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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9화 (19/195)

<-- 공주님이 누구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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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방울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이그레인과 만남을 가졌다.

만남을 가진다고 해서 불건전한 행동을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고, 오로지 콘월을 방문한 손님으로서 그녀를 만난 것에 불과했다.

가벼운 다과회라고 할까. 아무튼 완벽에 가까운 미녀에게 흥미는 가득했지만, 유부녀에게 수작을 걸 정도로 나는 굶주린 녀석은 아니었다. 물론 유부녀를 좋아하기는 하고, 지금까지 유부녀와 관계를 맫인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유부녀는 여성의 매력을 죽이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남편 몰래 그 아내와 즐기는 배덕스러운 관계가 끌린다고 할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다.

"후후후. 저희 모르간과 요즘 자주 시간을 함께하시는 것 같네요."

"아, 그럴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부인께서 생각하시는 일은 아닙니다."

"알았어요 알았어. 젊은 남녀들끼리의 문제이니 저는 나서지 않을게요."

"네?"

아무리 생각해도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그레인은 나와 모르간이 요즘 들어서 함께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적지 않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모르간과 동행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가족을 제외한 타인을 결코 주변에 두지 않았던 모르간 르 페이였기에 그 누구도 아닌 젊은 남정네를 곁에 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소문을 들은 이그레인은 벌써부터 장모님으로서의 푸근한 면모를 드러내려고 했다. 이미 이 여성은 너무 진도를 나가고 있다. 당사자들은 생각도 없는데 본인부터 그런 생각을 해버리다니.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예, 예. 알았어요. 알았다니까요."

진짜 모르는 것 같은데.

다 알고 있으니까 조금의 불장난은 용서할게, 라는 듯한 어른스러운 미소를 짓는 이그레인. 대체 이 유부녀는 나의 뭘 믿고 딸을 맡기려는 걸까. 나는 나처럼 생긴 남정네가 자신의 딸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말을 들으면 당장에 모가지를 따버릴 것 같은데. 물론 이건 진담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니까 부디 잘 부탁 드릴게요."

"예."

이그레인에게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대화의 서두를 꺼내려고 했지만, 그녀 측에서 그것을 거부했다.

귀부인으로서 콘월의 정치에 대해서는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남편인 콘월 공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콘월을 책임지고 있는 두 부부가 동시에 정치에 관여할 생각이 없음---이라고 말할 줄이야.

브리튼은 모계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지극히 적다. 오히려 여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지위권을 인정해주는 풍속이다. 그렇기에 이그레인 또한 정치적으로 그 폭이 굉장히 넓었지만, 그것을 모두 포기하고는 외부인인 나에게 정권을 일임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콘월 공작인 틴타젤 또한 콘월 출신의 기사들에 대한 지휘권을 내게 양도해버렸다.

유약하면서 소심한 성격을 가진 중년 귀족은 재상 보두앵의 혈족인 알베르에게 맞설 수 있는 담력과 용기가 없었기에 다른 사람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책임을 떠맡는 쪽을 택했다.

"이렇게까지 나에게 정권을 일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 했는데."

"만약 수상한 짓이라도 저지르면 바로 머리통을 날려버릴 거야."

"알았어, 알았어."

마보석이 박힌 지팡이의 끝으로 내 뺨을 찌르는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

모르간 르 페이는 딴에는 경고가 섞인 눈빛을 보내면서 내게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젠장, 이런 모습도 귀엽게 보이다니 나도 이상해져버린 것 같군.

"그런데 말이야...."

모르간을 보며 말을 꺼냈다.

내가 말을 꺼내자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향해진다. 얼굴을 들어 올리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모르간. 섬세한 이목구비와 경국지색의 미녀로서 결코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움을 가졌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녀를 향해서 "네 어머니가 우리 관계를 의미심장하게 보는데."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괜히 사건만 더 커질 것 같아서 비밀로 했다. 말을 꺼내다가 입을 다물어버리는 내 행동을 보며 모르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증을 가진다.

