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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3화 (13/195)

<-- 콘월의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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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만족은 남쪽 해안가에서부터 대규모의 선박을 이용해 콘월을 침략해왔다.

당연히 나는 그들의 상륙 병력이 콘월의 내륙으로 치고 올라오는 것을 콘월의 병력에게 그 진격을 막도록 명령했고, 한편 도체스터의 기병대로 해안가까지 진출. 노르만족이 대륙에서 건너온 선박들을 모두 쳐부숨으로서 그들의 퇴각로를 끊어버렸다. 노르만족은 해양술과 조선술에 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운용할 선박이 없으면 그저 무식한 이민족에 지나지 않는다.

전투 도끼를 사용하는 그 매서운 공격법은 충분히 사나웠지만, 방패와 창으로 대보병진형을 구성한 다음에 후방에는 궁병대를 대치하면 그들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콘월은 철광석이 많으 산출되는 곳이었기에 병장기는 많았다. 적어도 콘월 병사들은 훈련도도 낮고 사기도 현저히 부족했지만 방패와 창에 의지한 대형을 구성하면 해볼 만한 전투가 될 것 같았다.

"척후병의 보고에 따르면 노르만족 군세는 발이 묶여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미 인근 백성들을 대피시켰고, 남은 식량까지 모두 내륙으로 수송하면서 적은 먹을 것도 없습니다."

"설령 이쪽으로 공세를 감행하더라도 아군의 군세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콘월의 군 장교들은 신이 난 어조로 외쳤다.

지금까지 군략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콘월 공작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장교들로서는 손쉽게 노르만족을 몰아세우는 내 방침에 대해서 대만족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콘월 공작은 병참선의 문제부터 전쟁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 하나 능통한 구석이 없었고, 그것은 모두 장교들의 문제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이미 아군 군세를 먹일 병참선 문제는 해결해둔 뒤였고, 전투에 대해서도 완벽하다. 노르만족 병사들을 감시하고 염탐할 수 있는 척후병을 여럿 보내두었던 데다가 미리 그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백성들까지 철수시켰다.

방어군이 적군의 손에 들어간다면 유용하게 쓰일만한 모든 물자를 없애버리면서 후퇴해서, 적군에게 보급의 한계를 강요하는 전술인 청야전술까지 실시하면서 노르만족은 진군할 수도, 후퇴할 수 없는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이미 그들의 퇴각로가 되어주던 선박들은 모두 해안에 박살이 나버렸고, 사기를 철저히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노르만족은 지금까지 어린애 수준으로 군략을 펼치던 콘월 공작만을 상대해왔기에 방심을 하고 있었고, 그 방심을 찌르듯이 작전을 실행했다.

"이대로 지구전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시간은 아군의 편이 될 테니까요."

"공을 세우기 위해서 진형을 비우는 놈이 있다면 곧바로 처형한다."

내 말에 콘월 기사들이 움찔거렸다.

이래서 기사들은 귀찮다. 빛나는 무용담에 눈에 멀어서 자신이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는 녀석들. 분명 전장의 꽃은 기사단이 분명했지만, 그들은 준귀족의 신분이었기에 자기 의지가 너무 강했다. 자신의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돌격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기사단은 철저히 감시해야할 대상이다.

모든 장교들을 물린 다음에, 우두커니 구석에서 과자를 우물우물 먹고 있던 금발 금안의 소녀에게 눈을 돌렸다. 니무에는 장교들이 뭐라고 말하건 철저히 무신경하게 일관했고, 회의가 끝나고나서야 나를 바라보았다.

"끝났어, 작전 회의?"

"어. 딱히 이렇다고 할 것은 없었지만."

"응."

처음에는 콘월 출신의 장교와 기사들은 외부인이라 할 수 있는 내가 최종 지휘권을 잡게 된 것에 대해서는 큰 불만을 가지고 있던 모양이지만, 노르만족을 일거에 밀어붙이면서 군략을 실시하는 내 모습을 보며 조금은 마음이 움직인 모양이다.

적어도 무능한 콘월 공작보다야 내가 우수하다는 평가는 모두가 인식하고 있을 테지. 콘월 공작령은 물자가 풍부한 지역으로 브리튼 왕국으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보루 중의 하나였다. 이런 지역의 공작으로서 고작 노르만족에게 크게 밀렸다는 것은 수치에 가깝다. 차라리 내 영지가 이 콘월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도 콘월 공작령은 틴타젤 공과 이그레인의 사이에서 태어난 셋째 딸이 물려받게 될 것이다. 브리튼은 재산 분쟁에 있어서 여성의 편을 높게 들어준다. 애초에 브리튼은 모계 상속제도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리가 크게 제한되는 다른 나라의 문화와는 크게 이질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첫째 딸과 둘째 딸은 다른 가문에 시집을 가버리면서 그쪽 일가족이 되었고, 콘월에 남은 사람은 셋째 딸이 전부였다. 그녀는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기에 콘월 가문의 일원이었고, 그녀에게 상속되는 것은 당연한 일에 해당된다.

