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병 귀족 -->
003
웨일즈에는 카메란드라는 지명의 영지가 존재했다.
브리튼 왕국 수준의 드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폐쇄된 지형과 고대 문화권을 벗어나지 못한 계급 사회로 인하여 중소 규모의 작은 영주들이 누구 하나도 웨일즈를 통일하지 못하고 시골 벽지에서 한적하게 지냈다.
지금의 브리튼은 난세에 가까운 혼란을 겪고 있었지만, 웨일즈만큼은 자주 발생하는 민란을 제외하고는 이렇다고 할 전쟁도 없었다. 수많은 영주들이 다투지 못하도록 그들의 상관 역할을 하는 웨일즈 백작이 싸움을 중재했기 때문이다.
"무슨 시골 도시를 터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무방비한 도시는 처음 본다."
1백 여명의 기마병들이 카메란드 영지를 접수하면서 남긴 대화들이다.
그들로서는 작은 접전이라도 이루어질 거라고 예상하고는 중장갑을 걸치고 있었는데, 무기인 마상창을 사용하기도 전에 전투가 마무리 되었다. 민병대만도 못한 병장기로 무장하고 있던 영지병은 곧바로 항복, 용병 기병대는 순식간에 영지를 점령했다.
"이따위 영지를 정복할 생각은 없었는데."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카메란드의 시가지를 거닐었다.
앞장 서서 걷고 있던 알제스터가 말했다.
"이런 시골을 털어봤자 단원들에게 줄 급여도 안 나올 거야."
"그렇겠군."
카메란드의 시가지를 힐끗 보면서 그에 답해주었다.
움막에 가까운 집들과 식략 사정이 열악해 보이는 환경. 자기네들끼리 농사나 수렵을 하면서 자급자족을 하는 걸로 보인다. 다른 영지와 교류를 한다던지, 이러한 경우는 없어 보인다. 고대 문화권의 소국가들이 이러 하였을까. 웨일즈는 마치 수 세기 전의 시대를 보는 것 같았다.
"고작 이런 소영지 주제에 잘도 민란을 지원했군."
"자기네들은 오히려 민병대들에게 빼앗겼다고 말하던데. 열악한 사정을 보면 신빙성이 가지 않는 말도 아니지만."
웨일즈에서 벌어진 민란은 꽤나 그 규모가 컸으니 이런 소규모 영지 따위는 금세 점령 당했겠지. 민란에 휩쓸려 피해를 입었을 확률이 높았다. 애초에 이런 시골 벽지를 약탈하는 것조차도 내키지 않았다. 크게 이득도 되지 않는 약탈 행위를 벌여서 웨일즈에서 눈에 띄는 악당이 되는 것은 분명 손해를 보는 장사겠지.
나는 약탈 행위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편이다.
그렇게까지 큰 보급을 기대하는 건 어렵지만, 민가의 여인을 강간하고 납치하거나 물자를 약탈하는 행위를 벌임으로서 아군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린다.
애초에 인간은 겉면으로 '파괴' 행위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겠지만, 사실은 다르다. 인간은 파괴를 원한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여인을 깔아뭉개고, 그들이 가진 모든 재산을 빼앗으면서 쾌락을 느낀다. 약탈을 즐기는 용병들에게 파괴 행위를 강제적으로 멈추게 하는 것은 사기를 떨어트리고 만다.
하지만 이런 시골은 약탈을 해도 딱히 흥밋거리도 되지 않았다.
부하 용병들도 혀를 차기만 할 뿐, 그 어떠한 파괴 조치조차 원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하 용병들의 대부분은 과거 정규군 병사였다.
고용한 귀족으로부터 급여를 못 받거나, 섬겼던 귀족 가문이 몰락하면서 용병의 길을 걷게 된 그들을 모두 고용하였다. 그렇기에 적어도 덜떨어진 다른 용병들보다는 자제력이 뛰어났다.
"저기가 영주성이야."
"고작해야 저택 수준이군."
작은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라고는 믿을 수조차도 없는 저택을 두르고 있는 작은 담벼락을 지나자 칼을 빼어들고서 누군가과 대치하고 있는 용병들을 볼 수 있었다. 은색의 중장갑으로 무장하고 날카로운 스피어를 겨눈 용병들이 대치하고 있었던 인물은 놀랍게도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었다.
여인이라고 하기에는 난감하다.
고작 10대 초중반은 될 법한 아이라고 할까. 어린 소녀였다. 가녀린 팔다리를 가진 소녀였음에도 두 자루의 대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제법 그럴싸 했다. 물론 체계적인 검술을 배운 내 입장에서 보면 그저 난잡하기 이를 때 없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알제스터가 말했다.