"뭐야? 왜 말을 하려다가 말아?"

"아냐, 아무것도."

분명 빽빽거리면서 소리를 지를 거라는 데 내 전 재산을 걸 수 있을 것 같았다. 성격이 드센 고양이 같은 그녀라면 분명 그런 반응을 보이겠지.

우선 나와 모르간이 할 일은 사방으로 흩어진 콘월의 산하 귀족들을 불러모으는 것이었다.

이미 콘월 출신의 기사들은 내 편을 들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기사들이 은연중에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 공식적으로 콘월 공작 틴타젤이 내게 전권을 위임하는 형식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들의 충성을 받아내는 것은 매우 손쉬웠다.

콘월의 귀족들은 장차 콘월의 공작에 오를 모르간 르 페이의 이름을 내세우면서 지원을 받아냈다. 비록 공주님이었지만 전에 말했듯이 브리튼은 모계 중심의 사회. 그렇기에 여성의 정치적 입지가 굉장히 높았다.

콘월 공작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는데, 두 딸은 시집을 가버렸고 남은 딸은 모르간 뿐이다. 그렇기에 셋째 딸인 모르간이 훗날 콘월 공작에 오를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기정사실이었다.

"네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은데."

"일이 끝나면 우리 사이도 끝이야. 그러니까 엉켜붙지는 말라고."

"매정하기는."

지금까지는 모르간과 함께 콘월의 인근 지역을 돌면서 귀족들을 선동하여 그들의 세력을 모았다.

적어도 콘월의 귀족들 중에서 중앙군을 이끌고 콘월에 와서는 패악을 일삼는 알베르를 따르는 자는 지극히 적었다. 연회석상에서 물방울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이그레인을 희롱하고 대놓고 콘월 공작을 무시하는 처사를 보인 데다가, 심지어 콘월의 중추적인 지점마다 병력을 배치하는 등의 공포 정치까지 행하려는 개망나니 귀족을 향한 악성 여론이 급증한 탓이다.

경솔하게도 자신의 욕망대로 움직이는 소년 따위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의 등장 때문에 콘월에는 내 세력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모르간 르 페이의 이름으로 각 귀족들이 소집되고 있었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기대려고 하는 대상은 나였다. 모르간을 후계자로 인정을 하면서도 그 동안 콘월을 괴롭히던 노르만족을 단숨에 전멸시킨 내 군략을 믿고 있었다.

"적어도 정면에서 싸워도 알베르 자식은 이기고도 남아. 중요한 건 알베르라는 자식을 어떻게 족쳐야 중앙의 보두앵이 콘월에 간섭할 수 없을 지를 생각하는 게 난관이지."

대전사 결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두었지만 그건 추후의 방법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그건 너무 갑작스러운 방법이다. 물론 대전사 결투를 실행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지금은 우선 콘월 소속의 귀족과 기사들을 더욱 포섭하여 세력을 늘리고, 확대한 세력으로 알베르를 압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포에 질린 꼬맹이가 집으로 도망가버리는 것이 가장 상책이고, 오히려 판단력이 흐트러져서는 이쪽을 공격해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격해버리면 단숨에 이겨버릴 자신이 있으니까. 겨우 그런 애송이의 모가지를 비트는 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까.

"그냥 내가 마법으로 독살시키면 안 돼?"

"되겠냐...."

"아니면 흔적도 없이 교살을 시켜버리거나."

"마법의 흔적이 남아버리면 오히려 콘월이 대대적으로 카멜롯의 중앙군에게 공격받을 걸? 네 고향을 불바다로 만들고 싶지 않거든 그런 과격한 방법은 그만둬."

대체 이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모르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붉은 머리카락의 미인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뭘 잘못 했는데? 나는 도와주려고 말한 것 뿐이야.'라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젠장할.

왜 이런 모습도 귀엽게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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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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