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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5화 (15/195)

<-- 콘월의 기사 -->

004

콘월 지역의 주도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는 당연히 기존의 계획대로 아군의 군세가 승리했다.

노르만 군세는 그대로 뿔뿔히 흩어졌고, 아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이겠지. 적에게는 승리할 수 있는 그 어떤 요소도 주지 않았으니까. 상대방에 이길 수 있는 여건과 요소들을 차단하고 배제한다. 그게 바로 전쟁의 기본 원칙이다. 나는 지휘관으로서 그 원칙을 준수했고, 그 덕분에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새끼들! 당장 잡아와!"

"노르만족이다. 더러운 놈들 같으니."

"하하핫! 여기 계집도 있는데?!"

전투에서 패배하여 쫓겨난 노르만족들 대부분은 전사하였고, 나머지는 생포되어 전투 포로 신분이 되었다. 대륙의 북방 초원에서 뿔뿔히 흩어져 사는 노르만족들에게 포로 협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협상을 내건다고 해도 받아들일 족속이 아니었고, 협상을 통해서 포로의 몸값조차 될 재물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전쟁 상식대로라면, 여기서 잡힌 노르만족은 모두 노예로 팔리게 된다. 브리튼의 노예 계급들은 대부분 전쟁에서 패배한 이민족의 후손들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잡은 포로들은 모두 노예로 팔릴 예정이다.

"역시 대단한 공적이었습니다."

"이걸로 더러운 이민족 놈들로부터 시름을 덜었군요."

"여기 노르만족 전사의 수급이다!"

콘월 출신의 기사들은 내게 아부를 하면서도 전장에서 자신이 베어죽인 노르만족 전사의 수급을 창대에 꽂아서는 그것을 자랑하고 있었다.

전쟁에 문외한인 사람이 본다며 야만스럽다면서 학을 떼겠지만 이게 바로 전쟁의 풍습이다. 노르만족 전사는 꽤나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브리튼 기사에게 있어 이민족 전사의 수급은 큰 공훈 중 하나였다.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거나 이를 과장되게 말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죽인 이민족의 수급이 담긴 보따리를 들고 다니면서 자랑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수급마다 따로 수당이 더해질 것이다. 민중들이 그 무용담에 찬사를 늘어놓는 것은 당연했다. 매번 이민족에게 당해왔던 콘월로서는 최고의 역전승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역전승을 만들어낸 나에 대해서는 영웅이라면서 치켜세웠다.

"꽤나 기쁜 모양이네, 당신."

"글쎄. 어느 지휘관이 승전을 싫어할까. 물론 기쁘기는 하지. 아군의 피해는 매우 경미한 수준이니까."

힐끗하고 나를 노려보면서 묻는 모르간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콘월의 유명인사로 등극한 내 존재가 못 미더운 모양이다. 내가 콘월 공작령을 빼앗는 것른 아닌지, 그에 대한 불안을 계속해서 떠안고 있었다.

이미 기사단 세력은 나를 추종하고 있었고, 신예 귀족들 또한 나와 접견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한편 콘월 공작인 틴타젤은 내 무용담을 칭찬하면서도 호탕스러운 승리에 연회를 따로 열어서 이를 축하했다.

"우리가 이겼다!"

"더러운 노르만족에게 몇 번이든 쳐들어오라고 하라지!"

전투에 참전한 기사들은 각자 전투에서 쌓은 무훈에 따라서 이민족 노예를 분배받았다.

재산을 늘리고 싶은 기사는 건장한 남성 노예를 위주로 가져갔고, 수상쩍은 성취향을 가진 기사는 여성 노예를 택했다. 노르만족은 인구가 부족하기에 여성도 전쟁에 동원되었고, 이번 전투에서 포획한 여성 노예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혈기 넘치는 기사는 쇠사슬로 구속한 여성 노예를 풀숲으로 질질 끌고 간 다음에 질펀하게 강간을 저질렀고, 그것은 전쟁의 승리자로서 누리는 특권이었기에 당연히 용인되는 행동이다. 약탈, 강간, 살인 등 승리자에게는 여러 특권이 부여된다.