"저 년이 바로 카메란드 영주의 딸이자 공주님인 기네비어라고 하더라고. 보시다시피 꽤나 귀엽게 저항하느라 귀찮지만."
담벼락에 기대고 있는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꽤나 리치가 작은 대거에 베인 상처들이 어깨죽지에 남아있었다. 기네비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소녀에게 멍청하게도 당해버린 탓이겠지.
"기네이버라. 고작 저런 꼬맹이한테 당해버린 저 놈들은 당장 용병단에서 퇴출시켜. 우리 용병단의 수치다."
"용서도 없구만."
병사들과 대치하고 있는 기네비어에게 다가섰다.
그와 동시에 나를 우두머리로 인식한 소녀가 두 자루의 대거를 휘두르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영지를 침범한 무뢰한을 죽이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나를 인질로 잡아서 용병단에 협박도구로 내세우려 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내가 순순히 당해질 경우에 한해서였다.
허리 벨트의 홀스더에 보관하고 있던 시미터를 뽑아들어서 곧바로 제압해버렸다.
두 자루의 대거가 힘 없이 떨어지면서 뒹굴었고, 같잖게도 여전사 흉내를 내던 어린 소녀를 포박할 수 있었다. 전투 경험조차 없는 어린애를 제압하는 건 간단한 일이다. 고작 이런 애한테 당해버린 부하 녀석들이 멍청한 탓이지.
"큭!"
"아서라 아서. 그 가녀린 목을 베어버리기 전에."
거칠게 기네비어의 얼굴을 바닥에 쳐박게하고서 그대로 짓눌렀다.
작은 체구의 소녀가 몸부림을 치면서 저항했지만 내 근력을 이겨내는 건 불가능하다.
주변 부하 녀석들의 얼굴을 보자 동료들을 다치게 만든 원흉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리긴 해도 그나마 용모가 귀여운 소녀를 강간할 셈인가. 어느 녀석은 숨을 헐떡이기까지 했다. 부하들의 성취향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긴 싫었지만 이 녀석은 너무 어리지 않은가. 딴에는 귀족 영애처럼 용모가 빼어나니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말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들에게 말했다.
"고작 꼬맹이한테 당해버린 주제에 뭐가 당당해서 나서는 거냐. 나였으면 부끄러워서 스스로의 손으로 그 아랫도리를 잘라버렸을 거다."
대충 밧줄로 왁왁 날뛰는 기네비어를 포박한 다음에 알제스터에게 인계했다.
그는 어째서 귀족 영애를 범하지 않냐는 힐난의 눈빛을 내게 보냈다. 용병 생활을 오랫동안 한 녀석이었으니 거친 면이 없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기네비어를 대충 아무 집에나 박아두라고 지시를 내렸고,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 무법자!! 나쁜 자식!"
고상하디 고상하신 기네비어의 말에서 나를 욕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딱히 무법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쁜 짓을 저지른 기억은 없는데. 물론 카메란드라는 이름의 영지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서만. 브리튼 왕국 전역을 돌면서 약탈 행위를 벌인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실감하고 있었고, 내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영주인 로데그란스는 아디 있나?"
"아마 구석에 박혀서는 벌벌 떨고 있을 겁니다."
부하 용병이 꽤나 우습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신의 딸은 우리 부하들과 싸우다가 욕을 보일지도 모르는데 그 아비라는 자는 숨어 있다라. 이건 꽤나 막장이군. 부하는 "당장 시가지로 끌고 올까요?"라고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딱히 시골을 다스리는 영주 따위의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그런 피래미를 죽일 생각도 없었고.
대충 구석에 방치를 해두면 웨일즈 백작이 알아서 처리할 것 같았다. 웨일즈 소속의 귀족을 우리 용병단이 죽여버렸다는 소문이 퍼져봤자 이로울 건 없었다. 오히려 악명을 들었으면 들었지.
"그 영주 녀석에게 전해. 시골 벽지 같은 이 영지를 살려줄 테니까 네놈의 딸을 가져가겠다고."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습니다."
"크면 미인이 되겠지. 그리고 누가 미소녀를 싫어하겠나?"
피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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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기네비어Guinevere
소속: 웨일즈 카메란드
직위: 귀족가 영애
종족: 인간
무력: C+ 통솔: C 지력: B 정치: B
본연 스킬: [풍운의 귀부인]
귀부인들 중에서 가장 정숙하고 빼어난 용모를 가졌다고 전해지는 기네비어. 아직은 연령이 어려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분명 뛰어난 수완을 가진 귀부인인 것은 확실하다.
소속된 세력의 내정 확장 속도가 40% 증가. 병력 징집과 훈련 속도를 30% 증가. 재야 무장의 등용 확률 증가.
패널티: 소속된 세력의 남성 무장의 반란을 일으킬 확률 증가.