"일단 적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 그리고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아군 병세를 뚫어야 하지. 그들의 괄괄한 성격으로 보았을 때, 굶어죽기 전에는 무조건 아군을 공격할 거야. 그러니 우리가 그들의 공세를 철저히 방어로 일관한다면 우리의 승리는 말할 나위도 없어."

"....대단해."

아직 군략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니무에였지만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녀로서는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한 듯하지만 나를 보더니 '대단하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아마도 군 장교들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다'라는 평가를 하는 거겠지.

니무에와 함께 군 막사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한창 식사를 준비중인 병사들이 여럿 보였다. 총병력은 2천. 2천에 달하는 병력들은 방어진을 구성하면서도 후방에서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배고픔에 허덕일 노르만족 군세가 보면 눈이 뒤집혀질 일이로군.

콘월 출신의 기사들이 나를 보며 말했다.

"백작님의 계책은 실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미리 저 이민족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를 예측하고 인근 마을의 모든 식량을 거두시지 않았습니까."

"이재 저들은 독 안에 든 쥐 신세입니다. 이대로 밀어붙이죠!"

"적이 쳐들어온다면 제가 응전하겠습니다."

젊은 축에 속하는 기사들은 무지렁뱅이처럼 군략에 무지한 콘월 공작보다도 나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기사들의 본분은 '승리'와 '무훈'에 있다.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주군은 기사들에게 있어 멸시의 대상이 되었고, 한편 외부인 귀족이었음에도 기사들을 굴리면서 '승리'와 '무훈'을 철저히 만족시켜주는 대상은 충성의 대상이 되었다.

콘월 출신의 기사들은 노르만족 전사를 죽일 생각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흉폭한 노르만족 군세를 일소한다면 분명 음유시인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넣은 찬가를 부를 것이고, 콘월 백성들은 승리의 개선가를 부르며 입성하는 자신들을 칭송할 것이다.

그 명예로운 승리의 결과에 벌써부터 기사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노르만족에게 연패하면서 콘월 출신의 기사는 철저히 무능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미 승기가 보이고 있었기에 그들로서는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기사단으로 하여금 적의 공세가 시작되면 후방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겠군.'

나에 대한 기사단의 충성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으니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 쉬워졌다. 준귀족에 해당되는 그들은 동쪽에서 게르만족을 막고 있었던 내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고, 쉽게 내 군략에 매료되어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콘월 공작과 봉신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점차 그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콘월에는 아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함의 숫자가 몇이나 되는가?"

"...흐음. 아마도 큰 규모의 군함은 없을 겁니다... 있어봤자, 수송선이나 고깃배 역할을 하던 함선이 전부일 텐데요."

"충분하다. 노르만족을 육지에서 모두 몰아내면 콘월 지역의 인근 해안의 섬에서 그들의 병참 역할을 하던 소수 병력까지 일소한다. 그렇게 되면 당분간 노르만족은 결코 콘월을 노리지 못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내 말에 기사들은 더욱 신이 나서는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아예 노르만족의 뿌리까지 뽑아버리겠다는 내 말에 그들에게 철저히 당해왔던 기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계속해서 방어로만 일관하던 콘월 병력을 공격으로 전환. 맹공을 펼친다면 노르만족은 크게 놀라서는 결코 콘월을 공격해오지 않으리라.

콘월 출신의 기사들과 여러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주는 빵과 수프에 열중하여 먹기 시작하는 니무에를 우선 내버려두고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병사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구석진 장소로 이동하자, 그제서야 나를 부르던 '적의'를 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붉은색이었다.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리고 장미가 수놓아진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빈 공간에서 등장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습을 감춘 채로 내 주변을 맴돌면서 적의를 보내오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여 그녀가 등장하기 쉽도록 유도한 것이고.

내가 본 미녀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를 내린 멀린만큼이나 미려하고 아리따운 소녀였다. 그 소녀는 니무에와 똑같은 디자인의 붉은색 고깔모자를 머리에 쓰고 있었다. 이 녀석도 마녀인가.

콘월 공작인 틴타젤과 물방울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이그레인의 사이에서 태어난 셋째 딸,

----모르간 르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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