정의로운 기사 흉내를 내려고 그 특권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의 인간은 여성을 강제로 깔아뭉개고 범해버리는 강간을 좋아했고, 타인의 재산을 빼앗는 약탈과 목숨까지 강탈하는 살인을 즐겼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평화'보다는 '전쟁'과 '파괴'에 가깝다.

"그하하하!! 더 조여보라고, 이 창년아!"

"우오오. 이 년 아주 명기인데?"

"밤마다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

콘월 출신의 기사들은 꽤나 대담한 성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흙먼지를 눌러쓴 여성들을 강제로 범하면서 성욕을 해소했다. 그것도 영주성의 뒤뜰 화단에서. 전투에서 사로잡은 이민족 여성 전사들은 발육이 좋았고, 무예를 따로 단련한 덕분인지 질의 조임도 좋았다. 그래서 기사들은 이민족 여성 노예를 선호했다. 그들은 낄낄 웃으면서 이 모든 전리품이 내 덕분이라면서 그리 떠들고는 노예의 질내에 정액을 싸질렀다.

언제나 있어왔던 광경이다.

성욕을 영주성에서 해소하는 것은 분명 눈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이지만, 성욕에 빠진 남자들은 당연한 상식을 망각하기 쉽다. 도체스터의 기사들도 여성 노예를 끌어안는 것은 비슷했다. 그들도 여성 노예를 하사받았고, 그녀들과 질펀한 정사를 벌였다.

한 마리의 짐승처럼 허리를 뒤흔드는 그들을 지나치며 발코니에 도달했다.

발코니에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수려한 미녀가 서 있었다.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것은 콘월만의 바다였다.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바다를 아발론의 붉은 마녀는 고요하게 그것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나는 바다 너머를 바라보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너무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피처럼 섬뜩하게 붉었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그녀의 시선이 바다의 수평선에서 내 쪽으로 향해진다.

고요하고 정숙한 얼굴을 보이던 그녀의 얼굴이 나를 보자마자 왈칵 구겨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나는 분명 콘월에 큰 도움을 준 것 같다만.... 어째서 이런 심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지. 오히려 감사를 받고 싶다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러 보이는 아가씨에게 큰 것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모르간 르 페이라는 소녀는 그 속내를 파악하기 쉬운 아가씨였다.

"뭐야? 여기는 왜 왔어?"

"아니, 그냥 보이길래."

"흥! 다른 곳으로 가버려!"

"너무하네."

퉁명스럽게 말하는 모르간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내 웃음에 모르간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축객령을 더 이상 내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다시금 바다의 수평선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에게 등을 돌린 상태로 입을 열었다.

"이번 전투에서는.... 그으... 수고했어."

"고마워."

"콘월의 공주로서 적당히 말한 거야. 그러니까.... 그, 그... 우쭐대진 말라고."

"그래 그래."

솔직하지 못한 그녀의 말에 다시 웃음을 지었다.

어디까지 매력적인 거냐.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니. 한 남성을 이렇게까지 매혹시켜버릴 줄이야. 부유한 물자가 풍부한 콘월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모르간 르 페이라는 소녀에 대해서는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성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만.

뭔가에 씌인 것 같았다.

달콤한 체취를 뿌리던 멀린도 그렇고, 내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모르간 또한 나를 매혹시키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노르만족도 정신을 차렸으니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다시 온다는 거야?"

"그렇지. 그들은 약탈 행위를 생업으로 다루고 있어. 겨울을 날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약탈을 시작해야 하지. 그들의 본거지인 북방의 대지는 황폐하고 추워서 농삿일에는 적합하지 않거든."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 말대로 노르만족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콘월은 브리튼 왕국의 변방이면서도 풍부한 물자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그렇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올 것이다. 이번 약탈이 실패로 끝이 나버렸으니 아마 더 많은 숫자의 병력이 쳐들어오려나. 물론 이건 내 가설이다. 실제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

지금의 상태라면 콘월은 결코 지지 않겠지만,

아마 내가 다시 도체스터로 돌아간다면 콘월은 멸망해버릴지도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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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성인 노블레스답게 19금으로 가야하는가.

흐음. 요즘 대세는 성인 노블레스 주제에 19금 전개가 없는 기만 소설이던데.

어떻게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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