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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6화 (16/195)

<-- 콘월의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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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만족을 모두 토벌하고나서도 콘월 공작 틴타젤은 나를 돌려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없다고 해야 하나. 다시 노르만족이 쳐들어올 가능성은 없지 않았고, 오히려 보복을 할 심산으로 재공격을 펼칠 가능성이 높았다.

틴타젤은 나에게 성대한 대접을 해주면서도 노골적으로 콘월의 높은 직위에 임명시켰다. 그러한 뻔한 수작에도 나를 가만히 있었다. 아직 동쪽의 게르만족은 잠잠하다는 보고를 부하가 전해왔을 뿐더러, 론디니움 방면이 조용하다면 그다지 도체스터로 돌아갈 필요성이 없었다.

"자네 덕분에 내가 안심하고 잠이 들 수 있네."

"예, 감사합니다."

틴타젤은 아무래도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모양이다.

콘월 출신의 기사들에 따르면 틴타젤은 노르만족 군세를 공격하기 위해서 직접 군사를 이끌고 나섰다가 철저히 패전한 이후로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콘월 지역으로 상륙한 노르만족의 군세를 일거에 쓸어버리자 그들을 벤 수급들을 보며 매우 흡족하게 여겼다고. 그 동안 당한 것이 많았기에 그만큼 내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콘월의 모든 이들이 자네를 영웅이라 생각하고 있어. 딸아이를 맡기고 싶네만.... 하아, 딸아이는 남자를 그토록 싫어하니...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같은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줬으면 하네."

은근히 니무에를 귀여워 해주고 있는 모르간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약간은 의구심을 느끼고 있다. 남자는 물론이고, 인간이라는 부류 자체를 불신하고 꺼리는 그녀의 성격상 아무래도 연애는 절대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녀의 성격 자체가 그렇다고 할까.

모르간 르 페이라는 소녀는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강했다. 그래서 내가 접근하는 것조차 노골적으로 싫어했고, 오로지 니무에만을 가까이 하고 있었다. 니무에는 인공 요정이니까. 인간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건가.

나도 니무에만큼이나 귀여운..... 크흠.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당신 따위, 인정 못 해."

팔짱을 끼면서 거만하게 나를 바라보는 붉은 머리카락의 아가씨.

모르간 르 페이라는 이름의 마녀는 도도하게 시선을 던지면서 노골적인 적의를 나에게 향한다.

콘월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하는 내 존재가 못마땅한 듯하다. 콘월 공작령의 후계자를 빼앗길 것 같다-----라는 식의 정치적인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자신의 고향인 콘월에서 나라는 외부인이 개입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거려나.

"저기 저기, 아가씨? 댁의 아버지께서 저를 아끼시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큭! 아버지도 이상해. 당신을 곁에 두려고 하다니."

"나처럼 유능한 사람을 곁에 두려는 건 모든 귀족들의 공통점이지."

"시끄러, 닥쳐."

으스대는 기색을 보이자마자 모르간이 일침을 가했다.

그녀와 이렇게 말씨름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나 할까. 어떤 이유에서든 나는 이미 그녀에게 빠져버린 듯하다. 피식 웃음을 터트릴 때마다 그녀가 뾰루퉁한 모습을 보이는 것고 귀여웠고.

붉은색의 고깔모자를 쓴 그녀는 매번 나에게 고자세로 나왔다.

물론 그런 모습도 귀엽게 느껴진다.

"말했잖아. 노르만족만 처리하면 떠날 거라고. 앞으로 1주일이야. 노르만족의 공세가 느껴지지 않으면 다시 도체스터로 돌아갈 거야."

"....알았어. 그 말 무조건 지켜."

흠. 이런 대화 내용을 나누고 보니, 그녀는 정말로 나를 싫어하는군.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든다. 고맙다---라는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더라도 조금은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콘월에는 딱히 흥미가 없었지만, 적어도 모르간 르 페이라는 소녀에게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까.

그 뒤로는 모르간과 헤어지고 니무에와 함께 콘월 출신의 기사들과 회담을 가졌다. 단순히 친분을 쌓기 위한 자리였다. 나로서는 콘월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싶지 않았기에 거절하려 했지만, 상대편 쪽에서 워낙 강세로 나오는 통에 수락해버리고 말았다.

