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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0화 (1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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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6세기 영국의 정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유럽을 대부분 통일한 최강대국- 로마가 북쪽에서 남진해온 게르만 족의 침공에 의해 붕괴되고, 서로마 제국과 동로마 제국으로 분단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중국의 통일제국인 한나라의 북진 정책에 의해 흉노(훈) 족이 북방의 초원으로 쫓겨나면서 게르만 족도 따라 쫓기고, 결국 로마까지 도망쳐온 과정까지 설명해야겠지만 그건 간단히 생략하도록 한다.

계속된 전란과 반란으로 인해 서로마 제국은 식민지로 통치하던 브리튼에서 주둔하던 로마 군대들을 본국으로 철수시키면서 잉글랜드는 사실상 공백지나 다름없는 빈 땅이 되어버렸다.

자, 생각해보자.

로마 제국의 지배하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던 땅이었기에 잉글랜드는 그야말로 알짜배기나 다름없는 땅이다. 그런 땅을 내버려둘 얼간이 부족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3세기 말엽부터 서쪽으로는 스코트인(아일랜드인), 북쪽으로는 픽트인들이 침공을 개시하고 있으며, 바다 건너 대륙에서는 색슨족들이 세력을 넓히며 배를 타고 건너와 요충지에 깃발을 꼽고 각자 7개의 소규모 국가를 세웠다.

서쪽은 스코트 인.

북쪽은 픽트 인.

동쪽과 남쪽에는 여러 이민족인 게르만족, 색슨 족, 유트 족, 앵글 족.

이민족에게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하기는커녕, 사방에서 적을 맞게된 브리튼의 대응은 실로 망국(亡國)이나 생각할 법한 책략을 선보였다.

바로 이민족의 침공을 막기위해 다른 나라- 색슨 족에게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브리튼 왕의 요청을 받은 색슨 족은 당당히 군대를 이끌고 잉글랜드로 침입하였고, 이민족을 토벌하기는커녕 로마의 긴 통치 기간 동안에 번성한 브리튼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카멜롯까지 넘보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브리튼의 국왕은 우서 펜드래건.

전(前) 왕이자 폭군이라 불리었던 보티건을 죽이고 그 다음 라이벌인 펜드래건까지 죽인 다음에는 왕위를 차지한 우서는 스스로의 성씨를 펜드래건이라 자칭하였을 정도로 패기가 넘치는 왕이었으나, 현재는 고령의 나이에 병을 얻어 오늘내일 하는 신세라고 한다.

사방에서는 이민족들이 들끓고 나라를 이끌어야할 왕은 병석에 누워있다.

풍전등화와도 같은 이 브리튼의 운명을 바로 잡을 자는 누구란 말인가──────!!

"......라는 이야기지."

나는 풀밭에 대자로 누워앉아서는 기네비어에게 나라의 현 정세를 띄엄띄엄 재주 있게 설명하면서 입에 물고있던 나뭇잎을 내뱉었다.

오늘 날씨는 먹구름으로 가득한 나라의 분위기와는 달리 매우 맑았다.

브리튼의 날씨는 365일 중에 해가 뜬 날이 몇 없을 정도로 흐린 날이 많다. 이렇게 쾌청한 날에는 마굿간에서 하릴 없이 시간만 때우는 말을 끌고나와 바깥을 돌아다니게 해야한다. 그리고 가축을 키우는 민가에서도 햇볕을 쬐기 위해서 가축을 대동하고서 풀밭으로 나와 있었다.

"비세리온, 그러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는 거야?"

기네비어가 푸른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빛내며 고개를 내밀었다.

내게 경계심을 품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을 붉히는 사이는 아니었다. 니무에는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는 과자를 먹고 있었고, 기네비어는 내게서 긴 설명을 듣고 있었다,

나는 팔을 뻗어 가까이 내민 니무에의 얼굴을 도로 밀어내며,

"몰라. 이대로 나라가 망하면.... 평화로운 로마로 건너가서 살지, 뭐."

1000년의 제국이라 불리는 로마 제국이다.

비록 게르만 족에 의해 두쪽으로 나라가 분단되어 버렸을지는 몰라도 막강한 로마 군단은 건재하다. 현재 동로마를 통치하는 황제는 그 유명한 유스티니아누스 1세. 앞으로 동로마는 1천 년은 더 국맥이 유지된다. 바다를 건너 동로마에 정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나라가 이 꼴이라니.... 내게 도체스터를 맡긴 것부터가 나를 부려먹을 생각으로 가득하다는 뜻이지."

"그만큼 너를 신뢰하는 게 아닐까."

"농담도 잘 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토해냈다.

베디비어가 순찰 조사를 떠난 이후에 곧바로 게르만족이 공세를 가해왔고, 나는 용병들을 이끌고 나아가 그들을 격퇴했다.

게르만은 연이어 공격하였음에도 함락되지 않는 론디니움을 포기하고 크게 선회하는 방법으로 카멜롯을 노리려고 하였지만 내게 패배했다. 항복한 게르만 병사들을 노예로 만들어 팔아버리고, 그들이 남긴 전리품은 모두 이쪽에서 가졌다.

대륙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 게르만들은 연이어 브리튼 내륙지방으로 진군하려고 했고, 그를 방파제 역할을 하듯이 막아내고 있는 것이 나였다. 내가 없었다면 아마도 브리튼은 내륙지방까지 모조리 뚫려버렸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도 카멜롯에서는 나의 공헌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지원을 해주면 좋을 텐데, 이 망할 나라는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여기서 싸우다가 죽이라는 뜻이라고 할까. 기네비어와 니무에가 조력을 하는 방식으로 도와주고는 있었기에 그나마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자금.

도체스터가 론디니움 인근에 위치한 상업도시로서 축산업과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상업적 활동을 하고는 있다만, 그렇게 부유한 지역은 아니다. 적어도 굶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론디니움에서 때때로 도체스터를 지원하기 위한 식량을 보내주고 있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게르만 녀석들의 본거지를 공격하면 되잖아?"

"그게 말이 쉽지,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아냐."

기네비어의 말에 답했다.

내가 설마 그러한 방안조차 계획하지 않았을까.

게르만의 본거지를 공격했던 적은 여러 번 있었다.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여 적을 공격. 수십 개의 부락을 불태우고 게르만족을 학살하였지만, 마치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오히려 완강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게르만족 중에서는 무예에 뛰어난 전사들이 여럿 있었기에 기사단을 운용하고 있는 나로서도 상대하기 벅차다. 게다가 게르만을 이끄는 부족장등 중에서도 군략에 뛰어난 인재가 있었기에 더욱 힘들었다. 매번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면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입어야 했다.

피해가 두려워서 공격하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적어도 1만에 달하는 병력만 내게 주어진다면 해안가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게르만 부족을 모조리 죽여버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내 수중에 있는 것이라고는 과거 정규군 출신이었던 1천의 보병과 자유 기사의 신분인 용병 기사들 뿐이다. 무장은 제법 잘 되어 있고, 훈련도와 사기도 높았지만 그래도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전쟁은 결국 물량이다. 하지만 이쪽의 무장 병력은 게르만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기에 공세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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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암... 예전에는 fate 패러디인 '홍련의 기사'를 연재했었는데..

이제는 아발론 연대기 스토리를 꼬아서 성인 노블레스 소설을 쓰네.

인생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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