는 이 사실이 빠르던 늦던 카멜롯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거다.
우선 명분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확실하다. 중앙군 기사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이미 확보해둔 뒤였고, 가장 중요한 요인인 알베르는 건들지 않았다.
그가 적신 바지말고는. 아무튼 중앙군 기사는 귀족 작위가 아니었기에 즉결심판으로 처분해도 이렇다고 할 보복은 감행하지 못할 것이고, 이것은 적법한 절차대로 이루어진 즉결 심판이다.
하지만 카멜롯의 보두앵이 열이 뻗혀서는 군단을 이끌고 올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콘월의 전력을 하나로 뭉치는 중이었고, 수천 명이 넘어서는 군단을 보유함으로서 카멜롯에서 감히 토벌군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무력 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지방에서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반란은 보두앵으로서도 막기 벅찰 정도였고, 그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 감히 콘월로 보낼 군사적인 여력은 없을 테니까.
알베르에게 딸려준 8백 명의 중장보병도 꽤나 무리를 해서 보낸 것이겠지. 이미 그들은 억류된 뒤였기에 보두앵으로서도 콘월에 군사를 보내지는 못하리라.
"니무에, 수고했어."
"응. 간단. 그러니까 포상."
"알았어, 나중에 단것 줄 테니까."
인공 요정인 니무에는 환각을 포함한 정신계 마법에 능통했다.
그녀에게 명령해서 중앙군 기사들이 콘월에서 더욱 행패를 부리도록 이를 세뇌시켰고, 덕분에 기사들은 무대포처럼 날뛰면서 아녀자를 희롱하고 강간했다. 모계 사회의 브리튼 왕국에서는 여성에게 강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강하게 규탄하고 처벌하고 있다. 그렇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중앙군 기사들을 범행으로 꼬드긴 다음에, 그 범행을 물어서 모두 처형시켰다.
이미 죽어버린 중앙군 기사들이 수십 명.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정치적인 감각조차 없는 놈들을 제압하는 것은 무엇보다 손쉬운 방법이다. 만약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면 다른 수를 동원했을 것이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알베르와 중앙군을 파멸시킬 수 있는 여러 방책들을 고안한 뒤였으니까.
아무튼 콘월을 정복하고자 하였던 중앙군 세력은 괴멸.
알베르는 자신의 부하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다가 결국 기절해버렸고,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그의 시종들에게 치우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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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뒤에 연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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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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