"도체스터 백작님, 이전의 전투에서 함께 싸운 제프리라고 합니다."

"저, 저는 자이메입니다."

"백작님의 훌륭한 군략에 감탄했습니다!"

콘월 지역에 봉토를 소유하고 있는 준귀족들은 저마다 나를 찾아와서는 아부를 늘어놓거나, 노골적으로 내게 친분을 유지하려고 했다.

적어도 전쟁이라는 과정으로 그 무훈을 남기면서 명예를 쟁취하는 기사들에게 있어, 훌륭한 지휘관은 결코 포기하기 어려운 기회일 것이다. 특히 자신에게 100%의 확률로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완벽한 지휘관이라면 더욱 포기하기 어렵겠지.

콘월의 기사 계급들은 지금까지 무능하고 유약한 틴타젤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노르만족이 쳐들어올 때마다 패배하거나 도망치기 바빴던 콘월 공작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기까지 했다. 그런 그들은 전쟁 영웅으로 등극한 나의 등장에 두 팔 벌리며 환영했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주군을 배반하고 나에게 붙을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로 콘월의 기사 계급들은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부하 기사단들에게 승리조차 가져다주지 못하는 무능한 주군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귀족이 봉토를 주는 대가로 기사를 고용한다. 그 대신 기사는 주군에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 그 쌍방 계약조차 파기해버릴 정도로 기사들은 콘월 공작에게 큰 불만을 느꼈다.

"나는 노르만족이 물러나면 도체스터로 물러날 생각이다."

그렇게 내 의견을 밝히자 콘월 기사단들은 노골적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사단은 전쟁에 사용되는 병과 집단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그들은 모두 봉토를 가지고 있는 준귀족이기에 정치적인 입장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내가 순순히 도체스터로 물러난다면 콘월 기사들은 다시금 노르만족의 군세에 몰락할 것이고, 매번 패전을 경험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나의 귀환 소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만 보면 알 수 있다.

'차라리 도체스터 백작을 새로운 콘월 공작으로 만들자!'

물론 그런 역심을 드러내는 자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콘월 공작에 대한 불만이 무력 반란으로 폭발할 정도는 아니다. 전쟁과 군사적인 부문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나약한 인간이지만 사람만큼은 좋았다. 그래서 선정을 베푸는 군주를 백성들은 사랑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기사들도 거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피하려 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콘월은 도체스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풍요로운 곳입니다!"

"이제 슬슬 민심도 백작님에게 향하고 있는 중이고.... 전쟁 영웅이시지 않습니까?!"

그 동안 승전에 목말랐던 기사들은 맹목적으로 나를 원하고 있었다.

이민족과의 거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그를 조력하고 이끄는 지휘관의 등장. 그렇기에 기사들은 '떠나지 마!'라고 말했다. 도체스터 백작령을 포기하고 그 대신 콘월 공작령을 가져라. 만약에라도 콘월 공작의 셋째 딸인 모르간 르 페이와 결혼을 한다면 훗날 그녀의 소유가 될 콘월 공작령의 소유권을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된다.

귀족 가문과 귀족 가문의 혼인으로 인해 영지 상속권이 정해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콘월 기사들은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혼인이 결정된다면 영지 상속권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조차도 개입하지 못할 정도로 확고한 명분을 가질 테니까.

물론 모르간이 그걸 수락할 리가 없었다.

나는 물론이고, 콘월의 기사와, 자신의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인간들을 미워하고 꺼려하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꽤나 대담스러운 의견을 나누는 콘월 지역으로 새로운 인물이 개입해왔다.

겉으로는 노르만족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서 중앙군과 함께 그를 지휘하는 귀족을 파견해왔다고는 하지만, 이미 노르만족 군세를 몰살시켜버린 뒤에 오는 것이었기에 그 꿍꿍이가 수상쩍은 지원군이었다.

지원군을 이끄는 지휘관은 현 브리튼 왕국의 국정을 이끌고 있는 재상 보두앵의 사촌동생이라는 고귀한 혈통을 가진 젊은 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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